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알리야호의 100일 항해기 7

 

“백일간의 항해”-지브롤터에서 독도까지- 1월 6일, 항해 21일. “백일간의 항해”-지브롤터에서 독도까지- 1월 6일, 항해 21일.

1월 6일, 항해 21일. | 11.타히티로 가는길	2006/01/17 15:17
http://blog.naver.com/100sailing/150001029865
새벽 무렵에 우리의 항로 상에서 투아모투 제도의 서쪽 끝 섬인 아나(Anaa)를 지났다.   타히티의 파피에테(Papeete) 항구까지 남은 거리 불과 165마일. 내일 아침 이른 시각에 도착이 될 것 같다. 새벽녁에 도착한 문 이사는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바람은 약간 불어오지만 완전히 뒷 바람이다. 바람을 등지고 엔진 회전 수를 더 올려 속도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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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간의 항해”-지브롤터에서 독도까지- 1월 5일, 항해 20일. “백일간의 항해”-지브롤터에서 독도까지- 1월 5일, 항해 20일. 1월 5일, 항해 20일. | 11.타히티로 가는길 2006/01/17 15:15 http://blog.naver.com/100sailing/150001029785 계속 바람은 불어오지 않는다. 한 차례의 지나가는 소나기가 잠깐 몰아칠 때 잡혀준 다랑어가 고맙다. 무료한 항해가 지속되는 중에 가끔씩은 즐거운 일도 있어야지. 꼬리 지느러미에 올가미를 걸어서 물구나무 세우듯 매달아 놓자 십 분도 지나지 않아 이미 저 세상으로 가버렸다. 더 이상 참치회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대원들, 아무려면 어떨까. 타히티에서 만나게 될 문 이사를 위해 냉동 보관이 된다. 요트 건조회사에 요청한 나사못, 삼색 항해등, 여분의 전구들에 대한 특급 배달 서비스는 10일 까지 타히티에 도착이 되지않는다고 연락이 왔다. 대안은 다음 기항지인 사모아의 아피아 항구에서 부품을 공급받는 것이다. 새롭게 대두된 문제는 아피아 항구의 누구에게 배달을 하느냐는 것. 요트회사의 부품 담당자도 약간은 난감했던 것 같다. 필요한 부품을 보내긴 했는데 막상 우리에게 전달이 되지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뉴질랜드에서 살고있는 김연식 대원의 절친한 후배가 마침 아피아 항으로 김 대원과 선장님을 만나기 위해 기항 예정일에 맞춰 날아올 것 이라는 절묘한 타이밍의 우연이 부품 배달에 대한 확실한 답을 제공하게 된다. 일단 부품은 뉴질랜드로 공수가 될 것이다. ‘Multihulls’ 항해 잡지나 연합뉴스에서 파견된 기자들을 만났을 때 필요로 될 것 같은 몇 가지의 자료를 미리 준비한다. 무엇보다도 그들에게 우선되는 것은 사진촬영일 것이다. 독자들의 눈을 쉽게 끌어갈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니까. 그 다음은 아마도 항해의 루트와 소요된 항해 시간, 다음은 알리아 대원들의 간단한 항해 약력 정도일 것 같다. 그 외에 혹시 물어 온다면 항해의 목적은 무엇인가? 정도가 되지 않을까? 그러고도 시간이 남으면 가장 좋았을 때와 가장 나빴던 때 등에 관한 질문이라도 할지도 모르지. 필요로 될 것 같은 자료들을 나름대로 정리한다.     프랑스 비스케이 만의 Le Sables d’Ollone를 출발하여 타히티 까지의 항해거리를 대략 재어 보아도 9,830마일, 항해에 소요된 실시간만 1,309시간이다. 들렀던 기항지에서 보낸 시간들을 제외하고 순전히 54일이 넘게 바다 위를 항해를 했던 것으로 나타난다. 야간 항해 중 불시에 나타날 수 있는 보이지도 않는 산호초 섬들을 고려하여 미리 예정 항로를 표시해두고 그 선을 따라 항해를 하기로 한다. 바람의 방향에 관계하지 않고 엔진으로라도 밀고 나갈 생각들. 때 마침 바람도 불어주지 않으니 더욱 그럴 수 밖에 없다. 무료해진 일상을 다독거리기 위해 남아있는 럼주 한 병을 나누어서 마시며 나머지 몇 덩이의 쇠고기를 구워 먹는다. 양에 차지않는 대원들, 몇 개의 소시지를 더 구워서 안주로 삼아 밤을 즐긴다. 테코코타, 히쿠에루, 듣기에도 생소한 이름의 산호초 섬들 사이를 밤 동안 지난다. 덧글쓰기 | 엮인글 쓰기 이 포스트를..

