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사령관이 나와 같은 음식을 먹다니”
- 꼬리곰탕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야전 병사가 기피한 소꼬리 수프 아이젠하워가 사랑한 음식·대통령 시절에도 손수 요리
노르망디 상륙작전 직전 아이젠하워 장군이 드라마 밴드 오브 브러더스의 모델이 된 미101공수사단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필자제공 |
소꼬리 수프 통조림. |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으로, 올해로 70주년을 맞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성공으로 이끌면서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마무리 지은 전쟁 영웅이다. 동시에 1953년 제34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재임에도 성공한 정치
지도자였다.
군 최고사령관으로 또 군 최고 통수권자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했던 아이젠하워가 가장 좋아했던 음식 중의 하나가
꼬리곰탕이었다. 물론 우리말 표현으로 정확하게는 소꼬리(Oxtail) 수프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아이젠하워였지만 식사만큼은
무척 소탈했다. 대통령 재임 기간 중에도 백악관으로 가까운 사람이 찾아오면 요리사 대신 직접 소꼬리 수프를 끓여 내놓았을 정도다. 게다가 자신은
양파를 좋아해서 수프에 반드시 양파를 넣었지만 양파를 싫어하는 퍼스트레이디 메이미 여사의 수프에는 양파를 넣지 않을 정도로 배려심도
깊었다.
아이젠하워는 왜 소꼬리 수프를 좋아했을까? 아이젠하워의 고향은 켄사스 주다. 미국의 대표적인 목축지역으로 한때 서부의
카우보이들이 소떼를 몰고 왔던 최종 종착지였다. 때문에 어려서부터 소고기에 익숙했다. 게다가 현역 군인 시절 장병들의 식사로 소꼬리 수프가 자주
나왔다. 그만큼 익숙했을 것이다. 어쨌든 유럽연합군 최고 사령관 시절에도 날씨가 추운 겨울철이면 자주 소꼬리 수프로 식사하면서 추위를 이겨냈다고
한다.
소꼬리 수프는 쉽게 말해 꼬리곰탕이다. 우리 기준으로는 맛도 있고 가격도 만만치 않다. 그러니 연합군 최고사령관이, 미국
대통령이 소꼬리 수프를 즐겨 먹는다는 것이 하나도 이상할 것 없다.
하지만, 1950년대 미국인들은 다른 시선으로 아이젠하워를
바라봤다. 소꼬리 수프를 즐겨 먹는 사령관, 대통령한테서 남녀 구분 없이 많은 사람이 소탈한 전우애와 소박한 동질감을
느꼈다.
소꼬리 수프는 병사들이 전쟁터에서 지겹게 먹었던 음식이기 때문이다. 물자가 부족했던 후방의 주부들도 소꼬리 수프로
아이들의 영양을 챙겼다. 사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꼬리 수프는 그다지 환영받는 음식이 아니었다. 통조림에 든 소꼬리 수프는 꼬리뼈와 함께
떠다니는 기름 덩어리에 지나지 않았다는 불평이 여러 기록에서 보인다.
미국의 전쟁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Band of
Brothers)에도 보인다. 이 드라마는 제2차 세계대전 전문 역사학자 스티븐 앰브로스의 소설을 토대로 만든 드라마로 병사들이 소꼬리 수프를
먹으며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먹는 음식일 뿐 전선의 병사들의 사기를 높이는 음식은 아니다”라고 불평하는 장면이 보인다. 현실이 아닌
드라마 속 대사지만 실제 상황을 반영한 장면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이 처음 전투를 벌인 곳이 아프리카 전선이다. 이곳에
배치된 미군들은 초기에 영국의 보급품을 지급받았다. 영국의 음식과 차, 그리고 담배를 지급받으며 고향 음식을 그리워했는데 나머지는 그런대로 먹을
만하지만, 소꼬리 수프만큼은 정말 싫다는 내용이 참전 병사가 고향으로 부친 편지에 보인다.
병사들은 왜 소꼬리 수프를
싫어했을까? 사실, 깡통 속에 들어 있는 기름이 둥둥 뜬 꼬리뼈를 자주 먹어야 했으니 쉽게 물렸을 것이다. 게다가 서양에서 소꼬리는 환영받는
음식이 아니었다.
물론 유럽에서도 옛날부터 소꼬리를 먹었다. 꼬리곰탕과 비슷한 소꼬리 수프는 영국의 전통 음식이고 이탈리아에서는
꼬리찜과 닮은 코다 알라 바키나라(Coda alla Vaccinara)라는 꼬리 요리를 먹는다.
이 음식은 ‘정육점 주인의
꼬리’라는 뜻인데 옛날에는 소를 잡는 사람에게 그 대가로 소꼬리를 줬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스페인에도 콜라 데 토로(cola de
toro)라는 꼬리 요리가 있는데 투우를 끝낸 후 죽은 소의 꼬리로 만든 요리다. 유럽 각국의 꼬리 요리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동양과는
달리 유럽에서 소꼬리로 만든 음식은 그다지 고급 요리로 대접받지 못했다. 그러니 병사들에게도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니 아이젠하워 장군이 연합군사령관 시절, 그리고 대통령이 된 후에도 소꼬리 수프를 즐겨 먹었다는 사실에서 참전용사들은
자신들과 같은 음식을 먹는 최고 사령관에게 전우애를 느꼈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미군 장병들이 왜 아이젠하워 장군을 ‘아이크’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좋아했는지 그 이유가 동양의 고전 병법서인 삼략(三略)에 나온다. 삼략은 중국 진나라 말기 황석공(黃石公)이 쓴 병법서로 한나라
장량이 이 책을 읽고 유방을 도와 천하를 통일했다고 전해진다.
“무릇 장수는 병사와 함께 있어야 하며 맛있는 음식은 병사와 같이
먹고, 편안함과 위태로움을 병사와 함께하여야 한다. 그리하면 병사들은 분발하여 적에게 위력을 발휘하니 아군은 전승을 거두며 적군을 사로잡을 수
있다(夫將帥者 必與士卒 同滋味 而共安危, 敵乃可加 故兵有全勝 敵有全囚).”
아이젠하워 장군 역시 병사들과 소꼬리 수프를 함께
먹으면서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고, 미국 제34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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