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세계사/러시아 이야기

'혁명 조국을 지키자'

구름위 2014. 9. 15.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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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과 외국간섭(1918년 ~ 1920년)

 

 

시베리아의 소읍 토볼스크에 유폐된 니콜라이 2세와 그 가족들
이들은 내전의 와중에 지방 소비에트 당국에 의해, 묵고 있던 집 지하실에서 모두 처형되었다.
 
어렵게 얻은 평화는 오래 가지 못했다. 국내외의 적이 소비에트 권력의 타도를 외치며 혁명의 발전을 방해해온 것이다. 국내에서는 옛 정부의 장성과 장교들, 타도된 자본가와 지주계급, 설 땅을 잃어버린 타협파 사회주의자들이 반혁명군의 핵을 형성했고, 부농과 일부 중농층이 그에 가담했다. 국외에서는 노동자와 농민의 권력 수립에 위협을 느낀 영국 · 미국 · 프랑스 · 독일 ·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반혁명군을 지원하면서 노골적으로 혁명을 간섭해왔다.

 

1918년 3월, 영국해군이 무르만스크에 상륙했다. 일본군과 미 해병대도 블라디보스토크에 진출했다. 영국군은 중앙아시아와 카프카스 지방에도 침입해 들어왔다. 우크라이나, 벨라루시, 발트 해 연안은 이미 독일군에게 점령돼 있었다. 연합국은 전쟁 중에 러시아군에 포로가 되거나 투항한 체코슬로바키아인 군단을 부추겨 반혁명 투쟁의 선봉에 서게 했다. 5월 말,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이 서시베리아에서 반란을 일으켰고, 옛 러시아군의 장교, 상층 카자흐 부대로 구성된 백위군이 이에 합류했다. 이들의 행동은 숨죽여 지내던 반혁명파를 움직여 반혁명전선에 나서게 했다.

 

1918년 여름, 러시아는 전면적인 내전에 휘말려 들어갔다. 러시아 반혁명파의 주력은 동부에 결집하여, 첼랴빈스크, 카잔, 펜자, 심비르스크, 사마라를 장악했다. 시베리아와 우랄 지방, 볼가 유역이 반혁명군의 수중에 들어간 것이다. 옴스크에 반혁명파 '시베리아 정부', 사마라에 '제헌의회 의원위원회'가 수립됐다.

 

카프카스와 중앙아시아 일대에서도 영국군의 침입으로 소비에트 권력이 무너지고 반혁명정부가 수립됐다. 독일군도 러시아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강화조약을 위반하고 핀란드에 침입하여 노동자 권력을 무너뜨렸고, 발트 연안, 벨로루시, 우크라이나를 더 깊숙이 밀고 들어와 친독 정권을 세웠으며, 돈 강 연안의 로스토프와 그루지야까지 점령했다. 독일 점령지의 옛 지배자들은 독일군을 열렬히 환영했다. 가진 자에게는 자기 재산과 자본을 지켜주는 쪽이 곧 그들의 조국이었던 것이다. 극동과 시베리아 지방에서는 일본군과 미국군이 점령지를 넓혀가면서 반혁명파들에게 무기를 대주어 권력을 장악케 했다.

 

소비에트 공화국은 매우 어려운 지경에 처했다. 중요 공업지대를 가진 소비에트 러시아의 중앙부는 주변의 연료 · 원료 · 식량 생산지로부터 격리됐다. 공장의 기계가 섰고, 도시의 밤은 암흑천지로 변했으며, 교통기관도 멎었다. 도시민들은 1일 50g의 빵 배급으로 연명했고, 간섭군과 백위군의 손이 미친 곳에서는 폭동과 학살과 음모가 일상적으로 행해졌다.

 

그러나 혁명의 승리감을 만끽한 인민대중은 소비에트 정부의 호소에 응답하여 혁명조국 수호를 위해 일어섰다. 몇 달 사이에 50만 명이 붉은군대에 지원입대했고, 곳곳에 붉은군대가 만들어졌으며, 노동자와 농민과 병사들 사이에서 많은 지휘관이 육성됐다. 옛 군대의 고위장교 중 상당수도 혁명의 대의에 공감하여 붉은군대에 가담했다. 1919년 4월에는 국민개병 원칙이 도입되어 붉은군대는 수백만으로 증강됐다. 많은 시인과 작가가 인민들에게 혁명의 수호를 높이 외쳤다. 프롤레타리아 시인 페드누이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동지여! 우리를 둘러싼 포화를 직시하라!
뭇짐승들이 우리를 노려보고 있다.
우리의 대지에는 폭압자들이 버티고 있다.
우리에게 남겨진 운명은 오직 둘 중 하나,
승리하라, 아니면 떳떳이 산화하라!

 

1918년 가을, 강화된 붉은군대는 동부전선에서 공세로 전환하여 적을 우랄 산맥 동쪽으로 몰아냈다. 제1차 세계대전은 11월 독일측의 항복으로 끝났다. 소비에트 정부는 굴욕적인 브레스트 강화조약의 폐기를 선언했다. 독일은 곧 러시아에서 자국 군대를 철수시켰으나, 이제 소비에트 러시아를 적으로 삼은 연합국은 오히려 더 많은 군대를 러시아에 들여보냈다.

