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 이야기/요트 세계일주

[스크랩] 오늘 본 신문기사-요트로 세게일주

구름위 2013. 9. 26.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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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로 세계일주…망망대해 누비는 사람들


나르샤호와 라티튜스 에티튜스호가 항해하고 있다. |김승진씨 제공

·요트 세계일주중인 ‘나르샤’ ‘라티튜스 에티튜스’호 이야기


“내가 가고픈 길을 내가 만들어가는 거죠. 도로가 없어도 갈 수 있으니 다 내 세상이고. 무한자유 아니겠습니까.”(김승진)

“아이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고 싶었어요. 성적보다 인생에 있어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표연봉)

‘동기’는 다르지만 태극기를 펄럭이며 태평양을 횡단하는 두 대의 요트가 있다. 문성만(52), 김승진(50) 선장의 ‘나르샤’호와 표연봉(43) 선장이 아들 표현군(16), 조카 표정현군(18)과 함께 하는 ‘라티튜스 에티튜스’호다. 두 배가 처음부터 함께 출발했던 것은 아니다. 먼저 출발한 것은 ‘라티튜스 애티튜스’호다. 3월 19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뱃고동을 울렸다. 일주일 뒤 카리브해의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서 나르샤호가 떠났다. 두 배는 대서양을 횡단한 뒤 파나마 운하를 건널 때 만났다. 파나마 운하를 건널 때면 다른 배의 줄을 잡아줄 줄잡이가 필요하다. 그때 태극기가 펄럭이는 또 한 척의 요트를 서로 발견했다. 두 배는 ‘품앗이’로 파나마 운하를 통과했다.

파나마 운하 통과 때 우연히 만나 협력

두 팀은 닮은 구석이 별로 없다. 김승진 선장은 독립다큐멘터리 PD, 문성만 선장은 은퇴한 사업가다. 표연봉 선장은 제주에서 학원을 운영한다. 나르샤호의 김승진, 문성만 선장은 한 차례 대항해 경험이 있다. 인도양을 횡단해 유럽에서 부산항까지 갔다. 김 선장은 2011년 단독으로, 문 선장은 아내와 함께 했다. 문 선장은 “첫 항해 때 준비 없이 떠났다가 태풍을 만나 무지 고생했다”고 말했다.

라티튜스 에티튜스호의 표연봉 선장은 이번이 첫 장거리 항해다. 첫 장거리 항해로 세계일주를 선택했고, 그 항해에 아들과 조카를 대동했다. 프랑스에서 부산까지 장애우를 데리고 항해하는 TV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고난 뒤 세계일주를 구상했다. 아이들의 인성교육에 항해가 좋다고 생각한 것이다. 대항해 경험은 없지만 요트 경력으로는 표 선장도 밀리지 않는다. 제주 출신인 표 선장은 1997년부터 요트를 탔다. 2000년부터 요트를 시작한 김 선장과 2008년 시작한 문 선장에 오히려 앞선다. 이번 항해가 무사히 마무리된다면 표 선장의 아들 현군은 ‘국내 최연소’ 요트 세계일주자가 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얘기다.

두 배가 지난 3월 대서양 동쪽에서 제각기 출발해 파나마 운하를 거쳐 남태평양 피지에 오기까지 4개월 여가 걸렸다. 버진아일랜드에서 출항한 나르샤호는 콜롬비아를 거쳐 파나마 운하로 향했다. 마이애미에서 출발한 라티튜스 에티튜스호는 바하마, 자메이카를 거쳐 파나마에 도착했다. 두 배는 파나마 운하를 지나서는 갈라파고스 다윈섬,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누쿠히바, 뉴질랜드령 수와로우 아이랜드, 아메리칸 사모아, 피지를 함께 거치고 있다.

‘동행’이라고 해서 같이 가는 게 아니다. 배의 사양, 항해력 등이 차이가 나서 망망대해에서는 단독 항해한다. 서로 연락조차 안 될 수도 있다. 심지어 한 달간 못만날 때도 있다. 그저 매 행선지만 정해놓고 출발한다. 피지 입항 때도 나르샤호가 하루 먼저 들어와 수속을 마치고 라티튜스 에티튜스호를 기다렸다.

