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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영국의 알바니아 차용증

구름위 2012. 10. 8.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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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르키라(Κ?ρκυρα)섬은 알바니아와 인접한 그리스의 영토로

영어로는 코르푸(Corfu), 라틴어로는 코르키라(Corcyra)로 불리운다.

이 섬은 약 2500여년 전,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분수령이 되기도 했던 지역이다.

 

 

사건의 시작은 2차 대전이 끝나고 동구권이 공산화된 1948년 경이다.

당시 영국해군은 승전국으로서의 지위를 누리며 코르푸 해협을 지나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자만한 탓일까? 어쩌다 알바니아 영해를 침범하게 되었다.

당시 알바니아는 동구권에서 가장 약체로 평가되었기에 무시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에 자존심이 상한 알바니아는 영국 해군에 대해 포탄공격을 퍼부었다.

당황한 영국군은 혼비백산했지만 나중에 이를 강력히 항의했다.

 

"야~ 너희들 왜 우리한테 돌을 던지고 그래?"

"그럼 니들은 왜 허락도 없이 우리 영해에서 얼쩡거리는데?"

"그냥 실수로 살짝 지나친거잖아"

"웃기고 있네"

 

자존심이 상한 영국은 알바니아의 군기를 잡기로 했다.

"니들이 감히 우리한테 대들었다 이거지"

 

영국은 그리스의 협조를 받아 알바니아 영해의 기뢰들을 모두 제거하고

다시 두 척의 배를 띄워 코르푸 해협을 지나게 했다.

이것은 '한 번만 더 쏘면 죽는다'라는 무언의 협박이었다.

 

하지만 이 배들은 알바니아 영해로 들어서자마자 폭파되고 말았다.

기뢰에 의한 사고였고 수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어라? 분명히 기뢰들을 다 제거했는데?"

 

영국군은 서둘러 특수조사단을 현장에 투입했다.

확인 결과, 불과 며칠만에 새로운 기뢰들이 설치되었다는걸 알게 되었다.

열받은 영국은 즉시 알바니아에 항의했다.

 

"야~ 니들 때문에 우리 배가 폭파됐잖아!"

"우린 모르는 일이다. 생사람 잡지마라."

"어쭈~ 기뢰에다 페인트칠 해 놓으면 모를줄 아냐?"

"그러니까 증거를 대보라고..."

"야, 그럼 국제사법재판소에서 보자!"

"우린 거기 회원 아니니까 안가도 되지?"

"그럼 니들이 범인이란 말이네?"

"자꾸 넘겨짚지 마라"

"뭔가 찔리니까 안가겠다는 거잖아!"

"그래 알았다. 귀찮아 죽겠네!"

 

결국 양국은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재판을 받았다.

기뢰의 국적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실 일부러 감췄는지도 모른다.

어차피 밝혀져봤자 서로가 골치아프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판결이 내려졌다.

 

"알바니아는 영해관리를 잘못해서 영국에게 손해를 입혔으므로 209만 달러를 배상하고,

영국은 해당국의 승인도 없이 무단으로 영해를 침범했으므로 사과하라!"

 

판결에 만족한 영국은 알바니아에 공식사과를 했지만,

배상을 하기로 한 알바니아는 10원짜리 하나도 내 놓지 않았다.

사실,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은 법적인 강제력이 별로 없었기에

영국으로서는 딱히 다른 방도가 없었다.

 

"야~ 왜 돈 안주냐?"

"나중에 통화하자, 지금 바쁘거든~"

"아씨~ 뭐 담보라도 있어야지 이거 원..."

 

결국 영국은 개한테 물린셈 치고 209만 달러를 잊기로 했다.

그런데 50년 후, 동구권이 몰락하면서 영국은 뜻밖의 횡재를 하게 된다.

민주화된 알바니아가 영국과 수교를 희망했기 때문이다.

 

"이제 도장만 찍으면 되는데, 아직 채권이 남아있네..."

"그거 옛날 일인데 꼭 받아야 되니?"

"안 받아도 되는데, 이거 나중에 알려지면 우리도 골 때리거든~"

"이자를 50년으로 계산하니까 이거 100배가 넘겠다야"

"그러지 말고 그냥 원금만 줘라"

"그래도 되니?"

 

결국 영국은 생각지도 않은 공돈을 받고 알바니아와 수교를 맺었다.

 

[출처] EBS - 박봄의 정치학

출처 : 역사를 창조한 문학
글쓴이 : 임용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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