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생겨나고 전쟁으로 유명해진 새알 초콜릿
- m&m’s 초콜릿
스페인 내전서 아이디어 얻고
2차 대전 군용 납품 계기 급성장
손에서 안 녹아 병사들에게 인기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는 관찰력
미래 내다보는 능력이 만든 식품
미국은 2차 대전이 시작되면서 설탕을 배급 품목으로 지정했지만 군보급품은 예외였다. 사진은 설탕을 지급받는 해군 장병들. |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초콜릿 원료인 설탕은 미국에서 제일 먼저 배급품목으로지정됐다.사진은사탕수수를 대신한 영국의 사탕무 운송 장면. |
전쟁이 터졌을 때 제일 먼저 통제를 받는 식료품은 무엇일까? 먼저 밥을 짓는 데 필요한 쌀이나 빵, 혹은 고기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최초의 배급 대상 식료품은 나라마다 다르고, 전쟁 성격에 따라서도 달랐다.
일본의 진주만 폭격으로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실시한 배급 제도에서 최초로 통제했던 식료품은 엉뚱하게도 사탕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탕 만드는 원료인 설탕이었다.
미국은 진주만 피폭 이듬해인 1942년 봄부터 단계적으로 배급 제도를 시행했다. 이때 처음 통제 대상이 된 물품이 군수물자인
금속과 고무, 그리고 설탕이다. 쇠는 무기 제조에 필수품이고 고무 역시 전쟁 수행에 반드시 필요한 물자지만 설탕이 식료품 중 최초의 배급품목으로
지정됐다는 것은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설탕 역시 음식을 만들 때 꼭 필요한 물품이다. 그런데 전쟁이 시작되면서 미국의
설탕 수입이 완전히 차단됐다. 주요 수입국이던 필리핀이 일본군에 점령당한 데다 운송을 담당했던 하와이의 화물선이 모두 군용으로 차출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설탕 수입 물량이 전쟁 전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 때문에 전쟁 중 가격 폭등을 막기 위해 설탕을 제일 먼저
수급 통제 식품으로 지정한 것이고, 일정 수량 이상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배급 품목으로 지정했던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식료품 통제 예측, 더위에도 안 녹는 초콜릿
개발
위기는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면 기회가 된다. 전쟁 상황과 그에 따른 식료품 통제를 예측하고 기회로 활용한
인물이 있었다. 포레스트 마스(Forrest Mars)라는 미국의 초콜릿 제조회사 사장이다.
그는 초콜릿 제조업을 하던 부친과
갈등을 겪다 영국으로 건너가 독자적인 초콜릿 사업을 모색하던 중이었다. 마스는 2차 대전으로 유럽에서 전쟁이 확대되자 구상했던 사업을 하기 위해
미국으로 돌아왔다. 날씨가 더워도 녹지 않는 초콜릿의 상품화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만 해도 초콜릿은 제철 과일이나 채소처럼
계절상품 성격이 강했다. 여름만 되면 초콜릿 매출이 뚝 떨어졌다. 개인은 물론 초콜릿 상점에도 냉방시설이 없어서 초콜릿이 모두 녹았기 때문이다.
전선의 병사들에게도 주머니에서 줄줄 녹는 초콜릿은 골칫덩어리였다.
‘입 안에서는 녹지만 손에서는 녹지 않는 초콜릿’을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마스는 녹지 않는 초콜릿의 아이디어를 스페인 내전에서 얻었다. 업무차 스페인에 갔다가 병사들이 딱딱한 설탕으로 껍질을 씌운
작은 구슬 형태의 초콜릿을 먹는 것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미국으로 돌아온 마스는 손에서 녹지 않는 초콜릿을 사업화하는 데 필요한
파트너를 찾았다. 단순히 자금만 대는 물주가 아니었다. 유럽 전역으로 전선이 확대되고 아시아에도 전쟁의 기운이 감돌았기에 조만간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와 설탕이 품귀 현상을 빚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 때문에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줄 수 있는 파트너를 찾아야 했다. 이때 마스와
손잡은 사람이 당시 허쉬 초콜릿 경영자의 아들이었던 브루스 머리(Bruce Murrie)였다. 머리가 20%의 지분 참여를 결정하면서 두 사람은
각자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을 따서 m&m’s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그리고 1941년 봄부터 초콜릿을 사탕으로 코팅한 상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예전 새알 초콜릿이라고 불렀던 그 미제 초콜릿이다.
사업을 시작한 지 몇 개월 지나지 않은 1941년
12월 7일, 일본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했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된 것인데 그 결과 전쟁물자 조달을 위해 배급 제도가
시행됐고 최초의 통제 품목이 초콜릿의 원료인 설탕이었다. 포레스트 마스가 예측했던 대로 원료 수급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또 한 번
위기가 기회로 작용했다.
입 안에서는 녹지만 손에서는 녹지 않는 새알 초콜릿, m&m’s는 다른 여러 초콜릿 업체를
물리치고 군수물자 납품업체로 지정됐다. 안은 초콜릿이지만 표면은 사탕으로 코팅했기에 태평양 전선처럼 날씨가 무더운 곳에서 싸우는 병사들의 전투복
주머니 속에서도 m&m’s는 녹지 않았다. 군 당국은 곧 이 초콜릿을 당시 병사들의 야전 전투식량이었던 C 레이션 메뉴에
포함시켰다.
진주만 폭격 후 첫 통제 품목은 초콜릿 원료 설탕
초콜릿
군납업체 지정은 단순히 공급물량 확보라는 차원을 넘는 대박 사업 기회였다. 실질적으로 독점권을 준 것이기 때문이다. 원료인 설탕을 배급받지
못하는 다른 초콜릿 회사는 제품을 제대로 생산할 수 없었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m&m’s 초콜릿은 모두 군용으로 납품됐다. 하지만
초콜릿을 사 먹을 수 없는 민간인을 대상으로도 광고를 내보냈다. “m&m’s 초콜릿은 100% 전선에 제공합니다.”애국심을 고취하는
광고였다.
새알 초콜릿 m&m’s는 스페인 내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어졌고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급성장한, 전쟁이
만들고 전쟁이 키운 초콜릿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배경은 사소한 아이디어도 놓치지 않는 관찰력, 미래를 내다보는 예지력이 바탕이 됐다.
'전쟁..... > 전쟁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찍이 전쟁통에 의약품이 동나면 마늘이 ‘만병통치’ (0) | 2017.01.14 |
---|---|
두 번 구운 과자 세상이 놀라다 (0) | 2017.01.14 |
분유는 원래 전투식량이었다 (0) | 2017.01.14 |
그까짓 양파가 뭐길래? (0) | 2017.01.14 |
값싸고 맛 좋고 고열량 2차 대전 때 고기대용품 (0) | 2017.0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