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해군이야기

해군과 밥 : 미 해군을 중심으로

구름위 2012. 12. 2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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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특히 군대에서 생활할 때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먹고 자는 일입니다. 식욕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고 특히 군대에서처럼 다른 차원의 즐거움이나 욕구 해결방법들이 제한되는 곳에서는 더더욱 이것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글에서는 2차대전 기간 당시에 미 해군들이 무엇을 먹고살았는지를 소형함 위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식생활 일반

미 해군의 음식은 보통 잘 차려졌고 양도 충분한 편이었습니다. 단, 전함, 항모, 순양함 등의 대형함에 한해서만. 대형함들은 주방 설비도 훌륭했고 기타 부대시설들도 충분했지만 기타 소형함들은 열악한 음식을 오로지 승조원의 인내로 버텨내야 하는 곳도 많았지요.


[구축함의 취사실과 식사를 위해 줄을 선 수병들]


[육상 기지에서는 별로 식사에 제한받을 일도 없지요]

식사는 하루 3번, 7시-12시-17시에 지급되었습니다.(야간에 당직자들을 위한 밤참이 별도로 제공되었음) 아침식사는 보통 토스트, 커피, 분말계란, 토스트에 얇게 썬 쇠고기와 소스를 얹은 것-통칭 SOS : 'Shit on Shingle'(판자위의 토사물)라고 불리는-등이나 팬케이크, 와플 등이 나왔습니다. 그 외에 자주 애용되는 메뉴는 콩 수프, 토마토 소스에 끓인 콩, 프라이한 스팸 등이 있었죠. 케쳡은 가장 보편적으로 쓰인 조미료였으며 통칭 "빨간 납"이라고 불리곤 했습니다.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에는 모든 취사병들이 총동원되어 칠면조 등을 포함한 특별정찬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반면에 가장 상황이 안좋을 때는 샌드위치와 커피만으로 며칠을 버텨야하는 일도 종종 발생하곤 했죠.


[좋은 시절 : 핼지 제독과 수병들의 추수감사절 만찬]


[열악할 때 : 커피 한잔과 샌드위치 한 조각으로 저녁을 때우는군요]

소형함들의 경우, 함선이 해상에 나가 있는 동안 모든 우유와 계란은 보급과 냉장 보관의 어려움 때문에 주로 분말제품 형태로 보급되었습니다. 단지 함선이 오스트레일리아나 진주만에 기항할 경우에만 그런 물건들을 신선한 원형 그대로 맛볼 수 있었죠. 그 외에 건조식품도 많이 사용되곤 했습니다. 가장 보편적으로 이용된 것이 건조 감자였고 호박이나 고구마, 심지어 오렌지까지도 건조된 형태로 지급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건조식품들은 대개 물에 푹 담궈서 불렸다가 조리하곤 했는데 그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고 맛도 괜찮다고는 할 수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한번은 오스트레일리아에 기항중인 미국 순양함이 영국 구축함에 건조 감자와 분말 계란을 선물한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2일 후 영국 배의 함장으로부터 답신이 왔는데, 그 내용은...

"당신들이 준 감자는 도저히 먹을 수가 없소. 우리는 그걸 끓여보고 튀겨보고 쪄보기도 했지만 도저히 씹히지가 않더군요. 당신들은 도대체 그걸 어떻게 먹는거죠? 게다가 그 분말계란들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게 아니었소. 나는 그걸 두 번쯤 시도했다가 포기했고, 아마 집에서 보내온 통조림이 없었더라면 벌써 굶어죽었을거요."


[건조 감자 : 건조 전과 후의 차이]


[2차대전 시기에 스팸이 널리 전파된건 유명한 얘기죠?]


