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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鷹) 이름, 알고 쓰자

구름위 2013. 1. 1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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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전투 장비들과 관계된 것에 매의 이름을 쓰는건 세계적인 관행이다. 항공 무기체계가 빠르고 용맹한 매의 이미지가 어울리는것이 이유이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서 몇 가지 그 실례들을 찾아보자. 매의 윗 형뻘되는 독수리 이름으로 한국 공군의 블랙 이글이 있다. 그리고 무기에 붙여진 맹금류 이름으로는 가장 유명한 훈련기 골든 이글스가 있다. 요즈음에는 새로운 고성능 유도탄인 철매 유도탄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그리고 송골매라는 이름의 국산 무인 정찰기도 있다.  그리고 전투 장비는 아니지만 공군 사관학교의 새내기 생도들의 애칭인 보라매가 있다. 눈을 외국으로 돌려보자. 매의 이름은 미군 장비에서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월남전과 중동전에서 맹위를 떨친 A-4 스카이호크가 있다. 그리고 유명한 스텔스기인 F-117 나이트호크가 있다.

 

미 해군의 A-4 공격기-월남전과 중동전에서 화려한 전과를 쌓았다.

 

더 예를 들어 볼 것도 없이 우리의 주력기이기도 한 F-16의 이름인 파이팅 팰컨(Fighting Falcon)도 매의 이름에서 가져온 것이다. 환상의 전투기라고 할 수 밖에 없는 F-22의 이름 랩터도 같은 종류의 이름이다. (맹금류)

 

오랫동안 한국군의 주력대공 유도탄이었던 호크가 있다. (매 이름을 작명한 것이 아니라 제식 명칭의 약자를 취하다보니 매 이름이 되었지만 여튼간에 맹금류의 이름이다.) 공중을 비행하는 장비만 맹금류의 이름만 가진 것이 아니다. 연평해전에서 활약한 해군 고속 경비정 참수리도 여기서 따온 이름이다.

 

앞으로도 매의 이름을 빌려 쓰는 신형 항공 무기들이 우리나라에 계속 출현할 것이라 예상되는데, 이에 대해 별다른 정보가 없어 보인다. 잘못 명명하면 무기의 해외 마케팅에도 지장이 있을 것이고 자칫하면 우스운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이에 향후 작명에 참고가 되길 바라며 매를 포함한 맹금류의 종류와 역사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우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호크[hawk]가 무엇이고 팰컨[falcon]은 무엇인지를 알아보도록 하자. 월남전 참전 용사였던 공화당의 맥클레인이 해군 조종사로 조종하다가 월맹에서 격추되었던 A-4 해군기와 한국 공군의 F-16의 이미지로 그 차이를 다시 한 번 상기해보시길 바란다. 얼핏 같은 듯 싶지만 실상 둘은 엄연히 다르다.

 

호크는 응속(鷹屬)으로 분류된다. 팰컨은 골속(屬)으로 분류한다. 우리네 사람들은 이에 대해 잘 모르지만 매사냥이 유행하던 과거의 조상들은 이 차이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이것에 대해서는 후에 소개하는 천여년 전의 매 전문서 응골방(鷹鶻方)에서 소개하겠다.

 

오른쪽이 호크, 왼쪽이 팰컨이다.

 

응속 (應屬), 즉 호크는 우리나라에 참매라는 종류가 있다. 날개가 넓고 짧으며 꼬리가 긴게 특징이다. 눈 위에 흰 눈썹 같은 것이 있는데 보기에도 절로 용맹스런 인상을 준다. 이 매의 어린 1년생은 산 비둘기와 비슷한 갈색 빛깔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1년이 지나 털갈이를 하면 갈색은 사라지고, 푸르스름한 회색을 가지게 되고 덩치도 더 커진다. 이 어린 1년생 매를 보라매라고 부른다.

 

두종류의 매가 아니라 참매의 성장 단계에서 보이는 두가지 털색이다. 왼쪽이 생후 1년생의 보라매,그러나 한 철을 보내고 털갈이를하게 되면 오른쪽과 같은 털색을 가지게 된다.

 

참매는 천연 기념물로서 지정되어 있지만, 우리나라 텃새는 아니다. 참매는 기러기나 오리같이 가을이면 북쪽에서 날아오는 겨울 철새다. 가을에 와서 이 땅에서 살다가 이른 봄이 되면 북쪽으로 날아간다.

