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중형 전투기 KFX 사업을 위하여(2)한국형 AESA 레이더
잠자리 겹눈 닮은 AESA레이더
동시에 20개 표적 탐지 추적해
주먹질만 잘 한다고 유능한 전사(戰士)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돌주먹을 갖고 있어도 장님이라면 링에 오를 수 없다. 전투기도 마찬가지다. 기총과 미사일, 폭탄을 주렁주렁 탑재하고 있어도 앞을 보지 못한다면, 그 전투기는 그저 그런 무장을 단 적기의 ‘밥’이 되고 만다. 훌륭한 전투기는 좋은 무장과 함께 적을 먼저 찾아내는 ‘슈퍼 아이’도 갖고 있어야 한다.
슈퍼 아이(Super Eye)는 성능 좋은 레이더를 뜻한다. 전투기의 심장인 엔진은 자동차에서 쓰는 것과 같은 왕복엔진에서 시작됐다가 터보프롭(프로펠러)을 거쳐 지금은 제트엔진으로 발전했다. 전투기의 눈도 진화해왔다. 레이더 분야에서 가장 기념비적인 것은 AESA(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레이더의 출현이다. AESA 이전에는 MSA(Mechanical Scanned Array) 레이더가 있었다.
‘능동 위상배열 레이더’로 번역되는 AESA 레이더를 이해하려면 MSA부터 알아야 한다. 아니 동물의 눈 원리를 살펴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된다. 사람은 왼쪽과 오른쪽 눈 두 개로 물체를 본다. 두 개의 눈으로 보기에 피사체와의 거리를 짐작하는 원근감을 갖는다. 고도와 높이 방향을 한꺼번에 인식한다.
그러나 눈이 두 개뿐이 때문에 속도가 빠른 것은 보지 못한다. 동시에 여러 개를 보지도 못한다. 눈동자를 굴려 따라가거나 고개를 돌려 바라보는 것보다 빨리 움직이는 물체가 있으면, 순간적인 인지(認知)만 하고 놓쳐 버린다. “뭔가가 번득하고 지나갔다”고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눈을 가진 동물은 날쌔게 움직이는 먹이를 잡지 못한다.
여름철 풀벌레를 보자. 작고 작은 몸이지만 뛰고 나는 것이 매우 빠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우리 눈앞에서 사라져 버린다. 이 풀벌레를 잡는 것이 잠자리다. 잠자리는 어떤 능력이 있기에 ‘순간 이동’을 하는 풀벌레를 포획하는 것일까. 비밀은 눈에 있다. 사람 눈은 한 개 눈동자만 있지만 잠자리의 눈에는 아주 많은 눈동자가 몰려 있다. 사람의 눈는 ‘홑눈’이지만, 잠자리의 ‘겹눈’이다.
겹눈은 벌집처럼 생겼다. 벌집에는 육각형 모양의 구멍이 숭숭 뚫려 있고, 구멍마다 벌이 들어가 꿀을 쟁여 놓는다. 비유해서 말하면 육각형 벌집 구멍마다 눈동자가 있는 것이 겹눈이다. 잠자리의 한쪽 겹눈에는 3만 개의 눈동자가 달려 있다. 따라서 A눈 앞으로 지나가버린 물체를 B눈, C눈, D눈으로 따라가며 볼 수 있다.
동시에 여러 물체를 볼 수도 있다. 그런 겹눈을 양쪽에 달고 있으니 잠자리는 고도와 거리 방위를 정확히 알아, 날아가는 벌레도 잡아 버린다.
MSA 레이더가 사람 눈과 비슷하다. 사람은 눈동자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굴리거나, 고개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리는 방법으로 주변 상황을 파악한다. MSA레이더가 그와 같다. 안테나를 빙글빙글 돌려 사방을 살펴보는 것이다. MSA 레이더는 TV에서 많이 봤던 그 레이더다.
