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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군 氣죽인 美 독립전쟁의 ‘숨은 히어로’
- 고구마
- 2013. 05. 08 15:46 입력
형편없는 군고구마만 먹고도 미국 민병대 전투의지 ‘활활’ 무패의 英 지휘관 전의 꺾어
미국 독립전쟁 때 고구마를 먹으며 게릴라전을 승리로 이끈 프란시스 마리온. 영화 패트리어트가 그를 모델로 만들었다. |
현대 게릴라전을 개척한 인물 중 하나로 미국 독립전쟁의 영웅(?)으로 민병대를 조직해 영국군과 맞서 싸운 프란시스 마리온(Francis Marion)을 꼽는다. ‘늪지의 여우’라는 별명의 마리온은 미국 남부 늪지대에서 익숙한 지형지물을 이용, 영국군을 괴롭혔다. 흑인 노예까지 포함한 소수 민병대원을 이끌고 영국군을 기습, 살해하고 보급품을 탈취하는 등 집요하게 적군을 못살게 굴었다. 바짝 약이 오른 영국군이 소탕작전을 펼치면 늪지의 숨은 길로 감쪽같이 사라졌다가 후방에서 기습하는 등 신출귀몰한 작전을 펼쳤다.
늪지의 여우라는 별명도 마리온을 번번이 놓친 영국군 지휘관이 “늪지에 사는 저 놈의 여우는 악마도 잡지 못할 것”이라며 혀를 내두른 것에서 비롯됐다. 영화 ‘패트리어트’ 주인공의 모델이 마리온으로 앞에서 영웅이라는 단어에 물음표를 단 것은 독립전쟁 전, 인디언 토벌전에서는 잔인한 학살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마리온의 민병대와 영국군이 잠시 휴전을 했다. 이때 마리온이 영국군 대장 타를톤 중령을 식사에 초대했는데 적진에 초대를 받아 다녀온 타를톤 중령이 그만 전의를 상실했다. 민병대원 전원이 그동안 군고구마만 먹고 싸웠고 자신에게 대접한 음식 역시 군고구마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형편없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전투의지에 충만해 싸우는 적군을 보고 그만 자신감을 잃었다는 것이다. 미국 독립전쟁 당시 영국군의 영웅이었던 타를톤 중령이 유일하게 패배했던 전투가 바로 고구마를 먹으며 싸운 마리온의 민병대와의 전투였다.
전시에는 식량부족을 겪기 마련이다. 독립전쟁 무렵 미국 남부는 고구마 주산지였는데 고구마는 주로 노예들이 먹던 음식이었다. 흑인 노예들은 마루 아래에 고구마 저장창고를 만들어 놓고 겨울부터 봄까지 고구마로 끼니를 때웠다. 독립전쟁이 일어나자 고구마는 남부인들의 주식이 됐다. 형편없는 음식 취급을 받았던 고구마를 먹으면서도 독립 의지를 불태웠고 이 모습을 본 영국군이 싸울 의지를 잃었으니 사소해 보이는 것 하나가 전투의 승패를 가르기도 한다.
미국에서 일어난 전쟁에서 고구마가 다시 한 번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적이 있다. 바로 노예해방 문제가 촉발한 남북전쟁 때였다.
1861년 남북전쟁이 발발하기 30년 전, 앤드류 잭슨 미국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국 육군은 병사들에게 음료수로 커피와 설탕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남북전쟁이 일어날 때까지 약 30년 동안 커피를 마셔온 미군 병사들은 하루라도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불편해했다.
남북전쟁이 터지면서 링컨 대통령은 남부연맹의 주요 항구를 철저하게 봉쇄해 군수물자와 식료품이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 그러자 남부에서 식료품 값이 뛰기 시작했고, 남군 병사들에게 지급되던 보급품도 영향을 받았는데 그중에 커피도 포함돼 있었다.
전쟁 발발 이듬해인 1862년부터는 커피 보급이 아예 중단됐다. 남부에서 커피 값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 파운드당 20센트에 불과했던 커피 값이 전쟁 첫 해에는 3달러로 폭등했고, 1963년에는 30달러, 1964년에는 60달러까지 치솟았다.
커피는 기호품이니까 그까짓 것 안 마시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전투 중인 병사에게는 작은 기호품 하나가 사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더군다나 커피를 마시려면 물을 끓여야 하니까 오염된 물을 끓이지 않고 마심으로써 생기는 전력 손실도 방지할 수 있다.
그리하여 커피 대용품으로 등장한 것이 남부에 풍부한 고구마로 만든 고구마 커피였다. 고구마를 얇게 썰어서 말린 후 커피 원두를 볶는 것처럼 볶아 갈아서 커피처럼 타 마셨다. 고구마 이 외에 감ㆍ콩ㆍ무ㆍ치커리 등 다양한 작물과 열매를 이용해 커피 대용품을 만들었지만 그나마 커피에 가까운 효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이 고구마 커피였다고 한다.
‘궁즉변 변즉통(窮卽變 變卽通)’, 궁지에 몰리면 변하고 변화하면 길이 열린다는 ‘주역’의 명언이 미국 남북전쟁 때에도 적용됐는데, 상상해 보면 전쟁터에서 커피 대신 고구마 커피를 마시고 앉아 있는 남군 병사의 모습이 처량하게 느껴진다. 전쟁은 어쨌든 이기고 볼 일이다.
참고로 고구마는 영어로 스위트 포테이토(Sweet Potato)이니 달콤한 감자라는 뜻이다. 그런데 포테이토는 원래 고구마라는 뜻이었다. 고구마나 감자 모두 남미가 원산지이지만 유럽에는 고구마가 먼저 전해졌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고구마를 포테이토라고 했고, 뒤늦게 전해진 감자는 고구마와 구분하기 위해 화이트(White) 포테이토라고 했다.
그런데 유럽에서 감자가 주요 식량이 되면서 고구마가 자신의 이름인 포테이토를 감자에게 빼앗기고 대신 감자와 구분하기 위해 스위트 포테이토, 즉 달콤한 감자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이다. 작명의 세계에서도 힘의 논리가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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