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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패닉 없으면 패닉

구름위 2014. 9. 1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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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의 히스패닉

 

미국에서 히스패닉(hispanic)의 정치적 파워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라티노(latino)'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중남미 출신 이민자나 그 후손'을 가리킨다. 이들은 멕시코, 쿠바, 푸에르토리코, 엘살바도르 등 다양한 국가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모두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종교와 문화 등에서도 동질성을 갖고 있다. 미국 내에서 '히스패닉'이라는 용어는 1970년 닉슨 대통령 당시 인구조사를 위해 편의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다가, 1980년 인구조사 때 정부 공식용어로 정착했다. '히스패닉'이라는 말이 다소 경멸적인 느낌을 주기도 해서 어떤 사람들은 '라티노'라 불리는 것을 선호하기도 한다.

 

2007년 7월 기준으로 한 미국의 인구분포를 보면, 총 인구 3억 160만 명 중 백인이 1억 9,910만 명(66%)이고 소수민족이 1억 250만 명(34%)을 차지했다. 소수민족 중에서 히스패닉이 4,550만 명(15.1%)을 차지했다. 히스패닉의 인구가 백인 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2003년에 흑인을 추월한 이후 최대의 소수민족이 됐으며, 2007년 한 해 동안 140만 명이 증가해서 미국 내 소수민족 가운데 최대의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는 대부분의 히스페닉들의 종교가 가톨릭이고, 종교적 특성상 출생률이 높은데다가, 인근 라틴아메리카에서의 유입 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히스패닉 인구가 50만 명을 넘는 주는 16곳으로써, 캘리포니아가 1,320만 명으로 가장 많고 텍사스 860만 명, 플로리다 380만 명의 분포를 보였다. 흑인 인구는 같은 기간에 54만 명이 증가하는 데 그쳐 전체 4,070만 명, 비율로는 13.4%에 이르렀다.

 

히스패닉 없으면 패닉

 

이들 히스패닉 중에서 멕시코 출신이 전체 히스패닉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1848년 미국과 멕시코 전쟁에서 미국으로 편입된 지역인 텍사스, 캘리포니아, 뉴멕시코, 애리조나 등지에 살던 사람들의 후손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멕시코와 접경지대인 미국 남부지역으로 이민온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을 치카노(chicano)라고 부르기도 한다.

 

멕시코 출신 다음으로 많은 수를 차지하는 푸에르토리코 출신들은 주로 뉴욕과 그 인근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1898년 미국과 스페인 전쟁의 결과 푸에르토리코가 미국의 식민지가 되자 미국 뉴욕으로 이주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수십만 명이 미국으로 건너와서 1988년에는 약 250만 명 이상의 푸에르토리코인이 미국으로 이주해왔다.

 

또 다른 주요 히스패닉으로는 쿠바 출신이 있다. 이들은 1959년 쿠바혁명 이후 미국의 마이애미로 이주했는데, 이들 쿠바 이민자들은 중산층 이상으로 높은 교육 수준을 지니고 있으며 많은 재산을 가지고 미국으로 건너왔다. 특히 마이애미의 경우에는 지난 195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체 인구의 80%가 백인이었지만, 2006년에는 백인 비율이 18.5%로 떨어졌다. 더구나 오는 2015년에는 백인 비율이 14%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마이애미의 리틀 하바나의 경우에는 히스패닉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94%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영어만 구사해서는 이곳에서 살 수 없기 때문이다. 텔레비전과 라디오를 통해 스페인어 방송을 보고 들을 수 있고, 스페인어 신문은 물론 학교와 관공서, 은행, 식당 등 마이애미 대부분의 지역에서 스페인어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기도 하다.

 

이밖에도 1970~1980년대에 엘살바도르나 니카라과와 같은 중앙아메리카 사람들과 남아메리카의 콜롬비아인이 자기 나라의 정치, 사회적 분쟁으로 인해서 미국으로 대거 이주했는데, 그 수가 1988년에 약 220만 명에 달했다.

 

이들 히스패닉들은 대부분 미국인이 꺼리는 일을 도맡아서 하기 때문에 주로 경제적으로 하층계급을 구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없으면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히스패닉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미국문화에 완전히 동화한 흑인과 달리, 자신들 고유의 문화와 언어를 간직하며 생활하고 있다. "미국 사람들은 개인이 중심이 되지만 히스패닉은 가족이 중심이다"라는 옥타비오 파스의 지적처럼, 이들은 가족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문화를 지켜가고 있다. 이들의 급격한 인구 증가로 인해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 또한 무시 못할 정도로 커지고 있다. 2000년대 부시 행정부 아래에 있던 알베르토 곤살레스 법무장관, 카를로스 구티에레스 상무장관, 엑토르 바레토 중소기업청장, 그리고 LA시장을 지냈던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등이 모두 히스패닉이었다.

 

이처럼 미국에서 히스패닉의 영향력뿐만 아니라 미국인의 히스패닉에 대한 의존도도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 '히스패닉(hispanic)이 없으면 패닉(panic, 공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반(反)이민법

 


우리도 미국인.
이민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 심의로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미국 내 곳곳에서 항의시위가 벌어졌다.
 
