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 이야기/요트 세계일주

윤태근 선장의 요트 세계일주기] 찢어진 돛도 폭풍도 해적도 그의 항해를 막지 못했다

구름위 2013. 4. 1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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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근 선장의 요트 세계일주기] 찢어진 돛도 폭풍도 해적도 그의 항해를 막지 못했다



단독 요트 세계일주에 성공한 윤태근 선장이 7일 오전 부산항으로 들어오면서 환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포기하지 마세요, 꿈꾸면 어떤 것도 이뤄집니다."

지난 2009년 10월 11일 자신의 생일에 훌쩍 푸른 바다로 떠났던 부산 사나이가 마침내 돌아왔다. "지구 한 바퀴를 돌고 와서 웃는 얼굴로 만나겠다"던 윤태근 선장은 605일 만에 약속을 지켰다. 그의 도전은 무모해 보였지만 정면돌파로 거친 바다와 자신의 인생을 통과했기에 감동은 무한했다.

총 거리 5만 7천400㎞
무려 28개국 방문 천
근만근 몸 지치고
수차례 죽을 고비에도
"요트는 내 운명"

"알래스카·남극에도 도전"
그의 꿈은 멈추지 않았다




■605일, 5만 7천400㎞, 28개국

그의 도전을 부추긴 건 8할이 '지구를 한번 돌아보고 싶다'는 꿈과 열정이었다. 총 항해 거리 5만 7천400㎞, 아시아를 거쳐 중동, 아프리카, 유럽, 남아메리카,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까지, 방문한 나라만 28개국에 달한다.

당초 세계 일주에 걸리는 기간을 1년으로 예상했으나, 처음 시도하는 모험이어서 시행착오를 겪느라 8개월이나 늘어난 20개월이 소요됐다.

윤 선장은 일본, 대만을 거쳐 홍해, 아프리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 출발 5개월만에 지중해에 도착했다. 여기까지는 순조로웠다. 그러나 허리케인을 피해 대서양을 건너는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해 지중해에서만 5개월 정도를 머물렀다. 당초 대서양의 카나리아 카포발데를 거쳐 파나마 운하로 가려던 항로도 바꿔 남아메리카 브라질에 당도했다. 그 덕분에 마젤란해협과 태고의 원시 바다를 간직한 남아메리카를 항해했지만, 항해기간이 더 길어지고 말았다.

이후 윤 선장은 남미 파타고니아를 거슬러 지난 2월 28일 태평양 횡단에 나섰고, 4천200마일을 논스톱으로 항해해 38일 만에 타히티에 다다랐다. 하지만 난관은 끝이 아니었다. 부산을 얼마 남겨놓지 않고 일본 동남쪽 지치지마에서 태풍을 만나 1주일간 기다리며 애를 태우기도 했다.

■파도·외로움과 싸우며

'거자필반(去者必反)'. 떠나면 반드시 돌아오는 법이지만 윤 선장의 항해는 순항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인도양을 건너 소말리아 해협을 통과할 무렵엔 기승을 부리는 해적 탓에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었다. 남아메리카의 최남단 섬 에스타도스의 폭 4m짜리 수로를 통과할 때 순간 풍속이 40노트까지 올라가 헤드세일과 인너짚세일이 찢어져 배가 멈출 뻔했던 아찔한 기억도 있다.

세계 일주는 시종일관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망망대해'는 글자 그대로 막막 그 자체였다. 자동항법장치와 해도, 무선 교신만으로 바다를 건넜다. 날씨가 안 좋을 때는 바다를 기다시피 했고, 풍랑이라도 만나는 날엔 밤을 꼬박 새웠다.

첫 고비는 인도양 횡단 때였다. 12일간 정박하지 않고 바다에 떠다녔다. 두 명이라면 잠을 번갈아 자고, 요트 조종도 나누면 되지만 혼자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니 벅찰 때가 많았다. 처음 해보는 장기간의 무정박 항해라 더 힘이 들었다. 외로울 때는 돛대에 날아온 새나 귀뚜라미, 심지어 파리와도 친구가 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항해의 최대 난관은 자금 문제였다. 아르헨티나 마델플라타에서 준비가 안 된 상태로 겨울 바다와 싸우고 있을 때, 생활비 때문에 집안 형편이 힘들다는 소식을 듣고 항해를 중단하고 1년쯤 쉬려는 생각도 했다. 역경에 부딪힐 때마다 윤 선장은 "최선을 다해 보다가 도저히 못 하겠다 싶으면 집으로 간다. 언제든 이틀이면 집에 갈 수 있다"고 다짐하면서 자신을 추슬렀다. '집 걱정하지 말고 시작한 일을 끝내달라'는 아내의 응원과 '항해를 끝내고 부산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친구들의 격려도 큰 힘으로 작용했다. 후원사인 협성종합건설의 지원도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윤 선장의 아내 정소정 씨는 "아들의 입대, 대학 진학 등 굵직굵직한 가정사에 맞닥뜨릴 때마다 남편의 빈자리가 커 보였다"며 "혼자서 참고 외로움을 감당하며 세계 일주를 마친 남편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새로운 도전을 향해

이런 윤 선장의 고군분투는 그의 블로그와 격주로 연재되는 본보 주말매거진 위크앤조이의 '윤태근 선장의 요트 세계일주기'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됐다. 3천여 명의 블로그 이웃과 독자들은 윤 선장의 항로를 따라가면서 무사귀환과 세계 일주 성공을 기원했다.

블로그 이웃인 63세의 'Seoul Joe' 씨는 윤 선장의 항해에 용기를 얻어 지난 4월에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타고 세계 일주에 나서기도 했다.

윤 선장은 "세계 일주로 얻은 값진 경험과 기량을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있는 구복ASA요트스쿨에서 요트 입문자들에게 전수하고 싶다"며 "기회가 된다면 알래스카와 남극 항해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단독 세계 일주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것은 가족, 친구 그리고 많은 요트인의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20개월 동안 졸필의 항해일지를 읽으며 함께 해준 부산일보 독자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