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해군이야기

해상의 생활문화 : 적도제

구름위 2012. 12. 2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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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적도제란 무엇인가?

적도제란, 항해중인 배가 적도를 통과할 때 적도통과를 기념하기 위해 지내는 여러 가지 행사를 말합니다. 적도제의 역사는 500년 이상이며 이러한 적도제가 생긴 기원은 항해시의 징크스 내지는 행운을 기대하는 심리와 관련이 있습니다.

범선시대 당시 세계를 항해하던 선박의 최대 약점은 바람에 약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바람이 강하게 불면 유일한 추진 동력인 돛이 찢어지고 돛대가 부러져 큰 어려움에 처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보다 더 큰 위험은 바람이 없을 때였고, 특히 적도 인근의 무풍지대는 범선에게는 큰 두려움의 대상이었습니다. 무풍지대에 들어가면 여러 날 혹은 수주일 동안 바람 한 점 없는 죽음의 고요 속에서 지내야 했으니까요.


[구 시대의 적도제 풍경]

이렇게 무풍지대에 발목이 잡힌 경우, 운이 좋으면 조류나 바람이 불어 무풍지대에서 탈출이 가능했지만 대개는 물과 음식이 부족해 굶어죽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럴 때 무풍지대에 갇힌 선원들이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는 바다의 신과 바람의 신에게 기도하거나 제사를 올리는 일이었죠. 이 의식이 바로 적도제입니다. 초기에는 어떤 제물을 사용했는지 모르겠지만(설마 인신공양은 아닐테고^^;;), 17세기경부터는 의례적으로 선원에게 물을 끼얹는다던가 선원을 로프로 매달아 바다에 내던진 것으로 희생제물을 대신했다고 합니다.

19세기에 들어서면서 증기기관이 등장하면서 이같은 공포는 사라지기 시작했지만 무풍지대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요즘에도 많은 선박들이 적도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현재의 적도제는 과거와 같이 절박한 심정에서 행해지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안전항해를 기원하며 지루한 선상 생활에 젖은 선원들에게 활기를 줄 수 있는 행사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일반 여객선이나 크루즈선의 경우는 적도제가 일종의 관광상품처럼 되어서 선상생활에 지친 승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한편, 다양한 선상문화를 체험하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지요.


[일반적인 여객선의 적도제]

적도제의 행사내용은 일반적인 상선의 경우처럼 간단히 고사를 지내고 이후 술과 음식으로 잔치를 벌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여객선의 경우는 승객 또는 승무원의 일부를 해신과 그 부하들로 꾸며서 간단한 재판을 벌이기도 합니다.(물론 여객선이기 때문에 심한 장난을 하진 않죠) 그리고 승객들을 모아서 간단한 체육대회를 하기도 하며, 적도통과를 기념해서 큰 만찬을 벌이기도 하는데 이때 해신의 분노를 사지 않기 위해 만찬 메뉴에는 절대로 해산물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2.해군에서의 적도제

 그러나 적도제에는 저런 이벤트적인 성격말고도 다른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진정한 뱃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한 통과의례」 (뭐 나쁘게 말하면 단순한 "신참 곯리기"일수도 있지만^^;;)라는 것이죠. 19세기에 들어서면서 해신에게 무사항해를 기원한다는 의미는 많이 사라졌지만, 그때부터 적도제는 한번도 적도를 넘어보지 못한 미숙한 선원들에게 경험자가 자신의 경험을 전수한다는 의미를 지니게 되었고 초보자들에게 바다의 문화를 체험시키고 육지물을 벗겨서 겉모양만이 아닌 진짜 뱃사람으로 성장시키는 의식이 되기도 한 것입니다.