MSA 레이더는 전 방위로 전파를 쏜다. 그리고 안테나를 360도 돌려가며 돌아온 반사파를 잡는다. 앞에 뭔가가 있다면 반사파가 돌아올 것이니 그 것을 돌아가는 안테나로 잡아 앞에 무엇이 있는지 파악한다. 그러나 안테나가 반대로 돌아갔을 때는 아무 것도 파악하지 못한다.
원체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물체가 있다면, MSA 레이더로는 먼저 발견한 것과 다음 안테나 회전에서 발견한 것이 같은 물체라는 것을 판단하기 어렵다. 레이더 운용자는 다른 물체로 판단하는 것이다. 그리고 레이더 탐지 범위를 벗어나면 그것마저도 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마하 10 이상으로 날아가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은 MSA 레이더로 발견해내기 어렵다. 발견한다고 해도 추적이 불가능하다.
ICBM처럼 빠른 물체를 요격하려면 헤드라이트처럼 계속 ICBM을 비쳐주는 레이더가 있어야 한다. MSA 레이더는 안테나를 회전시켜야 하니 ICBM을 계속 노려보지 못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잠자리의 눈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AESA 레이더다.
잠자리 겹눈이 그렇듯이 AESA는 작은 각도만 바라보는 작은 레이더 수백~수천 개로 구성된다. 따라서 빠른 물체가 지나가면 특정 각도에서는 A레이더가 잡았다가, 다음 각도에서는 B레이더, 그 다음은 C레이더 순으로 포착한다. 이것을 컨트롤 룸에서 종합하니, 대응부대는 ICBM을 요격할 수 있다.
벌집에 들어 있는 눈동자 역할을 하는 것을 AESA 레이더에서는 ‘TR 모듈’(Transmitter-Receiver Module), 줄여서 그냥 ‘모듈’이라고 한다. TR은 발사한 전파를 수신한다는 뜻이니 굳이 쓸 필요는 없다. MSA 레이더는 360도 전방향으로 전파를 쏘지만 AESA 레이더는 헤드라이트처럼 전방의 일정 각도 안으로만 전파를 쏘아준다.
전부가 아니라 일부만 선택해 집중하는 것이 AESA 레이더다. 그리고 반사파를 수천~수백 개의 모듈이 나눠서 계속 수신한다. 빠른 물체는 A모듈로 잡았다가 B모듈, C모듈 순으로 추적하는 것이다. AESA 레이더는 속도 빠른 ICBM 요격 용으로 먼저 개발됐다. 최초의 개발자는 미국 레이시온 사이고 이어 노스롭사가 전투기에 탑재할 수 있는 작은 AESA 레이더를 개발했다.
미국은 F-22와 F-35 같은 5세대 스텔스 전투기는 이 레이더를 탑재했다. 때문에 AESA 레이더는 스텔스 전투기와 ‘같이 간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그러나 비(非)스텔스기라고 해서 달지 못할 이유는 없다. 한국이 보유한 F-15K보다 신형인 F-15SG(싱가포르 보유)는 비스텔스기이지만 AESA 레이더를 탑재한다.
유럽 EADS와 프랑스 닷소가 개발한 유러파이터와 라팔도 비스텔스기이지만 신형들은 AESA 레이더를 탑재한다. 소형 전투기인 그리펜을 개발한 스웨덴의 사브 사도 작은 AESA 레이더를 개발했다. 유럽 회사들은 미국 회사보다 10여년 늦게 AESA 레이더를 개발해냈다. 한국에서는 ADD와 LIG 넥스원이 사브의 기술을 받아 AESA 레이더를 개발하고 있다.
AESA 레이더는 겹눈으로 돼 있기에 동시에 여러 개 표적을 탐지 추적한다. 조종사는 여러 대의 적기를 공격할 수 있는 것이다. 충분한 지형 정보를 갖고 있다면 지상에 있는 물체도 복수로 탐지해낸다. 공대공과 공대지 공격이 모두 가능한 것이다.
