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 이야기/요트 세계일주

요트 이삭호의 항로 따라가 보기 3

구름위 2013. 4. 23. 11:39
728x90

'이삭호 드디어 예인되어 대만에 입항하다'

 

소식이 좀 늦었지요.  이삭호는 예정대로 1월 3일 '오키나와'를 출발했어요.  출항 2일 전부터 바람이 몹시 강하게 불어와, 출항 전날은 '기노완' 마리나 내에도 백파가 하얗게 일 정도였어요.  



밤새 걱정을 하며 지냈는데 1월 3일 아침 9시 정각에 약속했던대로 출입국관리소 직원이 나타나질 않겠어요.   하는 수 없이 출국 스탬프를 받은 후 좀 있다 나가면 안되겠냐고 하니, 자기도 충분히 이해한다고 하며 오늘중으로 나가면 되지만 배에서 내리지는 말라고하며 가 버립디다.   

 

그래 좀 기다리고 있는데 이게 또 보통 고역이 아니에요.  그래 1시간 반 정도 지나 10시 반 쯤 마누라를 살살 꼬셔서 일단 바다로 나섰어요.  

 

오전까지는 파도와 씨름을 했는데 오후 들어서 부터는 바다가 점점 가라 않기 시작하는거예요.  그러니 또 하늘이 나를 도와 주는구나하며 신이 나기 시작 했어요.  

 



그래 다음날 까지는 좋은 항해를 했는데 출항 2일 후부터 좀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거예요.   

 

그동안 검토한 1월중 내가 항해하고 있는 지역의 기상자료에 따르면 주로 뒷바람이 50 %, 좌, 우 옆바람이 25 % 정도 씩으로, 맞바람은 전혀 없는데 바람이 살살 돌면서 크로스홀드를 바짝 타야 하는 맞바람이 불어오는 겁니다.  

1월

거기에 '쿠로시오'의 본류 위를 넘어 가려니(2.5놋트 정도의 역류를 거슬러야 했슴) 하는수 없이 엔진과 함께 크로스홀드를 간신히 타며 앞으로 전진해 갔지요.   '만 4일째(1월7일 월요일) 들어 목적지인 지룽항에 거의 접근할 수(20 마일 정도) 있었어요. 

 

 UFO의 '오바다'상의 항해기에 '지룽'항에 Emergency'를 부르고 들어 갔다고 해, 우리도 한번 그래볼까 하며 농담을 했는데, 말이 씨가 됐는지.---   이때부터 신기하고도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됐어요.(정말 IMO에 보고라도 해야 하는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4일째 아침은 안개가 자욱하여 시계가 2-3마일 정도 였으며, 바람 방향이 '지룽'항에서 거의 정면으로 불어 오는 맞바람이 되버려 도저히 앞으로 전진하기가 어렵고(이삭호의 엔진으로는 강풍에 정면으로 전진이 거의 힘듬),  

 

갑자기 엔진 오일 경고등이 깜박이기 시작하는 거예요.  다행히 여분의 엔진 오일이 있어 보충을 하고 조금이라도 앞으로 가보려 했으나 여의치 않아 선수를 맞바람이 비켜 남쪽으로 좀 틀었지요.  

 

그래 오전까지 달려나가 이제 한번 택킹을 하면 '지룽'항이 나오겠구나하고 택킹을 하면서부터(북위 25도 10분, 동경 122도 10분) 신비한 사건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됩니다.   


택킹을 하여 배가 반대 택으로 자리를 잡고 났는데, Garmin사의 GPS 162 Map의 위치 포인트가 갑자기 180도 획 돌아가 버리는거 아닙니까.   

 

놀라서 다시 GPS에 나와 있는 현재까지의 궤적으로 배를 다시 돌린 후 또 다시 택킹을 해봐도 또 위치 포인트가 거꾸로 돌아가 버리는 겁니다.(처음에는 서서히 새로운 각도에 맞게 돌아가다가 새로 선택한 각도에 오면 갑자기 180도 돌아 갔음)  그때부터 당황해지기 시작하며, 안개로 주위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위치 감각을 잃어 버렸습니다.  

 

이삭호의 콤파스는 오차가 15-20도 이상 나기 때문에 해도상에서 찾은 각도로 맞추기가 어려워 다른 소형 콤파스를 찾아내 가능한한 철선의 영향을 덜 받게하여 침로 각도를 맞춘후 배를 다시 돌려 보아도 또 GPS의 포인트가 거꾸로 돌아가버리는 거예요.  