[파이먹기 시합 : 1922년 전함 USS 메릴랜드에서]

세세한 절차나 행사는 각국 해군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해군에서의 적도제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함이 적도를 통과하기 몇 일 전, 「경험자」(shellback : 적도통과 경험이 있는 승무원)들이 모여서 조만간 있을 적도제에서 「풋내기」(pollywog : 한번도 적도를 넘어보지 못한 승무원)들을 어떤 방법으로 곯려줄지 상의합니다. 적도제가 열리기 전날에는 간단한 기념행사와 의식, 그리고 「풋내기」들에 의한 연극이나 노래, 파이먹기 시합 등 이벤트가 벌어지죠. 그리고 적도제 전날 밤에는 다음날 「경험자」들에게 심판을 받을 「풋내기」들이 미리 경험자들에게 장난질을 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경험자와 풋내기의 구분은 나이, 계급, 근무연수에 상관없이 무조건 적도통과 경험이 있는가 없는가로 구분됩니다. 예를 들어 20년간이나 근무했던 고참 상사라 할지라도 그가 한번도 적도를 통과해본적이 없다면, 풋내기로 간주되어 무조건 해신의 심판을 받게 되지요. 그리고 풋내기가 장교 신분일 경우는 수병들보다 더 혹독하게 다뤄진다고 합니다.


[해신과 그의 신하들이 함에 오르다 : 1942년 항모 USS 와스프에서]

적도제 당일에는, 경험자들은 풋내기들보다 더 일찍, 그리고 더 좋은 아침식사를 먹고 적도제가 열릴 장소(대개는 상갑판)로 이동합니다. 반면, 심판을 받게될 풋내기들은 형편없는 식사(대체로 빵 한쪽과 소금물 한컵이죠)를 받은 후 지시가 있을 때까지 아래쪽의 갑판에서 대기해야 합니다. 적도제가 시작되면 곧 해신(Neptune)과 그의 아내, 아기, 그리고 해신의 부하들(물론 경험자들이 분장한 것입니다)이 배에 올라오며, 함장이 이들을 맞이하여 허락없이 해신의 영역(적도)를 침범한 것을 사죄하지요.


[(좌) 해신과 그의 일당들 : 가운데가 해신, 왼쪽이 해신의 아내, 그 외에 해적들과 맨 밑에 해신의 아기(-_-;;)
(우) "풋내기"들은 용왕의 재판장까지 저렇게 기어가야 합니다 : 1968년 함명미상]


그러면 용왕은 짐짓 화가 난 듯이 연기를 하며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죄인들을 심판하겠노라고 공언하고 곧 재판소를 엽니다. 이 재판의 대상에서 함장은 제외되는 것이 관례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긴 합니다. 어쨌거나 이렇게 심판의 시간이 되면 갑판 아래에서 대기하던 풋내기들은 상갑판으로 올라오도록 명령받습니다. 그리고 상갑판에서부터는 용왕의 재판장까지 몸을 굽힌채 네발로 기어가야 하지요. 그리고 재판장에 도착하면 우선 용왕의 부하들에 의해 각자의 죄를 추궁받고 그 죄에 따라 알맞은 벌을 받게됩니다. 예를 들어서 평소 견시임무에 서툴렀다면, 그 벌로 콜라병으로 된 망원경을 들고 함 난간에 서있으라는 식이지요.


[이 불행한 신참장교는 곧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되겠죠. : 1928년 구축함 USS 파라거트에서]

이렇게 간단한 벌칙을 받고나면 이제 용왕에 의해 본격적인 심판을 받을 차례입니다. 우선, 심판을 받기 전에 모든 풋내기들은 용왕의 아기(함에서 가장 못생긴 승무원이 이 역할을 맡지요)의 손에 키스해야할 의무가 있는데, 이때 아기 역할을 맡은 경험자는 뒤에 겨자나 여러 가지 더러운 것들을 숨기고 있다가 풋내기가 그에게 키스를 하러 다가오면 재빨리 뒤에 감춰뒀던 것들을 풋내기의 얼굴에 쳐바릅니다. 당하고나면 아마 무척이나 괴롭겠죠. 어쨌거나... 이 절차를 거치면 이제 용왕이 직접 풋내기들을 심판합니다. 이유 여하는 말할 것 없고 경험도 없는 녀석들이 자기의 영역을 침범했으니 곧장 형리들에게 넘겨서 벌을 받게 하지요.


