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9일 일산 KINTEX 제2전시관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13’, 일명 ‘서울 ADEX 2013(이하 ADEX)’에서는 국군의 날(10월 1일) 서울 시내 행진에 등장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신무기가 전시됐다. 실물이 아니란 한계는 있었지만 글로벌 호크 등 아직 한국군이 갖지 못한, 언론을 통해서만 봐온 무기를 볼 수 있었다.
ADEX는 1996년 시작한 서울에어쇼가 변화한 것이다. 17년의 역사가 쌓이다 보니 한국 방산의 ‘퀀텀 점프(quantum jump, 대도약)’가 발견된다.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 방산회사들은 이렇다 할 첨단무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첨단무기는 미국과 유럽 방산회사들만 내놓았기에 관람객들은 미국의 보잉이나 록히드마틴, 노스롭, 유럽의 EADS 부스 등으로 몰렸다.
그러나 올해 ADEX에서는 달랐다. 선진국 방산회사들은 ‘물론’ 첨단무기를 선보였지만, 우리 방산회사들도 만만찮은 신무기를 내놓았다. 이라크와 아프간에 들어갔던 미군은 반군이 설치한 대전차 지뢰에 걸려 고전했다. 대전차 지뢰는 장갑차는 물론이고 전차까지도 날려버리니 미군은 많은 피해를 입었다. 그리하여 만들어낸 것이 대전차 지뢰가 터져도 끄덕하지 않는 특수 장갑차 MRAP(‘앰랩’으로 읽는다)이었다.
눈길 끈 신무기 KMRAP 천무 천군
이라크와 아프간 파병을 하면서 한국군은 미국의 MRAP에 큰 관심을 가졌다. 한국 방산업체들은 언제 한국형 KMRAP(케이 앰랩)을 만들어주나 했다. 한반도 유사시 공세 전환을 하면, 한국군은 대전차 지뢰가 깔린 DMZ(비무장지대) 등을 지나 북진해야 한다. 그때 KMRAP이 있어야 한국군은 신속하고 안전한 진격을 할 수 있다. 이번 ADEX에서 장갑차 제작업체인 두산 DST가 육군의 꿈인 KMRAP을 내놓았다.
우리말로는 다련장로켓, 북한식이라면 방사포로 번역할 수 있는 것이 미국 록히드마틴의 MLRS다. 1차 걸프전에서 MLRS는 이라크군 진영에 수많은 로켓탄을 떨어뜨려 ‘강철비(iron rain)’를 내리게 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MLRS는 ATACMS(에이타킴스)라고 하는 육군용 전술 미사일도 발사한다. ATACMS는 작은 덩치임에도 불구하고 300여 km를 날아가 표적을 정확하게 격파한다. 같은 사거리를 가진 우리의 현무-2는 ATACMS보다 크지만 정확도는 ATACMS에 약간 떨어진다고 한다.
우리는 MLRS를 본따 국산 다련장로켓인 ‘구룡’을 대우중공업에서 제작했지만 구룡의 화력은 MLRS에 크게 떨어졌다. MLRS에서는 사거리 40여km, 직경 227mm 로켓을 발사하나 구룡에서는 사거리 20km, 직경 130mm의 로켓을 발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만을 (주)한화가 해소해주었다. 사거리 45km에 직경이 230mm의 로켓을 쏘는 ‘천무’를 내놓은 것. 천무는 변신이 가능하다. 사거리 80km, 직경 239mm의 유도탄을 쏠 수 있고 구룡용 로켓도 발사해줄 수 있다. 그러나 ATACMS급 유도탄을 발사하려면 추가 개량을 해야 한다.
천무는 미래형 군단과 미래형 사단에 배치될 예정이다. 천무가 개량을 거쳐 ATACMS급 유도탄을 발사하게 된다면 미래형 군단과 사단의 화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질 것이다. 삼성테크윈이 제작하는 K-9 자주포가 미국의 팔라딘 자주포보다 성능이 뛰어나듯, 그렇게만 된다면 천무는 록히드마틴의 MLRS를 능가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한화는 천무를 소형화한 사거리 8km의 다련장로켓인 ‘천군(天軍)’도 선보였다. 천군은 해안이나 도서 방어를 하는 해병대 부대에서 사용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 해안으로 접근하는 적 함대를 격퇴하는 용으로 천군을 사용하려는 것이다. 천군은 적 해안에 우리 해병대를 상륙시키는 상륙함에 탑재할 수도 있다. 상륙함은 천군을 쏴 적 해안을 초토화한 후 해병대원들을 상륙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식으로 한국 업체들은 첨단을 달리는 무기를 내놓았으니 보는 사람마다 ‘한국 방산이 많이 발전했구나’하는 감탄을 하게 되었다.