[육군의 K레이션]

육류는 쇠고기가 주로 지급되었으며 이것은 냉장선으로부터 보급을 받은 직후 3∼4일 이내에 집중적으로 소비되었습니다. 태평양 지역의 더운 기후가 육류를 변질시킬 위험이 높았고 함의 냉장고가 언제나 제대로 작동한다는 보장이 없었으니까요. 사실 일부 대형함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해군·해병들에게 작전기간동안의 식사는 곧 건조·분말 식품이나 통조림을 의미하곤 했습니다. 거기다가 소형함이 장기간 항해를 계속할 경우에는 육군의 K레이션이 그대로 지급되는 경우도 있었죠. 실제로 타라와에서는 상륙한 해병들이 작전이 끝날 때까지 통조림 식품으로만 연명해야 했으며, 상륙과정에서 통조림에 붙은 라벨이 모두 물에 젖어 떨어져나갔기 때문에 그나마 손에 넣은 통조림이 제대로 된 메뉴이길 바랄 뿐이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 미국은 통조림 캔에 내용물 판독을 위한 기호를 새겨넣기 시작했음)

대형함에는 일전에 언급한 함내PX도 있었고 "Gedunk(일종의 카페테리아)"라고 하여 아이스크림이나 탄산음료, 사탕 등을 파는 조그만 카페 같은 시설도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그중 탄산음료는 함내 소화설비(탄산가스 소화전)에서 파생된 일종의 부산물이었죠. 당연히 소형함에는 이런 설비들을 갖출 여유가 없었고 구축함이나 잠수함 등의 승조원들은 대형함과 조우했을 때 여러 가지 거래를 통해서 아이스크림이나 탄산음료를 입수하는 것이 지상과제가 되어있었습니다. 구축함이나 잠수함이 바다에 추락한 조종사들을 구조했을 때, 이들을 모함으로 돌려보내주는 대가로 아이스크림을 받아오는게 가장 일반적인 형태였다고 하더군요.


[경순양함 브루클린의 카페테리아]

마지막으로, 모든 군인들이 다 그렇지만 미 해군의 수병들 역시 음주에 대단히 민감했습니다. 불행히도 미 해군은 1914년 이래로 전면적인 금주정책을 취하고 있었고 육상기지도 아닌 함상에서 주류를 입수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죠. 하지만 언제나 뚫린 구멍은 있기 마련이고, 일부 고참 수병들은 승선시에 소량의 주류를 숨겨 들여오거나 심지어 스스로 술을 빚기도 했습니다. 가장 흔하게 이용된 것이 건포도(raisin)였고 이것으로 만든 술은 통칭 'raisin jack'이라고 불렸죠. 한편 당시 일부 어뢰의 연료에는 곡물로 만든 알콜이 사용되기도 했는데, 고참 수병들은 그 알콜을 빼내어 "torpedo juice"라는 이름을 붙여 마시기도 했다고 하네요.(물론 이쯤되면 중대 범죄에 속하죠)


2. "사람잡는 맛" - 악명높은 메뉴

역시나 모든 군인들이 다 그렇지만, 군인치고 자기네 부대 짬밥이 맛있다고 하는 사람은 아마 단 1명도 없을겁니다.(그것이 실제로 훌륭하던 아니던간에) 미 해군 역시 부대에서 제공되는 음식에 대해 불만이 많았고 수병들은 지급되는 메뉴에 갖은 괴악한 별명을 붙임으로써 이에 화답했죠.

*"Shit on Shingle" : 잘게 썬 쇠고기 조각과 크림을 얹은 토스트
앞에서도 언급한 Shit on Shingle(줄여서 SOS)은 아침식사에 가장 널리 나오던 일종의 토스트로써, 이름의 의미는 '널빤지 위의 토사물'입니다. SOS의 주 내용물인 잘게 썬 쇠고기의 조리법에 군에 도입된 것은 1910년의 일이었습니다. 이후 육군의 조리법이 해군에도 넘어가면서 악명높은 SOS의 역사가 시작됐지요.


[Shit on Shingle과 그 원료인 쇠고기칩 : 먹을만해 보이나요?]

조리법은 매우 간단하여 염장된 말린 쇠고기를 물에 불린 후 잘게 썰어서 크림 소스 혹은 토마토 소스와 다진 파슬리, 검은 후추 등을 쳐서 토스트 조각에 얹으면 그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쇠고기에서 소금기를 빼내는 일이었죠. 취사병은 전날 저녁부터 다음날 쓸 말린 쇠고기를 물에 푹 담가서 소금기를 빼내야 했고, 실제 조리시에도 쇠고기를 가장 나중에 넣음으로써 조리 과정에서 과도한 소금기가 배어드는 것을 방지하려고 했습니다. 일부 게으른 취사병들은 저렇게 쇠고기를 담갔던 소금기 가득한 물을 그대로 크림소스를 만드는데 사용하기도 했는데(어차피 쇠고기와 합쳐지면 짠 맛이 날테니), 남은 물은 반드시 다른 수병들이 일어나기 전에 모두 버려야만 했다고 합니다.

