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전쟁이야기

제2차 대전 때부터 美 병사 전투식량으로 지급

구름위 2017. 1. 13. 21:10


제2차 대전 때부터 美 병사 전투식량으로 지급

구명 초콜릿


 얼마 전에 방영된 진짜 사나이라는 TV 예능 프로그램에 해군 구명식량으로 초콜릿이 소개된 적이 있다. 생김새는 화이트 초콜릿 같았지만 맛을 본 병사들은 하나같이 오만상을 찌푸리며 쌀ㆍ밀가루ㆍ분말 지우개를 섞어놓은 맛이라고 품평했다.

보통 초콜릿과 달리 맛있다고 마구 먹지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인데 “만든 이의 심오한 생존철학이 담긴 것 같다”는 촌평까지 나왔다. 이런 초콜릿을 누가 언제, 그리고 왜 만들었을까?

나치, 초콜릿 특수폭탄 제조해 처칠 수상 암살 시도

기사사진과 설명
제2차 대전 당시 미군의 군용 초콜릿 바.

제2차 대전 당시 미군의 군용 초콜릿 바.


 

기사사진과 설명
초콜릿은 병사들의 사기진작과 에너지공급원으 로지급됐다. 필자제공

초콜릿은 병사들의 사기진작과 에너지공급원으 로지급됐다. 필자제공



초콜릿은 제2차 세계대전 때부터 미군 병사들에게 전투식량으로 지급됐다. 정기적으로 초콜릿을 보급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달콤한 후식을 제공함으로써 전투에 지친 병사들의 사기를 높이자는 것과 초콜릿이 고열량의 식품인 만큼 작전 중의 병사에게 빠르고 간편하게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이유였다. 물론 이때 지급된 초콜릿의 대부분은 지금과 비슷한 보통 초콜릿이었다.

 초콜릿은 태생적으로 전쟁과 관련이 깊다.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는 원산지가 고대 아즈텍 문명의 발상지인 중미의 멕시코와 마야 문명이 자리한 남미 지역이다. 고대 마야인과 아즈텍 원주민들은 옛날부터 초콜릿을 먹었는데 이 무렵 카카오는 ‘신들의 열매’라고 불리며 귀한 대접을 받았다. 이 때문에 카카오 열매에서 추출한 초콜릿은 아무나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왕족과 귀족 등 특권층만의 식품이었다.

 다만, 전사들에게도 초콜릿을 먹을 자격을 줬는데 군대는 왕국을 지키는 수호자였기 때문이다. 기록에 의하면 당시 카카오는 군대 식량 중 빼놓을 수 없는 품목이었다. 카카오에 포함된 흥분성분 때문이라고 해석하는데 따지고 보면 사기진작과 고열량 에너지 공급원이라는 현대 군용식량의 목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사들에게 지급하는 카카오를 얼마나 귀하게 취급했는지 실제 전쟁이 일어났을 때는 전쟁터에 나가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 귀족이라도 카카오를 먹을 수 없었다고 한다. 고대 중남미인들은 진작부터 전투식량으로서 초콜릿의 효과에 눈을 떴던 셈이다.

 병사에게 지급되는 초콜릿은 사기진작과 고열량 에너지원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한 가지 문제점도 안고 있었다. 맛있기 때문에 순식간에 다 먹어치운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위급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아껴 먹어야 할 생존식량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두 해 전인 1937년, 미군 군수사령부에서 이 문제를 놓고 고민했다. 당시 병참 장교였던 폴 로간 대령이 군납업체였던 허쉬 초콜릿 회사를 찾아가 병사들의 생존을 위한 구명 전투식량에 들어갈 초콜릿 개발을 논의했다.

 로간 대령이 이때 요구한 조건이 두 가지였다고 한다. 첫째는 보통의 초콜릿은 여름철에 쉽게 녹기 때문에 병사들이 주머니에 넣고 휴대할 수 없다. 또 맛이 좋아 비상식량으로 갖고 다니기에는 너무나 유혹적이다. 때문에 굶주림에 지쳐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때에나 먹을 수 있도록 고온에서 견딜 수 있으면서 고열량이고 맛이 없어야 할 것을 주문했다. “딱딱하게 굳은 삶은 감자보다 약간 더 나은 맛”의 초콜릿 개발이 로간 대령의 요구사항이었다.

 그 결과 생존용 구명 초콜릿이 만들어졌다. 원료는 보통 초콜릿보다 카카오 함량을 훨씬 높여 지금의 다크 초콜릿처럼 만들었고 여기에 오트밀ㆍ탈지 우유, 그리고 인공색소 등을 첨가해 진짜 삶은 감자와 비슷한 수준의 초콜릿을 제조했다. 하지만 로간 대령은 첫 제품을 받은 후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고 전해진다. 냄새도 그렇고 생김새도 맛으로 먹기보다는 마치 빨랫비누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초콜릿을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모두 4000만 개를 만들어 보급했다고 하니까 장병들이 한 개 이상씩을 지급받았을 것인데 위급 상황에 부닥친 병사들의 생존목적에는 알맞았겠지만, 실제 이 초콜릿을 지급받은 장병들 사이에는 불만이 높았다. 비정상적인 상황에 놓였을 때 생존을 위해 만든 초콜릿이지만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너무나 맛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병사들은 이 초콜릿을 ‘히틀러의 비밀무기’라고 불렀다.

 장병의 불만은 높았지만 사실, 구명 초콜릿은 적지 않은 위력을 발휘했다. 전쟁터에서 고립된 병사들 개개인의 생존능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얀마 전선의 미군들은 집단으로 이 초콜릿을 먹으며 견뎠다고 한다. 아열대 기후의 낯선 풍토에서 장병들이 이질에 걸렸을 때 유일하게 먹을 수 있었던 식품이 바로 구명 초콜릿이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맛에 불만을 품은 미군 병사들은 구명 초콜릿을 히틀러의 비밀 무기라고 불렀지만 실제로 초콜릿이 히틀러의 비밀무기로 쓰였던 적도 있다.

 나치의 폭탄제조 전문가들이 얇은 금속판에 다크 초콜릿을 씌우고 그 위에 폭발성 화약을 코팅한 특수 폭탄을 제조했다. 초콜릿을 먹으려고 자르는 순간 폭발하게 한 것이다. 독일 비밀 요원이 이 초콜릿을 영국의 전시내각 식탁에 공급해 처칠 영국수상을 암살한다는 계획이었다고 하는데 영국 첩보기관인 M15에 발각되면서 진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고 한다. 초콜릿이 진짜 히틀러의 비밀무기로 쓰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