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해군이야기

영화를 통해 본 미드웨이 해전

구름위 2012. 12. 2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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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와 역사의 관계

영화는 역사를 배우는데 있어서 아주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도구입니다. 굳이 학자들의 말을 빌어 “오늘날의 영상 시대에서 역사학은 위기에 빠져있다” 라는 말을 하지 않더라도 텍스트 위주로 이뤄진 기존의 역사 저작물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딱딱하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역사학은 현재와 다른 과거를 다루는 학문이므로 그 시대에 대해 익숙한 세계관 혹은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다면 글을 읽어나가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1990년대의 서울에 대해 다룬 글을 읽는다면 텍스트로 묘사된 정경이나 사람들의 생김새, 행동, 심지어 그들의 사고방식까지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지만, 만약 전혀 생소한 B.C.2000년 경의 어느 고대왕국에 대한 글을 읽는다면 그 시대 사람들의 심성은 고사하고 건물, 의식주 같은 기본적인 생활양식조차 머리 속에서 그려내기 어려울 것입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나 할까요? 이런 상황에서는 몇 장의 텍스트를 읽는 것보다 오히려 단 한 장의 사진이 상황을 이해하는데 훨씬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제 글에 가급적 사진을 많이 넣으려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죠) 그리고 다양한 주제들을 대상으로 삼고 있는 매체인 영화는 “역사물”이라는 장르로 이에 화답하고 있으며 특히 심심찮게 나오는 전쟁영화들은 밀리터리 팬들에게 과거의 전장을 생생한 영상/이미지로 접할 수 있게 해주죠.

물론 영상으로 만들어지는 역사가 텍스트 형태의 역사를 대체할 수 있다고는 보지 않으며 또 그렇게 되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제작자의 역사적 소양이 항상 충분하다고 할 수도 없거니와 “극적 재미”라는 명분하에 이뤄지는 역사왜곡도 만만치 않으니까요.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영화라는 매체 자체가 갖는 한계-상영 시간이라는 제한된 틀 안에서 역사라는 거대한 서사의 연속성과 전후관계를 온전히 담아낼 수 없는-일 것입니다. 아주 잘 만들어진 영화라도 자칫 그것만을 전부인양 받아들인다면 실제의 역사와는 동떨어진 역사관을 갖게될테죠. 하지만 이런 제한사항을 감안하고 본다면 영화라는 매체는 역사학의 보조도구로써 아주 유용한 수단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2. 영화 「미드웨이」

이번에 선택한 영화는 1976년에 만들어진 영화 「미드웨이」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처음 접했던 것은... 아마 중학교 3학년 때였을겁니다. 당시 사회 교과서에 단 한줄로 서술된  “..1942년에 일어난 미드웨이 해전에서 미국이 승리하여 태평양 전쟁의 전환점이 되었다”라는 구절로 이 해전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그뒤 어느 비디오 가게 구석에서 우연히 저 영화테잎을 구해서 보게 되었죠. 그때는 항모고 순양함이고 제대로 구별도 못했는데 최근에 다시 보게되니 느낌이 사뭇 다르더군요.

1) 영화 정보
원 제 : 「Midway」
감 독 : 존 스마이트
제 작 : 미국
주 연 : 찰턴 헤스턴 / 글렌 포드 / 제임스 코반 / 헨리 폰다 / 로버트 미첨
개 봉 : 1977년 (서울-국제. 허리우드 / 부산-부산. 대한)


영화 「미드웨이」는 1976년에 미국에서 개봉된 2차대전물 전쟁영화입니다. 2차대전 중에서도 해전 부분을 다룬 영화는 드문 편이고 사실 1970년의 「도라도라도라」 이래 7년만에 나온 작품이죠. 캐스팅 역시 당대의 유명한 배우들이 많이 모여 있습니다. 주인공 격인 찰턴 헤스턴(매튜 대령 역) 외에 헨리 폰다(니미츠 역), 로버트 미첨(핼지 역), 일본의 국민 배우 토시로 미후네(야마모토 역) 등이 참가하여 주목을 받았죠.