[용왕의 아기에게 키스하기 : 아마도 희생자는 곧 눈이 따가울 정도로 겨자를 뒤집어 쓰게될겁니다-_-;;]


[이것이 바로 용왕의 욕조 : 안에는 바닷물과 디젤유 약간, 그리고 운이 나쁘면 구정물도 들어가있겠죠]

형벌의 종류는 적도제 전에 경험자들이 어떤 준비를 했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개는 「해신의 욕조(Royal Bath)」라고 해서 거대한 물통을 만들고 그안에 바닷물과 기름 약간을 넣은 다음 풋내기들을 담갔다가 빼는 방법을 씁니다. 또는 함내의 쓰레기를 모아서 그것을 갖고 장난을 치기도 하지요. 그리고 이런 과정이 끝나면 풋내기들은 용왕의 이발사에게 넘겨져서 이리저리 엉망진창으로 머리를 깎이거나 강제로 면도를 하게 됩니다. 이렇게 한참동안 형벌을 받고나면 그제서야 해신은 노여움을 풀고 풋내기들에게 다시는 허락없이 영역을 침범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은 다음, 진정한 「경험자(shellback)」가 됐다는 증명서를 발급해줍니다. 이로써 풋내기였던 승무원은 육지의 때를 벗고 경험자로써 다시 태어난 것이죠.


[(좌) 마지막 형벌 : 머리깎기 / (우) 적도제 종료후 발행하는 "경험자" 증명서]

이러한 적도제는 여타의 조직에서도 행하는 일종의 "신참 곯리기"나 "신고식"의 해군버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날 이런 신고식 문화가 - 특히 술마시기로 하는 경우 - 많은 지탄을 받고있긴 하지만 저런 유쾌하지 않은 경험에도 불구하고 많은 해군 승무원들은 적도제를 여전히 아름다운 전통으로, 그리고 당연히 거쳐야할 통과의례로써 아끼고 있습니다.


*부록 : 영국해군의 예 (1942년 전함 HMS 로드니에서)


용왕과 그의 부하들이 배에 오르고 우리의 함장님은 예의를 다해 그들을 맞이합니다.


그러나 상황은 돌변하여... "당신은 아닐줄 알았지?"^^;; 아무래도 함장님도 곤욕을 치르셔야 할 것 같군요. 결국 용왕의 이발사가 함장님의 수염을 밀어버리네요.


용왕과 그의 아내, 그리고 용궁의 경찰관과 장군(모두 남자입니다-_-;;)


3.한국해군의 경우

[해외 순항훈련 중의 적도제 : (좌) 1970년 / (우) 1983년]

우리나라 해군 역시 적도 통과시에 적도제를 개최합니다. 전체 승조원 중에서 적도를 통과한 경험이 있는 사람(보통 고참 부사관들)을 선발하고, 만약 적도 통과 경험자가 없으면 가장 해상근무 경험이 많은 사람을 택하여 해신, 해신의 비, 궁녀, 도깨비, 신관 등의 역할을 맡겨서 행사를 진행합니다. 적도 통과 직전이 되면 위의 일당들이 신관의 인도에 따라 함미의 예식갑판에 마련된 행사장으로 들어옵니다. 그러면 신관은 해신을 영접하는 괴상한 축사를 읽고 해신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승조원들을 재판한 다음 함장에게 적도 통과를 허가하는 열쇠를 건네줌으로써 행사가 끝이 나는 식으로 진행되죠.

