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전쟁이야기

두 번 구운 과자 세상이 놀라다

구름위 2017. 1. 14. 20:00
728x90

두 번 구운 과자 세상이 놀라다

비스킷


전투지에서 조리 않고 썩지 않고 병사들 치아 부러져공포의 대상

15세기, 두 번 구워 장기보관 가능해진 과자15년도 문제없어

망치로 깨 먹을 정도로 딱딱해 군용장비 하드태크라는 별명

 

 

기사사진과 설명
돌처럼 딱딱한 하드태크 비스킷으로 식사하는 북군 병사들.

돌처럼 딱딱한 하드태크 비스킷으로 식사하는 북군 병사들.



 

 

기사사진과 설명
남북전쟁 당시의 하드태크 비스킷. 출처=위키피디아

남북전쟁 당시의 하드태크 비스킷. 출처=위키피디아



 

 

 ‘비스킷(biscuit)’이라는 단어에는 두 번 구웠다는 뜻이 들어 있다. 비스킷의 어원은 라틴어 비스콕투스(biscoctus)인데 비스는 두 번, 콕투스는 요리하다라는 뜻이다. 예전 군인들은 비스킷을 또 하드태크(hardtack)라는 별명으로 불렀다. 식품이 아니라 딱딱한 군용장비라는 뜻인데 과자 별명으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밀가루 반죽을 한 번 구운 것과 두 번 구운 것이 무슨 차이가 있을까? 과자나 빵일 뿐인데 무엇 때문에 번거롭게 두 번씩이나 구웠을까? 게다가 멀쩡한 음식에 왜 식품이 아닌 군용장비라는 별명을 붙였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밀가루 반죽을 한 번 구운 것과 두 번 구운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과자를 두 번 구웠기 때문에 세상이 바뀌었고, 전쟁의 양상이 달라졌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빵이나 과자를 두 번 굽는 것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옛날 기술로는 한 번 구운 빵과 과자를 태우지 않고 또다시 굽기가 쉽지 않았다. 나름의 새로운 기술이 필요했다. 그 때문에 비스킷은 15세기 무렵에야 등장했다.

 밀가루 반죽을 두 번 구우면 어떻게 될까? 반죽 속에 포함된 수분이 완전히 빠져나가 딱딱하고 건조한 빵이나 과자가 된다. 수분이 완전히 없어져 장기 보관해도 표면에 곰팡이는 필지언정 썩지는 않는다.

 비스킷이 등장하자 전쟁의 양상이 바뀌었다. 비스킷만 있으면 불을 피워 조리하지 않고도 전투를 할 수 있었다. 또 현지 조달이라는 미명 아래 점령지에서 민간인으로부터 식량을 약탈하지 않아도 됐다. 점령지 주민과의 갈등이 줄었다.

 비스킷이 등장하면서 해군의 역할도 바뀌었다. 선박의 장기 항해가 가능해졌다. 장기 항해 때 빵은 오래되면 썩어서 먹을 수 없지만, 비스킷을 실으면 먼 바닷길도 문제가 없었다. 15세기 말,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는 비스킷이 자주 등장한다. 비스킷이 이때 보급됐기 때문이다.

 희곡 ‘좋으실 대로’라는 작품에 “항해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남겨 온 말라빠진 비스킷”이라는 대사가 있다. 먼바다를 항해할 때 비스킷을 실었다는 것인데 콜럼버스가 아메리카에 도착했을 때, 마젤란이 세계 일주 항해를 떠날 때도 배에 비스킷을 실었다.

 그런데 이때의 비스킷은 지금과는 달랐다. 어떤 형태였는지 셰익스피어의 희곡에서 짐작할 수 있다. “선원이 비스킷을 깨트려 먹었다”고 묘사했는데 깨물어 먹는 것이 아니라 망치로 깨야 할 정도로 단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해군 수병들은 비스킷을 음식이 아니라 장비, 즉 하드태크라 부른 것이다.

 하드태크, 비스킷은 장기 보관이 가능해 전쟁이나 장거리 항해에서 유용하게 쓰였다. 하지만 먹는 병사로서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병사들이 총알보다 비스킷을 더 무서워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1861년 일어난 남북전쟁 때 남군과 북군 병사들은 전투식량으로 비스킷을 주로 먹었다. 당시 북군에 비스킷을 납품했던 밀턴이라는 식품회사가 있었다. 그런데 이 회사가 군대에 납품한 비스킷은 1846년 미국과 멕시코가 전쟁을 할 때 만든 것이었다. 무려 15년 동안이나 창고에 쌓아뒀던 비스킷을 다시 납품한 것이다. 납품업체의 두둑한 배짱도 황당하지만 15년을 보관하고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비스킷의 보존성이 뛰어났다는 사실 역시 놀랍다.

 병사들 사이에서 비스킷이 얼마나 악명을 떨쳤는지는 남북전쟁 당시 미국 육군의 보급품에 대한 기록이 실린 ‘비스킷과 커피, 알려지지 않은 군 생활 이야기’라는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하드태크를 먹을 때는 주먹이나 망치로 세게 내리쳐야 깨지고 가끔 곰팡이가 핀 비스킷이 보급되는 때도 있었으며 바구미가 들끓는 경우도 많았다.”

  남북전쟁 때 지급된 비스킷은 씹지도 못할 정도로 딱딱했기에 할 수 없이 커피에 적셔 부드럽게 만들어 먹었다. 북군 장교가 고향에 쓴 편지에는 비스킷을 먹다 치아가 부러졌다는 내용도 있을 정도다.

 또 딱딱한 비스킷을 뜨거운 커피에 담그면 안에 있던 벌레가 기어나오는데 커피 물에 뜬 벌레는 버리고 비스킷을 먹었다는 기록도 보이니 병사들 사이에서 총알보다 비스킷이 더 무섭다는 말이 나돈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