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세계사/아메리카....

아메리고의 땅 / 이강혁 라틴아메리카

구름위 2014. 7. 2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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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94배와 15%, 그리고 33개국

 

라틴아메리카는 그 면적이 한반도(약 22만 제곱킬로미터)의 94배인 2,057만 제곱킬로미터로써 전 세계 지표면의 15%를 차지하는 넓은 대륙이다. 인구는 4억 7,000만 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8%를 차지하고 있다. 총 길이는 북쪽의 멕시코 최북단에서부터 대륙의 최남단까지 1만 2,500킬로미터(서울-부산의 약 270배)에 이른다.

 

그렇다면 한반도의 94배, 전 세계 지표면의 15%, 총 33개국이 있는 라틴아메리카는 어떻게 탄생되었을까?

 

판게아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독일의 지질학자 알프레드 베게너는 "처음에는 하나의 대륙이었던 것이 점차 분리되어 지금의 남아메리카 대륙이 되었다"는 대륙이동설을 주장했다. 이 이론은 현재의 모든 대륙이 초기에는 바다로 둘러싸인 하나의 덩어리, 즉 판게아(pangaea)1)에서 출발하여 지금의 위치로 천천히 움직여 왔다고 말하고 있다. 그 증거로 남아메리카의 동부 해안과 아프리카의 서부 해안이 조각 맞추기처럼 일치하고, 이 두 대륙에서 발견된 화석이나 식물, 광물의 종류 역시 일치한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의 아메리카 대륙은 '판게아'라는 하나의 거대한 대륙 덩어리가 북쪽의 유라시아 대륙과 남쪽의 곤드와나 대륙으로 분리된 후, 곤드와나 대륙이 다시 아프리카와 인도로 나뉘고, 마지막으로 남아메리카로 분리되었다는 것이다.

 

그 후 이 가설을 바탕으로 1960년대에 '판 구조론'이 나왔다. 이 이론은 지구의 표층인 대륙지각은 평균 두께가 35킬로미터, 해양지각은 510킬로미터며, 이들은 6개의 큰 판(유라시아, 아프리카, 인도, 태평양, 아메리카, 남극)과 몇 개의 작은 판(필리핀, 카리브, 코코스, 나스카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지구 내부에서 작용하는 힘에 의해 이들이 매년 몇 센티미터씩 움직이며, 이에 따라 화산작용과 지진현상 같은 각종 지각변동이 일어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미세한 움직임이 오랜 세월 계속되면서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사이에 대서양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 유라시아에 속해 있던 북아메리카는, 처음에는 남아메리카와는 바다로 갈라져 있었다. 그러다가 약 350만 년 전에 카리브 판이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파나마 육교가 생겨 두 대륙이 하나로 연결된 것이다. 또한 약 170만 년 전에 아시아 북부와 아메리카 북서부를 연결하는 연륙교인 '베링기아(Beringia)'가 생겼다. 이 베링기아를 통해서 동물들이 아시아에서 아메리카로 이동했다. 이 동물들과 함께 인류도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동하여 지금의 아메리카에 거주하는 원주민이 된 것이다.

 

아메리고 베스푸치

 

처음에는 이처럼 바다로 갈라져 있던 두 대륙이 어떻게 해서 '아메리카(America)'라는 동일한 명칭을 얻게 되었을까?

 

이는 이탈리아 출신 항해가 아메리고 베스푸치(Amerigo Vespucci)에서 유래했다. 그는 1499~1502년까지 스페인 탐험대의 일원으로 아마존 유역을 탐사하고 다시 남하했지만 대양으로 진출하는 길을 찾지 못했다. 그 후 베스푸치는 콜럼버스의 생각과는 달리 이곳이 인도가 아니라 '새로운 대륙'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항해에서 돌아온 베스푸치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신대륙(Mundus Novus)》이라는 여행일지를 출판했다. 그리고 그의 친구이자 지도 제작자였던 독일인 발트제뮐러는 자신이 쓴 《세계지리 입문(Cosmographiae Introductio(1507년))》에서, 베스푸치가 탐험했던 대륙의 명칭을 '아메리고'의 이름을 사용해 '아메리카'로 불렀다. 다음은 발트제뮐러가 직접 밝힌 것으로써, 그가 '아메리카'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된 이유다.