[미국측 등장인물들의 배우와 실물(하단) : 좌측부터 니미츠, 스플루언스, 플레쳐, 핼지, 로쉬포르]


[일본측 등장인물들의 배우와 실물(하단) : 좌측부터 야마모토, 나구모. 야마구치(-_-;;), 겐다]

하지만 정작 영화가 개봉됐을 때는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으로 인해 혹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미국 현지에서는 마치 「배달의 기수」를 연상시키는듯한 진부한 이미지와 내용으로 인해 사람들이 많이 외면했다고 하며 그 외에도 폐쇄적인 세트 등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고 합니다. 그 결과 흥행 성적은 약 4,300만 달러로써 2,000만 달러에도 못미친 「도라도라도라」에 비하면 나은 수준이었지만 동시기에 개봉한 「To Fly!」(8,200만 달러)에는 크게 밀리고 말았죠.

이 영화의 또다른 특징은 다양한 영화/기록들의 필름들을 곳곳에 활용했다는 점입니다. 도입부의 두리틀 공습 장면도 그렇고 중간중간의 공습장면에서는 1944년 당시의 기록 필름들이 쓰였으며 (그래서 일본 해군이 5인치 양용포를 쓰거나 미국 항모에서 "코르세어"가 이륙하는 장면 등이 나오죠), 특히 7년 전에 만들어진 「도라~」의 장면이나 소품들이 많이 활용됩니다. 「도라~」에서 활약했던 텍산 개조 제로센도 이번 작품에서 다시 나타나구요.

해전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소품인 함선들은 미 해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주인공인 항모는 당시 훈련 항모로 전환돼있던 에섹스급 항모 렉싱턴(CV-16)이 맡았고 이 녀석이 혼자서 요크타운, 엔터프라이즈, 호넷, 그리고 히류 등을 연기했습니다.(「진주만」에도 이 녀석이 출연했음.) 기타 다른 일본 항모들은 미니어쳐나 모크업으로 처리됐죠.(사실 일본 항모들이 클로즈업된 부분은 다른 영화의 필름을 쓴게 아닌가싶습니다만) 구축함 등의 소형함들 역시 당시 퇴역하여 예비역 함대에 소속돼있던 FRAM 개장 기어링이나 플레쳐급들이 등장하며 카탈리나 비행정이나 와일드캣 전투기 역시 실물이 등장하여 당당히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CG 활용은 꿈도 꾸지 못하지만 대신에 아직까지 실물 활용이 가능했던 시대의 면모랄까요.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아들의 연인 하루코]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는 전쟁의 큰 흐름 외에도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아들의 연인을 둘러싼 사이드 스토리가 있습니다. 출전 전, 해군 대령이자 니미츠의 참모인 매튜 가르트 대령(찰턴 헤스턴 분)은 몇 년만에 아들인 톰과 재회합니다. 톰은 해군에 지원하여 전투기 조종사가 되어 있었는데, 뜻밖에도 아버지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털어놓습니다. 하와이에 거주하는 일본인 2세의 아가씨와 교제하고 있다는 것이죠. 진주만 기습이 있은지 얼마 지나지 않은데다 당시는 일본과 교전중인 상태. 평범한 일본인과 만난다고 해도 길길이 뛸 판인데 아들의 그녀는 스파이 혐의까지 받고 있다고 합니다. 허락을 바라는 아들과 아버지의 갈등은 깊어져만 가고... 라는 내용이죠. 역사의 큰 흐름에 몇몇 개인들의 이야기를 집어넣는 방식은 영화 「진주만」에서도 보이지만, 「미드웨이」에서는 그것과는 달리 이 부자의 이야기가 영화의 큰 흐름을 방해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고 적당히 잔 재미를 주는 양념 역할을 해줍니다.

