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태양과 같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수소 원자들을 1억℃ 이상의 초고온의 플라즈마 상태가 필요합니다. 1억도라는 상상하기도 힘든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KSTAR와 같은 핵융합장치입니다. KSTAR와 같은 토카막형 핵융합장치는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가두기 위해 강한 자기장을 만드는 전자석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처럼 1억도 이상의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가두는 KSTAR 장치가 –268℃도의 극저온 온도를 유지해야한다는 뜻밖의 사실이 있습니다.
어떤 이유일까요? 초고온의 플라즈마와 –268℃의 극저온이 공존해야만 하는 KSTAR의 비밀을 오늘 소개할 “극저온 냉각” 과정을 통해 낱낱이 공개해드립니다.
앞서 알려진 내용처럼 핵융합을 만들기 위해서는 1억℃의 초고온 플라즈마 만들어야 하지만, 이런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가둘 수 있는 물질이나 재료가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오랜 연구 끝에 플라즈마가 전기적 특성을 갖고 있는 점에서 착안해 강력한 자기장을 이용하여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제어하는 “인공태양”이라고 불리는 토카막 장치를 발명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두 번째 문제가 발생합니다. 일반적인 전자석을 이용하여 자기장을 발생시켰더니 저항 때문에 열이 발생하여 자기장을 오랫동안 유지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과학자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떠올린 해결책이 바로 저항이 없는 ‘초전도 자석’입니다.
KSTAR의 실험 과정 중 오늘 소개할 ‘극저온 냉각’ 과정이 바로 이 ‘초전도 자석’과 매우 관련이 깊습니다. 그 이유는 KSTAR가 앞서 소개한 초전도자석을 이용한 핵융합 연구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초전도란 도체의 온도가 매우 낮아졌을 때, 도체 내에 흐르는 전류의 저항이 사라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초전도 상태에서는 도체에 많은 전류가 흘러도 저항에 의한 온도 상승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이로 인한 전력 손실도 매우 적습니다. 이 때문에 강한 자기장으로 플라즈마를 가두는 장치인 ‘토카막’에는 초전도 자석이 꼭 필요합니다.
초전도자석이 초전도성을 띄게 만들기 위해서는 온도를 매우 낮게 유지해야 하는데, 이처럼 초전도자석이 초전도 상태가 되는 지점을 뜻하는 ‘임계온도’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초전도체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물질은 나이오븀(Nb)입니다. 나이오븀은 원소들 중에서 임계온도가 가장 높고, 연성이 있으며, 불순물이 들어가면 단단해지는 성질이 있습니다. 이 나이오븀에 주석을 섞어 초전도자석을 만들면 다른 합금보다 임계온도가 높아 좀 더 안정적인 운전이 가능해지고, 강한 자기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나이오븀-주석(Nb3Sn) 합금은 만드는 과정에서 잘 부스러지는 단점 때문에 세계 어느 나라도 쉽게 도전하지 못하던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나이오븀-주석 합금으로 초전도 자석을 만들어 KSTAR 장치를 만드는데 성공하여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KSTAR의 초전도 자석의 운전 온도는 무려 –268℃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초전도자석을 임계온도 이하로 냉각하고 있을까요? KSTAR는 초전도자석을 안정적으로 냉각시키기 위해 액체지만 기체처럼 퍼져나가는 성질을 가진 ‘초임계 헬륨’을 사용합니다. 기체 같은 특징 덕분에 초전도자석의 구석구석을 고르게 냉각하는 데 유리합니다.
KSTAR의 헬륨 냉동기의 성능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시간당 3000L의 액체 헬륨을 생산할 수 있으며,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상온 상태에서 –268℃까지 낮추는 데는 보통 보름에서 한 달 가까이 걸리며, 실험이 끝난 뒤에 상온으로 다시 높이는 데에도 비슷한 시간이 걸립니다. 온도에 따라 초전도 자석 및 주변 냉각용기 및 진공용기 등이 급격한 부피변화를 겪어 손상을 입는 일이 없도록 천천히 온도를 낮추고 높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가장 뜨거운 물질인 1억℃의 플라즈마를 담기 위한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가장 차가운 온도인 –268℃의 그릇이 마침내 준비되었습니다.
[KSTAR 그것이 알고 싶다 4] 플라즈마 실험을 시작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KSTAR는 핵융합에너지 상용화 기술 확보를 위해 핵융합 플라즈마 실험을 한창 진행하고 있습니다.
핵융합 플라즈마 실험은 매년 6개월에 걸쳐 진행됩니다. 이중 첫 두달은 KSTAR로 실험을 진행하기 위한 준비과정이 진행됩니다.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플라즈마 발생 및 운전 실험단계이지만, 두 달간의 장치 준비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플라즈마 발생 실험도 결코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준비 과정은 고성능의 플라즈마를 발생시킬 수 있는 핵심 단계가 되기도 합니다.