 

참매는 한국 매사냥꾼들이 애용하던 매다. 꿩 잡는 기술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국의 매꾼들은 참매가 북에서 날아오는 가을철에 잡아서 2주쯤 훈련시켜, 겨우내내 사냥을 즐긴다. 이때는 농사일도 대강 끝나서 농부들이 여가 활용을 하기 좋은 때다. 옛날 농부들은 참매를 잡아 한철 실컷 즐기고 농사철이 오기 전에 고기를 배불려 먹여 놓아주는 아량을 보이기도 했다.

 

고을마다 직업 매꾼들도 있어서 하루 종일 매를 데리고나가 꿩을 10~20마리 가량 잡기도 했는데, 매로 잡은 꿩은 매치라고 불리며 시장에서 총으로 잡은 불치라는 꿩보다도 더 비싸게 팔렸었다.

 

그래서 직업 포수가 많은 평안도에서는 사냥을 잘하는 매의 값이 황소 한 마리 값과 맞먹었다. 참매는 육상전의 챔피언이다. 육상의 먹잇감과 격투를 벌여 제압하는 뛰어난 기술이 있다.

 

숲에서 꿩이 있을때 매를 날리면 매는 꿩 뒤를 쭟아가,발톱으로 웅켜 잡아 날카로운 부리로 일격을 가해 숨을 거두어 버린다. 참매의 영어명은 Goshawk 다. 즉, 거위(goose)를 잡는 매라는 말인데, 참매는 꿩뿐 아니라 오리도 공격했다.

 

둥지에 새끼를 기르고 있는 참매의 모습으로 눈썹과 긴꼬리가 특징이다.

 

참매의 이름을 가진 훈련기가 미해군에 있는데 (T-45) 영국 호크기를 함재기화해서 미국이 생산했다. 호크기는 우리도 사용했었다.

 

미 해군의 T 45 [참매]

 

미국 군용기의 사례를 보면, A-4 스카이호크나 F-117 나이트호크 등에 사용했으며 이 군용기가 전투기가 아니라 공격기인 것을 통해 호크라는 참매의 이름은 대지 공격기에게만 주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 미 전투기 작명가들은 틀림없이 호크 족의 생태학적이나 신체적 특성을 아주 잘 알고 작명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같은 매지만 호크가 아니라 팰컨은 무엇인가? 팰컨은 우리나라에서는 단순히 그냥 ‘매‘로 알려져 있다.  날개가 좁고 길며, 꼬리가 짧다. 세계적으로 팰컨 종류는 많은데, 우리나라 매종류의 영어 이름은 PEREGRINE이다. 이 생소하게 들리는 명칭은 20여 년 전 한국에 진출했었던 홍콩계 금융회사의 이름이기도 해서 기억을 하시는 분도 있을 것이다.

 

주로 해변에 살며 절벽에 새끼를 낳는데, 몇 년 전 서해안 칠발도에 사는 매의 생태가 아주 생생하게 소개 된 TV 프로가 방영 된 것이 기억에 퍽 새로웠다.

   

가수 김세레나가 처음 불러서 히트시킨 새타령에 나오는 날진이가 이 매의 다른 이름이다. (새타령의 다른 이름, 수진이는 손에 길이 든 매이며, 반대 개념이 야생의 산진이가 있다. 해동청과 보라매는 뒤에 소개하겠다.) 그리고 뒤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날진이의 송골매가 이 골속 즉, 팰컨의 대표적인 매다.

 

날렵한 모습의 날진이

 

이 매는 속도가 비상하게 빠르고, 특히 급강하 공격은 가공할 정도다. 참매가 육상전의 왕자라면 이 매(날진이, 송골매등은)는 한마디로 공중전의 왕자다. 팰컨이 공중에서 급강하로 먹이를 공격하는 모습은 보기에도 장쾌하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과거 귀족만이 팰컨으로 매사냥을 할 수 있었고, 평민들은 호크로만 매사냥을 하게 제약을 가한 일이 있었다.

 

날진이의 작은새 급강하 공격-한국 날진이는 오리까지도 잡을 수가 있다.

