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 이야기/요트 세계일주

[윤태근 선장의 요트 세계일주기] 브라질 히우그란지~아르헨티나 마델플라타

구름위 2013. 4. 1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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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근 선장의 요트 세계일주기]
29 브라질 히우그란지~아르헨티나 마델플라타
변덕스러운 봄바람, 4~5m 너울파도 헤치며 남진





사진은 히우그란지 마리나에서 바라본 폰툰 박물관과 마니니아인 폰툰 박물관장.


사진은 히우그란지 마리나에서 바라본 폰툰 박물관.11월 16일. 기상이 좀 나아졌다. 정말 다행인 것은 그래도 안전한 폰툰에 배를 묶고 나서 기상이 나빠졌다는 것이다. 만약에 밤에 도착했더라면 하는 끔찍한 상상을 안 해볼 수가 없다. 위도가 낮아질수록 기상이 더 변덕스럽고 거칠어지고 있다.

낮에는 하늘이 맑아졌는데 봄 날씨로 되돌아왔다. 날씨가 나빠지고 있어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름이 되기 위한 과정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인간사도 마찬가지. 어른이 되기까지 여러 격정기를 거치지 않는가? 한국에서도 변덕스러운 봄 날씨가 있고, 일본에서는 '하루이치방'이라고 하여 때때로 폭풍이 불어닥친다고 했다.

앵커 때문에 진땀 새로 주문
마지막 남은 민어조기 요리
달빛 밝아 순조로운 항해

'봄을 이겨내고 여름으로 가자!' 나 자신을 타이르고 용기를 북돋운다.

아침에 산보 삼아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잘 다듬어진 잔디밭 사이로 나있는 길을 따라 박물관을 벗어나 대문을 나갔다. 그런데 나가자마자 바로 오른쪽에 큰 게이트가 하나 있었는데 그 위에 '히우그란지 요트클럽'이라고 크게 적혀 있었다. '아니 지척에 마리나를 두고 어젯밤에 그렇게 고생을 했단 말인가?'

11월 17일. 부근에 있는 공장에서 일반 철판으로 앵커를 하나 주문했다. 앵커 때문에 애를 먹어서 30㎏짜리를 만들기로 하였다. 약 20만 원 정도였다.

점심 때는 옆 마리나에 있는 레스토랑에 가서 먹었다. 그곳에서 어제 도착했다는 프랑스 요트 '미르소'호의 스키퍼 크리스티안을 만났다. 항 안으로 들어오다 엔진이 멈추는 바람에 급히 앵커를 내리다 앵커 밧줄에 손을 다쳤다며 붕대를 감고 있었다.

오후에는 연료필터를 5개 구입하였다. 그리고 밀린 빨래를 해서 봄볕이 잘 드는 곳에 널었다. 빨래를 할 때는 힘이 들었지만 빨랫줄에 가지런히 널린 결과물을 보니 흐뭇했다.

11월 19일. 오전 8시에 크리스티안과 함께 앵커를 들고 공장으로 찾아가서 모양을 고치도록 했다. 크리스티안이 포르투갈어를 할 줄 알아서 통역해 주었다.



오후 3시께 닻이 제대로 만들어져서 왔다. 닻을 뱃머리에 장착하고 나니 든든하다. 배를 서둘러 폰툰에서 떼어내어 히우그란지를 출발했다. 11월 20일. 편안한 밤이 지나고 맑은 아침이 시작되었다. 동쪽에서 다가오는 너울파도는 그 높이가 4∼5m 쯤 되는데 아주 긴 곡선을 그리며 다가왔다. 높은 너울파도는 육지와 만나는 곳에서 부서질 것이다.

마지막 남은 민어조기를 꺼내어 다듬어서 구웠다. 밥을 하고 된장국도 끓였다. 생선은 맛이 최고였다. 자갈치시장에서 사 먹었던 고등어구이 정식도 이보다는 못할 것이다. 콕핏에서 식사를 마치고 한참 동안 너울의 움직임을 구경하고 있었다.(12년 전에 담배를 끊지 않았다면 이때쯤 담배를 한 대 피웠을 것이다.) 그런 다음 그릇들을 개수대에 넣어 설거지를 했다. 밥 한 술도 수고 없이 먹을 수 없고, 먹고 나면 항상 흔적을 치워야 한다. 최고 상위의 포식자인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불편하다.