KSTAR의 플라즈마 발생 실험 준비단계는 크게 세 단계로 구분됩니다.
1단계는 KSTAR 내부를 우주공간과 같이 매우 압력이 낮은 진공 상태로 만드는 진공 및 배기 단계입니다. 2단계는 KSTAR의 초전도 자석이 저항값 0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268℃의 초저온 상태를 만드는 극저온 냉각 단계입니다. 마지막 3단계가 바로 오늘 소개해 드릴 초전도 자석 전원 운전 단계입니다.
KSTAR의 성공적인 플라즈마 발생 실험을 이끄는 초전도 자석 전원 운전의 비밀을 지금부터 공개합니다.
먼저 전원 운전을 시작하기 전에 초전도자석이 초전도성을 제대로 띄는지 확인해보는 초전도자석 특성시험이 진행됩니다. 초전도란 도체의 온도가 매우 낮아졌을 때, 도체 내에 흐르는 전류의 저항이 사라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실험에 들어가기 전 극저온으로 냉각 된 자석의 저항을 측정하여 제대로 초전도성을 띄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초전도자석 특성시험을 통해 초전도자석의 상태가 정상임을 확인한 뒤에는, 초전도 자석에 실제 플라즈마 발생 실험과 동일한 고전류를 초전도자석에 흘려주어 플라즈마 발생 실험을 수행할 준비가 되었는지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전원 운전에 돌입하게 됩니다.
KSTAR에 설치되어 있는 초전도자석은 크게 토로이달 초전도자석과 폴로이달 초전도 자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 중에 정적인 토로이달 초전도자석은 플라즈마를 발생시키고 플라즈마를 진공용기에 가두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실제와 마찬가지인 최대 35kA의 전류를 흘려 자석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합니다.
반면에 동적인 폴로이달 초전도자석의 경우는 다양한 파형으로 최대 약 15kA의 전류를 흘려보게 되는데, 각각의 폴로이달 코일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개별 성능시험과 전체 폴로이달 코일을 동시에 작동시켜보는 종합시운전으로 나눠서 진행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폴로이달 초전도자석의 경우 플라즈마의 위치 및 형상, 전류를 제어하는 섬세한 역할을 하므로 개별적인 자석의 성능 및 각 자석간의 간섭효과를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초전도자석의 상태를 시험해보는 과정은 플라즈마 발생 실험 도입 전에 최종적으로 진행할 뿐 만 아니라, 플라즈마 발생 실험기간에도, 초전도자석의 상태와 진단장치의 이상 유무를 모니터링하기 위하여, 매일 아침 동일한 시운전 과정을 수행합니다.
이 외에도 전원운전 단계에서는 플라즈마 발생 실험 시 플라즈마 상태를 진단하기 위한 진단장치나 연료를 주입하는 연료주입계, KSTAR 장치에 갑작스런 이상 상황이 생겼을 때 자동적으로 운전 수행 과정을 정지시키는 인터록 시스템 등을 최종적으로 점검하며 실험을 준비합니다.
마침내 앞으로 13주간의 플라즈마 실험을 진행하기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KSTAR 그것이 알고 싶다 5] 본격 플라즈마 실험 시작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KSTAR는 약 두 달에 걸쳐 장치의 내부를 진공 상태로 만드는 진공배기 과정, 초전도성을 띄게 만들기 위한 극저온냉각 과정, 마지막으로 초전도자석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을 하는 단계인 초전도 자석 전원 운전 시험을 거치며 플라즈마 실험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번 시간엔 1년 중 단 13주 동안 만 진행되는 플라즈마 실험에 대해서 살펴봅니다. KSTAR 실험 단계 중에서 한 해의 성과를 결정 지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단계이기도 합니다. KSTAR 운영에 대한 모든 기술이 집약적으로 발현되는 플라즈마 실험 단계를 시간대별로 밀착 취재하여 플라즈마 실험의 비밀을 낱낱이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 08:50 AM, Meeting
플라즈마 실험이 진행되는 13주 동안에는 아침 9시가 되기도 전에 이미 실험 준비는 시작됩니다. 당일 진행하는 실험에 필요한 장치의 상태를 확인하는 'Engineering Meeting'과 전일 실험 결과를 브리핑하고 당일 실험 계획을 논하는 'Physics Meeting'이 이른 시간부터 진행됩니다.
● 09:00 AM, Reference Check
플라즈마 실험을 위해 KSTAR 장치가 가장 먼저 시작하는 준비는 Reference Check 실험입니다. 이는 초전도 자석의 실제운전을 제외하고 플라즈마 발생 실험을 위한 모든 장치들이 순서대로 이상 없이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가 완료된 후에 Magnetic Diagnostics Test라고 하는 초전도자석의 운전 및 자기 센서들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테스트가 이어집니다. 이 두 가지 단계는 실제 플라즈마는 발생시키지 않은 채, 플라즈마 발생 실험을 위한 장치 점검을 위하여 수행됩니다.