정말 그때부터는 식은 땀이 나며 침착해야지 하며 맘을 잡으려해도 잘 안되더라구요.  GPS에 현 위치 좌표는 떠있기는 해서 그 위치를 해도에 찍어 보니 놀랍게도 그 위치 바로 밑에 침몰선 표시가 돼 있는거예요. 

 

이때부터 마누라는 공포에 질리기 시작하며 VHF로 구조 요청을 하자고 하는 거예요.  다행히 VHF상에 중국말로 서로 통화하는건 잘 잡히고 있어서 일단 불러 봤으나 전혀 응답이 없어요.  

 

분명히 무전기의 발신 램프에 불이 들어오는 걸 보면 발신이 되는데 전혀 응답이 없는 겁니다.  이러니 마누라는 완전히 재정신이 아니라 마이크를 잡고 울기 시작하는거예요.  

 

나 또한 이러니 정신이 절반은 나간 상태였어요.(나중에 확인 결과 놀랍게도 무전기의 다른건 아무 이상이 없는데 마이크에 문제가 있어 발신 신호는 나가는데 음성이 실리지 않은 겁니다).  

 

지피에스와 콤파스를 믿을 수 없는 상태에 주위는 안개로 어떤 지형지물도 확인할 수 없는 상태로, 도저히 어떤 다른 방법이 생각나질 않아 해도상에서 찾은 침로를(285도)  무조건 따라 가기로 했어요.(나중에 확인 결과 실제 간 각도는 250도 였음) 

 

그러다 보니 연료가 거의 바닥이 나고 있어 오늘 오후를 넘기지 못하게 생겼으며 또 다시 엔진오일 경고등이 깜빡이는 겁니다.(이 문제는 엔진오일 주입구의 뚜껑이 조금 열려 엔진 진동으로 엔진오일이 밖으로 흘러 넘친건데, 왜 뚜껑이 그때 열렸는지 미스테리 입니다)  

 

이제는 일단 아무 곳이나 좀 피항을 했으면 좋겠는데 주위는 전부 안개로 어디로 방향을 잡아 찾아 가야 할지 정말 막막 했어요.  하여간 무조건 285도 각도를 유지해 가는 수 밖에 없었어요.  

 

오후 3시경이 되어서야 안개 사이로 저 멀리 육지 윤곽이 아주 희미하게 보이는 겁니다.  이때 저것이 정말 섬인지, 아니면 우리를 끝장으로 끌고 가는 신기루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게 잘 하는건지 결정하기가 겁이 났어요.  

 

그래도 일단 눈에 보이긴 보이니 그쪽으로 가보자 하고, 엔진에 무리가 가는 줄 알면서도 최대한 달렸어요.   다행히 점점 대만섬의 윤곽이 잡혀 가기 시작하여, 일단은 유령의 유혹으로 부터는 벗어 났구나 하며 피항처를 찾는데 이때 정말 입안이 바싹바싹 타 들어 갔어요.  

 

이제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는데 연료도 바닥이 나고 엔진오일도 없고 콤파스와 지피에스도 정상이 아니며 무전기도 응답이 없는 상태니 그때 심정은 말로 표현할수 없어요.   

 

이때 하늘이 도우사 한척의 어선이 달려 오는게 보이지 않겠습니까.  그래 최대한 그 어선을 놓치지 않으려 따라 갔으나 역부족으로 그 어선은 육지 쪽에 낮게 걸린 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정말 미치 겠더라구요.   

 

그래 무작정 어선이 사라진 안개속으로 뒤 ?i아 갔습니다.  한참을 무작정 가다 보니 육지의 윤곽이 조금 더 확실히 잡히기는 하는데, 어디가 포구인지(가지고 있는 해도는 대축적으로 작은 포구는 표시가 되있지도 않음) 알 방법이 없어 제발 다른 어선이 좀 나타나 주길 빌고 또 빌었어요.  

 

정말 온 정성을 다해 빌은 덕인지, 한무리의 어선이 홀연히 나타나 우리배 있는 방향으로 오는게 아니겠습니까.  이제 살았구나 하며 그 어선들을 안 놓치려 악을 써 따라가니 큰 암초를 돌아 나타나는 방파제 사이로 들어 가는거예요.  

 



그래 그뒤를 살살 따라 들어 갔습니다.  바로 이곳이 당초 목적지인 '지룽'항에서 남쪽으로 30마일 떨어진 '위란'현 '두성'구 '신강'이라는 어업전진기지항 이었어요. 