(*주의! 이하의 부분은 다량의 내용 누설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사전에 영화의 스토리나 장면을 알고싶지 않으신 분들은 지그시 백스페이스키를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2) 영화의 내용

[두리틀의 도쿄 폭격대 출격과 함께 올라오는 타이틀]


[B-25는 저공으로 도쿄에 접근하고, 결국 수 발의 폭탄을 날려 일본인들의 가슴에 충격을 줍니다]


[두리틀 폭격에 의해 이어질 일본의 반격에 대해 걱정하는 로쉬포르와 매튜 가르트]


[사이드 스토리 : 로쉬포르의 정보부를 나오던 매튜는 우연히 부임해오는 젊은 소위를 만나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외아들 톰이었습니다]


[한편 연합함대 기함에서는 미드웨이 작전에 대한 논의가 한창 진행중입니다. 전함파인 곤도 제독의 반박을 받고 고심하는 야마모토와 작전 당사자인 나구모의 고민이 나오죠.]


[전형적인 아부꾼/예스맨 타입의 참모. 실제 대사도 주로 “지당하신 말씀입니다”라고 나오죠. 그런데 저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요? 괴짜라던 쿠로시마? 아니면 우카키?]


[어떻게든 일본의 목표인 “AF"를 알아내려던 로쉬포르는 AF로 의심되던 미드웨이 섬에 담수화 장치가 고장났다는 허위 무전을 치도록 하고..]


[그걸 고스란히 감청한 일본측은 “AF에 정수장치 고장” 운운하는 보고를 올리며..]


[“자, 보라구. 이게 AF의 증거야.” 이는 다시 미군에 감청되어 작전 수립에 큰 도움이 되죠.]


[이런 사실을 모르는채 일본 기동부대는 미드웨이로 출격합니다. 주변의 어부들에게 작별을 고하는 항모 승조원들]


[사이드 스토리 : 한편 매튜는 아들이 일본 여인-거기다 스파이 혐의까지 받는-과 사귄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고 수용소에 억류돼있는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을 만나봅니다. 하지만 대화를 나눠본 결과 그들은 그저 평범한 시민에 지나지 않았고 매튜는 그들의 구명을 위해 나름대로 힘을 쓰죠.]


[막상 지휘관을 맡을 핼지 제독이 피부병으로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은 니미츠 제독은 병원으로 찾아가서 후임자 인선을 부탁합니다. 그리고 핼지가 내놓은 답변은 순양함 출신의 스플루언스였죠]


[스플루언스 및 참모진들과 작전계획을 수립하는 니미츠]


[미드웨이가 목표임이 기정사실화 되자 미드웨이 섬에는 방어시설 증강 및 장비 증원이 이뤄집니다. 그나저나 정녕 육군의 숙명은 삽질이란 말인가?]


[사이드 스토리 : 출정을 앞두고 연인인 하루코를 찾아간 톰. 그녀는 톰을 외면하며 차갑게 대하지만 그건 자기의 마음을 속인 것에 불과했죠. 결국 울음을 터뜨리는 하루코]


[드디어 미 해군도 미드웨이로 출격합니다. 그런데 호위함은 다 어디 가고 항모만 혼자 덜렁 움직이나?]


[한편 항진중이던 일본 함대는 지독한 악천후를 만나 서로 뿔뿔이 흩어지게 됩니다]


[고심하던 나구모 제독은 결국 무선침묵을 깨고 예하 함대에 무전을 날리는데..]


[그 통신은 즉각 미국측에 감청되어 미드웨이로부터 정찰대가 출발하고, 결국 1기의 카탈리나 비행정에 항진중인 일본 함대가 포착됩니다]


[미 함대가 인근에 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드디어 미드웨이 공습대가 이륙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좀 익숙한 장면이죠?]