11월 21일. 지난밤은 예상과는 달리 어선들이 없었다. 오전에는 구름이 많았지만 오후에 들어서면서 맑게 개었다. 밤에는 달이 아주 밝아 육안으로도 1마일쯤 떨어진 배가 보일 정도였다. 순조로운 항해였다.

11월 22일. 마델플라타를 160마일 남겨두고 날이 밝았다.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 사이에 있는 넓은 만의 중간지점을 통과 중이다. 만의 안쪽 끝에는 아르헨티나의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있다.

오전에는 하늘이 잔뜩 찌푸렸다. 마델플라타 쪽에서 비구름을 머금은 저기압대가 대륙 깊숙한 곳으로 빠르게 이동해갔다. 그러자 동풍이 거칠게 일어났다. 배는 파도를 타느라 요동쳤지만 속도는 좋아졌다. 저녁 무렵부터는 하늘이 맑게 개었지만 바람은 여전했다. 오후 7시께 이틀 만에 처음으로 상선 2척과 어선 1척을 레이더가 탐지했다. 지금부터는 상선을 보게 되는 일이 점점 드물어질 것이다.

11월 23일. 근래에 보기 드물게 맑은 날씨다. 하늘에는 정말 한 점의 구름도 찾을 수 없다. 바람이 약해져서 새벽녘에 돛을 모두 내렸다. 마델플라타 항이 13마일쯤 앞에 있을 때 빌딩들이 눈에 들어왔다. 짧든 길든 항해 마지막 날은 언제나 마음이 들뜬다. 세계일주를 마치고 부산으로 들어가는 상상을 한 번씩 해보곤 하는데, 아마도 며칠간은 평소처럼 행동하기 힘들 것이다. '그날이 오긴 올까?' 전역을 기다리는 군인의 마음 같다.

오전 11시께 아르헨티나 마델플라타 요트클럽에 도착했다. 이곳은 7일 동안 무료다.

글·사진=윤태근(cafe.daum.net/yoontaegeun)
11월 16일. 기상이 좀 나아졌다. 정말 다행인 것은 그래도 안전한 폰툰에 배를 묶고 나서 기상이 나빠졌다는 것이다. 만약에 밤에 도착했더라면 하는 끔찍한 상상을 안 해볼 수가 없다. 위도가 낮아질수록 기상이 더 변덕스럽고 거칠어지고 있다.

낮에는 하늘이 맑아졌는데 봄 날씨로 되돌아왔다. 날씨가 나빠지고 있어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름이 되기 위한 과정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인간사도 마찬가지. 어른이 되기까지 여러 격정기를 거치지 않는가? 한국에서도 변덕스러운 봄 날씨가 있고, 일본에서는 '하루이치방'이라고 하여 때때로 폭풍이 불어닥친다고 했다.

앵커 때문에 진땀 새로 주문
마지막 남은 민어조기 요리
달빛 밝아 순조로운 항해

'봄을 이겨내고 여름으로 가자!' 나 자신을 타이르고 용기를 북돋운다.

아침에 산보 삼아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잘 다듬어진 잔디밭 사이로 나있는 길을 따라 박물관을 벗어나 대문을 나갔다. 그런데 나가자마자 바로 오른쪽에 큰 게이트가 하나 있었는데 그 위에 '히우그란지 요트클럽'이라고 크게 적혀 있었다. '아니 지척에 마리나를 두고 어젯밤에 그렇게 고생을 했단 말인가?'

11월 17일. 부근에 있는 공장에서 일반 철판으로 앵커를 하나 주문했다. 앵커 때문에 애를 먹어서 30㎏짜리를 만들기로 하였다. 약 20만 원 정도였다.

