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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자마 전투

구름위 2012. 10. 9.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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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203년, 로마의 보급선단이 또 다시 태풍을 만났다.

로마는 전쟁 때마다 태풍에 자주 털렸는데 이번이 벌써 네 번째다.

로마가 태풍을 맞으면 카르타고인은 중환자실에서도 벌떡 일어난다.

게다가 한니발이라는 최고의 칼잡이까지 왔으니 더 이상 무얼 바라겠는가!

 

태풍을 맞은 로마의 보급선단은 카르타고에 나포되었다.

스키피오는 반환을 요구했지만 카르타고는 이미 태도가 돌변한 상대였다.

"아니 왜 테이블을 엎고 그러십니까?" 스키피오가 따져 물었다.

"왜 좋은 주먹 놔두고 말로 하시오?" 카르타고는 오히려 화를 내버렸다.

 

스키피오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했음을 판단하고, 전쟁을 재개하기로 했다.

그리고 영원한 친구 마시니사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 열받음!"

마시니사는 보병 6천에 서비스로 기병 4천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한니발도 병력을 증강하고 코끼리 부대를 재편성했다.

그리고 부족한 기병을 채우기 위해 쫓겨난 시팍스의 아들에게 참전을 요청했다.

시팍스의 아들도 배달이 밀렸지만 2천의 기병을 보내주기로 했다.

도망치는 주제에 무슨 할 일이 많다고...

  

기원전 202년, 양측은 누미디아의 기병과 합류하기 위해 병력을 이동했다. 
그리고 얼마 후, 한니발의 정찰대가 스키피오에게 붙잡혔다가 되돌아왔다.

"아니, 어떻게 멀쩡하게 돌아왔지?" 

 

정찰병의 얘기에 따르면 스키피오가 친절하게 진지를 안내해줬다고 한다.

마시니사의 지원군이 도착한 사실과, 식수가 충분하다는 상황까지...

당시 한니발측은 식수가 모자라서 고생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제는 로마는 기병까지 증강된 상태다.

 

"햐~ 어린 것이 별일이네~" 한니발은 고민에 빠졌다.

이대로 언제 올지 모르는 기병을 기다렸다간 병사들이 동요할 처지였다.

한니발은 빠른 시간안에 협상이든, 싸움이든 결말을 내야했다.

이것이 스키피오가 바라던 바였다.

 

양측은 행군을 재개했다가 6km 사이를 두고 진영을 설치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소수의 호위대만 거느리고 중간에서 만나기로 했다. 

한니발이 먼저 운명의 불확실성을 이야기하며 협상을 제의했다. "좋게 해결합시다!"

그러자 스키피오가 말했다. "전쟁을 일으킨 것도, 협상을 파기한 것도 그대들이오!"

두 장군의 회담은 여기서 끝났다. 이제 전쟁의 향방을 결정할 마지막 전투가 남았다.

 

 

며칠 후, 가을 햇살이 내리쬐는 자마 평원에 양측이 포진했다.

"이 자식은 말을 키워서 데려오나~" 한니발은 초조했지만 평정심을 유지했다.

한니발의 전력은 기병 4천을 포함해서 합이 5만이고, 코끼리는 80마리다.

스키피오의 전력은 기병 6천을 포함해서 합이 4만 명이다.

겉으로 보기엔 한니발이 유리했지만, 싸움의 열쇠인 기병이 아직 부족했다.

 

그럼에도 한니발은 최고의 전술가답게 완벽한 포진을 펼쳤다.

첫 줄에 코끼리 80마리를 배치하고, 보병대를 두 줄로 배치한 뒤 양 옆에 기병을 배치했다.

그리고 마지막 줄에 200m 거리를 두고 정예군단 1만 5천을 배치했다.

 

한니발은 코끼리를 돌격시켜 적진의 보병대를 혼란에 빠뜨릴 계획이었다.

그런 다음 혼란에 빠진 적에 대해 재빨리 둘째와 셋째 대열의 보병대를 투입한다.

그렇게 해서 로마군이 지치기를 기다린 다음, 마지막에 정예군단을 투입해서 승리를 굳힌다.

기병이 열세라 해도, 양 옆에서 적절히 시간을 끌어주면 될 것이다.
 

