요트 이야기/요트이야기

레이디 알리아호 항해기록 9

구름위 2013. 4. 17.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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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4일,(폰페이할 출항 후)항해 4일째. | 16. 괌으로.. 2006/02/15 15:05
http://blog.naver.com/100sailing/150001863719

새벽에 두어 차례 열대성 폭풍이 휩쓸고 지나갔다.
갑판 창을 열어 두었던 대원들은 들어 닥치는 비에 잠들을 깨어 창을 닫았을 것이다.
당직을 서는 대원이 비가 올냥이면 미리 갑판을 한 차례 돌면서 창들을 단속하긴 하지만
환기를 위해 조금 열려있는 경우는 모르고 지나치기가 일수인 만큼 조금 열려진 틈으로 빗방울 들이 무차별로 날아들기도 한다.

그런대로 익숙하지는 않지만 밥 짓는 것부터 시작해서 된장국을 끓이거나 찌개를 만드는 일들을 대원들이 배우고 있다.
괌을 출항하면 2주 이상 항해가 계속 될 것인데 2주라는 시간이 생각만큼 짧은 시간은 아니기 때문에 먹거리 준비에 대한 염려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김인범 대원이 아침부터 핫케익을 만들었는데 점도를 맞추거나 양을 조절하는데 번번히 실수를 거듭한다.
날씨는 쾌청해지고 바람도 순풍이 불어준다. 이대로 간다면 예정보다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 것 같다. 어제 하루 동안에도 207마일이나 달렸다.
예정보다 빨리 도착하여 5일 밤에 입항을 한다면 그것도 번거로운 일이 될 것이다.
일요일 밤 입항, 아메리칸 사모아에서의 경험과 같이 시간 외 수당을 지불해야 할 것이고
만나기 힘든 관리들을 만나러 여기저기를 다녀야 할 지도 모를 일이다.

일찍 당도한다면, 아프라(Apra) 항구에 이르기 전 해안가에서 앵커를 내리고 밤을 지내고
다음 날 아침에 입항을 하는 방법도 고려를 해 본다. 그러나 괌 섬의 지형적인 특징상 마땅하게 앵커를 내릴 만한 장소가 없다. 섬 주변을 돌아가며 에워싸고 있는 산호초의 군락과 산호초 대가 끝나는 지점에서 갑자기 수 백 미터로 수심이 깊어지는 특징을 갖고있고 섬 일대의 파도가 높아서 안전한 앵커링을 기대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바람에 맡겨두고 가는대로 가보자. 그것이 내려진 결론이다.

괌 이후 일본의 시모노세키를 거쳐 독도를 회항하여 부산으로 입항을 할 예정인 우리의 마지막 항로를 숙의하며 오후 시간을 거의 소진한다.

문제는 북위 25도 위쪽에서 나타나는 차가운 겨울의 대륙성 북서풍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코스를 잡느냐는 것. 25도대 까지는 현재까지의 항해 각도와 크게 다를 바 없이

북동풍을 받으며 항진이 가능하고 25도를 넘어서서는 반대 방향으로 태킹(Tacking:바람을 맞받으며 항진 방향을 바꾸는 방법)하여 북서풍을 받고 일본의 큐슈로 접근을 하기로 의논이 된다. 태킹 지점은 큐슈와 오키나와의 중간 지점 정도에 해당이 되는 것 같다.


큐슈에 도달한 다음 큐슈와 시코쿠 사이를 통과하여 세도나이카이(內海)를 거쳐 시모노세키의 관문을 통과하여 곧 바로 독도를 향하여 달릴 예정이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일본 내해에 산재한 유명한 온천을 찾아 뜨거운 물에 한 동안 몸들을
담그고 마지막 겨울 항해를 준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지구가 참 작다는 느낌도
든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열대의 더위에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 시시각각 시원해지는 바다의 공기나 며칠 후면 벌써 겨울의 추위를 걱정해야하니….

바람이 약해져도 걱정을 하지 않는다. 바다도 잔잔해진다. 점점 고위도로 올라가고 있으니 하루가 다르게 더위가 약해짐을 느낀다. 저녁이 되면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선선하다.

주방 일을 배우기 위해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제대로 되어지는 것은 아직도 없는 상태.

두 세 차례 대원들이 주방 팀의 지도 아래 힘들여 만든 음식을 먹기는 했지만 느낌이 얼마간은 답답하다. 선장님은 주방 팀에게 떠날 때 까지 다만 몇 번이라도 좋으니 다시 주방장이 음식을 준비해 주기를 부탁한다.

맛있는 두부찌개가 준비되어 저녁 식탁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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