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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손무와 궁녀소대

구름위 2012. 10. 9.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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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답답할 정도로 눈치 없는 여자들이 있다.

일일이 말해줘야 남자가 원하는걸 알아채는 여자들이다.

그래서 여우같은 아내와는 살아도 곰같은 아내와는 못산다고도 했다.

 

눈치없는 여자들은 과거에도 많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오나라 궁녀 소대의 비극이다.

 

 

손자병법을 집필한 전략가 손무는 우리에게 '손자'로 더 유명하다.

그는 제나라 사람이었지만 이웃 나라에서 서로 모시고 싶어하는 인물이었다.

 

한 번은 오나라의 왕이 손무를 초대해서 그의 지휘법을 보고자 했다.

손무는 기꺼이 자신의 지휘법을 보여주겠다며 병사들을 불러달라고 했다.

신이 난 왕은 자신의 궁녀 180여명을 불러 손무의 군사가 되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그 중 왕이 특별히 아끼고 사랑했던 궁녀 두 명을 골라내 대장을 시켜주었다. 

 

궁궐에서는 이 진기한 광경을 보기위해 수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손무는 잠시 당황했지만 이미 약속을 했기 때문에 지휘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궁녀들에게는 간편한 복장에 창 하나씩이 주어졌다.

 

 

왕은 손무에게 자신의 애첩들을 가리키며 병력 이상으로 귀중한 존재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 여인들은 남의 눈치는 전혀 볼 줄 모르는 뻔뻔한 여인들이었다. 

그녀들은 왕과 함께하는 이 일이 장난같았고 그저 단순한 놀이라고 생각했다.

 

손무는 180명의 궁녀들을 2소대로 나누고 두 명의 애첩을 지휘자로 앞에 세웠다. 

하지만 그녀들은 손무의 명령에 반대로 움직이며 서로 깔깔대며 웃기에 바빴다. 

그런 여인들을 따르던 178명의 궁녀들도 함께 웃으며 그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만약 이 상황에서 왕이 이들의 장난을 멈추게 했더라면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왕은 즐거워하는 궁녀들과 함께 얼굴이 빨개진 손무를 비웃을 뿐이었다.

그래도 손무는 진지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수 차례 명령을 반복했다.

그러나 역시 그의 말을 따르는 궁녀는 한 명도 없었다.

 

마침내 손무는 결단을 내리고 두 애첩들에게 호통을 쳤다.

"아무리 궁녀로 이뤄진 병사들이라지만 너희들은 지금 전사들이다.

전사란 남녀를 불문하고 전장에 나가 싸워야 하는 법. 그런데도 이게 뭐하는 짓들인가!"

 

손무의 호된 꾸지람에 장내는 일순간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그래도 두 애첩들은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실실 쪼개고 있었다.

결국 손무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불호령을 내렸다.

 

"두 지휘자를 당장 끌어내어 처형하라!"

그러자 뒤에 있던 궁녀들이 멈칫거리며 두 사람을 앞으로 끌어냈다.

그제서야 상황파악이 된 애첩들이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빌었다.

 

하지만 손무는 이들을 용서할 마음이 없었다.

그는 호위병들에게 추상같은 명령을 내렸다. "어서 저들의 목을 베어라!"

명령이 떨어지자 왕이 새파랗게 질리며 손무에게 뛰어갔다.

"아니 왜 이러시는가. 한 번만 봐주게"

 

그래도 손무는 단호했다.

"저는 전쟁의 책임자이기 때문에 병사들의 생사여탈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이 한 마디에 왕은 아무 말도 못하고 되돌아갔다.

 

결국 왕은 자신의 눈앞에서 사랑하는 애첩 둘이 처형당하는 걸 보고 말았다.

그러자 모든 일이 장난 같았던 궁녀들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초롱초롱한 눈. 반듯한 줄. 하나로 움직이는 창. 모든 것이 일사분란해졌다.

 

장난끼가 많았던 왕. 분위기를 파악 못한 궁녀들.

이들은 세기의 전략가를 너무 우습게 본 탓에 이러한 비극을 맞았다.

아무튼 궁녀들과 뭔가 해보겠다는 발상 자체부터가 불행의 시작이었다.

 

출처 : 대륜46기울산   원문보기   글쓴이 : 김재명

출처 : 역사를 창조한 문학
글쓴이 : 임용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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