대만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해안 경비가 삼엄하여 즉시 해안순방서(해양경찰과 Coast Guard를 합쳐 놓은거 같은 체제) 군인들이 몰려와 난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다행히 우리나라와는 달리 총은 들고 오지 않았음.  우리나라 군인들 총 들고 오는 건 좀 시정해야 할 걸로 생각 됩니다.  

 

처음 오는 외국인이 너무 놀랄거로 생각됩니다)  처음에는 기름을 사 줄테니 기름만 넣으면 바로 다시 나가라는 겁니다.  이제 한밤중인데 다시 바다로 나가라니 황당하더라구요.  

 

하여간 알았다하고 기름을 사 오길 기다리며 난감해 있는데 '지룽'항의 경찰이 차량으로 달려와 여권과 비자(오키나와에서 대만의 30일 체제 비자를 받았었음)를 보더니, 군인들한테 비자가 있으니 아무 문제가 없다고 얘기를 해주는 겁니다.  

 

정말 비자를 미리 받아 온게 참 잘한겁니다.   그래 일단 피곤해 파김치가 된 몸을 좀 쉬고 다음날(이 날도 파도가 심했슴) 배 점검을 시작 해보니 왜 어제 무전기, 콤파스, GPS, 엔진오일 등 여러 가지 이상한 일이 동시에 발생 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으며, 특히 GPS의 이상한 현상과 무전기의 갑작스런 발신 불능 상황등은 도저히 어떤 설명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로부터 바람이 좀 가라 않을 때까지 5일간을 작은 어촌에 머물며 또 큰도시에서는 절대 느낄수 없는 좋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어부들과 마을 주민들이 몰려와 생선과 빵, 밥등을 어떻게 많이 주는지 다 먹을수 없었어요.  그곳에 머무는 5일 동안 우리가 해먹은 밥은 단지 2끼 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갖다 주는거 얻어 먹었어요.   

 

옛날에 필란드 '틴자'호가 자기들은 대도시에는 잘 안가고 자그마한 도시만 방문한다고 한 이유를 알겠더라구요.  대도시에 가봐야 당장 서류 신고의 고역부터 시작해 계류비 받으러 오고 모든게 돈으로 만 해결되지만, 작은 어촌에서는 실제로 가난하게는 살지만 넉넉한 인정과 훈훈한 인류애만 있는걸 확인했어요.   

 

앞으로 항해를 하게되면 큰도시가 아닌(Open Port가 아닌) 작은 어촌에 미친척하고 꼭 들려 보길 바랍니다.   

 

이상한 사건으로 놀란 가슴으로 무작정 입항한 작은 어촌에서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침몰선 유령이 우리를 한번 시험해 보고 나서, 우리를 더 많이 도와 주려고 좋은 경험을 하게 해준 걸로 믿게 되었어요.

 

(이삭호의 1.1미터 밖에 안되는 흘수 덕을 잘 봤습니다.  어촌에 물이 빠질 때 수심이 1.5미터 정도인데 휜-킬정이었더라면 입항이 좀 어려웠을 겁니다).  

 

다시 맞바람을 받으며 북쪽으로 올라가 '지룽'항에 가 볼것이냐, 아니면 '지룽'항을 포기하고 남쪽으로 그냥 내려 갈것이냐 하고 고민중에 있었는데 김익복(金 福)이라는 배의 陳선장이 스스로 찾아와 자기가 '지룽'에 갈 일이 있는데 돈도 안받고 그냥 끌어다 주겠다 하여 드디어 1월 11일 예인되어 '지룽'항에 입항할수 있었어요.   

 


끌어다 준 어선에 감사를 표하고, 해양경찰의 인도를 받아 항 최 안쪽 안벽에 배를 붙이고 나니 당장 출입국에서 ?i아와 계류비로 시간당 10.8 NT에 청소비로 평일은 98  NT, 토요일과 일요일은 128 NT를 내라는 겁니다.  

 


그런데 수도, 전기는 물론 화장실도 근처에 없어요.  하여간 할수만 있다면 앞으로 나도 대도시에는 들어가고 싶지 않아요.  이번 항해기는 일단 여기서 쉬었다 다음에 대만의 생활에 대해 다시 연락할게요.

 

제너랄 리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에게 안부 부탁합니다(처음 해보는 일이라 무지무지 고생 중이라 얘기해 주세요.   그래도 술은 잘 먹고 있습니다.  나를 보면 술 먹게 생겼는지 하여간 술이 잘 생겨요).

                                      1 월 12 일  대만 '지룽'항에서                                                        이  삭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