우리나라 해군의 경우는 해외순항훈련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적도를 넘을 일이 없기 때문인지, 적도제를 정기화된 의식이나 모든 승무원이 거쳐야할 당연한 통과의례로 여기기보다는 항해를 즐겁게 하는 이벤트적 성격이 강한 편입니다. 그렇지만 이것 역시 단순한 일회성 행사나 놀이는 아니고 의외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지요. 일단 실제 사례를 살펴보기로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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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작가 천금성의 2002 RIMPAC 참관기에서 발췌]

(전략)
6월20일은 날짜변경선을 통과하는 날이었다. 저녁식사가 끝난 다음 "당직자를 제외한 승조원은 모두 비행갑판으로 집합하라"는 함내 방송이 있었다. 집합이 있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필자는 샤워나 할까 하고 어정거리다 갑판으로 나갔다. 군번도 없고 계급도 없는 민간인이지만, 함에 편승한 이상 함내 규율을 적극적으로 준수하여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신념이다. 비행갑판의 격납고 셔터에는 ‘날짜변경선 통과 행사’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부착되어 있었다. 그제서야 집합 목적이 무엇인지 짐작되었다. 아하, 용왕제(적도제)로구나!

(중략)
 
하와이는 북반구에 있어 림팩함대는 적도를 가로지르지 않고도 하와이에 도착할 수 있다. 그런데도 함상 유희를 마련한 것은 오랜 항해의 삭막함을 달래주기 위함이렷다. 하와이까지 가는데 적도를 지날 일은 없으니 누군가가 날짜변경선을 지날 때 용왕제를 올리자고 건의했을 것이다. 곧 "용왕님 납신다!"는 멘트가 있었다. 잠시 후 금빛 색종이로 "임금 왕(王)"자를 오려붙인 관을 쓰고 흰색 어의(御衣)를 입은 용왕이 양팔을 사통팔달로 휘저으며 등장했다. 사방에서 폭소가 터져나왔다. 이어서 주임원사가 "유세차! 태평양 바다를 관장하시는 용왕님이시여!"로 시작하는 안전항해와 대양해군을 염원하는 제문 낭독을 끝냈다.



그리고 본격적인 이벤트가 펼쳐졌다. 용왕을 보좌하는 신하가 차례차례 "죄인"을 불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맨 먼저 불려나온 죄인은 양만춘함의 최고 지휘권자인 "윤함장"이었다.

"죄인은 입항중이면 별다른 일도 없이 현문을 들락거려 당직자로 하여금 "함장 승함!" 혹은 "함장 하함!"을 하루에도 열두 번씩 방송케 하였으니, 그 죄가 이만저만 아닙니다. 그 죄가 가볍다고 할 수 없을 것인즉, 당장 곤장으로 다스리는 게 타당한 줄로 아뢰오."

검사의 기소장 낭독이었다.

"허허, 거 고얀지고! 당장 곤장을 치도록 하라!"

용왕의 지시에 죄인은 당장 널빤지 위에 엎디어 뉘어지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팬티 바람에 온몸을 형형색색으로 칠한 형리가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리는 널따란 목제 노(櫓)를 들고 깨춤을 추기 시작한다. 윤함장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러자 변호인이 나섰다.

"용왕님, 그건 아주 잘못된 기소입니다. 함장이라는 직책은 함 운용은 물론이고, 외국항 기항중에는 해군 외교를 담당하여야 하는 등, 모든 것을 지휘·관장하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현문을 자주 출입한 것이지 당직자를 골탕먹이려고 그런 것은 아닌 줄로 아뢰오."

"어허!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그저 벌금 200달러를 선고하심이 지당하신 줄 아뢰오."

"으흠! 그러면 그렇게 하도록 하라∼"

다음에는 슈퍼 링스 항공대 파견대장 유중령과 "소설가"인 필자가 호명됐다. "아이고 왜 나를 부르는가. 하는 일도 없이 밥만 축낸다고 야단치려나?" 예상은 보기 좋게 맞아떨어졌다.

"도대체 이 두 사람은 출동한 이래 아무 하는 일도 없이 밥만 축내고 있으니 이보다 더한 죄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 죄가 결코 가볍지 않은 즉, 당장 목을 치심이 가한 줄 아뢰오."