1월 4일, 항해 19일. | 11.타히티로 가는길 2006/01/17 15:05 http://blog.naver.com/100sailing/150001029443 며칠 동안 위도를 오르내리며 지그재그 항해를 하면서 500마일 이상 서쪽으로 항진을 계속했던 덕택에 드디어 목적지인 타히티까지 500마일의 거리만 남겨두고 있다.어제 저녁부터 약해진 바람은 오늘 낮 까지도 불어 올 생각이 없다.   바다는 수근거리는 것 같이 이리 모였다 저리 모였다 하는 것 같이 술렁거리며 움직인다. 바람이 불리해진다면 이제는 망설일 것도 없이 엔진으로 주파할 수도 있는 거리다. 선미에서 불어오는 미풍에 돛을 올린 상태에서 엔진을 가동하여 보조 동력을 얻어 달리고 있는 기범선의 형태로 항진 중이다. 전방 40마일 앞 쪽에 작은 환초가 하나 있고 그것을 지나면 밤 중에 두 개의 작은 환초 사이를 지나야 한다. 경계 근무가 강화될 것 같다.   ‘Multihull’(다중 선체)이라는 영어, 불어로 출판되는 항해 잡지에서 우리의 항해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조만간 그 잡지회사의 기자들이 우리를 취재하러 연락을 취할 모양이다.   유럽이나 미주에서는 상당히 많은 부수가 판매되는 인기있는 항해 전문 잡지다. 우리에게는 물론 좋은 일이다. 한편으로 생각할 때 프랑스의 요트회사가 자신들이 제작한 요트를 타고 생각보다 쉽사리 수만 마일의 항해를 거침없이 하고있는 우리를 통하여 그들 제품을 선전 광고하고자 하는 속셈이 깔려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 과정이나 이유가 어떻든, 우리나라 세일러들의 이야기가 단 한 번도 국제적인 항해 잡지에 기사화된 적은 없었기 때문에 기사화된다는 그 자체로서도 매우 큰 영광이 될 것은 믿어 의심할 바가 없다. “백일간의 항해”-지브롤터에서 독도까지- 1월 10일, 보라보라 도착. “백일간의 항해”-지브롤터에서 독도까지- 1월 10일, 보라보라 도착. 1월 10일, 보라보라 도착. | 12.타히티 2006/01/18 15:37 http://blog.naver.com/100sailing/150001066236 140마일의 거리를 열 아홉 시간만에 주파.   구름이 잔뜩 덮고있는 어둠 속에서 우뚝 솟아오른 쌍둥이 봉(Twin peaks)이 아침 다섯 시부터 수평선 위에서 구름 보다 짙은 색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섬의 남서 쪽 환초를 끼고 돌아서 섬의 서쪽으로 열려있는 통로를 통하여 여덟 시 경 vaitape항구에 들어선다. 우뚝 솟아있는 두 개의 봉우리는 순간순간 구름의 변화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다. 구름 속에 싸여있을 때는 베일에 가린 신비와 같은 느낌을 주다가 순간 한 쪽 경사면에 스카프를 걸친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몇 분도 지나지 않아 햇빛을 받아 짙은 녹색의 얼굴을 드러내고 남태평양 바다를 굽어 본다.   환초의 안쪽은 섬과 약 2마일의 거리를 유지하는 거대한 초호(焦湖, Lagoon)로서 그 또한 형형색색으로 변하는 속살을 드러내며 남태평양의 신비를 뽐내는 것 같다.   산호초 해안가 곳곳에 세워진 휴양 위락 시설들, 수상 방갈로(1박에 70만원)며 나무로 얼기설기 만든 접안시설, 야자수 속에 세워진 몇 개 의 양식 가옥 등이 시간을 잊은 채 자리를 지키고 서서 무심하게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아 이런 것들이 타히티를 만들고 있는가 보다. 외래 관광객들이 몰고 지나가는 쾌속 유람선이나 요트들도 모두 시간을 잊어버리고 있는 것 같다.   산호초 섬의 한 쪽에 앵커를 내리고 우리들은 드디어 사진 속에서만 보던 풍경 속에 들어 가기로 한다. 수영과 산호초 섬에 상륙, 여유로운 산책을 즐긴다.   한 시간에 한 번 이상 기상이 변하는 변화무쌍함. 저 쪽에서 검은 비구름이 다가오는 것이 보인다 싶으면 금새 거세게 불어오는 습기 찬 바람이 느껴지면서 일순간 쫙 쏟아붓는 소나기. 