1910년대에 미 해군 함정의 1종창고는 대부분 염장 쇠고기나 염장 돼지고기로 채워져 있었지만 세월이 흐르고 냉장 기술이 발달하면서 그 비중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1940년대에도 최소한 2주에 1회는 저 SOS가 메뉴에 올라오곤 했고 그 외에도 콘비프, 베이컨, 햄, 소세지 등 저장형 육류가 식단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여전히 높은 편이었죠. (20세기 중반에도 나타나는 넬슨 시대의 잔재랄까요?) SOS 자체도 끈질기게 살아남아서 1962년의 해군 공식 조리법 교범에도 당당히 올라오는 저력을 과시했습니다.

SOS에 대한 수병들의 평판은 극과 극을 달리는 편입니다. 1930년대 말에 취사병을 했던 한 참전자의 말에 따르면, 주로 연장자들은 SOS를 좋아했던 반면 젊은 친구들은 이걸 끔찍하게 여겼다고 하죠. 오늘날에 여기저기 올라오는 회상들을 살펴보면, 계속되는 SOS에 탈영의 의지를 느꼈다는 사람도 있고 될 수 있는 한 SOS를 먹지 않고 버텼다는 사람도 있곤 합니다.


3. 전후 소형함들에서의 식생활

소형함들의 배수량 기준선이 올라가면서 1950년대 이후부터는 소형함들에서도 이전의 대형함들 못지 않은 호사를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식생활 면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전쟁 때와는 달리 분말계란이나 분말우유 등은 이제 일상적인 것이 아니라 가끔씩 드문드문 나오는 예외적인 식재료가 되었죠.

사실 이러한 발전은 함 자체의 설비 개량 외에도 전후에 보다 개선된 해상보급 체계에 기인한 바가 더 큰 편입니다. 함대 내의 각 함선들은 주 단위로 보급함과 접촉하여 연료와 신선한 식재료들을 보급받았고, 덕분에 신선한 우유나 사과, 오렌지 등이 거의 매일 제공되었으며 제한적이긴 하지만 며칠에 한번 꼴로 아이스크림도 나오곤 했다고 합니다. 메뉴는 6주 단위로 순환되었으며 스테이크, 비프 로스트, 폭챱 등 전통적인 식단 외에도 핫도그나 햄버거, 스파게티 등 패스트 푸드에 가까운 메뉴들이 등장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1960년대 어느 구축함의 수병식당]

물론 한계점도 있었습니다. 대전 중에 건조된 구축함들-플레쳐 혹은 기어링 급들-은 FRAM 개장 이후에도 여전히 냉장고 용량이 제한돼 있었고 냉장보관해야 하는 식재료들은 대전기와 마찬가지로 보급 후 며칠이 지나면 모두 바닥이 나곤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1962년에 미 해군 당국은 소형함들의 공간제한 문제에 대한 한가지 "획기적인" 해결책을 내놓았습니다. 바로 전후 발전된 동결건조 기술에 힘입어 거의 모든 식재료들을 건조나 분말 형태로 보급한다는 것이었죠. 분말쥬스, 분말감자, 건조양파에 심지어 압축육까지!!


[공간이 줄어듭니다! : 압축육과 건조 양파, 즉석 빵 믹스]

위의 사진들을 보면 확실히 부피는 대폭 줄어든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런 재료들로 만들어진 음식을 먹는 수병들의 심정은 대체 어땠을까요? 압축육의 대명사인 MRE 등을 구해서 먹어보신 분은 잘 아시겠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비프 스테이크나 닭고기 등은 실제 고기라기보다는 가공된 햄의 형태에 가깝고 씹는 맛도 꼭 나무토막 같다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군 생활에서 그나마 위안이 되는게 먹는 즐거움인데 그것마저 뺏긴다면 살맛이 나지 않겠죠. (물론 저런 고기나마 감지덕지할 군대도 있겠지만 여기서는 미국 국내적인 시각에서 생각해봅시다)