 

이 팰컨의 공중전 능력을 높게 사서 미 공군이나 해군은 공중전 전문 전투기에 이 이름을 붙여왔었다. 긴 설명 필요없이 우리의 주력 전투기인 F-16의 제식 명칭이 바로 파이팅팰컨임이 이를 증명한다.

 

F-16

 

팰컨보다 더 대형인 F-15의 이름이 이글[eagle]로써 이 역시 맹금류의 이름이다. 세계에 독수리 종류가 많아 매보다도 더 사나운 독수리들도 많으니 F-15같은 고성능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을 수 도 있다.

 

세계에는 강력한 공격력을 가진 독수리 종류도 참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날아오는 큰 독수리는 무시무시한 생김과 달리 사나움과는 거리가 있는 제법 순둥이들이다. 가끔 가축도 공격하는 경우가 있으나, 주로 하이에나처럼 죽은 동물들의 사체를 먹는 경우가 많다.

 

독수리-위엄이 가득하지만 살상과는 거리가 있다.

 

이 독수리는 근래 자주 TV를 타서 잘 알려져 있다. 매와 같은 철새로써 가을이 되면 먼 몽골에서 날아온다. 그래서 한국의 독수리는 그 이미지가 전투무기와는 거리가 있지만, 그보다 작은 독수리종인 검독수리는 대단히 공격성도 강하고 싸움도 잘한다.

검독수리는 영어로 골든이글[GOLDEN EAGLE]이다. 어릴 때는 전체 색깔이 연한 편이라서 골드 칼라를 연상하게 되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 털색이 진해져서 한국식 이름인 검독수리라는 명칭이 상당히 어울리는 모색(毛色)이 된다. 까마귀처럼 검은 색이 아니라 엄밀히 말하면 짙은 같색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검독수리 - 골든 이글

 

한국의 독수리는 그 이미지가 전투 무기와 거리가 있지만 그보다 작은 독수리종인 검독수리는 대단히 공격성도 강하고 싸움도 잘한다. 검독수리는 북미와 유럽을 비롯해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가 있다. 독수리종으로서는 서식 분포지가 아주 넓다.

 

한국 TV에서 몽골 일부 부족이 여우와 어린 승냥이를 잡는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모습을 보신 분들이 있으리라고 본다. 자주 TV에 소개되다 보니 세계에도 잘 알려져 몽골의 검독수리 사냥이 관광 상품이 되었다고 한다.

 

검독수리는 구미의 일부 매사냥꾼들이 길들여 사냥에 사용하기도 하는데 성미가 급해서 수틀리면 주인도 찍어버리기도 하는 예측불허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사냥 맹금류중 크기가 가장 커 팔뚝에 얹어 운반하기가 불가능해 대부분 차로 운반하는 등 불편함이 있지만 서구의 매사냥 매니아 중에는 기를쓰고 이를 잡아 길들이려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에서 검독수리는 사고 파는 것이 불법이다.) 검독수리는 사람이 사용하는 맹금류로써 가장 크면서도, 제일 일반화된 사냥 독수리일 것이다.

 

새매 - 한국에는 서너종류의 새매가 서식한다. 비둘기보다는 약간 작다.

 

미래 무기체계에 이름으로 쓸만한 매 중에 한국의 새매가 있다. 콩새보다 조금 큰 체구지만 아주 날래서 참새나 메추리를 잘 잡는다. 참새를 잘 잡는다고 해서 영어명이 스패로우호크다(Sparrow hawk)

 

서구에서는 검독수리같은 큰 맹금류를 길들여서 사냥을 즐기는 대형매 매니아가 있는 반면 이 작은 매를 길들여서 동네나 정원에서 참새를 잡는 취미를 가진 소형매 선호 매니아도 있다.

 

옛날 조선시대에는 점잖은 선비들이 하인이 끄는 당나귀를 타고 길들인 새매를 가지고 산간 논 사이를 돌아다니며 메추리를 잡았다고 한다. 이런 모습을 보았을때 앞으로 개발되는 무기의 작명 리스트에 새매를 추천해본다. (한 매전문가는 새매가 -sparrow hawk- 전투기도 공격기도 아닌 한국의 T-50의 이름으로 이상적인 명칭이 될 수가 있다고 말했다. 골든 이글은 대형 공격기에 어울린다는 의견이었다.)