요트 세계일주는 역시 ‘낭만’이다. 태평양 서쪽 바다로 지는 노을의 환상에 젖기도 하고, 기항지에서는 뜻하지 않은 만남들이 이어진다. 인종, 피부색, 말은 달라도 ‘세계일주’는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일이어서 살가운 호의를 베푸는 사람들이 많다. 어느 바다에서는 낚시로 참치를 잡아 회덮밥을 해먹기도 했다. 어느 섬 야자수 아래서는 대형 코코넛 크랩(코코넛을 먹고 사는 게)을 잡아 구워먹는 ‘호사’를 누렸다. 누쿠히바 근처에 이르렀을 때다. 물색깔이 갑자기 파래지면서 무언가가 바다에서 올라왔다. 갑자기 ‘푸우~~’ 하면서 물기둥이 쏟아졌다. 수염고래였다. 산란을 하는 갈매기들로 하얗게 뒤덮였던 무인도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적도를 통과할 때는 ‘적도제’를 지낸다. 뱃사람들의 전통이다. 표 선장과 아이들은 목욕재계를 한 뒤 음악을 연주했다. 아들 현군은 바이올린과 플루트를, 조카 정현군은 기타와 하모니카를 연주했다. 다시 적도를 통과할 때는 ‘이런 삶을 살겠다’는 사명감을 얻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늘에 빌었다고 했다. 김 선장과 문 선장은 한국음식과 팥빙수를 해먹는 것으로 적도제를 즐겼다.

6월 23일, 남태평양 수와로우 섬에서 세계일주 일행이 모였다. 왼쪽부터 표연봉씨, 문성만씨, 표현군, 표정현군, 김승진씨. |김승진씨 제공

일상서 경험하지 못하는 ‘느림의 미학’

요트에서의 일상은 ‘탈출’이다. 자동항법장치로 알아서 요트가 움직이니 탑승자가 할 일은 의외로 없다. 망망대해에서 시간을 즐기면 그만이다. 나르샤호의 일상은 ‘느림’이다. 해가 중천에 떴을 무렵 김 선장이 일어난다. 커피 한 잔을 마시고 항로를 체크한다. 배 고프면 밥을 챙겨먹고, 귀찮으면 만다. 문 선장이 일어나면 조타를 맡기고 다시 쉰다. 어떻게 운항할지는 서로에게 맡긴다.

라티튜스 에티튜스호도 느림을 즐긴다. 아이들은 아침 6시 반에 일어나 예배를 드리고, 영어와 중국어를 공부한다. 9시까지 아침을 먹은 뒤에는 ‘놀기’다. 망망대해에서 이렇다 할 놀거리는 많지 않다. 컴퓨터 게임을 하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한다. 그러다 오후 4시쯤 밥을 먹고 해지면 잔다. 표정현군은 “정말 할 일 없다”며 “한국에서는 하기 힘든 경험”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요트는 역시 위험하다. 비바람이 심할 때면 요트는 ‘일엽편주’가 된다. 기상과 해류가 도와주지 않을 때는 정상항로를 이탈하기도 한다. 아메리칸 사모아에서 피지로 가던 3일간 두 요트는 폭풍을 만났다. 마른 번개가 밤새도록 쳐대면서 여기저기 벼락이 떨어졌다. 요트는 요동을 쳤다. 표현군은 “처음에는 정말 무서웠다”고 말했다. 표 선장은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요트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탈거리”라며 “벼락을 맞아도 벼락이 배겉면을 타고 흐르도록 설계돼 문제가 없고, 심한 비바람에도 뒤집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심한 배멀미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라티튜스 애티튜스호에서 음식을 담당하는 표정현군은 출항 이후 한 달간 배멀미를 했다.

요트 세계일주에서 진짜 힘든 것은 내부갈등이다. 탑승자간 마음이 맞지 않아 도중 하선하는 경우도 많다. 두 번째 대항해에 도전하는 김 선장과 문 선장도 처음엔 많이 부딪쳤다. 한 배에 선장이 두 명이다보니 준비부터 운항까지 자기 스타일과 맞지 않을 때면 의견충돌이 불가피했다. 어느 순간 양보하기로 했다. 김 선장은 “나는 내가, 문 선장은 자신이 더 양보를 많이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웃었다.