플라즈마 실험 전 마지막 준비단계로 Wall reference shot을 발생시킵니다. 플라즈마는 진공용기 내부 벽의 상태에 따라서 발생 및 제어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매일 똑같은 절차로 플라즈마를 발생시켜 내벽의 변화를 관찰하고 그 결과를 그날 플라즈마 실험에 반영하게 됩니다. 부수적으로 실제 플라즈마를 대상으로 진단장치 등의 상태를 점검하는 역할도 수행합니다.
● 09:40 AM, 실험 시작
연구자들은 보통 한 샷(shot)이라고 표현하는 플라즈마 발생 실험을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플라즈마 실험, 즉 한 샷은 약 15분 간격으로 진행이 되는데, 이 15분이라는 시간에는 두 가지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첫 번째 비밀은 바로 초전도자석입니다. 플라즈마 실험을 한 번 진행한 초전도자석은 약간의 온도 상승이 생기게 됩니다. 초전도자석이 적절한 초전도성을 띄기 위해선 –268℃의 극저온이 유지 되어야하기 때문에 초전도자석을 다시 식힐 시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초전도자석을 식히는 동안 KSTAR 진공용기의 타일이나 리미터 등도 본래의 온도로 돌아가며 안정적으로 다음 실험을 진행할 수 있게 됩니다.
다음은 플라즈마 실험이 한 번 진행될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어마어마한 데이터양에 그 이유가 있습니다. 플라즈마 실험이 진행되면 각각의 진단장치를 통해 실험에 대한 데이터를 얻고, 그 데이터는 MDS plus라고 하는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으로 전송됩니다.
한 번 전송되는 양이 작게는 몇 기가에서 수십 기가에 이르기 때문에 단순히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만 몇 분이 소요됩니다. 연구자는 이렇게 전송된 데이터를 분석하여 다음 실험의 운전요소 (전류, 연료주입, 가열, 플라즈마의 위치 등)를 조절하게 되는데, 이에 대한 준비를 마치고 나면 약 10분에서 15분 정도가 소요되게 되는 것입니다.
연구자의 성향, 장치의 상태 등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위의 과정을 거쳐 하루에 약 25~35번 정도의 플라즈마 발생 실험이 진행됩니다.
● 18:00 PM, 실험 정리
정해진 시간 동안 더 많은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점심 식사도 도시락으로 떼우며 진행한 오늘의 실험이 드디어 끝났습니다. KSTAR 장치도 잠시 휴식에 들어가고 연구자들 역시 하루 동안의 실험을 되돌아보며 마지막 정리를 진행합니다.
● 19:00 PM ~ 07:00 AM, 환기 작업
모두가 잠든 시간 KSTAR는 잠시 잠에서 깹니다. Glow Discharge Cleaning이라고 하는 일종의 저온 플라즈마를 이용한 환기가 새벽에 두 번 진행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환기를 통하여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벽에 축적된 연료 가스 및 불순물 가스를 제거하여 다음 날의 플라즈마 발생 실험도 문제없이 진행 할 수 있도록 합니다.
하루 24시간 빽빽한 일정 속에 진행되는 플라즈마 물리 실험은 10월 말까지 이어집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KSTAR는 최종 운전 종료 직전 승온 운전이라고 불리는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승온 운전은 실험 과정 동안 초전도자석의 초전도성을 유지시켜주던 헬륨분배장치 운전을 정지하여 극저온냉각 상태를 다시 상온으로 되돌리는 작업입니다. KSTAR 운전 중 두 번째 단계인 극저온냉각운전에서 극저온을 만드는 데 약 보름이 걸렸던 것처럼 다시 상온으로 되돌리는 데도 보름 정도가 소요됩니다.
이렇게 약 반 년 간 이어져 온 KSTAR 운전 일정이 모두 끝나면 KSTAR는 다시 내년 운전을 준비하며 긴 휴식에 들어갑니다.
연구자들은 종종 KSTAR의 플라즈마 실험을 1년 농사에 비유하곤 합니다. 정해진 기간 동안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를 얻지 못하면 다음 해에 실험을 시작하기 전까지 연구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인데요. 그만큼 연구자들에게 13주란 시간은 소중하면서도 매우 힘겨운 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현재 6주차로 접어든 KSTAR의 플라즈마 물리 실험은 비교적 문제없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에는 고성능 플라즈마 운전 모드를 뜻하는 H-mode의 세계 최장시간인 48초를 달성하는 등 핵융합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성과를 일궈낸 바 있습니다. 과연 2015년 올 해에는 어떤 새로운 도약을 보여주게 될지 매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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