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에다 닥스훈트 소시지를 끼워넣은 음식
- 핫도그
루스벨트 대통령, 영국 왕 조지 6세 초청 핫도그로 식사 “미국-영국은 같은 음식 먹는 형제의 나라” 대국민 설득
핫도그는 소시지의 별명이 닥스훈트였던 것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
조지 6세 영국 국왕과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필자제공 |
닥스훈트. |
“영국 왕 조지 6세, 핫도그로 식사하다.”
1939년 6월 12일자 미국 뉴욕타임스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신문은
그날의 뉴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소식을 톱기사로 올린다. 미국의 대표 권위지인 뉴욕타임스가 고작 영국 왕이 핫도그를 먹은 것을 머리기사로
다뤘다. 이유가 무엇일까?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3개월 전인 1939년 6월, 영국 왕 조지 6세 부처가 미국을 방문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초청하는 형식이었지만 유럽에 전쟁의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졌던 당시, 영국은 미국의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비공식 방문이었기
때문에 영국 왕 부처는 백악관에서의 공식 만찬 대신 뉴욕의 하이드파크에서 피크닉을 겸해 루스벨트 대통령 부부와 가벼운 오찬을 함께 했다. 이때
점심으로 조지 6세가 핫도그를 먹었다는 사실이 이튿날 뉴욕타임스를 포함해 미국과 영국 신문의 주요 기사로 보도된 것이다.
흔히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아니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고 한다. 뉴스 속성은 특이성에 있다. 당시에는 영국 왕이 핫도그를 먹었다는 사실
자체가 진짜 ‘뜨거운 개(hot dog)’를 먹은 것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강대국이었던 영국의 국왕, 더군다나 현재 영국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의 부친인 조지 6세는 영국인들로부터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핫도그는 이런 영국 국왕이 먹어도 좋을 음식이 아니었다.
빵이나
막대기에 소시지를 끼워서 먹는 핫도그는 지금도 그렇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간단하게 먹는 패스트푸드다. 국왕이나 대통령이 오찬에서 먹는 요리는
아니다. 굳이 비유해 상상하자면 미국 대통령을 초청해 놓고 김밥 한 줄 대접한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게다가 이름부터 이상해서
‘뜨거운 개’라는 뜻이다. 왜 하필 ‘핫도그’일까? 물론 진짜 빵 사이에 잘 익은 개고기를 끼워 먹어서 생긴 이름은 아니다. 핫도그는 주재료로
들어가는 가늘고 기다란 프랑크 소시지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프랑크 소시지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발달한 소시지로 별명이 닥스훈트 소시지였다.
다리는 짧고 허리는 비정상적으로 긴 닥스훈트는 얼핏 귀엽게 생겼기 때문에 애완견처럼 보이지만 원래는 오소리를 전문으로 잡는 사냥개다. 독일어로
닥스(Dachs)는 오소리, 훈트(Hund)는 개라는 뜻으로 오소리 굴속으로 들어가야 하니까 다리는 짧고 허리는 길게 진화했다. 이렇게 허리가
긴 모습이 마치 소시지처럼 생겼다고 여겨 사람들은 닥스훈트를 소시지 독(Sausage Dog)이라는 별명으로 불렀고 반대로 소시지는 닥스훈트
소시지라고 했다. 그렇다고 음식에다 왜 하필 핫도그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미국에 이민 온 독일 사람들은 야구장에서 빵에다 소시지를
끼워 팔며 고향에서 부르던 별명처럼 “뜨거운 닥스훈트 소시지가 왔어요”라고 외쳤다. 어느 날 만화가가 이 모습을 신문 삽화로 그렸는데
닥스훈트라는 독일어 스펠링을 몰랐기 때문에 그냥 개라고 표현해서 “뜨거운 개 소시지(hot dog sausage)”라고 적었다. 빵에다 닥스훈트
소시지를 끼운 음식을 핫도그라고 부르게 된 유래다. 다양한 핫도그 기원설 중 신빙성이 가장 높은 이야기다.
1939년 무렵에는
이런 핫도그를 고귀한 신분의 영국 왕이 먹었다는 사실 자체가 사람들에게는 화젯거리가 됐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왜 고결하고
품위 있는 영국 국왕에게 서민들이 간편하게 먹는 음식인 핫도그를 대접했을까?
오찬 음식으로 핫도그를 준비한 것은 루스벨트 대통령
부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분명한 것은 의도적이었다는 사실이다.
“외국을 여행할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외국에서 보는 색다른
풍경, 외국에서 먹는 색다른 음식이지요. 굳이 영국 왕이 버킹엄 궁전에서 매일 먹는 음식을 미국에서 다시 차릴 필요는
없겠지요.”
퍼스트레이디 엘레나 루스벨트 여사의 말이다. 게다가 핫도그는 예나 지금이나 미국을 대표하는 음식이었으니 국왕 부처의
기억에 새겨지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조지 6세 국왕 부부는 이때 핫도그를 처음 먹었고 먹는 방법을 몰라 루스벨트 여사에게 어떻게 먹는지
물어봤다고 한다. 하지만 보통의 미국인들이 먹는 것처럼 손으로 먹지는 않고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단지
조지 6세에게 색다른 미국 음식을 대접하고 싶어서 오찬 메뉴로 핫도그를 준비했을까? 사실은 고도로 계산된 정치적 행동이었다. 당시 미국인들은
유럽에서 벌어질 전쟁에 미국이 말려드는 것을 반대했다. 왜 왕이 다스리는 영국을 지키기 위해 미국인이 희생돼야 하느냐는 분위기였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영국 왕 조지 6세에게 미국 서민들의 음식인 핫도그를 대접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영국의 왕도 핫도그를 먹는 것처럼 영국과
미국은 형제국이라는 것, 영국은 미국과 함께 민주주의의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제스처였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핫도그로
국민에게 영국에 대한 지원과 전쟁 참전의 필요성을 설득했던 것이다. 같은 음식을 먹는 형제 나라라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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