토르티야(tortilla)는 옥수수 가루를 둥그렇게 반죽해서 만든 멕시코인의 주식인데, 멕시코와 미국 사이의 국경에는 철책, 도랑, 장벽, 철조망 등으로 이루어진 소위 '토르티야 장막'이 존재하고 있다. 이 장막에는 현대 첨단기술을 이용해서 미국으로의 불법 입국을 막으려는 미국 국경 순찰대가 있다. 멕시코를 위시해서 중앙아메리카나 콜롬비아, 카리브 지역 출신의 히스패닉들이 이들의 눈을 피해 미국으로 불법 입국하고 있는데, 대부분은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이들 중 많은 사람은 체포되거나 때로는 목숨을 잃기도 한다. 또한 어쩌다 미국 입국에 성공했을지라도 악덕 변호사나 고용주들의 희생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2005년 12월, 미 하원은 불법 체류자를 중범죄자로 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반(反)이민법을 통과시켰다. '국경안보강화, 반(反)테러리즘 및 불법이민규제 법안'이라는 명칭의 이 법안은, 미국 내 거주하는 불법체류자들의 생업을 원천 봉쇄하는 법안이다. 이는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는 업주를 형사 처벌하고, 불법체류자를 지원하는 의사나 교사, 기업주, 단체 등도 함께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특히 불법체류 자체를 범죄시하고 있어, 경찰은 이 법에 의해서 불법체류 단속을 할 수 있다. 이 법안은 또 미국과 멕시코 국경의 전 구간 중 3분의 1에 걸쳐 새로운 담장을 설치해, 불법 체류자들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불법 이민자 수가 1986년 400만 명에 비해 2000년에 1,200만 명으로 20년 동안 3배나 증가하면서, 미국 내 실업문제 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법안에 대해서 공화당과 보수진영 측에서는, 이 법이 통과될 경우 국경 보안은 물론 이민 사기나 인신매매와 같은 범죄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적극 찬성하고 있다. 반면 이민, 종교, 인권단체들은 이 법안이 비인간적인 법이라 주장하며 미국 내 주요 도시에서 대대적인 항의시위를 벌였다. 특히 2006년 3월 25일에는 로스앤젤레스 시청 앞에서 노동자, 종교, 시민단체 등 50만 명의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시위에 참여했다. 시위자들은 "저들은 우리가 범죄자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반(反)이민법을 비판했다.

 

게스트 노동자

 

조지 부시 대통령은 새로운 법이 이민자들에게 주는 거부감을 줄이고 재계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게스트 노동자(Guest Worker, 일시 이주노동자)' 확대안을 법안에 포함시키려 노력했다. '게스트 노동자'란 '외국인으로 정식 체류 허가증을 발급받지 못한 채 최장 6년간 미국에 머무르며 닭 농장, 건설현장 등지에서 미국인이 맡기 꺼리는 일만 하는 노동자'를 의미한다. 부시 대통령이 제시한 이 확대안은, 불법 체류자들이 5년 이내에 본국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일시 이주노동자 또는 영주 희망자로 신청토록 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공화당 내에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다.

 

이러한 의견 대립 속에서 상원법사위원회는 비교적 온건한 내용의 '포괄적인 이민법안'을 채택하여 상원본회의에 넘겼다. 법사위는 이 법안에서 불법 체류자의 미국 체류를 돕는 것을 형사처분 대상으로 삼는 조항을 없앴고, 시민권 신청을 위해서 일단 미국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입국해야 하는 절차도 생략했다. 이 법안에는 불법 체류자에게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주는 '게스트 노동자' 방안이 포함되었으며, 농업노동자로 입국을 희망하는 외국인 150만 명에게 임시 노동허가증을 발급하는 방안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국경 경비를 강화하기 위해 현재 1만 1,300명인 국경순찰요원을 2011년까지 2배로 늘리기로 했다.

 

사실상 미국의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1,200만 불법체류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이 새 이민법은, 결국 2007년 6월에 상원을 통과하지 못했다. 부시 대통령이 이 법 제정을 적극 추진하고 공화·민주 양당 지도부가 전격 합의하면서 미국 내 이민자들에게 서광이 비치는 듯 했지만, 100명의 상원의원 중 찬성이 46표에 그쳐(반대 53표) 법안 통과가 무산되었다. 이 법안의 골자는 현재 미국에 있는 불법체류자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들에게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부여하되, 향후 불법체류자 증가를 막기 위해 국경 경비와 불법체류자 고용 단속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법을 어긴 불법체류자들을 사면하는 조치로, 법치국가 미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대한 공화당의 보수성향 의원들의 벽을 넘지 못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법치주의를 들먹였지만, 실질적으로는 불법체류자를 포함한 외국 이민자들을 잠재적인 범죄자, 탈세자, 복지기금 무료 수혜자 등으로 인식하는 미국 지도자들의 정서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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