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 이야기/요트 세계일주

[윤태근 선장의 요트 세계일주기] ⑮ 터키 칼칸에서 그리스 기티온까지

구름위 2013. 4. 1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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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근 선장의 요트 세계일주기] ⑮ 터키 칼칸에서 그리스 기티온까지
유럽항 잔잔한 바다 예쁜 풍경에 행복한 항해



[윤태근 선장의 요트 세계일주기] ⑮ 터키 칼칸에서 그리스 기티온까지

그리스 시미 섬 풍경. 빨간 지붕을 인 비슷비슷한 집들이 산 위에서 바다를 향해 있다.

그리스 시미 섬 풍경. 빨간 지붕을 인 비슷비슷한 집들이 산 위에서 바다를 향해 있다.
[윤태근 선장의 요트 세계일주기] ⑮ 터키 칼칸에서 그리스 기티온까지

유럽 최대의 요트 마리나 중의 하나인 말마리스 요트 마리나. 1천 척 이상의 요트가 육상에서 수리를 기다리고 있다.

5월 1일. 잠이 깨어 현창 쪽을 바라보니 날이 밝아 있었다. 오전 7시였다. 정말 오랫동안 머물렀던 칼칸이다. 포구를 나와 배를 남쪽으로 돌렸다. 칼칸 만을 빠져나와 쭉 뻗어 나온 산을 돌아 서쪽으로 뱃머리를 틀었다. 잠시 후 길이가 6마일에 달한다는 백사장이 보였다. 백사장이 끝나는 부분에는 높은 산이 있었고 뒤편 저 멀리 내륙의 산에는 아직도 녹지 않은 눈이 보였다.

점심 때 쯤 바람의 방향이 좋아서 세일링을 시작했다. 속도는 4노트 전후였다. 인트레피드의 엔진은 얀마 50마력 디젤엔진 연속출력 3천500rpm으로 약 7노트의 속력이 나온다. 이 때 연료를 시간당 5L씩 먹어댄다. 그러나 rpm을 2천으로 낮추면 연료를 시간당 2L 정도 밖에 먹지 않고 속도는 4.8노트 정도 나온다. 유럽에는 연료가 L당 2유로 정도 하니까 1시간 세일링으로 5천 원을 아끼는 것이다.

오후 4시가 조금 넘어 고젝에 도착했다. 움푹 들어간 만 속에 마리나들이 있었는데 바람이 불어 잔파도가 거칠었다. 고젝 마을을 죽 둘러보았는데 관광지였다.

5월 2일. 아침 일찍 서둘러 말마리스로 갔다. 버스로 2시간 반 거리였다. 그곳에서 다시 미니버스로 30분 걸려 오토파일럿 서비스센터를 찾아갔으나 일요일엔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오토파일럿 서비스센터가 있는 말마리스 요트 마리나는 스태프 말로는 유럽에서 제일 큰 마리나 중의 하나라고 하였다. 각종 편의 시설을 모두 갖춘 이곳이 고젝보다 훨씬 나아 보였다. 고젝에서 거리가 45마일로 거의 10시간 거리이다. 일단 장소만 알아두고 고젝으로 돌아왔다.




5월 3일. 고젝에서 말마리스로 이동하기로 하였다. 오전 6시에 출발해서 오후 4시가 다 되어서 말마리스에 도착하였다. 말마리스는 오랜 항해로 이곳저곳 고칠 것이 많은 배들이 들어와서 새로 단장하기 좋은 마리나이다. 마리나 배부에 온갖 수리업체들이 다 입주해 있었다. 이곳에 좀 오랜 동안 있으면서 수리하는 방법이며 특별한 아이디어 등을 배워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육상과 해상을 합쳐서 3천 척 이상의 배들이 있어 다양한 배들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팔려고 내놓은 배도 많았는데 장거리 항해를 위한 시설을 다 갖추고 있는 배가 대부분이었다. 이곳에서 배를 사서 동쪽으로든 서쪽으로든 한국으로 항해해 가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다.

5월 4일. 바우스프리트(선수 쪽에 쭉 뻗어 나온 부분) 끝과 배 아래쪽을 잡고 있는 스테인레스 와이어를 교환했다. 두 번이나 큰 통나무와 부딪쳐서 겉으로는 멀쩡한 것 같아도 많이 손상되어 있을 것이다. 오후 7시께 마리나를 나와 바로 근처에 앵커링을 했다.

5월 5일. 왁자지껄한 새 소리에 잠이 깨었다. 육지와의 거리가 채 100m도 안되는 거리이다. 새 소리가 바람을 타고 날아온 것이다. 눈을 뜨고 시간을 확인해보니 오전 5시였다. 거울같은 해면에 긴 자국을 남기면서 터키 말마리스를 떠나 그리스 시미 섬으로 나아갔다.

시간이 흐르자 옅은 구름이 걷히고 봄 햇살이 등에 내려앉는다. 잔잔한 바다에서 느끼는 봄 햇볕의 따사로움은 말할 수 없는 행복이다.