 

참수리 - 맹금류중에서도 아주 잘생긴 녀석에 속한다.

 

바닷가에 사는 물수리 그중에서도 참수리류는 갈매기와 매의 중간쯤 되는 습성이 있어 주로 물고기를 잡아먹고 산다. 미 해병대가 실전 배치하기 시작한 고정익과 회전익의 합성기인 오스프리(osprey)가 이 물수리의 영어 명칭이다. 참수리는 물수리의 한 족속이며, 한국에서 천연 기념물에 속한다.

 

미 해병대 v-22 오스프리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솔개라는 이름도 무기명으로 고려해 볼 대상이다. 항상 숲속에 숨어서 불필요한 노출을 꺼리는 참매와 달리 솔개는 동네 근처 상공에서 자주 선회 비행을 하는 덕에 한국인들에게 눈에 익은 맹금류가 되었다.

 

그러나 알려진 것과는 달리 솔개의 전투 능력은 별로다. 산 먹잇감이라면 민가의 닭이나 들판의 쥐정도나 잡을까, 죽은 먹이를 주식으로 한다. 추가적으로 고려해볼 만한 무기 명칭으로는 야간에만 활동하는 작은올빼미와 큰부엉이 그리고 가장 대형인 수리부엉이들도 추천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지만 부엉이도 제법 대단한 살상력을 가진 맹금류다. 야간 활동을 하는 부엉이들은 매꾼들이 밤에 마당에 내어놓은 사냥매를 어둠속에서 소리없이 다가와 채가는 대담함을 발휘하기도 한다. 용맹한 참매도 어둠속에서 가하는 부엉이의 공격에 꼼짝 못한채 당한다고 한다.

 

매사냥에 일가견이 있는 미국 매니아는 부엉이나 수리부엉이를 길들여서 어두컴컴한 일출 일몰 무렵에 사냥을 다니기도 한다. 앞으로 야간용 항공 무기가 개발된다면 검토 대상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매의 스타 송골매에 대해서 소개하기 전에 매사냥의 강국인 한국의 역사를 먼저 밝힐 일이 있다. 한국은 중국인들이 명명한 해동청이라는 매가 있을 만큼 ‘매사냥 강국’ 이었다. 동양 삼국에 우리 한국에만 사는 초우량종의 매가 있었고, 더불어 매 사육과 훈련 기술이 뛰어 났었으며, 매사냥은 왕과 왕자들이 즐기던 로얄 패밀리의 취미이기도 했었다.

 

이것이 진짜 송골매 또는 PEALE'S PEREGRINE이다. 날진이와 같은 족속이지만 훨씬 대형이다.

 

우리나라의 매사냥 역사는 고구려 벽화에서도 살펴 볼 수 있으며, 일본 역사서에도 백제가 매사냥을 전파해주었다는 기사도 보이는 만큼 그 역사가 무척 길다고 볼 수있다. 그러나 매사냥이 본격적으로 역사의 전면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몽골족들이 고려 지배 때부터였다.

 

몽골의 간접 통치를 받고 몽골의 피를 받은 ‘충’자 돌림 임금님들이 고려를 다스리게 되자 충렬왕 때인 1275년 대궐에 응방(鷹坊)이라는 임금의 매사냥 전담 기관이 설립되었다. 응방이 설치되면서 고려의 매사냥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후에 한국은 매사냥이나 사육에 관해서 동양 삼국 중 최고의 솜씨를 가질수 있었다.

 

매사냥은 특히나 조선 태조 이성계가 아주 좋아했으며 그 아들 태종 이방원은 거의 매사냥 광이었다. 그는 직접 말을 달리면서 표적을 쫓고 매를 날리고 받는 야외 스포츠의 스릴을 즐겼다. 신하들이 말리는 상소를 자주 올렸지만 그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조선 초기 임금님들의 로얄스포츠였던 매사냥은 세종 사후 점점 조선왕조 실록에서 그 등장 횟수가 줄어든다. 그리고 연산군 이후에는 임금이 매사냥했다는 기록은 없어진다.

 

한국의 매사냥 역사에서 뗄 수 없는 유명한 해동청이라는 매를 알아보자. 중국인이 해동국에서 나는 매라는 뜻으로 이름 지어졌는데 이것에 대해 중국에는 이런 기록이 있다. “고려의 해동청만이 고니[백조]를 잡을 수가 있다"

 

고니를 야외에서 본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이것들이 대오를 지어 저공비행을 할때는 전투기로 착각할만큼 엄청나게 크게 보인다.