[USS 케네디에 승선했던 Len Barrett의 회고]
(전략) 1960년대에 USS 케네디의 식사는 끔찍했다. 저녁식사에 옥수수 튀김과 아스파라거스가 나오는 날 밤에는 불평불만이 거의 폭동 직전에 이른적도 있었다. 그당시 우리는 많은 양의 햄을 먹었고, 입대후 5년이 지났을 때 나는 또다른 햄을 먹게되기 전에 전역을 신청하기로 결심했었다. 다행히도 불만이 폭발한 후에 조리장이 음식 질의 개선을 약속했고 그후로 우리들도 장교들의 그것에 준하는 수준의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극히 드문 일이긴 하지만, 장기간의 작전이나 악천후로 보급이 지연되어 식량이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한적도 있었습니다. USS 올렉(DD-886)이 1979년 혹은 1980년 3월경에 당한 일이 바로 그런 예이죠. 식량이 떨어지기 며칠 전부터 징조가 보이기 시작해서, 사태 발생 3일전에는 평상시와 같이 매쉬드 포테이토와 로스트 비프 등 정상적인 식단이 제공되었지만 1인당 양이 제한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3일 후에는-모항에 복귀하기 하루 전날-저녁식탁에 올라온 것은 1인당 콩 꼬투리 튀김 몇 개와 삶은 소세지 1개 뿐이었다고 하죠.


[바베큐 데이 파티 : 때때로 이런 좋은 날도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함상 식생활의 부정적인 측면만을 특히 부각해서 글을 쓰긴 했지만, 소형함에서의 식생활이 그렇게 넉넉하지 않았던 것 또한 사실입니다. 당시의 식생활 수준을 그럭저럭 만족할만한 것으로 회상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역시 인간의 생활에 필요한 물자나 공간을 줄이는데는 한계가 있어서 대형함에 비해서는 확실히 효율이 떨어지는 편이었죠. 저런 압축육이나 냉장고 용량 등의 문제는 1960년대 후반부터 미쳐 급, 포레스트 셔먼 급 등 대형화된 구축함들이 도입되면서 서서히 해결되기 시작했습니다.


4. 마치며..

비교적 수병들의 생활수준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진 미 해군에서도 소형함의 승조원들은 상대적으로 나름대로의 고충이 많았던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설비도 설비거니와 예산에서도 영세성을 면치 못했던 우리 해군의 승조원들은 얼마나 고생이 심했을런지요.


[격세지감 : 1920년대와 1980년대의 차이]

또 한편으로 군대 밥에 대한 불평이란 꼭 우리에게만 국한된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재미있기도 하군요. "shit on shingle"도 그렇고 남북전쟁 때 군인들이 "하드택"(오늘날의 건빵의 조상)을 '이빨 분쇄기', '벌레의 성', '철판 크래커' 등으로 불렀다는 얘기도 전해져 오며, MRE를 '모든 사람이 거부하는 음식(Meal Rejected by Everyone)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우리나라 사람들 또한 군대에서 나오는 국을 '똥국'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군대라는 제한된 환경에서 나오는 공통성이랄까요? 아무튼 군대 밥에 대한 군인의 심성이란 지역과 시대를 넘는 공감대가 있나 봅니다. 아마 몇 십년이 지나고 군대의 식사 수준이 대폭적으로 올라가도 아마 군대 밥에 대한 불평과 괴악한 별명들은 그때도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남아있지 않을런지요.


p.s. 여러 분들도 '이것만은 정말 끔찍했다'는 메뉴가 있으셨겠죠? 저는 제 말년쯤에 나타났던 "고등어 김치조림" 이라는 해괴한 메뉴에 치를 떨었던 기억이 있는데, 다른 분들의 경험은 어떠신가요? ^^;;




[참고문헌 / 자료 출처]
- Mark Henry, 『The US Navy in World War II』, 연대 미상, Osprey Publishing
- http://www.foodhistory.com/foodnotes/leftovers/ww2/usn/pla/index.htm
- http://www.ussmullinnix.org/Food.html
- http://www.gyrodynehelicopters.com/feeding_a_destroyer_crew.htm
- http://www.destroyers.org/Redesign/P3/chow.htm
- http://www.seabeecook.com/equipment/field/mess_tent.htm