한니발은 지금까지 줄곧 '승리를 굳히는 수단'으로 사용한 기병 전력을 대신해서

오래 전부터 부하로 거느려 왔던 정예군단에게 그 임무를 맡겼다.

먼저 적진에 투입되는 보병대는 적을 지치게 하기 위한 미끼에 불과했다.

역사가들은 이날 한니발의 전술을 최고로 평가하였다.

 

하지만 스키피오도 그렇게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그도 나름대로 독창적인 전술을 준비했다. 보병대의 간격을 더 넓힌 것이다.

그리고 이를 적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앞줄을 빽빽하게 정렬시켰다.

 

한니발은 자신의 정예군단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오늘도 승리를 쟁취함으로써 나와 너희들의 명성을 불후의 것으로 만들자!"

한니발의 연설은 1만 5천 정예군단의 가슴에 강하게 불을 지폈다.

 

드디어 전투를 알리는 나팔이 울렸다.

로마군은 기병을 먼저 내보냈고, 한니발은 코끼리를 출격시켰다.

80마리의 코끼리떼가 돌진하자 전쟁터는 삽시간에 흙먼지로 뒤덮였다.

뿌연 먼지속에서 양쪽은 서로의 모습을 분간할 수가 없었다.

 

 

잠시후 흙먼지가 걷히면서 전황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언덕위에서 여유롭게 이를 바라보던 한니발의 표정이 차츰 굳어졌다.

지금 그의 눈 앞에서 펼쳐지는 상황은 그가 바라던 것이 아니었다. 

 

로마군은 코끼리떼가 달려오자 스키피오의 명령대로 움직였다.

맨 앞줄의 병사들이 양쪽으로 겹치더니 코끼리의 통로를 활짝 열어주었다.

때를 같이해 안쪽의 병사들도 도미노처럼 양 옆으로 갈라지면서 길을 터주었다.

이 통로로 인해 코끼리의 돌진력은 아무 힘을 발휘할 수가 없었다.

 

코끼리는 전차와는 달리, 일단 돌진하기 시작하면 도중에 멈추기가 어렵다.

통로 사이를 그냥 지나쳐버린 코끼리는 로마군의 창 세례를 받고 흩어져 버렸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한복판에서는 양측의 전위부대가 파도처럼 맞부딪쳤다.

 

그 사이 과감한 공세를 펼친 로마의 기병이 한니발의 기병을 압도하고 있었다.

이윽고 한니발의 기병들이 뒤로 후퇴하기 시작했고, 로마 기병이 그 뒤를 추격했다.

이제 한니발의 기병들은 로마군을 달고 저 멀리 도망치기만 하면 되었다.

 

스키피오는 기병이 사라진 카르타고의 양 측면이 텅 비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기하고 있던 주력에게 삼면을 포위하라고 지시했다. 

스키피오는 남은 전력을 모두 투입하여 승부에 쐐기를 박고자 했다.

이것이 바로 한니발이 바라던 바였다. 

 

로마군의 주력이 세 방면에서 공격해오자, 미끼로 투입된 카르타고군은 크게 당황했다.

유일한 후방으로 도망치려 해도, 거기에는 한니발의 정예군단이 칼을 빼들고 있었다.

한니발은 아군이라 해도 도망치는 병사는 무조건 베라고 명령해둔 상태였다.

  

 
결국 퇴로를 차단당한 그들은 할수없이 필사적으로 싸워야 했다.

로마군은 압도적인 상태에서도 이들의 강력한 저항에 지쳐가고 있었다.

그래도 카르타고군은 미끼에 불과했고, 산처럼 쌓여가는 시체는 그들 뿐이었다.

 

거의 궤멸직전에서 포위망을 뚫고 나온 카르타고군은 뿔뿔이 흩어졌다.

스키피오는 그런 패잔병들에게는 눈길도 주지않고 전진을 명령했다.

로마군은 처절한 피로 물든 미끄러운 풀밭을 밟고 앞으로 나아갔다.

 

한니발은 로마 병사들이 지친 지금이야말로 주력을 투입할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는 지금까지 싸움에 투입하지 않고 대기시켜둔 정예군단에게 전진을 명령했다.

스키피오는 다가오는 적을 앞에 두고, 전부대에 진형을 다시 짜라고 명령했다.

