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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줄인 ‘르노 FT-17’ 작지만 강했다

구름위 2017. 1. 15.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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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줄인 ‘르노 FT-17’ 작지만 강했다

험지 극복 능력도 크게 향상 360도 회전 선회 포탑 장착 사계 확보돼 死角 되레 줄어
2013. 03. 18   17:55 입력


기사사진과 설명

현대 전차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를 갖춘 르노 FT-17 전차. 필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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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르노사가 생산한 FT-17 전차의 단면도. 내부 구조와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필자제공

프랑스 르노사가 생산한 FT-17 전차의 단면도. 내부 구조와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필자제공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두 번째로 전차를 실용화한 프랑스였지만, 프랑스의 전차 운용은 1917년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신통치 못했다. 업계의 알력으로 원래 한 종류만 만들어질 예정이던 전차가 두 종류로 늘어난 데다 이것들의 생산도 지지부진했고 실전 평가까지 좋지 못했다. 험지 주행성능부터 차내 승무원 통제에 이르기까지, 프랑스가 운용하던 생 샤몽 전차와 슈나이더 전차는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 특히 큰 덩치로 말미암은 운용의 불편함과 험지 주행성능의 부족은 프랑스군을 두고두고 괴롭힌 문제였다.

 여기서 프랑스군은 자동차 업체인 르노사가 내놓은 새로운 제안에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수많은 승무원이 탑승한 ‘집채만 한’ 대형 전차를 소수 투입할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경전차를 대량으로 투입하자는, 그동안에 나왔던 전차의 기본 발상인 ‘육상 군함’과는 정반대의 개념이 등장한 것이다.

 사실 이 개념이 쉽게 프랑스군에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다. 당시 프랑스 전차 운용의 총 책임자이던 에스티엔 대령을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에스티엔 대령을 설득한 뒤에도 전차라면 거대한 덩치와 막강한 화력으로 적을 압도해야만 한다고 믿던 프랑스군 수뇌부에게 ‘손바닥만 한’ 경전차를 만들자는 발상은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앞서 나온 대형 전차들이 보여준 모습이 신통치 못하자 이 새로운 발상은 설득력을 얻었다. 무엇보다도 싸게 대량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이렇게 해서 새로운 경전차 개발 계획은 정식으로 승인됐고, 1917년 하반기에 시제품이 완성된 뒤 그 해 끝 무렵부터 정식 생산에 들어갔다. 이것이 바로 전차의 역사를 바꾼 걸작 경전차인 르노 FT-17이었다.

 FT-17은 그 이전에 나온 전차들과는 판이했다. 무게는 6.5톤에 불과했고 길이 5m, 높이도 1.74m에 불과했으며 승무원은 겨우 두 명만 탑승(전차장 겸 사수 1명, 조종수 1명)했다. 무장은 기관총 한 자루, 혹은 37㎜의 소형 곡사포 1문뿐이었다.

 이렇게 빈약해 보이는 무장과 덩치였지만 예전 전차들과는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었다. 360도 회전하는 선회 포탑에 무장이 장착된 것이다. 선회 포탑의 장착으로 FT-17은 단 하나의 무장으로도 여러 문의 무장을 갖춘 대형 전차 못잖은 사계를 확보할 수 있는 데다 주변 시야도 좋아 사각(死角)은 오히려 더 적었다.

 또 작은 덩치 덕분에 험지 극복능력도 오히려 좋은 편이었고, 가벼운 무게 덕분에 대형 트럭으로도 쉽게 운반할 수 있어 전장 배치능력도 좋았다. 생산성 역시 뛰어났다. 1917년에는 단 84대가 만들어졌지만 다음해에는 무려 2700대가 생산됐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생산은 계속돼 총 생산량이 거의 3200대에 달했는데 만약 전쟁이 더 오래 계속됐다면 총 1만2260대를 생산할 예정이었다.

 이 전차는 곧 프랑스군의 주력전차가 됐을 뿐만 아니라 미군에서도 주력이 됐다. 1917년에 참전한 미군은 전차 개발이 전혀 되지 않아 프랑스의 FT-17을 사용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이 전차에 흡족해한 끝에 아예 ‘6톤 경전차’라는 이름으로 면허생산, 1930년대까지 주력 전차로 활용했던 것이다.

 작고도 실용적인 르노 FT-17은 전쟁이 끝난 뒤 수많은 나라에 팔려가면서 한동안 전차의 기준처럼 적용되기도 했다. 수십 개국이 수입해 운용했고 모방 생산한 나라도 많았다. 일부는 제2차 세계대전은 물론 1948년의 1차 중동전에까지 투입되기도 할 정도였다. 프랑스 자신도 대량의 FT-17을 2차 세계대전 당시에 투입할 정도였다. 심지어 일부는 아프가니스탄에까지 수출됐고 그 중 몇 대는 최근까지 살아남아 미군에 의해 발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르노 FT-17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전차의 표준적인 형태를 정립했다는 것이다. 후방에 설치돼 승무원 탑승구획과 완전히 분리된 엔진, 차체 위에 독립된 선회 포탑에 장착된 무장과 같은 전차의 기본 형태는 오늘날에도 전차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자리 잡은 것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이 전차야말로 현대 전차의 기원이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