“소개해줄 국내 방산업체가 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이들은 ‘따라간’ 첨단들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방산업체들이 만든 것을 한 발 늦게, 약간의 개량을 보태서 내놓은 것들이다. 우리가 창안해서 만든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새로운 무기 개발은 여전히 미국, 유럽, 이스라엘 업체들의 영역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전시장을 돌다가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정태화 본부장을 만났다. 그는 대뜸 “소개해 줄 국내 방산업체가 있다”며 손을 잡고 한 부스로 끌고 갔다.
‘수성정밀기계’라는 조금은 촌스런 이름을 붙인 업체였다. 정 본부장은 그 회사 대표를 찾아 인사를 시키며 설명을 들어보라고 했다. 갑작스럽게 기자를 맞은 안상진 수성정밀 회장은 부스 한쪽에 걸린 TV를 가리키며 “이것부터 보시라”고 했다. TV에서는 포병여단에서 병영체험을 하는 MBC의 ‘진짜 사나이’ 프로가 돌아가고 있었다. 여섯 명의 참가자에게 주어진 임무는 155mm 자주포 포구를 닦는 것.
총포(銃砲)는 뇌관 안에 있는 화약을 터뜨린 힘으로 발사된다. 포구 내벽에는, 화약의 힘으로 발사된 포탄이 보다 멀리 그리고 정확히 날아가게 하기 위해 수많은 홈을 느슨한 나선형으로 돌아가며 파놓았다. 이름 하여 ‘강선(腔線)’이다. 이 강선 때문에 발사된 포탄은 회전하며 날아가는데, 회전하며 날아간 포탄은 그냥 발사된 포탄보다 훨씬 정확히 그리고 멀리 날아간다. 때문에 포뿐만이 아니라 K-2 소총과 기관총에도 강선을 설치한다.
이러한 강선과 포구 내부에는, 뇌관에서 터진 화약의 찌꺼기가 남게 된다. 이 찌꺼기가 많아지면 다음에 쏘는 탄이 걸려 나가지 않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 총포는 총알이나 포탄을 빼낼 때까지는 다시 쏠 수가 없다. 그래서 소총수들은 사격을 끝낸 다음에는 ‘꼬질대’를 총신에 넣어 닦는 일을 한다. 마찬가지로 포병들은 ‘장전봉’을 넣어 포구 안을 닦는다. 155mm 자주포의 포구는 매우 길기에 1m 길이의 장전봉 9개를 연결한 9m 길이의 장전봉을 넣어 포구 안을 닦아주어야 한다.
치아를 스케일링 하듯이 포구 스케일링을 하는 자동포구 청소기
진짜 사나이 출연자들은 바로 그 일을 하게 된 것인데, 그게 보통 일이 아니다. K-2 소총에는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6조(6조 우선)의 강선이 있지만, 155mm 자주포에는 48조의 강선이 파여 있기 때문이다. 사진에서처럼 48개의 강선이 포구 안을 촘촘해 채우며 나선형으로 돌아가고 있으니 장전봉은 강한 저항을 받아 초보자들은 10cm도 집어넣기 힘들어 한다. 포병 장병들도 힘들어 하는 것이 포구 닦기니 경험이 없는 출연자들은 더욱 힘들게 작업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장면을 보여준 TV는 바로 이 회사가 만든 자동 포구 청소기의 작동 모습을 보여줬다. 사람은 포구에 이 청소기를 넣어주기만 조작만 하면 된다. 다음부터는 청소기가 알아서 포구 안을 깨끗이 닦아준다. 작업시간은 15분. 작동원리는 간단했다. 원통모양인 이 청소기 외부에는 포구 내부에 맞춘 작은 바퀴가 달려 있다. 이 바퀴는 청소기를 전진-후퇴시키는 일을 한다. 청소기 외부에 48개의 원형의 작은 돌기가 달려 있다. 스케일링을 받으러 치과에 가면, 치과의사는 빠르게 돌아가는 작은 회전체로 치아 구석구석을 닦아주는데, 그와 같은 일을 하는 것이 바로 이 돌기다.
48개의 이 돌기들은 자주포 포구 안에 있는 각각의 강선 안에 쏙 들어가도록 설계돼 있다. 강선 안에 들어간 돌기는 청소기가 전진 후퇴를 할 때 함께 빠르게 돌아가며 강선 안을 닦아준다. 포구는 완벽한 스케일링을 받는 것이다. 강선 구조와 기계 작동원리만 알면 누구나 생각해낼 수 있는 이 장비를 수성정밀이 만들 때가지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해 병사들이 매달려 허루 종일 장전봉 청소를 해야 했다.
이러한 청소기는 모든 포에 맞춰 제작할 수 있다. 전차포와 함포용 청소기로 만들 수 있다. 국군이 갖고 있는 포가 몇 문인가. 주요 국가에서 모두 특허를 받았다면 그 나라의 포도 모두 닦아낼 수 있으니 이 회사의 성장은 불문가지(不問可知)가 된다.
