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 이야기/요트 세계일주

[윤태근 선장의 요트 세계일주기] 38. 미크로네시아 폰페이항~일본 지치지마

구름위 2013. 4. 17.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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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선장이 방문한 일본 최남단 지치시마와 한국에 대한 짧은 역사:

일본의 최남단 섬인 지치시마는 우리 나라 마라도인 셈입니다.
그 절해고도는 일본 영토(해)를 태평양 중간까지 확대시킨 셈입니다.
이런 고도에도 윤 선장님의 여행기에 '아리랑'이란 한국인 선술집이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125년 전에 1886년 8월에 이섬에 삼일천하(1884)년로
유명한 김옥균은 갑신정변의 패배자로 일본으로 피신하여 처음에 일본 메이지
정부로 부터 극진한 대우를 받았으나 얼마후 수구파(조선 조정)의 끈질긴 반역자
송환요구로 곤란을 느낀 일본정부는 그를 외진 이 섬에서 귀양살이(억류)
1년9개월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이섬은 한국과도 인연이 있는 섬이고, 언제가 은퇴후 배로 바다와 연관된
역사탐사 여행시 찾아보려고 신문 자료를 모아 두었습니다.
언제가 그곳을 방문하여 오래된 그곳 민가에서 당시 김옥균이 밥과 바꾸었던
그의 암담했던 시화가 남아 있지 않을까요?

윤 선장의 지치시마 방문을 생각하며 신문연재에 앞서 한 글자 올림
박초풍-----------------------------




한국과 시차 1시간대 지역 진입, 무선 교신 첫 성공





지치지마 입항을 도와준 와타나베 씨 등 일본인들과 배에서 파티를 열었다. 고향 친구를 만난 기분이다.


5월 9일. 연료를 사고 식수를 보충했다. 오후에 마트에 가서 식료품을 약간 샀다. 일찍 잤다.

5월 10일. 아침에 일어나 배 외부에 찌들어 있는 이끼류를 제거하기 위해서 수세미와 샌드페퍼를 동원해서 작업했다. 일당 10달러를 주고 현지인 두 명을 불렀다. 세척 후 후원사인 '협성르네상스' 로고를 부착했다. 오후에 한국 마트에 가서 새우젓과 냉면, 된장을 사왔다. 저녁에 카드를 구입해 인터넷으로 파일을 전송했는데, 30분 만에 10달러짜리 카드를 다 썼다.

5월 11일. 오전 10시 30분께 미크로네시아 폰페이항을 출발해 사이판 쪽으로 배를 몰았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기상은 부슬비로 바뀌었다. 바람은 약했지만, 너울이 약간 일었다. 1주일 후에 사이판에 도착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 즈음에 사이판 동쪽 해상에서 저기압이 발생한다는 예보가 있다. 확실하지 않지만 이보다 더 일찍 발생하면 낭패다. 한국과 시차가 1시간대인 지역으로 진입했다.



기상 악화 예보에 지치지마 직행

日 요트클럽 회원들과 선상 파티



5월 13일. 기상예보에 따르면 애초 20일쯤 발생할 저기압이 없어졌지만, 여전히 그날을 전후로 날씨가 나쁘다고 한다. 16일 저녁이나 17일 아침에 사이판에 도착할 것 같다.

5월 14일. 좋은 날씨에 동풍까지 불었다. 파고도 1.5~2.3m로 배 속력이 13~17노트를 오르내렸다. 일본 지치지마 부근은 변풍대여서 날씨가 좋지 않으면 힘든 항해가 될 수도 있다. 생각 끝에 지치지마로 항로를 바꾸었다.

5월 15일. 괌 섬 270마일 동쪽 해상을 통과해 북북서쪽으로 항해했다. 낮에 지치지마 야마다네트와 교신했다. 항해 중 처음으로 아마추어 무선으로 교신해 성공했다. 지치지마에 도착할 때까지 매일 교신하기로 했다. 교신 참가자는 나가사키에 사는 사카이 씨, 지치지마에 사는 야마다 씨 등이다. 이외에 많은 사람이 있지만 수신 상태가 좋지 않아 잘 들리지 않았다.