낮 12시께 시미 섬에 도착하였다. 부두에서 가파르게 시작되는 산 위에는 빨간 지붕을 한 집들이 모두 부두를 바라보며 지어져 있었다. 포구 주변에는 기념품 가게와 레스토랑이 즐비했고 많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오후 3시께 시미 섬에서 나왔다. 날씨가 좋아서 항해하면서 배에서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선수 쪽에 바람을 넣은 채 묶어놓았던 딩기보트의 바람을 빼서 그 자리에 다시 묶었다. 보트가 없으니 시야가 탁 틔어서 좋았다.

오랜만에 일몰을 보았다. 거의 20일만이다. 이곳은 섬이 많긴 하지만 배는 많지 않아서 레이더 알람을 켜고 항해하기 좋았다. 잠깐 잠깐 레이더 알람에 의지하고 눈을 붙였다. 연안이어서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될 만큼 잘 수 없었다.

5월 7일. 선실에서 조느라 일출을 보지 못했다. 기상예보와는 달리 날씨가 나쁘지 않았다. 오후가 되면서 바람이 약간 강해졌다. 엔진의 출력을 조금 더 높여 맞바람을 차고 나갔다. 오후 3시께 옅은 해무 속에 모습을 드러낸 티라 섬에 당도하였다. 화산섬이어서 그런지 입구부터 풍광이 웅장했다. 섬 전체가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가파른 절벽 위 거의 산 정상 부근에 집들이 있다는 것이 더욱 신기했다.

5월 8일. 어버이날이다. 그러고 보니 어린이날도 지나갔다. 가정의 달, 아버지가 없는 우리 집은 어떨까? 너무 쓸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난 밤엔 전날의 피로 때문에 잘 잤다. 오전 7시 쯤 잠에서 깨었다. 뱃머리를 서쪽으로 돌렸다. 그리스 본토 남단을 1차 목표로 잡았는데 그곳까지는 105마일이었다. 만 하루가 걸릴 것이다.

5월 9일. 새벽 4시께 그리스 본토와 키티라 섬 사이에 당도하였다. 칠흑 같은 밤이어서 섬의 등대와 마을 불빛이 더 밝아 보였다. 그리스 아테네 쪽에서 남쪽으로, 혹은 이곳 수로를 통과하여 이탈리아 방면으로 오가는 상선들이 많았다.

날이 밝으며 코스를 오른쪽으로 크게 돌려 북서쪽으로 항로를 잡았다. 낮 12시께 기티온 항에 도착하였다. 항 관리소(그리스는 해양경찰이 담당)에 가서 입항 신고를 했다. 이 나라에는 친절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는 것 같다. 오후에 연료를 사면서 또 한 번 언어장벽을 느꼈다. 다른 사람의 일에는 관여하지 않으려는 것이 이곳의 문화인 것 같았다.

글·사진=윤태근(cafe.daum.net/yoontaegeun)
5월 1일. 잠이 깨어 현창 쪽을 바라보니 날이 밝아 있었다. 오전 7시였다. 정말 오랫동안 머물렀던 칼칸이다. 포구를 나와 배를 남쪽으로 돌렸다. 칼칸 만을 빠져나와 쭉 뻗어 나온 산을 돌아 서쪽으로 뱃머리를 틀었다. 잠시 후 길이가 6마일에 달한다는 백사장이 보였다. 백사장이 끝나는 부분에는 높은 산이 있었고 뒤편 저 멀리 내륙의 산에는 아직도 녹지 않은 눈이 보였다.

점심 때 쯤 바람의 방향이 좋아서 세일링을 시작했다. 속도는 4노트 전후였다. 인트레피드의 엔진은 얀마 50마력 디젤엔진 연속출력 3천500rpm으로 약 7노트의 속력이 나온다. 이 때 연료를 시간당 5L씩 먹어댄다. 그러나 rpm을 2천으로 낮추면 연료를 시간당 2L 정도 밖에 먹지 않고 속도는 4.8노트 정도 나온다. 유럽에는 연료가 L당 2유로 정도 하니까 1시간 세일링으로 5천 원을 아끼는 것이다.

오후 4시가 조금 넘어 고젝에 도착했다. 움푹 들어간 만 속에 마리나들이 있었는데 바람이 불어 잔파도가 거칠었다. 고젝 마을을 죽 둘러보았는데 관광지였다.

5월 2일. 아침 일찍 서둘러 말마리스로 갔다. 버스로 2시간 반 거리였다. 그곳에서 다시 미니버스로 30분 걸려 오토파일럿 서비스센터를 찾아갔으나 일요일엔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오토파일럿 서비스센터가 있는 말마리스 요트 마리나는 스태프 말로는 유럽에서 제일 큰 마리나 중의 하나라고 하였다. 각종 편의 시설을 모두 갖춘 이곳이 고젝보다 훨씬 나아 보였다. 고젝에서 거리가 45마일로 거의 10시간 거리이다. 일단 장소만 알아두고 고젝으로 돌아왔다.

