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예프 러시아 건국(882년)
레일리히 작의 〈바다를 건너온 방문자들〉
슬라브의 크리비치 부족에 속하는 추드인이 이윽고 그들에게 말했다. '우리의 온 땅이 크고 부유한데, 그러나 거기에는 질서가 없습니다. 와서 우리들을 다스려주십시오!'
그리하여 그들은 세 형제와 그 친구들을 뽑았고, 그들은 모든 루시인을 데리고 함께 이주했다. 맏이인 류리크는 노브고로트에 자리 잡았고, 둘째인 시네우스는 비엘로셀로에, 셋째인 트루보르는 이즈보르스크에 자리 잡았다.
이 바랴기인들로 하여 노브고로트 지역은 루시의 땅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노브고로트의 현재 주민은 바랴기인의 후손인데, 그러나 그 전의 주민은 슬라브 족이었다."
그러나 후세의 연구에서 당시 '루시의 나라'가 세워진 것은 사실이나, 그 이야기 중 많은 부분이 각색된 것임이 드러났다.
당시 12개의 부족으로 나뉘어 있던 동슬라브인은 수로상의 요지마다 도시를 세우고, 그 지도자를 중심으로 하여 작은 공후국들을 발전시켜나갔다. 그중 가장 강력한 것이 6세기 말에 폴랴닌 부족의 한 공후, 키가 동생들과 함께 드네프르 강변에 세웠다고 전해지는 키예프다.
동슬라브인들은 아바르 족, 하자르 족 등 유목민으로부터 잦은 공격을 받았고, 반면에 다뉴브 강 유역과 비잔티움 가까이까지 쳐들어가기도 했다. 공방전이 거듭되는 가운데 키예프 주변의 동슬라브인은 점점 내부 결속력을 다져갔다. 그와 함께, 연원은 확실치 않으나 스스로를 '루시'라 부르고 자기들이 살던 곳을 '루시의 땅'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여기서 '키예프 루시'라는 공국이 자라났고, 이 공국은 9세기 초에 이르러 동슬라브 여러 부족의 절반 정도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치게 되었다.
한편, 당시 '바이킹(러시아어로는 바랴기)'이라는 이름으로 서유럽과 이탈리아의 해안을 휩쓸던 북유럽의 노르만 족은 비잔틴 제국으로 통하는 육상 교역로를 개척하고자 러시아의 강들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핀란드 만에서 네바 강 라도가 호 볼호프 강 일멘 호 로바트 강 발다이 구릉 드네프르 강을 거쳐 흑해로 통하는, 이른바 '바랴기에서 그리스로 가는 길'을 따라 침입해 들어왔다.
그 무렵 부족 간의 알력으로 약해져 있던 루시인들은 그들을 막아낼 수 없었다. 바랴기인들은 회유와 정복책을 병용하면서 루시의 땅을 손아귀에 넣어갔다. 860년경 북쪽 일멘 호 근처에 있던 노브고로트가 바랴기의 수중에 들어갔고, 이어 남쪽에 있던 키예프도 그들의 손에 떨어졌다.
그 와중에서 882년에 류리크의 친척이라고 전해지는 올레크가 마침내 키예프에 들어와 종전의 지배자들을 몰아낸 후 스스로를 키예프 대공이라 불렀다. 그러고는 주위의 슬라브 부족들을 자신의 발 아래 굴복시켜갔다. 이것이 '키예프 루시'의 시작이다.
초창기의 키예프 러시아는 통합력이 그다지 강하지 않았다. 사실, 그 세력이 미치는 지방의 몇몇 공, 도시국가, 부족들이 키예프 대공의 종주권과 조세 징수권을 인정하면서 느슨한 통일성을 유지하고 있는 데 지나지 않았다. 특히 동슬라브인 거주 지역의 한쪽 중심을 형성한 노브고로트의 자주성은 강했고, 드레블랴닌 · 세베르 · 라디미치 등의 부족도 심심치 않게 저항을 해왔다. 게다가 초원지대의 하자르인과 페체네크인은 여전히 두려운 존재였다.
키예프 대공들은 군사력을 강화, 대규모 원정을 감행함으로써 권력을 굳히는 방법을 택했다. 올레크는 907년 비잔티움을 공략하여 비잔틴 황제와 통상조약을 맺었고, 후임자 이고리 역시 카프카스와 비잔틴, 소아시아 북쪽 해안에까지 원정군을 파견하여 대공의 위세를 떨쳤다.
이렇게 성립된 키예프 러시아는 향후 350년간 러시아의 대지를 지배하면서 아름다운 건축물과 성화로 유명한 중세 초기 러시아의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다.
한편, 키예프 러시아의 초기 지배자로 등장한 바랴기인은 2세기도 가지 않아 러시아의 역사에서 그 민족적 자취가 사라진다. 슬라브인의 당시 남러시아의 문화수준에 미치지 못하던 바랴기의 이국적 요소들을 모두 흡수해 동화시켜버린 것이다. 다시 말해, 류리크 왕조의 키예프 러시아는 초창기 지배자의 혈통을 제외하고는 철저히 러시아적인 나라, 슬라브적인 나라였으며, 그 깃발 아래서 동슬라브 족 전체는 민족적 일체감을 형성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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