 

백조를 공격하는 북미의 흰머리 독수리 - 검독수리와 같이 공격성이 넘친다.

 

그런 대형 조류를 잡는 매라면 대단한 매일 것이라는 인상을 줄 것이다. 이 해동청은 송골매라고 불리는 매다. 날진이와 같은 종류고 바닷가에 사는 습성도 같지만 크기가 훨씬 크다. 옛날 한반도 북쪽 함경도에서 날아왔었다. 고니를 잡는 무시무시한 고려 매의 이름 송골매는 몽골어 싱골에서 온 것이다

송골은 날진이와 같은 가족이지만 역사가 기록해주는 고려/ 조선의 송골매는 북태평양 양안(兩岸), 즉 알라스카와 시베리아의 북쪽 해안 절벽에 서식한다. 우리가 송골매로 부르는 매는 봄부터 가을까지는 캄차카 반도 언저리에 사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송골매는 팰컨류 중에서 가장 크다. 암컷보다도 수컷이 더 크다.

 

송골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날진이가 아담한 크기인 반면 이 매는 참매만큼 크다. 영어로 Peale's peregrine이라는 팰컨인데 이 새는 덩치가 자기보다 몇배나 큰 고니나 기러기같은 대형 조류를 상대로 상공에서 빠른 속도로 내려와 날카로운 부리로 상대방 머리에 필살의 일격을 가한다.

 

아무리 큰새라도 상공으로부터 가하는 필살의 일격을 두부에 받고 버텨낼 새는 세상에 없다. 대개 즉사하지만 빗맞아서 정신을 잃고 추락하면 뒤쫓아 내려온 송골매는 쫓아 내려와서 마지막 확인 사살의 한 방을 찍어서 숨을 끊어 놓는다. 중국 기록대로 고려의 해동청만이 고니를 잡는다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이 대형 매가 가을이 되면 남하하는 고니와 오리등을 쫓아 한반도 북방 함경도 해안까지 내려온다. 그리고 봄이 되면 역시 철수하는 기러기 오리등을 따라 북으로 올라가 버린다. 이 북쪽에서 날아온 대형 매인 송골매가 중국인들이 작명해준 해동청이다.

 

언제부터인가 한반도를 찾아오던 대형 해동청은 더 이상 남하하지 않았다. 더해서 조선의 왕들이나 중국의 왕들도 이 매를 찾지 않았다. 조선 왕조 실록에서는 이 해동청을 간단히 줄여서 해청이라고 불렀다. 이 장쾌한 매사냥의 모습은 조선의 왕들만 즐긴 것이 아니었다.

 

원나라 이래 명나라에 이를 때까지 중국은 끊임없이 해동청의 조공을 고려와 조선에 강요해왔다. 늦은 가을이 되면 중국에 보낼 해동청을 마련하는 것이 조정의 대사가되었다. 명나라 때 해동청의 조공 강요가 극성을 부렸는데 조선왕조 실록을 보면 세종이 조공용 해동청의 확보에 잠을 자지 않고 고민하는 대목이 나온다.

 

중국의 황제에게 보내는 해동청은 보통의 해동청이 아니라 옥송골이라는 전신이 옥빛 즉 흰색의 특수한 매였다. 해동청 즉 송골매에는 알비노 증세가 없는 이상 백색의 매가 없다. 재미 매 전문가 박규섭 씨는 이 옥송골을 북극해와 베링해 언저리에 사는 지요팰컨[gyrfalcon]이라는 대형 매로 추정했다.  

 

북빙양에 서식하는 지요팰컨 북빙양에 서식하는 지요팰컨

 

이 매는 현재 미국에서 인간이 기르는 사냥매중에서 제일 대형으로 (크기는 골든 이글이 더 크나 이것은 매가 아니라 독수리다) 추운 지방의 매이기 때문에 여름에는 에어컨이 필요하다. 지요팰컨 옥송골은 몸체 모색(毛色) 변이가 심해서 완전 흰색의 매도 있고 백색의 매는 현재 매 시장에서 다른 색깔의 매보다도 훨씬 더 고가에 팔리고 있다.