점심 때는 옆 마리나에 있는 레스토랑에 가서 먹었다. 그곳에서 어제 도착했다는 프랑스 요트 '미르소'호의 스키퍼 크리스티안을 만났다. 항 안으로 들어오다 엔진이 멈추는 바람에 급히 앵커를 내리다 앵커 밧줄에 손을 다쳤다며 붕대를 감고 있었다.

오후에는 연료필터를 5개 구입하였다. 그리고 밀린 빨래를 해서 봄볕이 잘 드는 곳에 널었다. 빨래를 할 때는 힘이 들었지만 빨랫줄에 가지런히 널린 결과물을 보니 흐뭇했다.

11월 19일. 오전 8시에 크리스티안과 함께 앵커를 들고 공장으로 찾아가서 모양을 고치도록 했다. 크리스티안이 포르투갈어를 할 줄 알아서 통역해 주었다.



오후 3시께 닻이 제대로 만들어져서 왔다. 닻을 뱃머리에 장착하고 나니 든든하다. 배를 서둘러 폰툰에서 떼어내어 히우그란지를 출발했다. 11월 20일. 편안한 밤이 지나고 맑은 아침이 시작되었다. 동쪽에서 다가오는 너울파도는 그 높이가 4∼5m 쯤 되는데 아주 긴 곡선을 그리며 다가왔다. 높은 너울파도는 육지와 만나는 곳에서 부서질 것이다.

마지막 남은 민어조기를 꺼내어 다듬어서 구웠다. 밥을 하고 된장국도 끓였다. 생선은 맛이 최고였다. 자갈치시장에서 사 먹었던 고등어구이 정식도 이보다는 못할 것이다. 콕핏에서 식사를 마치고 한참 동안 너울의 움직임을 구경하고 있었다.(12년 전에 담배를 끊지 않았다면 이때쯤 담배를 한 대 피웠을 것이다.) 그런 다음 그릇들을 개수대에 넣어 설거지를 했다. 밥 한 술도 수고 없이 먹을 수 없고, 먹고 나면 항상 흔적을 치워야 한다. 최고 상위의 포식자인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불편하다.

11월 21일. 지난밤은 예상과는 달리 어선들이 없었다. 오전에는 구름이 많았지만 오후에 들어서면서 맑게 개었다. 밤에는 달이 아주 밝아 육안으로도 1마일쯤 떨어진 배가 보일 정도였다. 순조로운 항해였다.

11월 22일. 마델플라타를 160마일 남겨두고 날이 밝았다.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 사이에 있는 넓은 만의 중간지점을 통과 중이다. 만의 안쪽 끝에는 아르헨티나의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있다.

오전에는 하늘이 잔뜩 찌푸렸다. 마델플라타 쪽에서 비구름을 머금은 저기압대가 대륙 깊숙한 곳으로 빠르게 이동해갔다. 그러자 동풍이 거칠게 일어났다. 배는 파도를 타느라 요동쳤지만 속도는 좋아졌다. 저녁 무렵부터는 하늘이 맑게 개었지만 바람은 여전했다. 오후 7시께 이틀 만에 처음으로 상선 2척과 어선 1척을 레이더가 탐지했다. 지금부터는 상선을 보게 되는 일이 점점 드물어질 것이다.

11월 23일. 근래에 보기 드물게 맑은 날씨다. 하늘에는 정말 한 점의 구름도 찾을 수 없다. 바람이 약해져서 새벽녘에 돛을 모두 내렸다. 마델플라타 항이 13마일쯤 앞에 있을 때 빌딩들이 눈에 들어왔다. 짧든 길든 항해 마지막 날은 언제나 마음이 들뜬다. 세계일주를 마치고 부산으로 들어가는 상상을 한 번씩 해보곤 하는데, 아마도 며칠간은 평소처럼 행동하기 힘들 것이다. '그날이 오긴 올까?' 전역을 기다리는 군인의 마음 같다.

오전 11시께 아르헨티나 마델플라타 요트클럽에 도착했다. 이곳은 7일 동안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