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짓다 실수 애물단지가 최고급 요리 愛물단지로
- 누룽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 무엇일까? 입맛 따라 좋아하는
음식이 다르니 정답이 없을 것 같지만 제일 맛있는 것은 누룽지라고 한다. 어린아이 입맛이 아니라 온갖 산해진미를 다 맛봤을 중국 황제의 평가이니
객관적으로 검증된 주관적 맛이라고 할 수 있다.
누룽지는 밥 지을 때 생기는 부산물이다. 예전에는 식량을 축내는 주범으로
군것질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누룽지를 가장 맛있는 요리라고 말한 사람은 청나라 제6대 황제인 건륭제다. 1735년 황제로 즉위해 60년
동안 중국을 다스리며 청나라 최고의 전성시대를 이끈 인물이다.
청 황제 시찰 중 ‘천하제일 맛’ 칭찬 진나라 장수는
식량으로 활용 승전
뉴욕 맨해튼에 있는 스페인 빠에야 전문식당. 스페인 누룽지 소카라트를 메뉴로 개발, 뉴요커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
간식거리였던 누룽지가 세계의 별미로 떠오르고 있다. |
전해지는 일화에 의하면 황제가 신분을 숨기고 장쑤성 쑤저우 부근을 시찰하다 식사 때를 놓쳤다. 준비해 간 음식이 없었기 때문에 인근
농가를 찾아 가 먹을 것을 청했는데 마침 그 집에도 남은 밥이 없었다. 변복한 황제 일행이 불쌍해 보였는지 농가의 여주인이 솥에 있던 누룽지와
야채 국물을 뜨겁게 데워서 황제에게 주었다.
뜨거운 누룽지에 더운 국물을 부으니 ‘타다닥’ 소리가 나면서 구수한 누룽지 냄새가
풍겼는데 그렇지 않아도 배가 몹시 고팠던 건륭제의 식욕을 자극했다. 누룽지탕을 맛있게 먹은 황제는 붓과 종이를 가져오라고 한 후 ‘땅에서
천둥소리 울리니 천하제일 요리가 나왔네(平地一聲雷 天下第一菜)’라고 써서 음식을 차려 준 답례로 건네주었다. 시장이 반찬이었던 덕분에 누룽지탕이
‘천하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가 된 유래다.
건륭제의 일화는 그저 떠도는 소문에 불과할 수 있지만, 밥을 짓다가 실수로 생긴
부산물인 누룽지가 요리로 승화한 것이 바로 청나라 초기, 건륭제 무렵이다. 원매라는 학자가 저술한 수원식단(隨園食單)에 처음으로 누룽지가 요리로
나온다.
“종이처럼 얇게 만든 누룽지를 기름에 재어 구운 후 하얀 설탕가루를 뿌려서 먹으면 바삭바삭한 것이 맛이 있다.
금릉인(金陵人)이 제일 잘 만든다”고 적었다.
지금의 누룽지 튀김 종류인데 고문헌에 처음 기록된 누룽지 요리다. 여기에 설탕과
같은 단 것 대신 액체 소스를 뿌리면 누룽지탕이 되니 이때 원료가 만들어진 셈이다. 그리고 금릉인이 잘 만든다고 했는데 금릉은 지금의 장쑤성
난징의 옛 이름이니 누룽지 요리가 난징을 중심으로 발달했음을 알 수 있다. 누룽지탕은 우리나라 중식당에서도 비교적 고급요리에 속하지만,
중국에서도 일품요리로 꼽는다.
사소한 식품도 최고의 요리로 둔갑할 수 있고 사소한 것이 생명을, 나라를 구할 수도 있다. 아무리
별것 아닌 하찮은 것이라도 잘 활용하면 귀하게 쓰일 때가 있고 또 별 볼 일 없는 것이라고 무시했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 누룽지가 주는
교훈이다.
서기 420년 무렵의 진(晉)나라 말에 장쑤성 쑤저우 부근의 오군이라는 곳에 진견이라는 관리가 살았다. 근검절약이 몸에
배어 있던 진견이 어느 날 관청의 주방을 둘러보니 요리사가 밥 짓다 생긴 누룽지를 처리하지 못해 쩔쩔매는 모습을 보았다. 마침 진견의 어머니가
평소에 누룽지를 좋아했기 때문에 주방에서 누룽지를 얻어다 어머니께 끓여 드리고 나머지는 자루에 모아서 쌓아 두었다.
그러던 중
전쟁이 일어났다. 진견은 군사를 이끌고 나서 적과 싸웠지만, 전투에서 패하고 적군에게 포위당했다. 적군에게 둘러싸인 후에도 계속 저항을 했지만,
식량이 떨어졌기 때문에 결국은 항복을 하든지 아니면 굶어 죽든지 선택을 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진견은 이때 집에 모아 두었던
누룽지가 생각났다. 그리하여 누룽지 포대를 가져다가 병사들과 함께 씹어 먹으며 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싸우고 버텨 결국에는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누룽지라면 얼핏 한국인이 좋아하는 우리 고유의 전통 식품처럼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쌀 문화권에는 골고루
퍼져 있는 음식이다. 아시아는 물론이고 쌀밥을 먹는 곳에서는 모두 누룽지를 먹으니 세계적인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누룽지가
있지만, 중국에도 ‘궈바’라는 누룽지가 있다. 일본에도 ‘오고게’라는 누룽지가 있고 베트남에서는 ‘콤차이’라는 누룽지를
먹는다.
아시아 사람들은 밥이 주식이니 누룽지가 당연히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뜻밖에 유럽에도 누룽지가 있다. 쌀로 만든 요리가
발달한 스페인 사람들도 누룽지를 간식으로 즐겨 먹는다. 스페인 누룽지는 해물 볶음밥의 일종인 빠에야를 만들 때 부산물로 생기는데 ‘소카라트’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요즘은 누룽지의 고소한 맛과 낮은 칼로리 때문에 누룽지 백숙을 비롯해 다양한 누룽지 요리가 등장했지만 최근
스페인 사람들도 누룽지를 요리화하고 있다. 뉴욕의 한 빠에야 스페인 식당에서 스페인식 누룽지 소카라트를 요리로 개발했는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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