 

옥송골 - WHITE GYRFALCON. 미국 매시장에서 다른 색깔의 다른 매들이 약 7-8,000불 나가지만 이 흰색은 두 배인 15,000불 정도에 거래된다.

 

세종조의 조선실록은 이 옥송골이 여타 송골매보다 늦은 초겨울이 되어서야 함경도에 나타난다고 기록하고 있다. 세종은 옥송골의 확보를 위해서 이 옥송골을 잡은 백성에게는 토관(土官) 벼슬을 내렸다. 그렇게 노력을 했는데도 옥송골은 워낙 귀해서 겨울에 겨우 한 마리만 잡아 중국에 보냈었다.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을 보면 원 세조 쿠빌라이가 엄청난 규모의 사냥을 나가면 좌우에 하얀 매를 여러 마리를 대기 시켰다가 날린다는 기사가 있다. 세종의 옥송골 확보와도 맥이 닿은 부분이다.

 

해동청, 즉 송골매는 이름만 남기고 어느 때인가부터 한반도에 찾아오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송골매는 원체 기동력이 좋아서 (알라스카에서는 육지에서 300km 떨어진 먼바다 상공에서 발견되기도 하였다.) 현재도 극소수가 한반도에 찾아 오기도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

 

장산곶매라는 이야기를 보면 이 매가 둥지를 부수고 중국으로 출격하는 대단한 매로 묘사되지만 실상 이 매는 공중전만 잘했지 육상전에서는 참매의 상대가 되지 못하였다. (참매가 덤불속으로 도망가는 꿩을 쫓아가서 사냥하는 것을 보면 날짐승이 아니라 마치 들고양이나 표범새끼를 연상하게 한다.)

 

게다가 매를 부리는 인간의 관점에서 표현하자면 좀 게으르다고 볼 수가 있다. 급강하 폭격으로 먹잇감을 한 두 마리 만 잡으면 그 날의 사냥은 사양하기 때문에 일찌감치 사냥을 접어야 한다. 그래서 설사 한반도에 많이 날아왔다 해도 매사냥꾼들에게는 인기가 없었을듯하다. 벌이가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실제로 조선은 중국의 황제들에게는 송골매를 조공했지만 일본의 사무라이 영주들은 게으른 송골매들 보다 참매를 더 선호하였다. 그래서 일본에 보내는 매들은 송골매가 날아오는 함경도가 아니라 경상도 등지에서 잡아 보냈다고 기록되어있다.

 

토끼 잡은 한국 참매

 

지금 세계는, 특히 서구에서 매의 사육은 그 기술이 절정에 달해 위의 검독수리건 송골매건 참매건 옥송골이건 모두

부화가 가능해서 그 새끼들을 다 구입할 수가 있다. 미국이나 영국의 매사냥은 매우 인기를 끌어 3주 코스의 매사냥 학교도 있고 매를 부화해서 판매하는 부화업자도 있고 매의 병을 전문 치료하는 동물 병원도 있다.

 

매사냥이 아직도 로얄 패미리의 스포츠였던 곳은 아랍 에미레이트라고 하겠다. 이 나라는 세계 각국에서 각양각색의 매들을 수입하여 사육하며 왕족들이나 재벌들은 주말이 되면 다투어 사막에 나가 매사냥을 즐긴다. 응사는 미국이나 영국에서 초빙해가고 수의사는 독일에서 거액의 급료를 주고 초빙해간다.

 

과거 영국에서는 진짜 신사라면 매사냥을 할 줄 알아야한다라는 말이 전해져 내려왔었다. 한 때는 동북 아시아의 선두 매사냥 국가였던 한국에서 매사냥이 사라진것은 유감스런 느낌이 없지 않다. 미 공군 사관학교에서는 매를 20마리나 사육하며 생도들의 매사냥 취미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아쉬운 것은 미국에서 응사 라이센스를 받은 박규섭씨가 90년대에 모든 것을 걸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끊어진 한국의 매사냥을 한번 리바이벌 시켜보려고 노력한 일이 있었다. 마침 공군 사관학교 교장이던 배모 장군이 이에 관심을 가져