 

오늘날 지구의 여러 부분(구대륙)은 광범위하게 탐험되었는데, 그 중 새로운 대륙은 아메리고 베스푸치가 발견했다.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라는 명칭이 여자 이름에서 유래했음을 고려해볼 때, 내가 이 네 번째 대륙의 발견자인 아메리고(Amerigo)의 이름을 따서 '아메리고의 땅', 즉 '아메리게(Amerige)' 또는 '아메리카(America)'라고 부르는 데 대해 그 누구도 반대하지 못할 것이다.


이처럼 '아메리카'라는 명칭은, 신대륙임을 처음으로 밝혀낸 아메리고 베스푸치를 기념한 것이었다. 그리고 '아메리고(Amerigo)'가 아니라 '아메리카(America)'로 된 것은, 유럽(Europa), 아시아(Asia), 아프리카(Africa) 등 모든 대륙의 명칭이 '-a'로 끝나는 여성형이었기 때문이다. 발트제뮐러가 '아메리카'를 남미대륙에만 국한해서 사용했던 반면, '메르카토르 도법'의 메르카토르는 1538년 자신이 발간한 《세계전도(A Map of the World)》에서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모두를 지칭하여 '아메리카'라 표기했다. 이로써 신대륙의 이름이 '아메리카'로 완전히 굳어지게 된 것이다.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명칭

 

라틴아메리카는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를 의미하는 지리적 표현인 중남미를 비롯하여, 이베로 아메리카, 히스패닉 아메리카, 인도 아메리카, 아프로 아메리카, 인도-아프로-이베로 아메리카 등 여러 명칭으로 사용된다.

 

먼저 '라틴아메리카(Latin America)'는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하고 있는 '앵글로색슨 아메리카'에 대응하는 명칭으로써 프랑스의 입김이 많이 작용해 굳어진 이름이다. 원래 프랑스는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아이티와 가이아나, 그리고 카리브 해에 있는 몇 개의 조그만 섬만을 식민지로 삼을 정도로 그 영향력이 미미했다. 그러나 프랑스는 18세기 이후 국제정치 무대에서 앵글로색슨의 영국에 맞서 라틴세력의 대표임을 자임했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에 본부를 둔 유네스코와 같은 국제기구가 이 표현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부터 '라틴아메리카'라는 명칭이 널리 사용되었다.

 

'히스패닉 아메리카(Hispanic America)2)'는, 약 300년간 중남미 대륙이 스페인의 지배를 받으면서 언어, 인종, 종교 등에서 스페인의 영향을 받았음을 강조하는 명칭이다.

 

'이베로 아메리카(Iberoamérica)3)'는, 브라질을 포함한 라틴아메리카의 모든 나라가 이베리아반도에 위치한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식민지배를 받았음을 강조하는 명칭이다.

 

'인도 아메리카(Indoamérica)'는 '미주인민혁명동맹(APRA)4)'을 결성했던 페루의 정치인 아야 데 라 토레가 사용한 용어다. 이는 라틴아메리카에 유럽인이 침입한 지 500년 이상이 흐른 지금도, 유럽문화와는 등진 채 자신들의 전통과 문화를 유지하고 있는 많은 원주민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명칭이다.

 

'아프로 아메리카(Afroamérica)'는 노예로 끌려온 아프리카인의 역사적 발자취를 반영한 명칭이고, '인도-아프로-이베로 아메리카(Indo-Afro-Ibero América)'는 원주민, 아프리카인, 그리고 유럽인(스페인인과 포르투갈인)을 모두 아우르는 표현이다. 이는 "우리는 다민족, 다문화로 이루어진 대륙이다"라고 했던 멕시코의 저명한 작가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말을 뒷받침하는 말이기도 하다.

 

 

라틴아메리카 지도
 
각주
1 판게아(pangaea): 이는 그리스어의 '전체'를 의미하는 pan과 '대지'를 의미하는 gaia의 합성어로써 '지구 전체' '모든 땅'을 가리킨다
2 히스패닉 아메리카(Hispanic America): 또는 스페인어로 이스파노 아메리카(Hispanoamérica), 여기에서 '히스패닉' 혹은 '이스파노'는 스페인의 원어식 이름인 '에스파냐'에서 나온 말이다
3 이베로 아메리카(Iberoamérica): 여기서 이베로(Ibero)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있는 '이베리아(Iberia)'반도를 의미한다
4 미주인민혁명동맹(APRA): Alianza Popular Revolucionaria Americ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