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무기 이야기

역사속 신무기<65>래피어

구름위 2017. 1. 10.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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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 신무기<65>래피어

검술 발전 촉매 역할한 찌르기 전용 검
2008. 04. 21   00:00 입력 | 2013. 01. 05   03:45 수정


체리뇰라(1503년) 전투 당시 에스파냐의 곤살로 데 코르도바(Gonzalo De Cordoba)는 프랑스군을 궤멸시킴으로써 화승총과 핸드건으로 무장한 군대의 우수성을 검증했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16세기 이후 다양한 화약무기의 등장과 발전은 전쟁 양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인류역사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반면 화약무기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전통적으로 보병의 기본 무장으로 사용되던 창·칼·활 같은 비화약무기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반감됐고 그 형태나 사용법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찌르기 전용의 얇은 검신이 특징인 래피어(rapier·사진)는 16세기를 대표하는 검이자 무기체계 발전사 측면에서 화약무기의 등장으로 인한 시대적 변화를 상징하는 검이다.

래피어의 이름은 프랑스어로 찌르기 검을 뜻하는 ‘에페 라피에르’(Epee rapiere)를, 그 원형은 에스파냐의 ‘에스파냐 로페라’(Espada Ropera)를 기원으로 하고 있다. 전체 길이는 80∼90㎝, 폭은 2∼3㎝, 무게는 1.5∼2㎏의 것이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됐으며 검신이 일직선으로 예리한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래피어의 외형이나 사용법이 완전히 정립된 것은 프랑스에서 탄생하고 스페인에서 발전한 뒤 이탈리아를 경유해 다시 프랑스에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17세기 초였다. 래피어는 이름 그대로 베기보다 찌르기에 특화된 검이지만 이전에 등장한 에스턱(estoc)이나 이후 등장하는 에페(epee)와는 사용방법이나 목적 등이 완전히 다른 검이다.

13세기부터 17세기까지 유럽에서 사용된 에스턱은 체인메일로 무장한 기병을 공격할 때 사용된 검으로 갑옷의 빈틈으로 검을 찔러 넣어 치명상을 입힐 수 있었다. 17세기 말에 등장해 서유럽에서 사용된 에페는 왕족이나 기사들이 명예를 지키기 위한 일대일 결투에서 사용됐고 일격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도록 특화된 검이다.
래피어 역시 그 외형으로 인해 플레이트 아머와 같은 갑옷의 연결 부위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사실 래피어가 탄생하고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16세기는 검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활용 범위가 크게 제한되기 시작한 시기였고 폭이 넓고 무거운 검은 점차 사라지던 시기였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래피어와 같은 찌르기 전용 검의 발전은 검의 다양한 사용법을 탄생시켰고 검으로 검을 맞받아치는 검술의 발전을 일궈냈다.
화약무기의 발전으로 무거운 갑옷이 사라지고 방어구가 점차 간소화되면서 찌르기 전용이지만 가볍고 빠른 공수 전환이 가능한 래피어가 다른 검보다 더 유리하다는 것이 검증됐다. 이후 래피어는 검을 사용해 적의 공격을 막고 상대방의 칼을 받아넘긴 뒤 반격하는 검술의 등장에 결정적 역할을 했고 이것은 펜싱이라는 검술로 보다 구체화됐다.

화약무기의 등장으로 전쟁에서 검의 활용도나 중요성이 크게 반감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래피어는 검술 발전에 촉매 역할을 했고 검의 대화(對話)를 의미하는 ‘프라즈 다르므’(Phrase D'Armes)는 당시 기사들이 반드시 습득해야 하는 검술의 하나였다.

역사속 신무기<66>파냐드 대거

바늘과 실처럼 래피어와 짝 이룬 단검
2008. 04. 28   00:00 입력 | 2013. 01. 05   03:46 수정

우리나라의 옛 속담 중 ‘바늘 가는 곳에 실 간다’라는 말처럼 서로 짝을 이뤄 사용하면 그 성능이나 효과가 더욱 배가되는 무기들이 있다.

창과 방패, 활과 화살, 총·포탄과 총포 등을 생각해 볼 수 있고, 저격소총과 조준경, 자동소총에 결합된 유탄발사기와 같이 여러 예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한편 일본 에도 시대 초기의 무사이자 조각가 겸 화가인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藏·1584∼1645)는 길이가 다른 두 자루의 검을 동시에 사용하는 검법으로 명성을 얻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비슷한 시기에 유럽에서도 길이가 서로 다른 두 자루의 검을 사용하는 검술이 크게 유행했다는 점이다.

유럽에서 16∼19세기까지 널리 사용된 파냐드 대거(poniard dagger)는 마치 바늘과 실처럼 래피어와 짝을 이뤄 사용하는 찌르기에 역점을 둔 단검이다. 가늘고 긴 검신을 갖고 있는 파냐드 대거는 원래 프와냐르(Poignard)라고 불렸는데, 그 의미는 프랑스어로 비수(匕首)를 뜻한다.

16세기께 영국에 소개돼 소형 단검을 의미하는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게 됐고, 검술의 발전과 함께 다시 유럽 전역으로 널리 퍼지게 됐다.파냐드 대거의 전체 길이는 30㎝, 무게는 0.3㎏을 넘지 않았고 날의 단면도 사각형 형태로 돼 있어 날의 폭이 매우 좁고 1㎝를 넘는 경우가 없었다.

칼날을 강화하기 위해 홈을 파거나 구불구불하게 만들기도 했으며 래피어와 함께 결투 등에서 사용된 단검으로 살상력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16∼17세기, 오른손에 래피어 왼손에는 파냐드 대거를 들고 양손을 모두 사용하는 검술은 가장 고난도의 검술로 인정받았고 유럽 귀족사회를 중심으로 크게 유행했다.

래피어와 파냐드 대거를 동시에 사용하기 때문에 이 두 자루의 검을 동시에 찰 수 있는 허리띠, 손잡이 그리고 칼집을 갖추는 것이 하나의 멋으로 자리 잡았다. 파냐드 대거는 14세기 유럽에서 사용된 키드니 대거(kidney dagger)나 16세기 유럽에서 사용된 스틸레토(stiletto)와 바타디어(batardeau), 미세리코르테(misericorde) 등과 유사한 점이 많다.

그러나 이전의 다른 단검들은 호신용이나 전투 중 중상을 당한 아군이나 적군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용도로 사용된 반면, 파냐드 대거는 래피어와 함께 공격용으로 사용됐다는 점이 다르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15∼18세기 유럽에서 사용된 왼손용 단검 맹 고슈(main gauche)와 같은 종류의 공격용 단검으로 분류하기도 한다.파냐드 대거는 16∼17세기 후반까지 전성기라 할 정도로 전 유럽에서 널리 사용됐으나 17세기 후반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남유럽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서서히 사라졌다.

이것은 양손을 사용하는 검술이 새로운 한 손 검술로 대체됐고 소드 브레이커(sword breaker)와 같이 양손 검술에 더욱 특화된 단검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래피어와 함께 사용되면서 양손 검술이 널리 유행하는 데 일조했고, 검술의 발전과 단검의 사용 범위를 크게 확장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