배군
[2005/6/20 (22:14)]
호사스런 고등어김치조림을 싫어하시다니..ㅡ.ㅡ; (전 꽤 좋아했다는...)제 쓰디쓴 기억중 하난 입대해서 두달동안 배추김치를 못먹었었다는 기억인데...그당시 배추값이 비정상적으로 비쌌다나요...결국 근 두달 넘게 깍두기만 주더군요ㅡ.ㅡ;
나그네
[2005/6/20 (22:16)]
이사무님의 언제나 재밋는 글 잘 보고 갑니다.~~~~~~~  ^0^
requiem827
[2005/6/21 (0:11)]
끔찍했다라고 기억되는 메뉴가... 아마도... 짜장면&냉면이던가(그걸 먹느니 차라리 전식이 났다고 불평하던 사람도 있었지요)... 저 제대직전에 카레라이스가 보급되었다고 하던데... 먼산.
requiem827
[2005/6/21 (0:12)]
깍두기 하니까 생각나는데 월동 준비로 근처 농가에서 두돈 반으로 두대분으로 실어온 무우를 취사장 옆에 땅파고 묻은 기억이 나는 군요. 겨울내내 배추김치대신 무우만 먹었다는...  무우를 이용한 조리법이 그렇게 다양한줄 그때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반찬중 하나는 꼭 무우 였으니까.
45acp
[2005/6/21 (0:29)]
임연수 튀김과 똥국은 그야말로 악몽의 메뉴였지요. 게다가 취사병과 소속 중대가 사이가 나쁠 경우엔 지옥같은 일이.....
45acp
[2005/6/21 (0:32)]
그러고 보니 소설 'HMS율리시즈'에서는 다른이유로 야기된 열악한 급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요. 취사병조차 북극의 혹한속에서 대 U보트 경계에 동원되다 보니,  임무기간 내내 단 두명의 취사병이만든 구운빵에 스펨만 끼운 샌드위치만 먹는... 그결과 발생하는 영양실조와 결핵....
슈타인호프
[2005/6/21 (6:2)]
전 군대 짜장면을 참 좋아했답니다. 제가 가장 싫어한 메뉴는 갈치튀김이었군요. 비린내가 진동하는거 참고 먹을래야 먹을 살도 없고, 기껏 발겨서 먹으면 맛이라곤 하나도 없는 그냥 살조각이었거든요. 뭐, 똥국은 기본입니다.
슈타인호프
[2005/6/21 (6:3)]
아....좋아하던 메뉴는 닭요리와 꽁치국이었습니다. 걸쭉한 꽁치국이 왜 그리 좋았는지...근데 닭은 어쩌다 아침에 닭미역국, 점심에 닭도리탕, 저녁에 닭백숙하는 식으로 하루종일 닭을 먹는 일을 몇 번 겪고 나니 좀 꺼려지더군요^^;
분타네두부가게
[2005/6/21 (7:0)]
전 주말마다 나오던 햄버거가 생각나네요. 맛없는햄패티에 햄버거에 나올수 없는 딸기쨈.. 그리고 군대에선 삶은계란 무척이나 많이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갈치조림도 비린내에 살도없는 생선만을 골라서 나왔고요. 태풍와서 부식조달 불가능할땐 2주넘게 똥국에 밥만 나오기도 했습니다.
분타네두부가게
[2005/6/21 (7:3)]
여담으로 짜장면이 정말 맛없었는데 한번 취사병에게 볶아서 해봐라 했더니 식용유 4통을 들이부어서 약300명분의 짜장소스를 만들어 놓았더군요 ^^;  또한번은 삶은계란이 지겨워서 "계란후라이는 안되냐?" 했더니.. 그날 점심에 300명분의 계란후라이를 쪼그만 후라이팬으로 다 부치고 있더군요 ^^;;;;
나야나
[2005/6/21 (11:52)]
질문 하나할깨여 국내pcc급 등발이 얼만한지 궁궁합니다

아는 사람하태 들은야그인대 pcc타고 해군 생활했는대 바로옆에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잠수함들이 갑자기 올라오는 경우를 자주 경험했다고 하더군여

그리고 그사람이 국재 동화기금돈이 국내로 들어올때쯤 해군생활 했는대 연료때문에 기계못돌린다고 더운 여름에도 물을 밥먹을때만 150cc정도나 될듯한 컵으로 한컵씩 뿐이 못먹었답니다
나야나
[2005/6/21 (11:54)]
그런대 수십년전에도 미국해군들은 식수문재가 국재통화기금이랑 놀던 한국해군보다 사정이 나았나봅니다