기술을 일반적인 것이지만 창안이 첨단이었기에 이 장비는 개발 즉시 주목받게 되었다. 지난해 수성정밀은 처음으로 이 장비를 들고 폴란드에서 열린 ‘MSPO 2012’란 이름의 전시회에 갔다가 ‘주목할 솔류선 상’을 받았다. 한국군에서도 이 장비를 대환영하고 있다. 국방부도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한국 방산제품으로 이 청소기를 맨 앞에 두고 있다. 조만간 양산할 신형 K-2전차의 부속 장비로 선정해 놓았다. 수성정밀은 이 청소기의 영어 이름도 자동 포구 청소기를 직역한 ABC(Automatic Bore Cleaner)로 지었다.
한국 방산 활로 보여준 창조경제의 길
수성정밀 안상진 회장은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1957년 오지중의 오지인 경북 청송군 진보면에서 태어났다 경상도 말로 ‘벤달’은 언덕이나 달동네 같은 뜻이다. 그는 “청송 벤달에서 낳니더”라고 말하고 다닌다. 큰 짐을 안고 태어났다. 순흥 안씨 일파 판관공파의 28대 종손으로 태어난 것. 그는 부모를 따라 대구에서 학교를 다녔으나 집안이 기울어 고향인 청송으로 돌아와 청송종합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울산으로 가서 현대자동차에 입사하며서 자기 운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대학(울산대)과대학원(동국대 대학원)은 그뒤 사업을 이룬다 마쳤다.
그는 그의 사주에 물 기운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리하여 1986년 수성(水成)정밀이리라는 개인 법인을 차리고 젊은 시절 몸 담았던 현대차 등에 부품을 공급하는 일을 시작했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모든 것을 걸고 한 사업인데 이것이 성공해 1999년 수성정밀을 법인화했다. 지금은 자동차뿐만 아니라 조선용 부품과 핵연료용 부품도 제작하고 있다. 2002년 이 회사는 자동 포구 청소기와 불발탄 제거기 시제기를 처음 만들어냈다. 그때부터는 사업이 급속도로 팽창해 2008년 500만 달러 수출탑을 받고, 2011년에는 자동 포구 청소기 등 방산물자 생산을 위해 새로운 법인인 수성방위산업((SDI)을 만들어냈다. 앞으로는 두 법인을 SDI로 통합해 운영할 생각이다.
그가 개발한 자동 포구청소기는 외국에서 먼저 주목을 받았다. 인도네시아가 처음 수입을 해가더니 미국 호주 폴란드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UAE 벨라루시 등 수많은 나라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 국방부에는 과거 우리 국방부의 조달본부(지금은 방위사업청으로 확대됨)와 비슷한 FCT가 있다. FCT에는 미국 이외 지역에서 개발된 방산물자를 조사해 미국 군수품으로 조달하는 팀이 있다. 미군은 세계 도처에서 실전을 하는 군대이기에 전투에 도움이 되는 장비를 상시적으로 찾아 다닌다. 자동 포구청소기는 평시보다는 전시에, 그리고 전장에서 효용이 탁월할 수밖에 없다. FCT의 이 팀이 자동 포구 청소기를 조사해보겠다고 했다. 그는 ‘당연히’ 한 대를 빌려 주었다.
미국 국방부 조달본부(FCT)가 미 육군용 장비로 자동포구 청소기를 채택한다면 한국 방산은 사상 최초로 미국에 방산물자를 수출한 기록을 세울 것이다. 미국 수출이 이뤄진다면 NATO를 비롯한 서방국가 수출도 봇물 터지듯 일어날 수 있다. 그는 사업이 제대로 풀려가면 15조원 정도의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남이 하는 시장을 뺏는 것이 아니라 없는 시장을 창출해낸 것이니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창조경제와도 일맥상통한다고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완제품이 수출된 다음에는 부속품 수출이 이어지니 자동 포구 청소기 수출은 캐시 카우(cash cow) 사업이 될 수 있다.
한국 방산의 최대 약점은 수출을 잘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어렵게 첨단 무기를 국산화해도 선진국 방산업체들이 장악한 세계 시장을 파고들지 못하고 있다. 첨단무기 개발은 선진국을 따라가는 뒷북치기인데도 국내 방산업체들은 첨단무기 개발에만 주력해왔다. 때문에 겉으로는 화려해도 실속이 적어 허덕이는 업체가 많았다. 그는 반대로 갔다. 선진국 방산회사들이 생각하지 못한, 그러나 많은 수요가 있는 부분을 찾아내 그 솔루션을 제시한 것이다. 그가 보여준 길은 한국 방산을 살리는 창조경제의 길이 될 수 있다.
아래는 자동 포구 청소기 동작을 보여주는 동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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