[반격을 위해 출격한 미드웨이의 전투기대와 격렬한 공중전이 벌어집니다]


[하지만 분전에도 불구하고 기체의 성능과 숫자를 당해내지 못한 미군기들은 줄줄이 격추되고 말죠]


[일본기들의 공습을 받고 폭발하는 미드웨이 비행장]


[열심히 기총으로 반격합니다만.. 역부족이죠. 그런데 이것도 어디서 많이 본듯.^^;;]


[재공습이 필요하다는 1차 공습대의 보고에 의견이 분분해진 나구모와 참모 쿠사카, 그리고 겐다]


[결국 나구모의 지시에 따라 탑재돼있던 어뢰를 폭탄으로 바꿔달게 되죠]


[어뢰에서 폭탄으로, 다시 어뢰로.. 정비병들 입장에서야 무지 짜증나겠지만 군대에서야 계급이 깡패니 어쩌겠습니까.]


[일본측이 그런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미군 역시 이제 공격대를 내보냅니다]


[일본 항모대를 습격해온 미국의 뇌격기들이었지만 곧 호위기인 제로센들의 습격을 받습니다]



[제로센의 기총은 불을 뿜고...]


[그 와중에 죠지 게이 소위는 자신의 후방 기총 사수를 잃고 맙니다]


[“호위 전투기들도 없이 오다니 저들은 미쳤군!” 이 포좌는 앞으로도 자주 나오죠]


[어찌어찌 제로센들을 뚫고 온 뇌격기들에게 다시 작렬하는 대공포의 탄막]


[뇌격기대 최후의 생존자인 죠지 게이 소위는 혼신의 힘을 다해 어뢰를 날려봅니다만..]


[어뢰는 불발인지 빗나갔는지 알 수 없고 기체는 13mm 기총에 벌집이 되어 바다에 추락하고 맙니다]


[이번엔 미군 전투기대들의 공습]


[하지만 이번에도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거나 일부 생존자들만 간신히 살아돌아갑니다. 톰 역시 전투기대의 일원으로 참가했다가 조종석에 불이 붙어 중상을 입고 간신히 귀환하죠]


[차례차례 격추돼가는 미군기들을 보다가 갑자기 머리 위로부터 들려오는 날카로운 비행음! 당황한 지휘부 요원들이 머리 위를 쳐다보는데...]


[그것은 미 해군의 돈틀레스 급강하 폭격기였죠.]


[항공기의 시야에서 본 일본 함대]


[조준기 가득 일본 항모의 모습이 들어오고..]


[부랴부랴 대공포를 쏴봅니다만..]


[이미 폭탄은 떨어지고..]


[갑판에서 작렬하여 그곳에 주기돼있던 항공기들을 모조리 날려버리고..]


[격납고까지 벌겋게 달아오르게 만들었죠]


[화염에 휩싸인 아카기]


[폭탄이 쓸고 지나간 후의 비행갑판]


[그리고 열심히 사격을 지휘하던 대공포반원들도 모두 사망합니다]


[구명대에 의존해서 떠있으면서 이 광경을 다 목격한 죠지 게이 소위]


[“어버버...” 엄청난 충격을 받은듯 나구모 제독도 정신이 반쯤 나간 표정입니다]


[사이드 스토리 : 이제나 저제나 아들이 귀환할지 전투기들의 착함을 지켜보는 매튜였지만, 간신히 귀환한 톰은 착륙 실패로 기체가 대파되고 맙니다.]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야마구치의 분전 하에 요크타운에 돌입하는 일본의 뇌격기대]


[플레쳐급 구축함에서 쏟아내는 탄막]


[태평양 해전이라면 역시 40mm 보포스가 빠질 수 없죠]


[하지만 대공포를 뚫고 살아남은 1대가 결국 폭탄을 떨구죠]


[피탄되어 폭발하는 요크타운(..으로 연기하는 1944년의 에섹스급 항모)]


[하지만 요크타운은 죽지 않습니다. 응급수리반 투입!]


[그러나 일본기들 역시 대공포를 맞고 떨어지면서도 끈질기게 돌입해오죠]


[공습중에 피탄된 일본기 하나가 그대로 요크타운의 함교에 돌입합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오른쪽 끝의 사람이 잠깐 고개를 돌렸다가 돌입해오는 일본기를 보고 깜짝 놀라는 장면]


[곧 화염에 휩싸이는 요크타운의 함교. 좀전의 사람들은 이 직전에 급히 피신했지만... 살아남았을까요?]