그리고 요즘도 우리나라 소형함에서 물도 마음대로못먹는지 궁급합니다
이사무
[2005/6/21 (12:27)]
다들 각자 취향이 다르시네요. 저도 의외로 짜장면은 괜찮았거든요.^^;;

나야나님// "등발"이 무슨 의미인지요? 아무튼 정황을 보면 예산 때문에 연료사용에 제약을 받아서 청수장치를 제대로 못돌린거 같습니다만. 설비의 문제라기보다는 예산의 문제니까 미 해군이야 그런 제약으로부턴 자유로웠겠죠. 현재 우리 해군도 97년때 보다는 연료나 예산 사정이 많이 나아졌으니 최소한 식수까지 제한을 받을 정도는 아닐겁니다.
requiem827
[2005/6/21 (12:42)]
삶은 계란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식재료 파동이 날때마다 해당 식재료가 꼭 군대 반찬으로 나오지요. 한 두달동안 매끼니 때마다 삶은 계란 두개씩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requiem827
[2005/6/21 (12:43)]
등발이라고 하면 덩치 얘기를 하시는 건지.
하얀참치
[2005/6/21 (19:14)]
계란후라이야말로 군대에서 맛보기힘든 고급음식에 속하죠. ^^ 수백명분의 후라이를 어느세월에 다 부칠지.....
하얀참치
[2005/6/21 (19:16)]
저희부대에서는 짠밥 좀 되는 병사들은 취사병들과 좀 친해진뒤에 본인이 직접 취사장안에서 계란후라이를 만들어먹었었습니다. 규정상 병사 1인당 하루에 계란 한개는 기본적인 지급품이라서 행정보급관도 묵인해줬죠.
장웅진
[2005/6/21 (20:58)]
저- 위에 "좋은 시절"과 "나쁜 시절" 사진들의 제목이 뒤바뀐 듯한 느낌은 왤까~요? ㅡㅡ;
장웅진
[2005/6/21 (21:9)]
그러고보니, "짜르의 마지막 함대"에서 나오는 솔로리나 때문에 이곳저곳에 묻고 다니다가... 합정역 근처의 "러시아 하우스"라는 까페의 메니저 누님께 여쭤서 거의 근사치한 답을 얻었던 적이 있죠. ㅡㅡ; "후추 등 향신료를 발라 통에 쌓아넣은 고기"라는... (어떤 분은 콘비프의 일종이라고도 하셨고...)
장웅진
[2005/6/21 (21:11)]
러시아 사람들이 매우 좋아하는 저장식품이기에 기차여행시 필수품으로서 오픈샌드위치(위에 빵을 더 안얹은... 위의 SOS 같은 거...ㅡㅡ;) 등을 만들어먹으며 여행을 즐긴다는데, 자르면 속이 빨갛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책에선 노란 색이라고 하던데요?"라고 물으니, "변질 된 모양"이라고 하셨죠.
장웅진
[2005/6/21 (21:12)]
그러고보면, 저번에 올리신 글 중에도 "미국 함정 내의 생활이 가장 좋았고, 러시아 함정 내의 생활이 가장 개같았다"라고 하신 적이 있던 것도 생각나고... "전함 포템킨의 반란"도 생각나는... ㅡㅡ;
장웅진
[2005/6/21 (21:14)]
아무튼, 건조 감자는 그렇다 치더라도... 분말 달걀은 영국군 수병들에게도 너무나도 낮이 익은 음식이었겠죠. 어차피, 당시 그네나라 민간인들도 그런 것을 먹었고 (리더스다이제스트에서도 나온 적 있죠), 또한 아가사 아지매의 50년대 작품 중 (포와로 나오는데 제목은 기억 안남) 범인임이 밝혀지는 요리사 할마시가 "요즈음처럼 생계란 구하기 힘든 시절 어쩌고" 하는 말도 나오니...
장웅진
[2005/6/21 (21:16)]
그리고, 달걀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하는 이야기인데... 저는 요즈음도 (냉면에 든거 빼고) 삶은 달걀은 못먹겠더라는... ㅡㅡ; 그리고 햄버거도... 전자는 맨날 삶은 달걀만 나와서 (후라이가 좋은데... ㅡㅡ; 취사반장님 왈... "불가하다!") 후자는 이른바 "군대리아" 때문에... 고참되면서 빵 따로 패티 따로 쨈 따로 수프 따로 먹을 수 있어 나았지만...