검사의 논고는 시퍼랬다. 그러자 날이 시퍼런 칼을 든 망나니가 두 죄인의 목덜미를 겨냥하고 칼춤을 춘다. 다행히 이번에도 변호인이 나섰다.

"용왕님, 그게 아니옵니다. 죄인은 비록 무위도식하고 있는 듯하나 항공대장은 훈련이 시작되면 적 잠수함 디핑작전에 엄청난 무공을 세울 것이며, 소설가 또한 이번 체험을 바탕으로 우리 해군의 명예와 위상을 떨치게 할 명작을 집필하기로 되어 있은 즉, 다만 밥을 많이 먹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다스리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한 줄로 아뢰오."

"음, 듣고 보니 그 또한 옳은 말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그저 각각 100달러씩의 벌금으로 죄를 탕감함이 옳다고 아뢰오."

"거 좋은 생각이다. 그렇게 하도록 하라!"

그렇게 죄를 뒤집어쓴 죄인이 기관장·부장·작전관·보수관·갑판장 등 20여 명에 달했다. 이들이 살기 위해 내놓은 벌금이 꽤 많이 징수(?)되었다. 필자도 목을 붙이고 있기 위해 100달러를 내놓았다. 그 돈은 승조원들의 복지사업비로 적립된다고 했다.

죄인 문초가 끝나자 여흥이 펼쳐졌다. 어디서 구했는지 여자용 원피스며 치마 차림에 입술에 연지까지 찍어바른 예쁘장한 미인들이 출전했다. "미스 양만춘함 선발대회"가 열린 것이다. 배꼽을 쥐어야 할 만큼 색정적이면서도 흥미진진한 선발대회였다. 남성들만 우글거려 삭막한 분위기가 싹 씻겨나가는 기분이었다. 태평양의 한밤은 그렇게 깊어만 갔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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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에서 보듯이 우리 해군의 경우는 적도제를 일종의 이벤트로 여기고 있고, 형벌의 대상도 적도를 넘어보지 않은 풋내기들이 아니라, 함장과 각종 병과장들입니다.(해사생도들의 순항훈련 때는 생도 훈육관도 죄인 목록 1순위에 들어갑니다) 반면, 이들을 심판하는 용왕 일행들은 수병들이나 부사관들로 구성되지요. 그리고 죄인들의 죄목도 평소 함내 생활에서 불만이 있거나 트러블이 있었던 부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즉, 하급자들이 적도제 이벤트를 통해 평소에 상급자에 대해 갖고있었던 불만들을 토로하고, 이런 불만들을 상급자에게 곤장을 치거나 벌금을 물림으로써 우회적으로 해소하는 것이죠. 게다가 이렇게 거둬진 벌금은 전부 승무원들의 복지에 쓰인다고 하니 승무원들이 갖고있던 악감정도 충분히 해소될 수 있을 것입니다.


4. 마치며

적도제란 통과의례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심하게 역겹거나 불쾌한 장면이 연출되지 않는 우리나라식의 적도제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방식이 통과의례와 성장의 의미는 갖지 못하더라도 함내의 우애와 화목을 다진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더 큰 의미가 있겠지요. 그리고 한바탕 어울려 놀면서 그동안 쌓인 해묵은 감정들을 씻어내는 것이 전형적인 한국문화이니만큼, 서구식 적도제보다는 저런 식의 적도제 행사가 우리에게는 가깝게 느껴지고 더 친숙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참고문헌
- 두산세계대백과 Encyber (http://100.empas.com/entry.html?i=133987)
-『신동아』(http://www2.donga.com/docs/magazine/new_donga/200209/nd2002090360.html)
- http://www.desausa.org/pollywog_to_shellback.htm
- http://ux1.cts.eiu.edu/~csjdn/ben_web/Index.htm
- http://www.dd-692.com/arne.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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