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로마와의 동맹을 이용해 카르타고와의 영토분쟁에서 승리하였고
반유목생활을 하는 부족을 통합시켜 나라를 강력한 왕국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후 왕국은 50년 동안 전성기를 누렸고, 그는 90세까지 장수하였다.
마시니사의 뒤를 이어 후계자가 왕위에 올랐다.
왕은 두 아들을 두었지만, 조카인 유구르타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우리 아들이 유구르타의 반만이라도 따라갔으면 좋으련만..."
당시 유구르타는 누미디아의 '비'로 불리고 있었다.
짐승같은 근육, 독수리 같은 눈빛, 거기다 강온을 겸비한 성품까지 갖췄다.
당연히 유구르타의 인기는 왕을 능가하고 있었다.
첫째 왕자가 왕을 찾아갔다.
"아버지, 유구르타를 저대로 놔두시면 위험합니다!"
"그러게 말이다. 대중의 관심이 온통 그에게로 쏠려 있으니"
"만약 그가 딴 맘이라도 먹게 된다면 왕국은 분열되고 맙니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충성스럽지 않느냐"
"충성심보다 야망이 더 크다면요?"
"그래 알았다"
왕은 유구르타를 불렀다.
"너의 인기는 이제 북아프리카에서 따라올 자가 없다"
"폐하의 덕분입니다"
"이제 해외로 진출할 때가 온 것 같다"
"해외라면..."
"지금 에스파냐에서 섭외가 들어왔다.
로마에서 제작하는 '누만티아 개박살'에 출연하는건 어떠냐?"
"대본을 읽어보니 제 역할이 별로 없던데요"
"그래도 거기서 경험을 쌓는 것이 좋을 것이야"
"다음에 가면 안될까요?"
"어서 가거라!"
기원전 134년, 왕에게 등이 떠밀린 유구르타는 에스파냐로 가게 되었다.
그가 떠나자 왕실은 이제 그의 영향력이 사라질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이것은 오산이었다. 그는 이제 날개까지 달게 되었다.
로마군에 합류한 유구르타는 여기서도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당시 로마군은 누만티아를 포위하고 있으면서도 애를 먹고 있었다.
로마에게 배신을 당한 누만티아는 이미 죽을 각오가 되어있었다.
이때 유구르타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내게 맡기시오!"
유구르타의 기병대가 순식간에 적진 속으로 뛰어들었다.
먼지 구름이 전장을 뒤덮고 아비규환이 천지를 진동시켰다.
이윽고 온몸에 피칠갑을 한 유구르타가 걸어 나왔다.
그 뒤에서 적장이 숨을 몰아쉬며 외쳤다.
"로마를 너무 믿지 마시오!"
이로써 누만티아는 역사에서 지워져버렸다.
도시는 파괴되었고, 주민은 노예가 되었으며, 땅에는 소금이 뿌려졌다.
유구르타는 이 공로로 로마인의 가슴에 뚜렷이 각인되었다.
로마인중에는 마리우스가 가장 빛나는 모습을 보여줬다.
유구르타는 원로원의 만찬에 초대되었다.
"우리에겐 당신같은 능력자가 필요하오"
"나에겐 더 큰 야망이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오?"
원로원들이 누미디아의 왕을 방문했다.
"유구르타를 양자로 삼는게 어떻습니까?"
"내겐 어엿한 왕자들이 있소. 그건 안 될 말이오!"
"그렇지 않으면 왕국은 혼란을 겪게 될 것이오"
"지금 협박하는 겁니까?"
기원전 120년, 왕은 어쩔수 없이 유구르타를 양자로 받아 들였다.
이후 2년 만에 왕은 세상을 떠났고, 누미디아는 공동통치 시대를 맞았다.
왕국은 유구르타의 독주속에 두 왕자는 허수아비로 전락했다.
어느 날밤, 자객들에 의해 첫째가 암살되었다.
이를 신호로 병사들이 둘째의 처소로 뛰어들었다.
"한 발 늦었다. 로마로 사람을 보내라!"
로마로 피신한 둘째는 원로원을 찾아갔다.
"유구르타가 왕권을 찬탈하고 있소!"
"음~ 지원을 약속하리다. 기다려 주시오"
이때 옆 방에서는 유구르타의 사절이 와 있었다.