 

연합국의 도움으로 반혁명파 제독 콜차크의 지휘하에 40만의 반혁명군, 즉 콜차크군이 조직됐다. 1919년 초, 콜차크군은 시베리아와 우랄의 넓은 지역을 점령하고 3월에 볼가 유역으로 공격해 들어왔다. 4월 붉은군대의 반격이 시작되어, 여름에 서시베리아의 이르티슈 강 유역에서 콜차크군은 격파됐다.

 

이 무렵, 연합국의 지원을 받은 또 한 명의 반혁명파 장군 데니킨의 군대가 남쪽에서 모스크바로 진격해왔다. 10월 데니킨군은 모스크바 남쪽 수일 거리에 도달했다. 또 다른 반혁명파 장군 유데니치의 군대는 발트 해 연안에서 페트로그라드로 진격해왔다. 붉은군대는 많은 대가를 치르며 적을 저지하여, 1919년 11월 중순 두 방면의 적을 완전히 격파했다.

 

내전이 진행되는 사이에 중농층의 대다수는 소비에트 권력 지지로 돌아섰다. 반혁명의 참화를 직접 겪으면서, 적이 승리하면 지주가 복귀하여 토지를 다시 빼앗고 국가권력도 옛 지배자들이 다시 장악하며 국가의 대외적인 독립도 보장받지 못하리라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반혁명군의 근거지였던 외곽지역의 소수민족들도 반혁명파 장군들이 예전의 민족억압정책을 부활시키는 것을 직접 목격하면서 소비에트 지지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국제정세도 점차 소비에트 러시아에 유리하게 돌아갔다. 1919년 3월 코민테른(공산주의자 인터내셔널) 창립 이후 국제 프롤레타리아 혁명운동이 활기를 띠면서, 연합국의 노동자들이 대소 간섭전쟁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연합국의 노동자들은 '소비에트 러시아에서 손을 떼라!'는 슬로건하에 러시아 노동자 지원활동을 활발히 전개하면서, 파업을 벌이고 폴란드 행 병기의 선적을 거부했다. 독일과 헝가리에서의 혁명 발발에 놀란 연합국 정부들은 자국 노동자들의 소요를 진압하고자 대소 간섭의 손길을 늦추었다.

 

1920년 봄, 외국간섭군과 백위군은 소비에트 러시아에 대한 세 번째 합동공격을 준비했다. 부르주아 정권하의 폴란드군이 서쪽에서, 브란겔 남작의 백위군이 남쪽에서 동시에 모스크바를 향해 진격해왔다. 붉은군대는 이제 잘 단련된데다가 사기도 높았다. 폴란드군은 여름에 격파됐고, 10월 말에는 붉은군대가 흑해까지 적을 추격해 들어가 크림 반도를 해방했다.

 

이후 붉은군대는 카프카스와 중앙아시아의 민중들을 도와 소비에트 정권을 수립하고, 1922년에는 극동지방까지 백위군과 점령군의 지배로부터 해방시켰다. 산산조각 난 채 파괴가 극에 달했던 소비에트 러시아는 이제야 평화를 얻게 됐다. 그러나 그 대가는 엄청났다. 제1차 세계대전과 그 뒤를 이은 내전으로 무려 1,300만의 병사와 인민이 희생됐고 국토는 처참할 정도로 피폐해졌다.

 

국가경제도 완전히 바닥을 드러냈다. 1920년의 공업생산고는 전쟁 전인 1913년의 14%에 지나지 않았다. 도네츠 탄전은 붕괴됐고 우랄의 용광로도 정지됐다. 철도 위를 움직이는 얼마 안 되는 기차도 기관차나 객차 어딘가가 부서져 있었다. 기아와 질병이 맹위를 떨쳤고, 백위군과 간섭군 앞에 위기에 처한 소비에트 국가만큼이나 경제상황도 위태로웠다.

 

어떻게든 빨리 이 위기에서 벗어나야 했다. 위기상황에서 국가의 전기화 계획이 수립되고, 추진체로서 '고엘로(GOELRO; 러시아 전기화 국가위원회)'가 창설됐다. 고엘로는 붕괴한 경제를 부흥시키고 새로운 기술의 토대 위에서 국민경제를 재생시키고자 했다. 대형 발전소 건설, 간선철도의 전기화, 공업시설의 구조개선, 드네프르 강의 수로화, 근로조건과 교육 · 문화시설 개선 등의 방향이 설정됐다.

 

내전이 거의 진정된 1920년 12월, 제8차 소비에트 대회에서 고엘로 의장 크르지자노프스키가 확정 발표한 계획은 이후 국가건설의 자극제이자 표어이자 사상이 됐다. 고엘로의 계획에 따라 국민경제의 부흥과 재생이 시작됐다. 그러나 이 원대한 계획의 본격적인 실행에 앞서 소비에트 경제는 크게 휜 우회로를 거쳐야 했다. 먹는 것을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는 땅 위에 서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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