비를 동반한 열대 폭풍이 두어 차례 지나간다.     보라보라 섬과 된장찌개는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가 않은데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된장찌개로 즐기는 점심 식사. 우리가 정박한 바로 뒤 쪽에서 혼자 어로 작업을 하던 현지인이 물 속에서 통발을 건져 올리자 그 속에서 수십 마리의 물고기가 펄떡거린다.   떠나려던 그를 불러 세워서 30cm 크기의 열대 물고기 두 마리를 얻는다. 생긴 모양이 큰 쥐치같다. 감사의 마음으로 우리는 라면 서너 개를 그에게 쥐어준다. 의   논된 일정에 따라 우리는 오후 두 시에 출항, 기자들은 현지에서 대여한 헬리콥터를 타고 우리 위로 날아와 몇 바퀴를 선회하면서 알리아의 세일링 장면을 공중 촬영, 금방 섬 저 쪽으로 날아가 버린다.   계속 만나는 비의 폭풍들, 지뢰 밭 사이를 지나는 기분이다.   사모아까지 1,150마일의 거리. 덧글쓰기 | 엮인글 쓰기 이 포스트를.. “백일간의 항해”-지브롤터에서 독도까지- 1월 9일, 파피에테 출항, 보라보라로. “백일간의 항해”-지브롤터에서 독도까지- 1월 9일, 파피에테 출항, 보라보라로. 1월 9일, 파피에테 출항, 보라보라로. | 12.타히티 2006/01/18 15:28 http://blog.naver.com/100sailing/150001065986 레이디알리아 세일링을 취재할 연합뉴스 기자들 승선.., 기자들의 모레아섬 바다에 떠 있는 알리아 촬영 후 보라보라를 향해 출항   보라보라까지는 140마일 거리...역시나 열대폭풍들때문에 순탄치 않은 항해 --------------------------------------------------------------------------   아침 일곱 시도 채 안되어서 세관에 도착.   기다리다 출근하는 관리들을 만난다. 서류관계가 원만히 진행되어, 세관, 항만 업무를 거의 동시에 끝을 냈지만 정박료 지불을 위해 다시 은행으로 가서 환전을 해야만 하는 수고를 해야만 했다. 이런저런 서류를 만들고 정리하는데 한 시간. 빌린 렌터카를 돌려주기 위해 전화로 렌터카 회사 직원이 와줄 것을 부탁했으나 한 시간이 훨씬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는다. 출항 시간은 촉박하고 하는 수 없이 차를 몰고 렌터카 회사로 향했다. 렌터카 반환시 차체의 손상 유무를 점검하던 중 주유구 입구 쪽에 칠이 약간 벗겨진 것이 발견된다.   크기는 약 5mm 정도. 수리 비용으로 22만원을 내놓으란다. 20분 여의 설전 끝에 16만원으로 합의. 애초 차를 빌릴 때 담보금으로 68만원이나 맡겨둔 것이 화근이다. 렌트 비용에 보험금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칠이 벗겨진 정도는 보험에 해당사항이 아니란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중의 재산 보호 장치를 해두고 그것을 최대한 이용하여 영리를 추구하는 타히티 인들의 오염된 영악함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연합뉴스 기자들이 승선하고 파피에테에서의 모든 일이 처리된 후 출항, 파피에테 항구를 벗어나 다시 산호초 경계를 따라 한 시간에 걸쳐 마리나 타이나로 이동한다.   양쪽 연료 탱크에 가득히 주유가 끝나자 정오가 지난 시간. 세관 수속시 면세유 사용 신청을 하여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정상 가격의 반 수준으로 지불. 그나마 약간이라도 경비를 절감할 수 있었던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모레아(Moorea) 섬 사이의 바다에서 접안용 보트를 내려 알리아의 세일링 장면을 기자들이 카메라에 담는데도 한 시간 여 이상이 소요된다.   보라보라 까지 140마일의 거리. 예상되는 항해시간은 18시간. 내일 아침 이른 시각에 도착이 될 예정이다. 