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세계사/우리 역사 이야기

우연한 말 실수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다

구름위 2012. 12. 1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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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독 공산당 대변인의 말 실수로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네 이것은 사실입니다. 아주 우연하게 벌어진 헤프닝이 역사를 바꾸게 된 사건이었죠.

 

90년대 초반 소련 개방화의 물결은 동구권을 휩쓸고 있었습니다.

폴란드는 이미 10년 전부터 자유노조가 결성되어 끊임없는 투쟁의 연속이었구요.

이때 동독도 자유화를 외치는 동베를린 시민들의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었습니다.

 

그때 동독 공산당은 첫 번째 조치로 여행자유화를 계획하게 됩니다.

그래서 시위도 달래면서 체제유지를 좀 해보자는 거였죠.

그런데 동독 수상의 결정을 대변인이 잘 못 이해한겁니다.

수상이 건네 준 메모에는 '공안당국에 통보한 다음에 발표할 것'이라고 했는데요.

 

대변인은 공안당국에 통보하는 것도 잊고 기자회견을 엽니다.

마침 그 날은 수상도 다른 일로 좀 바빴었나 봅니다. 그래서 싸인이 안 맞은거죠..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앞으로 어디에서든 여행신청이 가능하다고 발표합니다.

이내 기자들은 술렁였고 '여행은 언제부터 할 수 있냐'는 질문을 받게 됩니다.

그 때 대변인은 이들의 질문 공세에 고무된 나머지 질문의 뜻을 곡해합니다.

바로 '여행 시기'를 물은 건데, '신청 시기'로 잘못 이해한거죠.

 

그 때 수상이 관저에서 이 브리핑을 보고 있었더라면 제지가 가능했을텐데

아마 애완견과 공놀이를 하느라 정신이 딴데 갔었나 봅니다.

기자들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대변인이 입을 열었습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부터입니다!"

 

이 소식은 곧바로 전파를 타고 동독인들의 귀에 들어갑니다.

흥분한 동독인들은 서 베를린으로 가기 위해 너도 나도 뛰어 나옵니다.

 

아무 통보도 받지 못한 베를린 장벽의 수비대는 깜짝 놀랍니다.

시민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빨리 문을 열라'고 난리를 치니까 말이죠.

그래서 상부에 전화를 해 보니 '모르는 일'이라고 하니 더 난처할 수 밖에요.

 

만약 대변인이 미리 통보만 했더라면 공안당국은 이렇게 대응했겠죠.

"지금은 신청만 가능하다. 허가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라!"

그러나 이 우연한 사건은 더 큰 물결을 위해 이것마저 생략된거였어요. 

대변인의 두 가지 실수와 수상의 부재가 불러온 동독 최후의 순간인거죠.

 

수비대들이 우물쭈물 하고 있으니까 시민들은 더 흥분했습니다.

수비대 장교는 이렇게 말합니다. "정부 발표가 나왔어도, 상부 명령이 없으면 안된다"

그러자 시민들은 '이미 발표가 나왔는데 지금 무슨소리냐'며 거세게 항의합니다.

마침내 참지 못한 일부 시민들이 도끼와 오함마를 들고 나와 장벽을 부수기 시작합니다.

 

시민들의 압도적인 분위기에 기가 죽은 수비대원들은 결국 문을 열게 됩니다.

장벽이 무너지면서 문이 열리는 순간! 동독인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를 얼싸안았습니다.

이것은 너무나도 감동적인 역사의 한 장면으로 기록되었죠.

 

반면, 거꾸로 보고를 받은 수상은 노발대발합니다. 아~ 망했다!

공안당국에선 장벽들이 다 무너지고 있다며 실시간으로 보고가 올라옵니다.

대변인은 그 순간 길바닥에 나 앉을 가족들을 떠올리며 다리를 부들부들 떱니다.

 

긴급회의가 소집된 가운데, 갑자기 수상이 절묘한 아이디어를 냅니다.

이왕 이렇게 된거 그냥 우리가 그렇게 한 것처럼 하자!

참으로 발빠른 행보였죠. 시민들은 또 그 선전을 그대로 믿었구요.

다행히 대변인은 본의 아니게 '역사의 입'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우연한 말 실수로 인해 이렇게 독일 통일의 역사는 씌어졌습니다.

역사의 힘이 정권을 앞선 위대한 순간이었죠.

우리나라도 우연한 사건에 의해 통일의 물꼬가 트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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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과 반론 : 외국기자의 서툰 독일어에 대한 오역과 답변으로 벌어진 일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