공군 사관학교에 성무응방이라는 응방을 다시 열고 생도들에게 매사냥을 전수하려고 했으나 교장이 바뀌고 이런 방면에 관심이 엷어지는 쪽으로 사관학교 분위기가 돌아가자 그만 염증을 느낀 그는 미국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맥이 끊어진 응방이 그 대를 이을 좋은 기회를 놓쳐 버린것은 물론 한국의 로얄 스포츠의 전통이 공군 조종사들 중심으로 복원 정착되어 후손에게 전달될 수 있었던 좋은 기회도 놓친  것이 아깝다

 

검독수리 골든 이글

 

지금은 대전쪽이나 전북 진안, 그리고 경북 청도에서 한국의 매냥 맥을 이으려고 하는 매사냥 전문가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들에게서 매사냥을 배운 수 십 명의 후배들이 앞으로 매사냥의 영역을 넓혀 갈 듯하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활동하는 독수리나 매에 대해서 설명했는데 나중에 개발되는 비행무기 즉, 유도탄이나 항공기를 명명할 때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 날개가  없는 로케트 류는 별 이름을 빌려오는경우가 많았다.

 

개인적인 의견을 말한다면 앞으로 전투위주의 전투기는 송골매류의 팰컨 이름을 그리고 공격기나 공격 헬기의 이름은 참매류의 호크 이름을, 야간 전투장비의 이름은 부엉이나 올빼미의 이름을, 작은  훈련기나 무인기의 이름은 새매를, 정찰기의 이름은 솔개류의 이름을 명명했으면 어울릴것으로 생각된다.

 

사족으로 한마디 하고 싶다. 무기의 이름은 상품으로 치면 브랜드와 같은 기능도 있다. 기업들이 상품 판매에서 마케팅 성공을 위해서 사활을 걸다시피 하면서 좋은 상품 브랜드명 또는 로고나 트래이드 마크 개발에 노력과 거액을 투자하는 것과 같이 무기의 이름을 작명할 때 치밀한 기획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 작명 또는 네이밍은 치밀한 심리분석과 이미지 분석으로써 상품의 이미지와 딱 맞는 명칭을 작명한다. 그러나 이 점에서 한국의 무기체계 분야는 조금 부족한 듯 싶다. 우리의 무기 생산 기업은 그 역사가 짧아 미국의 록히드사나 독일의 라인메탈사, 이태리의 베레타 사와 같이 브랜드 파워있는 기업도 드물고 코리아라는 국가 브랜드도 무기 시장에서는 아직도 고객들에게 익숙치않은 존재다.

 

그렇다면 해외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있는 네이밍(naming)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품 이름 짓기는 고도의 마케팅 전문 지식인데 이런 전문성을 너무 외면하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 내가 생각하기로 상품의 이름은 개인이 단독으로 결정하거나 - 김정일이 북한제 텔레비전의 상품명을 삼일포니 진달래로 명명하거나 자동차의 이름을 뻐꾸기라고 명명하는 것을 보고 소비자 행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마케팅의 부재를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작명의 방법으로 공모(公募)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방법이 관(官)의 명명하는 방식으로 정형화되어 버린듯하다. 말썽없는 가장 무난한 방법으로 이 절차를 걸치는데 공모(公募)라는 수단이 많은 사람의 지혜를 모으는 최선의 결과로 느껴질지 모르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고 본다.

 

공모가 최선의 방법이라면 왜 오늘날 한국의 대기업들이 네이밍은 물론이고 유니폼 디자인이나 상표 디자인에 외국 일류 업체에게 거액을 주고 의뢰하겠는가.

 

앞으로 수출까지 염두에 둔 신형 전투 장비의 명명에는 다양한 생존경험과 성장의 비결을 풍부히 쌓은 일반 기업들처럼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한국에서 매나 독수리의 이름을 차명(借名)하여 명명한 성공적인 케이스는 해군 고속정 참수리정이 아닌가 생각된다.

 

고속정의 파도를 가르는 빠른 기동과 참수리의 해면을 치고 드는 모습의 이미지가 상당히 합치되어 고속정의 특징을 아주 잘 알리고 있다. 

 

한국인 대다수가 알지도 모르는 그런 이름을 붙여서 얻을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미래에 한국 매의 이름을 작명할 때도 위의 소개된 내용들이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어서 세계의 무기들과 어깨를 나란히할 걸작이 나오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