여태 타히티까지 오는 항로는 남서 쪽으로 내려오는 항해각을 취했으나 이제 부터는 북서 쪽을 향하여 약간씩 올라가는 항해각을 취할 예정이어서 줄기차게 동쪽에서 불어오는 편서풍을 타고 가기가 한결 수월해질 것 같은 생각. 그러나, 보라보라로 가는 바다도 역시 만만치가 않았다. 항해각이 이전 보다 다소 나아져 속도를 얻기는 쉬워졌는데 곳곳에 복병처럼 도사린 열대 폭풍들이 또 다른 변수로 등장한다.   순간적으로 30노트가 넘는 강풍을 불어대며 비 까지 퍼붓는다. 대개 약 10분이나 30분 정도 지속되지만 방향이 같은 경우 한 시간도 넘게 따라오며 괴롭힌다. 수시로 세일을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비구름의 동태를 밤새 살핀다. 마땅히 선실을 배정받지 못한 기자들은 사롱에서 새우잠을 자며 밤을 새운다. 덧글쓰기 | 엮인글 쓰기 이 포스트를.. 1월 8일, 파피에테 항구. | 12.타히티 2006/01/18 15:15 http://blog.naver.com/100sailing/150001065484 예정된 일과가 없는 하루는 늦게 시작이 되었다. 식품 구입을 하는 대원들은 다시 출장을 나가고 나머지 대원들은 빈둥대며 숙취로 나른해진 아침 나절을 보낸다. ------------------------------------------------------------------------- 제주도보다 훨씬 작은 섬 타히티. 남태평양의 파라다이스 타히티 풍경.. 선원들은 다 늦은 저녁 파티에서 '빠라삐리뽀'..., '빠라삐리뽀'... ------------------------------------------------------------------------- 땅한 일과가 없는 만큼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렌트한 소형 차에 끼어 앉아 북채 모양으로 생긴 타히티 섬의 손잡이 부분에 해당되는 작은 부분을 제외한 북쪽 부분만 돌아보기로 하고 일주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달린다. 제주도 보다 훨씬 작은 타히티가 어떤 이유로 남태평양의 파라다이스로 불리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주어졌지만 차를 타고 한 바퀴 휙 돌아보며 보이지 않는 저 뒤쪽에 숨어있는 오래된 사연이나 아직도 수 많은 관광객들이 먼길을 마다 않고 찾아오는 이유를 알아내기는 한 마디로 역부족이다. 섬 전체의 자연적인 경관도 일단은 대양 한 가운데 위치한 무공해의 녹색 산림지역과 보호하듯 둘러싸고 있는 산호초의 바다는 사람이 빚어내기 어려운 색깔로 시작되어 섬의 해안선을 따라 곳곳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닌 친수 공간들은 수상레저와 스쿠바 다이빙을 위한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남태평양 바다는 다랑어, 청새치, 바라쿠다, 가오리, 마이마이 등 크기가 2m도 넘는 거대 어종의 풍부한 어자원으로 피싱을 즐기는 매니아들을 불러들이는 매력의 포인트이고, 섬 전체의 모습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것 같이 수줍고 소박한 모양새를 가진 가옥들, 모든 것이 흠 잡을 곳 없이 수려하며 여유롭기도 하지만, 걱정거리라고는 전혀 없을 것 같은 천진스런 표정으로 어른 애 할 것 없이 벌거벗고 물 속으로 자맥질을 즐기며 살아가는 모습들도 그런데다가 더욱 결정적인 것은 아마도 ‘폴 고갱’이라는 화가의 손을 통하여 세기 전에 남태평양의 천국으로 태어났던 그 사실이 아직도 세계인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을 해보지만, 벽 앞에 붙어서서 벽 전체를 보려고 시도하는 사람들이 된 우리들의 눈에는 아무리 살펴 보아도 그 전체를 볼 수가 없다. 바닥 난 연료를 채우려면  파피에테 시에서 10여 km 떨어져있는 마리나 타이나로 가야만 하기 때문에 먼저 그 쪽부터 들렀는데  때마침 누군가가 잡아온 2m가 넘는 거대한 청새치를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우연히 찾아왔다. 