[“기관은 아직 가동 가능합니다.” 그래도 끈질기게 목숨을 부지하는 요크타운]


[그리고 마침내 최후까지 버텼던 히류에도 종말이 찾아옵니다]


[폭탄을 맞고 폭발하는 히류. 영화에서는 이 폭탄을 떨군 것이 매튜로 나오죠 (조종사 부족으로 인해 임시 조종사로 복귀한다는 설정. 뭐 불가능한건 아니니..)]


[사이드 스토리 : 공격중에 대공포를 맞은 매튜의 기체는 결국 착함중에 폭발하고 맙니다]


[전투는 끝나고 이제 생존자 수색과 구조에 착수합니다. 카탈리나 비행정에 의해 구조되는 죠지 게이 소위]


[사이드 스토리 : 진주만에 귀항한 후 하선하여 후송되는 톰.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하루코]


[사이드 스토리 : 처참히 부상을 입은 톰을 바라보는 그녀의 심정과 표정]


[종결1 : “이제 폐하께 뭐라고 말씀드려야 좋겠습니까?” “....모든건 나에게 맡기게. 책임은 내가 져야 하니까...”]


[종결2 : “야마모토는 모든 면에서 우리보다 우위에 있었지. 힘, 경험... 우리가 일본보다 더 나았을까, 아니면 그저 운이 좋았던걸까?”]


[엔딩 크레딧과 함께 나오는 CV-16 렉싱턴]


3. 영화에 대한 총평

영화 「미드웨이」는 해전을 다룬 몇 안되는 영화인 동시에 미드웨이 해전을 소재로 한 유일한 영화이지만, 사실 그다지 후한 평점을 주긴 어렵습니다. 사소한 고증 오류나 눈에 거슬리는 부분들을 거론할 생각은 없지만 대작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뭔가 심금을 울리거나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게 사실이죠. 일반적인 평가처럼 지나친 애국주의를 느끼진 못했지만 일본측이 패배에 이르게 된 여러 가지 전술적 실수들이 자세히 다뤄지지 못한 것이 아쉽고 이야기 구조가 단조롭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함선이나 항공기들 또한 최대한 실물을 사용하거나 실물에 가까운 것들을 활용하려고 했음에도 여러 필름들이 혼합되다보니, 혹은 해전 영화의 한계 탓인지 그런 장점이 제대로 살아나지 못한 것 같더군요.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머나먼 다리」를 보면서 포를 맞대고 늘어선 셔먼 전차들의 대열에 가슴이 뛰었다면, 이 영화에서는 그런 것을 느끼지 못했죠.

하지만 “미드웨이 해전이 어떻게 이뤄졌는가”라는 점을 인식하게 된다는 점에서는 좋은 영화라고 봅니다. 1942년도의 일본과 미국, 그리고 각각의 분위기와 전투에 이르기까지의 전후 과정들에 대한 감을 잡는데는 도움이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큰 흐름에 덧붙여진 사이드 스토리 또한 주목할만 합니다. 일본과의 전쟁을 그리는 영화에서 “일본은 적이지만 미국 내의 평범한 일본계 시민은 적이 아닐 수도 있다” 라는 메시지를 내보내는 것은 대전 당시 일본계 미국인에게 가한 행동에 대한 미국의 자기반성일 수도 있지만, 1970년대 당시의 미국과 일본의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반영한 영화 외적인 홍보 수단일 수도 있으니까요.

아무튼 좋은 해전 관련 대작이 나오기 어려운 것이 요즘의 영화계이지만 언젠가 또 굵직한 해전이 영화화되어 해전 팬들을 즐겁게 해줬으면 좋겠군요.




[참고문헌 / 자료 출처]
- 영화 「미드웨이」(1976)
- http://www.the-numbers.com/movies/1976/0MDWY.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