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부분은 아코 지방 아사노 영주가
고케인 기라 요시히사를 칼로 베려다가 실패하고
도쿠카와 막부에서 아사노 영주에게 할복을 명령한 다음
그의 영지 아코성을 몰수하기로 하는 부분입니다.
아사노 영주가 왜 기라 요시히사를 칼로 베려고 했는지에 대해서는
학설이 분분합니다. 기라가 아사노를 모욕했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인데
배면에는 아사노가 기라에게 뇌물을 주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아사노와 기라 사이에 소금 제작기술과 관련하여 분쟁이 있었다,
아사노가 본래 훌륭한 영주가 못되었다는 등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아무튼, 할복을 명령받은 아사노의 가신들은 이제 영주를 잃고
낭인이 됩니다. 하지만, 분쟁의 상대방이었던 기라에게는 근신 명령만 내려진
사실을 알고 도쿠카와 이에야스가 만든 '쌍벌령'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분노합니다. 쉽게 말해서 쌍벌령은 다툼이 일어나면 둘 다 처벌하는 겁니다.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묶어서 똑같은 처벌을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분쟁을
예방하는데에는 더 효과적이기도 하죠(자기가 정당하다고 믿고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효과).
두번째 부분은 아사노의 가신들이 아코성의 회복을 위해
도쿠카와 막부의 선처를 기다리다가 마침내 그것이 무위로 돌아가자
기라의 저택을 습격하여 그를 살해하고 주군의 원수를 갚는 부분입니다.
이 때, 아사노의 가신단, 즉 아코성의 낭인들을 이끈 자가 아코 아사노의
가로로 있었던 오이시입니다. 오이시는 주군의 복수를 두려워하는 상대방을
속이기 위해 유곽을 전전하는 등으로 상대방을 방심케 한 인물이라고 하죠.
결국, 아사노의 원수를 갚은 낭인들에게 내려진 막부의 처벌은 전원 할복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코 낭인은 모두 할복하는데, 이 일을 극화한 것이 '주신구라(충신장)'라는
작품입니다.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에서의 춘향전에 비견될 정도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소재의 차원이 아니라 인기라던가 작품에 대한 정서 차원에서 그런 겁니다. 그냥
익숙한 고전이라는 느낌으로 말입니다.
자, 이제 서론은 끝내고 본론입니다.
먼저, 아사노 가문은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정실 부인 네네의 친족인 아사노 나가마사의 자손입니다. 아사노 나가마사는
도요토미의 가신이었지만, 히데요시 사후 이시다 미츠나리를 싫어해서
도쿠카와에 접근하였고 결과적으로 도쿠카와 막부에서도 여전히 다이묘로서의
지위를 지킬 수 있었던 거죠.
한편, 기라 가문은 겐신과 가케카츠를 비롯한 걸출한 무장을 배출한
무가의 명가인 우에스기 가문에 자기 자식을 양자로 보낼 정도의 가문입니다.
게다가 기라라는 가문 자체가 고케(高家)라고 해서 무가 중에서도 궁중예절 등에
있어 이름높은 가문이라 조정에서 온 사절을 맞는 등의 일을 보았다는군요.
물론 에도 막부의 도쿠카와 쓰나요시 장군은 이에야스의 후손입니다.
이렇게 볼 때, 재미있는 것은 도쿠카와 막부가 왜 쌍벌령을 안지키고
아사노 가문에만 부당한 처벌을 내렸는가입니다.
여기에 첫번째 음모론이 있습니다.
즉, 아사노 가문과 기라 가문의 배후에 있는 우에스기 가문을 이간질시켜
서로간의 복수극을 유도함으로써 두 가문 모두를 멸망시키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했듯 아사노 가문은 본래 도쿠카와 가문의 가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비록 세키가하라 전투 무렵부터 도쿠카와 막부에 충성을 해왔다 하더라도
완전히 신뢰하기는 어려운 세력이며, 우에스기 가문의 경우에는 아예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적군으로 싸웠던 세력입니다. 그러니 도쿠카와 막부로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아사노 가문과 우에스기 가문이 서로 싸우다 둘다 넘어지는
결과가 생기는 것을 노릴 법하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아사노의 가신들, 즉 아코 낭인들이 어떻게 기라를 습격하여
살해하는데에 성공할 수 있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기라가 방심하고 있었다거나 오이시의 계략이 치밀했다는
등의 이야기가 있지만, 강의 시간에 배웠던 내용으로 두번째 음모론이 있습니다.
즉, 아사노에 대한 막부의 부당한 처벌에 대해 각지의 다이묘들이 함께
분노해서 아코 낭인들로 하여금 기라 가문에 대한 복수를 수행할 수 있도록
무기와 자금 그리고 정보를 흘려주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우에스기 가문은 낭인과 교전할 경우 자칫 막부에 의해 처벌받을 것을
염려하여 기라 가문에 원군을 보내주지 않았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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