현지인 서너 명이 붙어서 고정된 작은 크레인을 이용 꼬리 지느러미에 밧줄을 걸어 운반하는 장면이 우리가 그 장소에 도착 할 즈음에 이루어져 놓칠세라 우선 카메라를 들이대고 셔터를 눌렀는데 재기 넘치는 문 부회장이 카메라 앞에서 청새치를 가리키며 설명을 하는듯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나서는 너도나도 전부 청새치를 끌어안을 것 처럼, 마치 자기들이 직접 잡은 것 같이 포즈를 취한다. 청새치를 운반 중이었던 현지인들도 식 웃으며 관광객인 듯한 우리의 무례한 행위를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하던 작업을 잠시 멈추어 주었다. 마침내 그들이 청새치를 픽업 트럭에 실었는데 완전히 한 대 분량이다.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을 괴롭혔던 바로 그 놈이다. 그렇게 큰 고기를 잡으려면 어떤 정도의 낚시 도구가 있어야 하는지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타히티의 물가는 가히 살인적이다. 맥주 한 병에 우리 돈 7,000원, 담배 한갑에 8,000원, 보잘 것 없는 싸구려 호텔의 숙박료가 하루에 20만원을 넘는다. 유럽의 물가 보다 비싼 편이다. 식품이나 물품 구입도 사모아까지 걸리는 시간을 추산하여 최소한으로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 오후 일곱 시 장영보 씨가 친히 우리 배로 와서 일행을 안내하여 중국 레스트랑’드래곤’으로 갔다. 부산의 대림수산에서 파견된 왕년의 선장(30대 후반) 한 분과 동행하여 진수성찬을 즐기며 이런저런 화제를 나누다가 호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는 했지만 초면에 과분할 정도의 호의를 쉽게 받아들이기는 너무 체면 치레가 되지않는 것 같고 그렇다고 사양을 할 수도 없는 약간의 난처함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그런 시간이었다. 자주 한국에 오신다고 하니 그럴 때에 우리가 한 번 모시고 자리를 같이해서 빚을 갚는 수 밖에 없다. 배로 돌아와 다시 한 잔. 연장자인 장 선생이 술 담배를 아예 즐기지를 않는 분이라 우리 일행도 양껏 술을 마시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타히티에서의 마지막 밤을 술 한잔 마시지않고 그냥 보내 버리는 것이 아쉽기도 하고… 맥주를 마시면서 이국의 밤을 즐기고 있을 때 우리 배 쪽으로 네 명의 외국인이 다가와서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무얼 도와드릴까요?하고 묻자 그 중 한 명의 여인이 우리 말로 이야기를 한다. 반가운 마음으로 일단은 배로 올라오기를 권한다. 프랑스 인 남편을 둔 한국 여인과 그 일행(한쌍의 프랑스인 부부)이 우리 배에 올라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두 시간을 지체하다 간다. 선장님은 흔쾌히 거북선 모형 선물을 하나 건네주며 한국 여인의 체면을 세워준다. 장 대사의 말에 의하면 타히티에 거주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부 일곱 명이라고 하는데 그 여인은 그 중의 한 명이고, 장 대사와 그 부인을 우리가 이미 만났으니 일곱 명 중 세 명을 만난 셈이다. 그들이 떠난 다음에 우리들은 다시 빠라삐리뽀. 빠라삐리뽀. 문 부회장이 이 곳까지 들고 온 새로운 말이다. 언뜻 들어보면 이 곳 폴리네시아 원주민의 말 처럼 들리겠지만 순수한 우리 말이다. 술을 빨아 버릴까?라는 뜻인데 그 말이 나올 때 마다 대원들은 웃음을 짓고 즐거워들 한다. 맥주나 한잔 할까? 라는 말로 심심찮게 “빠라삐리뽀?”라는 인사를 건넨다. 이날 밤도 일부 대원들은 늦게까지 술에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