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년 英 혼스비 무한궤도식 트랙터 발명
- 대형 견인차·농업용 트랙터 등 산업용으로 제작 자금난에 빠진 혼스비, 미국 홀트사에 특허 팔아
- 2013. 01. 21 15:31 입력
영국의 혼스비가 개발한궤도식 트랙터. 애벌레를 닮아 ‘캐터필러’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필자제공 |
혼스비 트랙터의 특허를 구입한후 미국 홀트사가 완성한홀트 캐터필러 트랙터. 필자제공 |
20세기가 되자 기동력과 방어력, 공격력의 세 요소를 모두 갖춘 전쟁 수단인 장갑 열차와 장갑차가 전쟁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하지만, 이것들은 지상전의 주력이 되기에는 결정적인 장애가 있었다. 바로 기동력의 제약이었다. 장갑 열차에는 철도라는 제약이 있었으며 당시의
장갑차 역시 바퀴를 이용하기에 도로나 평지를 벗어난 험한 지형이나 연약지반에서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나 군인들이 험한 지형을 돌파할
방법을 찾지 못하는 동안 민간인 발명가들은 진작에 해결책을 내놨다. 바로 무한궤도였다.
1870년대부터 러시아와 영국, 미국의
발명가들은 무한궤도(Continuous Track)라 불리는 새로운 장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무한궤도의 원리는 바퀴가 직접 땅에 닿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바퀴를 하나의 벨트로 감싸 그 벨트가 땅에 닿아서 차량을 전진하게 하는 것. 이것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접지압, 즉 땅에 닿는 무게의 분산이었다.
험한 지형, 혹은 연약한 지반을 돌파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접지압이다. 접지압이 너무 높으면, 즉 좁은 면적에 무게가 너무 집중되면 장애물을 극복하는 데 힘도 더 들고 연약한 지반에 빠져
허우적대기도 쉽다. 접지압을 줄이려면 차량이 지면과 닿는 면적을 최대한으로 넓혀야 한다. 무한궤도는 그 면적을 차량 자체의 길이에 가깝게 늘릴
수 있어서 무게를 훨씬 효과적으로 분산할 수 있다. 게다가 일반 바퀴는 바퀴와 바퀴 사이에 빈틈이 있지만, 무한궤도는 그런 빈틈이 없다. 즉
장애물을 밟고 타 넘기가 훨씬 쉽다.
물론 단점도 있다. 마찰저항이 커지면서 속도를 내기 어렵고 궤도가 끊어지면 달릴 수 없다.
또 방향을 바꾸는 데 필요한 장치도 복잡해지며(궤도 자체를 좌우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좌우 궤도의 속도를 따로 조절해야 한다) 이런 장치와
궤도 자체의 유지비용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험한 지형을 극복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경우, 혹은 일반 바퀴로는 지탱이 어려운 무거운 차량을
움직여야 하는 경우에는 무한궤도가 더 유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초기 무한궤도는 공업용의 대형 견인차나 농업용 트랙터 등 각종
산업용으로 처음 만들어졌다. 이것을 군사용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는 1907년에 처음 이뤄졌다. 무한궤도식 트랙터를 발명한 영국의 혼스비가 자신의
트랙터를 야포 견인용으로 영국군에 팔아보려 했던 것이다. 여전히 말에 의한 야포 견인이 보통이던 당시에 혼스비의 궤도식 트랙터는 엄청난 기술적
진보였다. 실제로 시범에서도 말에 의한 견인이 실패하는 지형에서도 혼스비의 트랙터는 거침이 없었다. 게다가 일부 진보적인 군인들은 그의 트랙터에
포를 직접 거치하고 방탄판을 붙이자는 아이디어를 냈는데, 이것이 잘 진전됐으면 세계 최초의 전차, 최소한 세계 최초의 자주포가 탄생할
뻔했다.
그러나 보수적인 영국군 수뇌부는 장점보다 각종 단점을 더 거론하며 혼스비 트랙터의 채용을 거부했다. 결국, 자금난에 빠진
혼스비는 자신의 특허를 1911년에 미국의 홀트사에 팔아넘겼다. 이 과정에서 ‘캐터필러(Caterpillar)’라는 단어가 무한궤도의 대명사로
자리 잡게 됐다. 캐터필러는 애벌레를 뜻하는 말로, 혼스비 트랙터가 영국군에 시범을 보일 때 한 장교가 ‘마치 애벌레 같군!’이라고 한 말에서
떠올려 붙여진 이름이다. 혼스비는 자신의 트랙터에 캐터필러 트랙터라는 별명을 지었고, 나중에 그의 특허를 구입한 홀트사에서 이것을 상표로
등록했던 것이다.
미국으로 건너온 혼스비 트랙터는 홀트사가 추가로 개량하면서 당시로서는 가장 실용적인 궤도식 트랙터로 자리 잡게
됐고, 곧 세계 각국에 농업·산업용으로 널리 퍼지게 됐다. 영국 역시 많은 양의 홀트 트랙터를 수입했는데, 특히 영국군은 곧 벌어진 1차
세계대전에서 대량의 홀트 트랙터를 야포 견인용으로 수입할 수밖에 없었다. 수뇌부가 궤도식 트랙터가 비실용적이라며 거부한 지 겨우 3년 만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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