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 이야기/요트이야기

레이디 알리야호의 100일 항해기 6

구름위 2013. 4. 17.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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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1일, 4일째. | 9.태평양으로 2005/12/14 11:48
http://blog.naver.com/100sailing/150000254020

갈라파고스 북동쪽 480마일 지점. 밤새 100마일은 왔다.

 

파도는 불과 1미터 정도에 불과한데 맞바람을 받아 밀리는 파도를 넘자니

배가 많이 흔들린다.

 

기압이 2 밀리 바 정도 올라가는 것을 보니 곧 비가 그칠 것 같다.

제비들도 어디론가 다 날아가 버린 것도 그런 징조로 보이고….

 

오래 동안 바다를 항해하면서 느끼게 되는 것, 감정의 변화가 별로 없다는 사실을

새롭게 확인한다.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몇몇 사람만 대하게 되는 간단 명료한 구조 속에서

육지에서 일상으로 느끼던 인간사의 복잡함은 없다.

 

희로애락의 감정은 단순한 희락으로 바뀌게 된다.

바다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일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슬픔이나 성냄이 필요 없는 시간들.

기쁨과 즐거움은 바다와 바람에서 비롯되고 더러는 위대한 자연의 격렬한 힘 앞에서

마음을 졸일 때도 있지만 성냄도 없고 슬픔도 없는 이 시간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항해가 끝나 우리들이 다시 속해있던 사회로 복귀를 할 때, 바다가 우리에게 주었던

특별한 시간들을 기억해낸다면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다스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비가 그치면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

방향은 남서풍, 시속 15-17노트. 우리가 가고자 하는 갈라파고스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다.

 

남극 지역에서 남미의 칠레 연안을 따라 북상하는 훔볼트 한류와 북반구에서 적도 쪽으로

흐르는 아조레스 난류가 만나게 되는 지점에 갈라파고스가 위치해 있다.

 

난류와 한류가 만나게 되면서 이슬 맺힘 현상이 생기면서 갈라파고스 근해는 보통 구름에

뒤덮혀 있는 수가 많다.

 

모든 바람은 갈라파고스 섬에서 불어져 나오는 것 같다.
바다 물결은 파장이 짧게 흔들리면서 다가서려는 우리를 밀어내는 것 같고 그 위를

달려나가는 알리아는 비포장 도로 위를 달리는 것 같다.

 

갈라파고스에 이르는 고속도로는 없는걸까?

다시 지그재그로 움직여야만 하는걸까?

28시간 만에 엔진을 끄고 바람에 따라 270도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

 

해도 위에 그려진 항적은 물수제비를 뜬 것 같은 직선과 곡선으로 연결되어서

뒤집혀져 있는 형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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