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약점 줄어든 ‘휘펫’ 전과 높였다
- 덩치 줄이고 속도 높이고
- 2013. 03. 04 17:20 입력
현대 전차의 기본적 특징전투구획·주행구획 분리 1918년엔 단 7대 휘펫으로적 2개 대대 400여 명 사상
일본군이 운용했던 전차 휘펫. 일본은 1919~23년에 6대의 휘펫을 시험용으로 구입했다. 필자제공 |
기관총이 부착되지 않은 상태의 휘펫. 휘펫은 이전 전차에 비해 크기가 작지만 더 가볍고 기동성 높은 전차였다. 필자제공 |
이렇게 해서 등장한 전차가 Mk.A ‘휘펫(Whippet)’ 중(中: medium)전차였다. 기존 전차를 ‘화력과 돌파력은 있지만 크고 무거운 중(重: heavy)전차’로 분류하고 그보다 작고 경쾌한 전차를 만든 것이다. 영국의 전차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 트리톤은 1916년 10월 더 저렴하면서도 빠른 전차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중(重)전차가 적의 방어선에 ‘구멍’을 뚫는 자체는 종종 성공하지만 그 구멍을 뚫고 추가로 돌입해 전과를 확대하기에는 기동성이 낮고, 그 때문에 더 작고 경쾌한 전차가 필요하다고 여긴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비슷한 시기에 무려 100톤에 달하는 거대 전차의 개발도 제안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거대 전차(일명 ‘나는 코끼리’)의 개발은 현실성이 없어 폐기됐다. 결국 더 작고 가벼운 전차가 중전차 Mk.A, 일명 ‘휘펫’이라는 이름으로 개발이 진행됐다. 영국군 수뇌부의 반응도 예상 밖으로 우호적이어서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1917년 10월에 첫 양산형 전차가 출고돼 그 해 12월 실전부대에 배치됐다. 주문량도 단번에 200대가 확보될 정도였다.
휘펫은 당시의 다른 전차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혁신적인 차량이었다. 무장은 4정의 기관총뿐이지만 무게도 14톤으로 이전 전차들에 비해 상당히 가볍고, 승무원도 3명에 불과했다(기관총 사격이 가능한 승무원이 2명뿐이어서 실제 기관총 4정 중 2정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줄어든 덩치와 가벼운 무게 덕분에 최고 시속은 13.4㎞/h라는, 당시로써는 놀라운 수준의 고속을 발휘할 수 있는 데다 험지 극복 능력도 훨씬 좋아졌다.
내부 구조도 크게 개량됐다. 엔진과 승무원이 분리되지 않아 소음과 매연에 노출됐던 이전과 달리 휘펫은 후방의 전투실에 모든 승무원과 무장이, 전투실과 완전히 분리된 앞 부분에 엔진 등의 주행 계통이 집중됐다. 덕분에 승무원들이 임무에 보다 쾌적하고 효율적으로 임할 수 있었다. 현대 전차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 중 하나, 즉 전투 구획과 주행 구획이 분리된다는 점이 이 전차에서 사실상 시작된 것이다.
물론 한계도 있었다. 이 전차는 두 대의 버스용 엔진(각각 45마력)을 장착, 전진이나 후진은 두 엔진을 모두 같은 방향, 같은 출력으로 가동하고 방향 전환은 한 쪽 엔진의 출력을 줄이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두 엔진의 출력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시동이 꺼지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폭주하기 쉽다 보니 조종수의 부담도 컸다. 이 때문에 많은 경우 조종수는 전차를 멈추고 한쪽 궤도를 아예 고정시킨 뒤 다른 쪽 궤도만 움직이는 방법을 종종 썼지만 이 과정에서 궤도 이탈 등의 고장도 자주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휘펫은 실전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1918년 3월의 첫 실전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휘펫은 1차 대전 중 사용된 어떤 영국 전차보다 적에게 많은 사상자를 안겨준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4월 24일에는 단 7대의 휘펫으로 적 2개 대대를 공격, 400명의 사상자를 안기는 대전과를 올리기도 했다.
특히 1918년 8월에 벌어진 아미엥 대공세에서는 눈부신 전과를 올렸다. 단 한 대의 휘펫이 적진 후방에 고립된 상태에서 무려 9시간이나 버티면서 적의 야포사격에 파괴될 때까지 적 1개 포대와 관측기구를 파괴한 뒤 적 보병 1개 대대를 패주시키고 1개 사단의 보급로를 완전히 차단한 것이다.
가벼운 덩치 덕분에 운용의 제약이 적은 휘펫은 전쟁 뒤에도 나름 인기를 끌었다. 러시아 내전에서는 영국이 17대를 파견했지만 공산군이 그 중 12대를 노획해 1930년대까지 쓰기도 했고, 일본도 6대를 수입해 1930년대까지 운용했다.
'전쟁..... > 탱크등,,,'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덩치 줄인 ‘르노 FT-17’ 작지만 강했다 (0) | 2017.01.15 |
---|---|
英·佛 ‘잰걸음’ 전차 개발-배치 독일 ‘게걸음’ (0) | 2017.01.15 |
대규모 전차공격, 敵 방어선에 큰 충격 안겼다 (0) | 2017.01.15 |
세계 두 번째 실전용 전차 ‘슈나이더’ 탄생 (0) | 2017.01.15 |
출전 전엔 ‘기대 半’ Mk.1 데뷔戰 출전 후엔 ‘우려 半’ (0) | 2017.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