5월 3일. 고젝에서 말마리스로 이동하기로 하였다. 오전 6시에 출발해서 오후 4시가 다 되어서 말마리스에 도착하였다. 말마리스는 오랜 항해로 이곳저곳 고칠 것이 많은 배들이 들어와서 새로 단장하기 좋은 마리나이다. 마리나 배부에 온갖 수리업체들이 다 입주해 있었다. 이곳에 좀 오랜 동안 있으면서 수리하는 방법이며 특별한 아이디어 등을 배워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육상과 해상을 합쳐서 3천 척 이상의 배들이 있어 다양한 배들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팔려고 내놓은 배도 많았는데 장거리 항해를 위한 시설을 다 갖추고 있는 배가 대부분이었다. 이곳에서 배를 사서 동쪽으로든 서쪽으로든 한국으로 항해해 가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다.

5월 4일. 바우스프리트(선수 쪽에 쭉 뻗어 나온 부분) 끝과 배 아래쪽을 잡고 있는 스테인레스 와이어를 교환했다. 두 번이나 큰 통나무와 부딪쳐서 겉으로는 멀쩡한 것 같아도 많이 손상되어 있을 것이다. 오후 7시께 마리나를 나와 바로 근처에 앵커링을 했다.

5월 5일. 왁자지껄한 새 소리에 잠이 깨었다. 육지와의 거리가 채 100m도 안되는 거리이다. 새 소리가 바람을 타고 날아온 것이다. 눈을 뜨고 시간을 확인해보니 오전 5시였다. 거울같은 해면에 긴 자국을 남기면서 터키 말마리스를 떠나 그리스 시미 섬으로 나아갔다.

시간이 흐르자 옅은 구름이 걷히고 봄 햇살이 등에 내려앉는다. 잔잔한 바다에서 느끼는 봄 햇볕의 따사로움은 말할 수 없는 행복이다.

낮 12시께 시미 섬에 도착하였다. 부두에서 가파르게 시작되는 산 위에는 빨간 지붕을 한 집들이 모두 부두를 바라보며 지어져 있었다. 포구 주변에는 기념품 가게와 레스토랑이 즐비했고 많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오후 3시께 시미 섬에서 나왔다. 날씨가 좋아서 항해하면서 배에서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선수 쪽에 바람을 넣은 채 묶어놓았던 딩기보트의 바람을 빼서 그 자리에 다시 묶었다. 보트가 없으니 시야가 탁 틔어서 좋았다.

오랜만에 일몰을 보았다. 거의 20일만이다. 이곳은 섬이 많긴 하지만 배는 많지 않아서 레이더 알람을 켜고 항해하기 좋았다. 잠깐 잠깐 레이더 알람에 의지하고 눈을 붙였다. 연안이어서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될 만큼 잘 수 없었다.

5월 7일. 선실에서 조느라 일출을 보지 못했다. 기상예보와는 달리 날씨가 나쁘지 않았다. 오후가 되면서 바람이 약간 강해졌다. 엔진의 출력을 조금 더 높여 맞바람을 차고 나갔다. 오후 3시께 옅은 해무 속에 모습을 드러낸 티라 섬에 당도하였다. 화산섬이어서 그런지 입구부터 풍광이 웅장했다. 섬 전체가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가파른 절벽 위 거의 산 정상 부근에 집들이 있다는 것이 더욱 신기했다.

5월 8일. 어버이날이다. 그러고 보니 어린이날도 지나갔다. 가정의 달, 아버지가 없는 우리 집은 어떨까? 너무 쓸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난 밤엔 전날의 피로 때문에 잘 잤다. 오전 7시 쯤 잠에서 깨었다. 뱃머리를 서쪽으로 돌렸다. 그리스 본토 남단을 1차 목표로 잡았는데 그곳까지는 105마일이었다. 만 하루가 걸릴 것이다.

5월 9일. 새벽 4시께 그리스 본토와 키티라 섬 사이에 당도하였다. 칠흑 같은 밤이어서 섬의 등대와 마을 불빛이 더 밝아 보였다. 그리스 아테네 쪽에서 남쪽으로, 혹은 이곳 수로를 통과하여 이탈리아 방면으로 오가는 상선들이 많았다.

날이 밝으며 코스를 오른쪽으로 크게 돌려 북서쪽으로 항로를 잡았다. 낮 12시께 기티온 항에 도착하였다. 항 관리소(그리스는 해양경찰이 담당)에 가서 입항 신고를 했다. 이 나라에는 친절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는 것 같다. 오후에 연료를 사면서 또 한 번 언어장벽을 느꼈다. 다른 사람의 일에는 관여하지 않으려는 것이 이곳의 문화인 것 같았다.

글·사진=윤태근(cafe.daum.net/yoontaege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