 

로마군은 명령에 따라 부상자를 후방으로 빼고 전열을 활처럼 길게 늘렸다.

이것은 마시니사의 기병대가 올 때까지 시간을 끌겠다는 장기전의 포석이었다.

로마군은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한니발은 이제 승리가 눈 앞에 다가왔음을 예감했다.

한니발의 정예병력도 이제 곧 다가올 승리에 자신감이 넘쳐 흘러 흘렀다.

 

드디어 양측의 전사들이 최후의 일전을 앞 두고 맞부딪쳤다.

이미 숨이 턱까지 차오른 로마군은 수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반면, 한니발의 정예군단은 왕성한 에너지를 분출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바로 그때! 한니발의 뒤편으로 요란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시팍스의 아들이 당도한 것인가!" 한니발은 서둘러 뒤를 돌아보았다.

그와 동시에 스키피오도 불안한 눈으로 그 쪽을 바라 보았다.

아아! 그들은 마시니사의 기병대였다. 한니발의 표정은 얼어 버렸다.

이들은 한니발의 예상보다 더 빨리 되돌아온 것이다.

 

이제 전투는 한니발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펼쳐졌다.

전방의 로마군과 접전을 벌였던 카르타고의 후방이 유린되고 있었다.

한니발은 오랫동안 고락을 함께한 부하들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1만 5천의 전사들은 이 싸움에서 마지막으로 충성을 다하고 전멸했다.

한니발은 결국 눈물을 머금고 동쪽으로 도망쳐야했다.

 

이로써 스키피오는 제2차 포에니 전쟁의 최종 승자가 되었다.

한니발측 손실은 전사자 2만에 포로가 2만이었다.

로마 쪽 전사자는 불과 1,500명 뿐. 로마의 완승이었다.

 

최고의 칼잡이가 패배하자, 카르타고는 공황상태에 빠져버렸다.

"아~ 어쩌면 좋아~" 의사당 안에서는 중심을 잡지 못한채 소란스러웠다.

이때 삽시간에 주변을 잠재우고 등장한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한니발이었다.

전장에 그을린 얼굴에 부하를 잃어버린 외로운 늑대의 모습이었다.

모두가 숨을 죽였다. "선택의 여지가 없소. 강화조약을 맺어야 하오!"

 

스키피오가 내건 강화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1. 카르타고는 북아프리카의 영유권을 제외한 모든 영토를 포기한다.

2. 카르타고는 로마의 승인 없이는 절대 전쟁을 하지 않는다.

3. 군선 10척을 제외한 모든 해군과 군사목적의 코끼리를 로마에 양도한다.

4. 인질 100명을 보내고, 배상금을 50년 분할로 지불한다.

 

이 조약은 전쟁을 도발한 당사자에게는 상당히 온건한 조치로 보인다.

카르타고는 속국도 로마의 동맹국도 아닌 완전한 자치를 보장 받았다.

10만명이 넘는 사망자와 열 명의 사령관이 죽은 로마의 참담한 희생에 비하면 

패전국이 되긴 했어도 카르타고가 치른 희생은 놀랄만큼 약소했다.

그들은 온건한 스키피오에게 패한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했다.

 

이때 하스드루발이 반대파를 대표해서 이 강화안을 거부했다.

그는 스키피오에게 두 번이나 패하고 자마 전투에는 참가하지도 않은 인물이었다.

"너 일루와바!" 분노한 한니발은 그의 멱살을 잡고 연단에서 끌어 내렸다.

"내가 30년 동안 전장을 누비고 다닐 때 대체 당신들은 무엇을 했소?

이제 당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탁상공론이 아니라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오!"

 

"이 날 한니발이 보여준 전술은 역사상 최고였어!"

스키피오는 승장이면서도 패장의 능력을 높이 평가해줬다.

역사가들도 승리한 스키피오 보다는 한니발을 더 뛰어난 장수라고 평가했다.

그런점에서 한니발 또한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때를 기다렸다.

 

[인명과 지명은 약칭으로 했습니다] 

[시오노 나나미 - 로마인 이야기에 거의 의존했습니다]

[출처 : http://blog.naver.com/atoman99?Redirect=Log&logNo=140038173036]

출처 : BOB&밀리터리 매니아
글쓴이 : 임용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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