deokbusin
[2005/6/21 (22:7)]
"SOS"에 사용된 쇠고기 원형칩과 똑같이 생긴 음식이 중국의 모호텔의 뷔페에 나온 것을 본 일이 있습니다. 참 이상하게 생겨서 손도 안댔는데, 나중에 한 번 먹어볼까요? 그리고 슈퍼마켓의 식품코너에서도 저 쇠고기 칩을 본 것 같기도 하고.....
deokbusin
[2005/6/21 (22:14)]
방위복무를 하는 통에 군대식사는 점심 아니면 대대종합훈련이나 혹한기 훈련에나 먹긴 했습니다. 그 때 싫어했던 음식은 닭고기국인데, 이건 줄을 좀 늦게만 서면 기름기만 둥둥 떠다니는 매운국물만 건지는 처지였죠. 그나마 닭고기는 민간시절부터 싫어한 탓에 이것이 나오면 국물대신 보리차를 받아다 마셨답니다.
deokbusin
[2005/6/21 (22:21)]
양배추와 두부를 썰어서 끓인 된장국도 괜찮았고, 명태튀김과 제육볶음, 묵은 김치와 돼지고기를 섞어서 볶은 것도 인기 메뉴였으며, 계란양념찜과 생선국-명태, 꽁치 등등이 들어간-도 마찬가지로 인기였습니다. 삶은 계란을 앞서의 된장국과 같이 넣어서 먹는 것도 괜찮았죠.
deokbusin
[2005/6/21 (22:27)]
카레라이스도 나오긴 했고, 짜장면은 훈련소에서 먹었으며, 돈까스와 햄버거는 동원예비군을 훈련시킬 때 먹었습니다. 전투식량은 구경도 못했습니다. 기껏해야 동원훈련 막바지에 "밥 대신 먹으라"고 들어온 건빵봉지가 전부 였습지요.
deokbusin
[2005/6/21 (22:33)]
88년을 끝으로 사리진 대학생 교련을 받은 탓으로 동기들보다 열흘 쯤 일찍 소집해제가 예정되어 일찍 들이닥친 94년 7월의 무더위 속에서 진행하는 대대종합훈련을 말기휴가로 빠지나 했더니만, "김일성 사망"이라는 청천벽력에 휴가 날아가고 훈련을 뛰어야 했답니다.
deokbusin
[2005/6/21 (22:42)]
덕분에 김일성을 미워하는 정도가 대폭 상승한 채로 오늘까지 이르렀습니다만, 원 주제로 돌아가 보자면, 군대 식사는 주기적으로 좋아지는 때와 나빠지는 때가 있습니다. 이것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좌우되기도 합니다만, 메뉴 자체가 순환하기 때문에 벌어지기도 한데,
deokbusin
[2005/6/21 (22:48)]
저희 대대가 종합훈련을 들어가는 그 주의 식사메뉴가 하필이면 나빠지는 때였다는게 문제였습니다. 인기메뉴는 나오지도 않고, 매끼니 된장국과 멸치볶음이 필수로 끼어 나오니, 방위병들 모두가 진절머리를 쳤습지요.^^ 그나마 다들 개인반찬을 가져왔기에 그걸 먹었습니다만, 훈련기간에 휴가 간다고 반찬을 미리 준비안한 본인은 완벽하게 군대밥만으로 훈련기간을 보냈답니다.^^
deokbusin
[2005/6/21 (22:54)]
훈련 마지막날 야간행군으로 연대복귀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만, 대대장님께서 행군도중에 야식을 특별추진을 해주셨는데, 그게 하필이면 인삼넣은 닭죽이었답니다. 그나마 닭죽은 어찌어찌해서 먹는 닭요리인지라 맛있게 먹긴 했는데, 같이 딸려온 시원한 물이라는게 냉동고에서 갓 꺼내서 아직 덜 해동된 상태인지라, 결국 모두가 수통에 미리 채워둔 미지근한 물로 갈증을 대강 때우고  말았다는 추억이 있습니다.-_-;
스카이블루
[2005/6/22 (22:35)]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veruca
[2005/6/23 (1:41)]
매번 재미있게 잘 읽고 있습니다. K레이션 담배 4개비가 왠지 인상적이네요.
shaind
[2005/6/23 (10:33)]
제 군생활중에는 한때 "닭고기"가 줄기차게 올라오던 시절이 있었죠. 조류독감 때문에 _no

