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 이야기/요트이야기

레이디 알리야호의 100일 항해기2

구름위 2013. 4. 17.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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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
스페인 육지가 나타남.
육지에서 3마일 떨어진 지점에 다가가자 언덕배기에 붙어있는 지붕들도 보임.
다소 불안했던 마음들이 가시고 얼굴 표정들이 밝아진다.

편안한 밤에 대한 기대감 탓일까?
Back-up으로 준비했던 GPS에 연동된 C-map을 이용하여

정확하게 해도를 읽을 수 있었고 한치의 오차도 없이 항구에 진입.


[18:30]
La Coruna항에 도착.
표준시각 보다 한 시간 앞 당겨져서 현지 시각 오후 5시30분.
부산항과 같이 그리 큰 항구는 아니지만 방파제를 돌아서자 바로 안쪽에 아담한 규모의 요트 마리나가 있었고 입항하기 전에 무선통신으로 항만 관제소와 미리 교신을 했기 때문에 마리나 관계자가 손을 흔들어서 우리 요트가 정박할 장소를 안내하고 있었다.
만국에서 통용되는 보디 랭귀지.

불행하게도 마리나 관리인인 그는 영어를 모르는 사람이었다.그래도 어쩌냐.
이래저래 말도 통하지 않는 가운데서도 입항수속을 하고 정박료를 지불한다.
우리가 정박한 마리나의 옆에는 중세의 나즈막한 성곽이 보이는데 아마도 당시의 해안 경비대 본부쯤 되어 보이는 것 같다.
어두워지자 성곽의 사방에서 조명이 비치어서 밝을 때 본 오래되어 초라한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별 볼일 없는 자그마한 것도 볼일이 있는 것 처럼 꾸미는 것이 관광의 본질이 아니던가.
우리가 좀 더 배워야 할 점이다.

 

 

[21:00 ]
죽어있던 사람들이 다시 살아났다.
초점을 잃었던 눈에 다시 생기가 돌고 닫혀있던 입들도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
있는 것 없는 것 동원하여 만든 성대한 저녁 식사를 즐긴다.
프랑스 산 와인도 나오고 맥주도 나오고..
제일 대접을 받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김치며 젓갈이며 멸치볶음이며 쌈장이다.
양배추를 쪄서 쌈장을 바르고 프랑스 와인과 같이 마시는 것을 상상이나 해보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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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된 부분들에 대한 수리며 필요한 것들을 구입하여야 하는데

이유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공휴일이란다.

배에 싣고 간 자전거로 근처 일대를 돌아다녀도 전부 문을 닫은 상태이다.


담배 한대 피우려고 선실 밖을 나서면 몸이 밀릴 정도의 강풍을 만나게 되고

단단히 묶어둔 배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선실 안에서도 느껴진다.
무료하게 하루를 지내야만 되는 처지에 놓였다.


Crew의 일부는 근처로 구경을 나갔고

남아있는 일행들은 향후 항해일정에 관한 것을 의논한다.
때때로 비를 동반하는 강풍이어서 문제가 되는 부분의 수리나

어떤 일도 하기가 어려운 상태이다.

 

항해 중 발등 부분을 삔 crew 김을 병원에 데려가 볼 수도 없었던 것은

전부 휴무였기 때문이다.
밤중에 일어나 현창을 통해 바다를 보았더니

마리나 안쪽의 바다에도 흰 이빨을 들어 낸 파도가 일어나고 있었다.

 

 

 

나아진게 하나도 없는 날씨,
바람은 오히려 더 거세진 것 같다.

 

 

우리 배를 계류하면서 많은 공간의 선석을 차지하게 되어선지
계류 선석 끝 쪽에 정박한 40 피트 크기의 요트가 밤새 불어온 바람에 떠밀려서

한 쪽 선체에 상당한 손상을 입었다.


Marina La Coruna를 오랫동안 사용해왔던 사람들로 짐작되는 몇몇의 사람들이 뿌리는

비속에서도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한다.

 

이 전무님이 부상입은 crew 김을 데리고 병원으로 가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마리나 관리자가 와서는 대뜸 우리 배를 다른 곳으로 옮겨가라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이곳 Marina Coruna의 기름 값이 턱없이 비싸
산넘어에 있는 Sada Marina로 가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어쩌면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병원에 간 일행들이 오기를 기다리는데 도대체 종적이 묘연하다.


다른 곳으로 옮기기는 해야겠는데 사람들은 오지를 않고
아마도 다리를 잘라내는 대수술을 받는 것 같다는 농담 섞인 이야기를 하며
기다리기를 한참만에 같이 병원에 갔던 이 전무님이 왠 아이를 하나 데리고 들어온다.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으려고 대기를 하고 있다가
우연히 만난 우리 교민 ‘어수일’씨를 만나 그 분의 도움을 상당히 받고
그분 집에 까지 가서 점심식사 대접을 받고는 답례차

우리 배로 그분 가족들을 모두 모시 고 온 것이다.

 

태권도 사범으로 이 곳 스페인에 와서 30여년의 세월을 사셨다고 한다.
다행히도 골절은 없었고 교민의 도움으로 침술치료를 받았단다.
일이 잘 풀리려고 그런지 모든 것이 한꺼번에 풀려나간다.
오후부터 약간 씩 푸른 하늘이 보이는가 싶더니 날씨도 좋아지고 바람도 잦아든다.


교민들과 함께 Sada로 이동한다. 약 1시간 반의 거리.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잘 정비된 훌륭한 시설의 마리나 Sada.
아마도 최근에 재정비 된 것 같다.

입지 조건도 좋아서 정박하는 배들의 안전도도 훨씬 나은 것 같고
관련된 선용품 상점이나 수리시설도 훌륭하다.

계류비도 하루에 16유로.
La Coruna는 하루에 68유로. 차이가 나도 심하게 나는 편이다.

이틀 동안 턱없는 바가지만 쓰고 나온 셈이다.

 

 

Crew 일부는 수리조로 편성되고 나머지는 선상 파티를 준비한다.
디젤유를 탱크 가득히 채우고(La Coruna 보다 1L에 약 30센트 정도 저렴)문제가 되었던

접안용 보트의 U-볼트도 새로 구입하고 드릴의 비트도 구입,
제노아 세일을 수작업으로 바늘질을 하는 등 일사불란하게 작업이 진행되었다.

 

오후 여덟시경 작업 완료.

 

냉장되어있던 고기를 칼로 저며서 소금구이를 준비했고
이 전무님이 구입해 온 질 좋은 와인과 맥주로 성찬을 즐기며 환담을 나누는 즐거운 밤.

 

11월 3일 리스본으로의 출항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