5월 16일. 오늘도 지치지마 야마다네트와 무전으로 교신했다. 세계 일주 출발할 때 일본 요트잡지에 항해 계획이 소개된 적이 있어서 몇몇 세일러들은 인트레피드의 항해를 알고 있었다. 오후 5시께 뒤따라 오는 배 한 척을 발견했다. 배를 만나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선명은 '그린 호프(Green Hope)'. 일본 히메지로 가는 상선이었다.

5월 17일. 사이판으로 갔더라면 지금쯤 도착할 시간이다. 사이판에 들르지 못한 게 아쉽지만, 날씨가 좋을 때 지치지마로 갈 수 있는 게 더 만족스럽다. 야마다네트와 교신했다. 일부 세일러들은 내 일본 친구인 고사카 씨는 물론 구복요트장까지 알고 있었다. 인터넷의 힘을 새삼 느낀다. 요트의 세계는 좁고 좁아서 한 사람만 건너면 다들 아는 사이여서 친근감을 느낀다.

5월 18일. 한국과 1시간 정도 시차가 있지만, 편의상 시간을 한국 시각으로 맞추어 놓았다. 교신으로 지치지마 입항 관련 소식이 왔다. 지치지마는 개항이 아니어서 비상 시만 입항할 수 있고 특히 토·일요일에는 입항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야마다 씨가 당국과 이견을 조율하고 있지만, 당국은 입항에 회의적이라고 한다. 연료 부족이나 선체 이상 등을 이유로 연락 없이 피난해 입항했으면 오히려 별 어려움이 없을 뻔했다. 무선 교신 탓에 오히려 일이 꼬이게 된 셈이다.

5월 19일. 반가운 소식이다. 지치지마 해상보안청에서 여권과 선적증서 복사본을 팩스로 보내면 토요일에도 상륙할 수 있다고 연락이 왔다. 기상정보에 따르면 24일쯤 사이판과 필리핀 사이에서 중대형 태풍이 발생해서 일본 동해 쪽으로 올라와 28일께 지치지마를 벗어난다고 한다. 장기예보라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자칫 지치지마에서 발이 묶여 도착예정일에 차질이 있을 수도 있겠다.

5월 21일. 밤 사이에 내린 이슬로 콕핏이며 데크가 촉촉이 젖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밤에도 선풍기를 틀지 않으면 더웠었는데 이불을 덮고 자야 했다. 날이 밝았지만, 안개가 자욱했다. 하하지마 부근에 도착하니 어선도 몇 척 레이더에 잡혔고 부표도 간간이 보였다. 엄마 섬이 제일 남쪽에 있고 그 위로 아빠 섬, 형 섬, 손자 섬, 며느리 섬, 사위 섬 등이 있다. 가족 군도이다. 일본 지명은 오가사와라 군도이다. 오후 3시께 입항해 검역, 출입국, 세관, 해상보안청 순으로 입항 절차를 밟았다. 저녁에는 아리랑이라는 선술집을 찾아갔다. 주인은 이곳에서 15년째 장사하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먼 오지에 한국사람이 있을 줄 꿈에도 몰랐는데 반가웠다.

5월 22일. 이곳 요트클럽에서 방문록을 가져왔다. 30년 전부터 지치지마를 방문한 요트의 기록들이다. 아는 사람과 낯익은 요트가 몇 척 있었다. 인트레피드가 '프라잉(Flying)'이란 이름으로 지치지마를 방문한 흔적도 있었다. 오후엔 아마추어 햄이 취미인 야마다 씨의 다이빙숍에서 인터넷을 했다. 야마다 씨는 항해 요트를 지원하는 무선 클럽인 오케라네트의 운영자이다. 저녁엔 이곳 요트클럽 회장인 칸도 씨, 와타나베 씨와 배에서 파티를 열었다. 그들이 가져온 술과 내가 내놓은 술을 합치니 종류만 거의 10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