생각해보면 전 수산물만 제외하면 무리없이(아무생각없이) 다 잘먹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비린내가 줄줄 흘러내리는것 같은 고등어조림은 손도 대지 않았죠 -0-
DDH-921
[2005/6/25 (17:35)]
다른반찬이 떨어지면 항상나오던 4인방 오징어,갈치,꽁치 동태(?)4총사가 생각나네요..단4가지제료로 종류만바꿔가며 하루는 오징어조림 꽁치튀김,갈치국, 다은날은 오징어튀김,갈치조림,꽁치국,다음날은 고등어조림,동태국,갈치튀김등등...악몽이엇는데;
바람뫼
[2005/6/28 (14:30)]
생선과 미역은 전혀 못 먹는 음식이니 옆에 치워두고, 처음 먹어본 군스프는 그야말로 약 같았습니다. ...나중에는 결국 그것도 맛있어 지더군요. 입맛이 바뀌는걸-개조되는걸- 느꼈습니다 ^^;
ㅡ.,ㅡ;
[2005/8/27 (2:9)]
참고로 우리의 어르신들이 말하시는 군대식사는 '된장국'을 '똥국', '콩나물국'을 '도레미탕', 그 외 기름끼가 조금 끼인 국을 보면 '우족 도강탕'이라고 불렸다고 하더군요. 옛날이나 지금이나 군대음식은 ㅡ.,ㅡ;
=.=
[2005/9/15 (6:12)]
원래 군대음식은 외부환경에 많이 좌우받습니다. 조류독감이면 닭고기 왕창.. 돼지값 폭락이면 한달동안 돼지고기만, 광우병 파동 때에는 쇠고기 왕창.. 감귤파동 때에는 난데없는 귤 박스 세례.. 뭐 그런 거죠.. --; 옛날 DD(기어링)을 탔었는데, 거기 식사는 육상기지와 비슷했습니다. 단지 밥에 간혹 쥐의 흔적이 있었다는 거 빼면..--; 그리고 청수장치는 식수를 만드는 장치가 아닙니다. 급할 때는 어쩔 수 없지만 먹는 물은
=.=
[2005/9/15 (6:14)]
먹는 물은 원래 출항 전에 실어놓고 나갑니다. 단지 승조원 수에 비해 취사장에서 끓는 물 만드는 능력이 딸리기 때문에 물이 동이 날 경우가 있긴 하죠. 하지만 원래 배 타면 물 아껴쓰는 습관부터 배우게 됩니다. 잠수함만큼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많다 보니 빨래나 세수 같은 것들은 아무래도 상륙 중 만큼 맘 편하게 할 수는 없죠.
ㅇㅇ
[2006/3/15 (15:37)]
제가 있던사단에서는 이등병집체교육을 1주일정도 하곤했는데, 마침 제가 집체교육받던 시즌이 조류독감이 있던때라 닭1마리분씩 3일정도 삶아서도 먹구 튀겨서도 먹었습니다.
무섭다翁
[2007/3/5 (12:39)]
어이구 깍두기면 좀 낫게요;; 철책에서 근무시 배추값폭등에 양배추김치만 3개월을 먹었는데;; 정말 인간이 먹을 게 아니더군요;
안녕?
[2007/11/4 (21:42)]
SOS때문에 탈영충동을 느꼈다니.....ㅎㅎ
??
[2008/1/25 (14:45)]
2차대전대 미군들은 지중해에선 히틀러의XX 괴링의 엉덩이 무솔리니의 XX라고 붙였죠
타란툴라
[2008/2/22 (14:51)]
한국은 군대음식이 안습이란건 많이들었지만
타란툴라
[2008/3/14 (12:28)]
할지제독은 이렇게 사병들하고 식사하는걸 즐긴 제독이였습니다

[2008/10/27 (9:40)]
전 99 군번인데 그때 비가 많이와서 여름에 닭들이 집단 폐사를 많이 했는데 가을이 되니 일주일 내내 닭이 나오더라고요. 또한 그해 귤 풍년이 들어서 한 사람당 귤 한박스가 배당되서 그거 먹어치우느라 손이 노랗게 될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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