AESA 레이더 개발에서 어려운 것은 ‘열처리’였다. 이 레이더는 둥근 판 위에 많은 모듈을 꽂은 형태인데, 각각의 모듈에서 발생하는 열이 적지 않다. 이 열을 식혀주어야 AESA 레이더는 제대로 작동한다. 한 여름에도 에베레스트 정상이 영하 20도 이하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창공은 항상 추운 곳이다. 따라서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는 ‘공냉(空冷)’을 한다.
그러나 AESA 레이더에서는 공냉으로 식힐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열이 나기에 자동차 라디에이터처럼 수냉(水冷)을 함께 한다. 부동액을 넣어서. 그런데 AESA 레이더의 수냉이 쉽지 않다. 한국은 AESA 레이더를 수냉하는 기술도 개발해내고 있다.
앞 편에서 잠시 설명했듯이 한국이 만들고자 하는 중형 전투기 KFX에는 새로운 기술이 탑재되어야 한다. 현재의 중형 전투기와 같은 능력을 가진 전투기를 10여년 후 내놓는다면, 우리는 애국심 때문에 사줄 수 있어도, 다른 나라들을 사주지 않는다. 10여년 후 나올 한국형 전투기에는 신기술이 들어가 있어야 외국은 사줄 수 있다.
10년 후에는 AESA 레이더가 보편화될 것이니, KFX에는 반드시 이 레이더를 달아야 한다. 다행이도 ADD와 LIG 넥스원이 개발하고 있는 AESA 레이더의 성능이 괜찮다. 한국은 전자 산업이 상당히 발전해 있기에 큰 어려움 없이 AESA 기본형을 개발해냈다. 한국형 AESA는 동시에 20개 표적을 추적할 수 있다. 20개 적기를 공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레이더는 개발이 완료되도 탑재할 전투기가 없다. F-15K나 KF-16에 탑재하라는 주문을 할 수가 있다. 그러나 두 전투기는 미국산이기에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는 개조하지 못한다. 지적(知的)소유권은 전투기에 더 강하게 적용된다. 미국 정부가 허가한다면 그것은 미국산 AESA 레이더를 넣을 때일 뿐일 것이다. 이것이 국산 전투기를 개발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 사이에 있는 높은 장벽이다.
FA-50은 작은 전투기이다. 이러한 전투기에 AESA 레이더를 탑재하는 것은 가격만 높이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AESA 레이더는 역시 중형 이상의 전투기 올려야 제 격이다. 그래서 ADD와 LIG 넥스원은 KFX 사업을 학수고대한다. 그냥 기다리는 게 아니라 하나하나 준비를 하면서 기다리고 있다. AESA 레이더는 다른 분야도 발전시키는 성장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방연구원(KIDA) 등에 있는 비(非)기술 분야 학자들이 미국이나 유럽 전투기를 사서 한국형으로 개조하는 것이 경제적이라며 반대하고 있어, KFX 사업은 가지 못하고 있다. 외국 전투기를 개조해 국산화하는 것은 지적소유권 때문에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인데. 추가 개조도 할 때마다 그 나라와 상의해야 한다. 그때마다 우리는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다.
전자 분야에서 한국은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갖고 있는데, 언제까지 우리는 외국 전투기를 사주는 국가로 있을 것인가. 3차 FX사업에 참여한 사람들은 미국과 유럽에 가서 AESA 레이더를 보고 “언제 우리는 이러한 레이더를 만들어 보는가” 탄식했었다.
그 날이 눈앞에 다가왔는데 결심을 하지 못하고 있다. KGGB와 AESA를 개발하고 있는 학자들은 땅을 치고 있다. “언제 우리는 자주국방을 할 것이냐”며.
다음은 한국형 AESA 레이더를 탑재한 전투기의 기동을 보여주는 동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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