부자갈등도 있었다. 24시간 한 곳에서 머무르다보니 보기 싫은 모습도 보게 되는 까닭이다. 하루는 화가 잔뜩 난 표 선장이 아들 현군에게 “발가벗고 요트계류장을 뛰고 오라”는 명령을 내렸다. 선장으로서의 명령이었다. 아들이 발가벗고 요트계류장 인근을 도는 데 그렇게 천천히 돌 수가 없더란다. 표 선장은 “부끄러워서 냅다 뛰어들어올 줄 알았는데 오히려 여유있게 계류장을 돌아 내가 더 얼굴이 화끈하더라. 요트 안에서 나도 옷을 벗고 기다렸다 들어오는 아들놈과 서로 부둥켜 안고 울었다”고 말했다. 아들이 옷을 벗고 뛰는 것을 본 현지인 한 명이 찾아와 “여자가 필요하냐”고 물어 박장대소한 사연은 두 사람의 추억으로 남았다.

“중요한 것은 떠나려고 하는 의지”

요트는 바람이 없을 때가 더 힘들다. 엔진이 좋지 않은 요트라면 바람을 탈 수 없어 진행이 쉽지 않다. 고장이라도 나면 표류가 불가피하다.

여유를 넘어선 무료감은 또 다른 적이다. 파나마 운하에서 누크히바에 이르는 4000마일(7700㎞)의 여정은 지구상에서 요트로 가기에 가장 먼 거리다. 31일이나 걸린다. 갈라파고스의 다윈섬을 살짝 지나는 것을 빼면 오로지 배 위에서 견뎌내야 한다. 기상과 해류가 도와주지 않으면 시간이 더 걸린다. 표 선장은 “무수히 많은 시간이 주어지는데, 생각을 해도 해도 끝이 없더라”며 “생각만 해도 지루하다”고 말했다.

라티튜스 에티튜스호는 이 항해 도중 자동항법장치가 고장이 났다. 3명이 2시간씩 돌아가면서 핸들을 잡았다. 잠은 중간 중간 쪽잠으로 대신했다. 악몽같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돌아보니 무료함보다는 나았다고 이들은 회고했다. 마냥 쉬는 것보다 적당히 일하는 것이 복이라는 것을 깨달았단다.

요트 세계일주에 드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요트 값을 제외하고도 각국 출입료, 현지 생활비, 식비, 연료비 등으로 2000만~3000만원이 든다. 배수리비도 적지 않다. 천차만별인 요트 가격을 고려한다면 1억~2억원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김 선장은 “막상 떠나려 하면 돈은 또 어떻게 마련이 되더라”며 “중요한 것은 떠나려고 하는 의지”라고 말했다.

표현군이 요트의 조타기를 잡고 있다. |표연봉씨 제공

두 배는 지금 피지를 떠나 북태평양으로 향하고 있다. 산호섬 투발루를 거쳐 미크로네시아 폰페이로 간다. 진짜 고비는 지금부터다. 두 배가 사이판에서 화산섬인 일본 하치조 섬을 거쳐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시점이 9월이다. 태풍 시즌과 일치한다. 요트가 태풍에 강하다지만 그래도 거친 비바람과 파도는 부담스럽다. 세계일주를 하는 요트들이 미국 동해안에서 3월에 출발하는 이유는 허리케인을 피하기 위해서다. 남태평양 도달 시점을 7~8월에 맞춘 것도 폭풍 때문이다. 7~8월의 남태평양은 겨울이다. 하지만 두 배가 움직이다보니 항해속도가 늦춰졌고 결국 태풍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두 배는 실시간으로 세계일주기를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나르샤호는 김승진의 요트세상(cafe.naver.com/goyachts)에서, 라티튜스 에티튜스호는 휴휴홈스쿨(www.jjhschool.com)에서 운항기를 찾아볼 수 있다. 피지에서 이들을 만난 홍현표 해양수산개발원 글로벌수산연구실장은 “한국 국적의 요트 두 대가 나란히 세계일주에 나서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김승진 선장과 표연봉 선장은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항해하면 위기를 극복하기가 훨씬 쉬울 것”이라며 “항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10월 부산항에 입항하겠다”고 말했다.
출처 : 요트 팀 드레이크 [TEAM DRAKE]
글쓴이 : 깊은바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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