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 이야기/요트이야기

레이디 알리야호의 100일 항해기

구름위 2013. 4. 17.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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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6일, 과달루페 출항 | 5.과달루페 2005/12/08 16:58
http://blog.naver.com/100sailing/150000148999
다시 바다로 나아가야 하는 대원들의 마음을 짓누르는 중압감으로 오국장과 베르날도와의 이별의 그 순간에도 석별의 아쉬운 감정이 쉽게 느껴지지 않는다.

 

 

위성전화는 아직도 불통인 상태이다.

 

그나마 우리의 항해에 관심을 갖고 성원을 보내는 우리나라의 많은 요트인들이

전화를 걸어주기 때문에 그들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안부를 들을 수 있음도 다행한 일이다.

 

이미 서울에 도착한 이 전무님을 통하여 위성전화의 요금 지불 관계를 빨리 처리를 해달라고 요청을 한 바 있지만 프랑스 현지의 사정이 종교 관계에 연루된 휴일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 늦어진다는 설명이다.


어제는 이른 아침부터 현지의 사정을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하여 선체의 수리 보완과 물품

구입에 필요한 상점의 위치를 먼저 파악하고, 베르날도와 오국장은 가까운 곳에 있는 여행사를 찾아가서 항공편을 예약하고, 오랜만에 항구에 들어온 기쁨도 잠깐 대원들은 눈 코 뜰새 없이 작업에 빠져든다.

 

 

낮 동안은 불볓 더위에 더욱 힘이 든다.

특히 주돛의 손상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 완전히 돛을 떼어내어야 하는데 무게가 200kg에 달하는 무거운 돛을 떼어내는 그 자체도 힘든 일이지만 떼어낸 돛을 수리점까지 운반하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었다.

이어지는 작업에도 불평 한 마디 없이 묵묵히 움직이지만 모두 원하는 바는 시원한 그늘 밑에서 쉬는 것이었다.

 

여섯 시 항공편을 타고 파리로 향하는 오국장은 오후 네 시에 간단히 인사를 나눈 후

공항으로 향하고 남아있는 대원들은 계속하여 작업을 진행했다.

작업 도중 모자를 쓰지 않으면 불볓에 머리가죽이 타는 것 같은 더위를 느꼈고 미처 준비되지 않은 모자를 급히 구입하는 사태에 까지 도달하는 진풍경을 연출하며 작업에 박차를

가하여 진행하였고 이후 다시 보완 수리된 주돛을 찾아 다시 운반하는 노고를 치르고

또 부착하는데 두 시간 여의 시간에 걸친 작업 끝에 오후 여덟 시가 조금 넘어서 작업 완료.


두 김대원은 식사도 마다하고 아예 몸져 누워버렸다.
이른 아침부터 다시 움직여야 하는 상황
베르날도와 대원 한 명은 식품 구입을 위해 택시를 불러타고 이 곳에 있는 초대형의 까르푸 마트로 향하고 나머지 다섯 명의 대원은 남아있는 작업을 시작.


주돛의 활대 다섯 개를 전부 새롭게 교체하는 데만 서너 시간 이상이 걸린다.

불볓 더위 속에서 작업을 하려니 아예 얼음 물통을 곁에 갖다 두고 한 시간에 두잔 이상의

물을 마시면서 작업이 계속되었다.

그 밖에 선미 부분에 약간의 누수가 있는 부분은 실리콘 작업으로 충전을 시키고 엔진 동력을 프로펠러에 전달하는 드라이브의 윤활유도 보충시키고, 오후 두 시가 넘어서야 작업을

완료한다.

 


예정된 출항 시간이 오후 네 시인데 베르날도와 대원 한 명이 나타나지 않는다.

베르날도는 오후 여섯 시 항공편을 예약해 둔 상태여서 늦어도 네 시까지는 공항으로 가야 하는데,,.


프랑스령 과달루페의 공식 언어는 불어이다.

베르날도의 유창한 불어 구사 능력으로 입항 때부터 이미 많은 혜택을 본 바 있지만 물품

구입에서는 그의 도움이 더욱 필요했다.

우리 대원들 중 누구도 불어를 구사하거나 해독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서 식품 포장지에

쓰여진 불어를 보고도 무엇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그런 목적상 그를

모시고 시장으로 간 것이다.


오후 세 시가 조금 지나서 마침내 그들이 도착하고 구입을 해온 셀 수도 없이 많은 종류의

물품을 대원들이 수납하는 동안에도 베르날도는 우리 대원들을 위하여 끝 까지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아름다운 그의 헌신에 머리숙여 감사를 드리고 싶다.


베르날도는 급하게 그의 짐을 챙겨서 배를 내리면서 마침내 대원들과 석별의 정을 나눈다.

 

다시 바다로 나아가야 하는 대원들의 마음을 짓누르는 중압감으로 이별의 그 순간에도

석별의 아쉬운 감정이 쉽게 느껴지지 않는다.

 


배를 옮겨서 주유소 부두에 접안시킨 다음 급유.
급유를 끝 내자 곧 바로 출항, 현지 시각 오후 네 시 반.

 


북동풍을 타고 곧장 180도 방향으로 남하하여 과달루페 섬의 부속 섬인 마리 갈란트 섬을

좌현에 끼고 도미니카 섬이 보이는 곳에 다다르자 어둠 속에서 사뭇 분위기가 다르게 번쩍이는 몇 개의 등대가 먼저 우리를 맞는다.

과달루페가 불빛이 밝은 섬이라면 도미니카는 비교적 어두운 편이다.

경제력의 차이일까?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의 무대가 바로 이 곳 카리브 바다이다.

기억으로는 노인이 사는 곳이 큐바였던 것으로 생각이 되는데 혹시 이 곳 도미니카 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너무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이라 기억이 아슴하다.

도미니카 섬에서 5마일 떨어진 지점에서 방향을 선회, 270도 방향으로 바람을 타고 나간다.

두 명의 대원이 떠나간 빈 자리가 문득 크게 느껴진다.

 

야간 당직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밤 열시부터 새벽 여섯 시 까지 두시간 씩

네 번 교대하도록 스케줄을 조정한다.

도서 지역으로부터 본섬인 과달루페로 향하는 선박들의 내왕이 잦은 과달루페 항로를 벗어나서 카리브 해로 접어들자 다시 어둠의 바다가 펼쳐지고 촉각을 곤두세웠던 대원들은

잠깐씩 이라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


자정 무렵에는 선실마다 불을 환히 밝힌 유람선이 유유히 우리 앞을 지나 어디론가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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