"이것은 우리 주군이 전해드리는 선물입니다"
"아니~ 뭐 이런걸 다!!"
원로원들은 보석으로 가득찬 궤짝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음날 아침, 원로원의 분위기는 달라져 있었다.
"왕국을 동서로 분할하는게 좋겠소"
"그렇게는 안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신변을 보장할 수가 없소"
"이, 이럴수가..."
왕국은 분열되었고 유구르타는 풍요로운 서부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야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동부를 그대로 놔둘순 없지. 전쟁을 준비하라!!"
기원전 112년, 유구르타의 군대가 동부를 공격하였다.
강력한 군대를 만난 동부군은 수도를 버리고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동부의 왕은 살해되었고, 곳곳에서 약탈이 벌어졌다.
"뭣이! 로마의 상인들이 죽었다고?"
"병사들이 너무 흥분했었나 봅니다"
"아~ 이 불길함은 뭐지?"
로마는 유구르타에 선전포고를 했다.
유구르타는 자초지종을 설명하려 했으나 먹히지 않았다.
게다가 그와 절친했던 원로원들조차 그에게서 등을 돌려버렸다.
"유구르타는 이제 너무 위험해졌어!"
"카르타고가 없어지니, 이젠 누미디아가 말썽이군!"
"이제 누미디아에서 그를 견제할 인물이 하나도 없다는게 문제야"
"그렇다면, 그가 사라져야겠군요"
"바로 그거야!"
기원전 111년, 로마군이 누미디아에 상륙하였다.
하지만 로마의 평범한 장수로는 유구르타를 당해낼 수 없었다.
로마군은 50년 만에 처음으로 대망신을 당하게 된다.
이듬해, 로마군은 병력을 더욱 증강하여 알비누스를 내보냈다.
여기서 유구르타는 더욱 과감한 공세를 펼쳐 로마군을 궁지로 몰아 넣었다.
마침내 전멸의 위기에 몰린 알비누스는 항복하고 말았다.
로마는 발칵 뒤집히고 말았다.
시민들은 무능력한 원로원을 맹비난하였고
이에 열받은 원로원은 유구르타와의 모든 협상을 거부했다.
기원전 107년, 로마는 메텔루스와 마리우스를 투입했다.
누미디아의 전장은 다시 거대한 함성과 모래바람이 일었다.
이윽고 옷이 갈기갈기 찢긴 유구르타가 도망쳐 나왔다.
"젠장! 이제 정면승부로는 안되겠어!"
이때부터 유구르타는 유격전에 돌입했다.
지형과 기후에 익숙한 유격대는 신출귀몰한 솜씨를 발휘했다.
승리에 도취되었던 로마군은 점점 온몸이 뜯겨 나갔다.
보다 못한 마리우스가 메텔루스를 끌어 내렸다.
"무능력한 장군은 필요없소. 내가 해 보겠소!"
"저, 저런 버르장머리 없는 놈!!"
이제 두 명장끼리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마리우스는 병력을 재정비하고 반격에 나섰다.
이때부터 유구르타의 전술은 점점 힘을 잃어갔다.
하지만 결정적 한 방이 없었기 때문에 지루한 소모전은 계속되었다.
마리우스는 당황했고, 로마군은 지쳐갔다.
"자신은 있는데, 기회가 오지 않는군!"
이때 부장 술라가 교묘한 전략을 들고 나왔다.
"이웃한 마우리 왕국을 이용해 보는게 어떨까요?"
"자신있는가?" --> "맡겨 주십시요!"
술라는 마우리 왕국을 은밀하게 동맹으로 끌어들였다.
동맹국의 배신을 몰랐던 유구르타는 마우리 왕의 함정에 빠져버렸다.
생포된 유구르타는 마우리 왕을 노려보았다.
"당신이 이럴수가 있소?"
"나는 당신이 강해지는걸 원치않소"
"로마를 너무 믿지 마시오!"
기원전 105년, 로마로 압송된 유구르타는 처형되었다.
그때 나이 56세로 그가 꿈꾸었던 북아프리카 최대 왕국은 실현되지 못했다.
이후 누미디아는 50년 동안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본문이 짧아서 살을 좀 붙였습니다]
[지명과 인명은 약칭으로 처리했습니다]
마시니사 : 재위 BC 118~105 / 후계자 : 미시프사 / 첫째 : 히엠프살 / 둘째 : 아드헤르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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