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전쟁이야기

나에겐 맛있어도 타인은 못 먹는 음식 먹으라고 강요한다면 학대행위일까 아닐까?

구름위 2017. 1. 1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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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맛있어도 타인은 못 먹는 음식 먹으라고 강요한다면 학대행위일까 아닐까?

 우엉


일본군, 포로에 ‘나무뿌리’ 먹여 전범 재판

日“귀한 우엉 제공” 되레 피해자라고 강변

재판 기록엔 포괄적 가혹행위·학대로 처벌

 

 

기사사진과 설명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싱가포르 창이 연합군 포로수용소.  사진 출처=위키피디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싱가포르 창이 연합군 포로수용소. 사진 출처=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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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엉

우엉




 

 상대방에게는 맛있고 좋은 음식일지 모르지만 나는 싫어하기 때문에 먹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평소 음식으로 여기지도 않는 식품을 자꾸 먹으라고 권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대등한 관계라면 입장을 설명할 수도 있고 먹기를 거부하거나 아니면 상대편을 생각해서 억지로라도 먹어줄 수 있다. 하지만 상대방이 절대적인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먹으라고 강요한다면 어떨까? 안 먹을 경우 벌을 준다거나 더 이상 식사 제공을 않는다면 학대 혹은 가혹 행위라고 할 수 있을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상상하면 이런 경우다. 이슬람교 신도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부정한 음식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쟁이 일어나서 이슬람 교도가 포로가 됐다. 포로수용소에서 호의를 베푼답시고 식사 때 돼지고기를 제공하며 먹으라고 강요했다. 다른 음식이 없으니 굶어죽지 않으려면 먹어야 했다. 전쟁 결과 이슬람교 신도의 나라가 승리했고 포로수용소 감시병들은 전범재판에 회부됐다. 포로들은 식사 때 돼지고기를 먹였으니 부당하게 포로를 학대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감시병은 맛있는 돼지고기를 제공한 것은 호의를 베푼 것이지 절대 학대가 아니라고 항변했다. 포로감시병은 전쟁 범죄를 저지른 것일까?

 가정해 만든 이야기지만 실제 제2차 세계대전 때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일본군에게 포로가 된 미군 이야기다. 일본 포로수용소에서 연합군 포로에게 식사 때 우엉을 제공해 문제가 됐다는 것이다.

 일본 니가타 현에 있는 도쿄 포로수용소 제4분소 소장과 감시병들은 전쟁이 끝난 후 요코하마 전범재판에서 처벌을 받았다. 포로들에게 가혹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일부는 사형, 일부는 무기징역형을 받았다. 당시 수용소에 갇혀 있던 호주군 포로들이 식사 때 음식 대신 나무뿌리를 제공받았다고 고발했기 때문이다.

 전쟁 책임과 일본군이 저지른 가혹행위를 부정하는 일부 일본인들 주장에 의하면 연합군 포로에게 나무뿌리를 먹였다는 이유로 전후 전범재판에서 처벌을 받았다는 일본군 포로감시병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동남아의 일본군 포로수용소에서도 우엉을 제공했다고 처벌받은 감시병들이 수두룩하다. 물론 일본 주장이다.

 감시병은 전쟁이 끝나기 전 포로에게 우엉을 식사로 제공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전의 일본군은 식량 사정이 극도로 악화됐기 때문에 병사들의 급식도 형편없었다. 일본군도 밥을 먹지 못하고 내내 콩만 먹으며 지낼 정도였다. 하지만 전쟁이 조만간 끝날 것 같았고 그것도 일본의 패전으로 끝날 것이 분명했기에 포로에게 최대한 좋은 음식을 주겠다는 의도로 일본군도 먹지 못하는 우엉을 반찬으로 제공했다.

 이렇게 호의를 베풀었음에도 전범재판에서는 역시 포로에게 음식 대신 나무뿌리를 먹이는 가혹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감시병이 5년 징역형을 받았고 포로수용소 관계자들 역시 B급과 C급 전범으로 처벌받았다는 것이다.

 도쿄재판을 소재로 다룬 일본의 일부 서적과 우익 인사들의 주장인데 한마디로 음식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 때문에 포로수용소 감시병들이 억울하게 처벌받았다는 강변이다. 일본의 음식문화를 잘 알지 못하는 전범재판관들이 포로들의 일방적인 주장만 듣고 호의를 베푼 감시병을 처벌했으니 일본군 포로감시병들은 피해자라는 것이다.

 우엉을 보는 동서양의 시각은 확연히 다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과 중국에서는 우엉을 먹는다. 특히 우엉 뿌리가 식재료다. 우리만 해도 된장에 담가 장아찌로 먹고, 간장과 설탕에 조려 반찬으로 먹는다. 일본인은 우엉을 더 좋아한다. 특별한 날 잔치음식에 우엉이 빠지지 않을 정도다.

 동양에서는 우엉을 식품뿐만이 아니라 약으로도 이용했다. 전통적으로 위장병이나 피부병을 치료하는 약재로 사용했다. 그러니 우엉으로 만든 음식에 싫고 좋고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거부감은 없다.

 반면 서양은 다르다. 유럽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우엉을 잡초로 취급해 식용으로는 쓰지 않는다. 더욱이 우리가 주로 먹는 우엉뿌리는 식품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러니 일본 측 주장대로 진짜 좋은 뜻으로 자기네도 잘 먹지 못하는 우엉을 반찬으로 제공했다고 하더라도 연합군 포로 입장에서는 ‘나무뿌리’를 먹으라며 준 것이나 다름없다. 이슬람교 신자에게 돼지고기를 식사로 제공한 것과 크게 다를 것 없다.

 그뿐만 아니라 전쟁이 끝난 후 열린 도쿄재판에서 연합군 포로에게 나무뿌리에 불과한 우엉을 제공했다는 이유만으로 전범으로 분류돼 처벌을 받은 사례는 한 건도 없다고 한다. 우엉 제공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열악한 포로수용소 환경과 구타 등 폭력과 학대 때문에 전범으로 처벌받은 것이다.

 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탄 피폭을 핑계로 전쟁 피해국인 척한다. 포로에게 우엉을 제공해 호의를 베풀었는데 도리어 전범으로 몰렸다는 주장도 가소롭다.

 그나저나 자기는 맛있어도 상대방은 먹지 못하는 음식을 우월적 위치를 이용해 먹으라고 강요한다면 학대 행위일까 아닐까? 아베 일본 총리라면 어떻게 대답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