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전쟁이야기

음메~ 맛있소

구름위 2017. 1. 14.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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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렐라 치즈 - 이탈리아서 처음으로 제조 원재료는 아시아 물소 우유


전쟁 때문에 이탈리아로 전해져

나치 독일군 물소 대량학살 여파

대체품으로 젖소우유로 만들어

 

 

기사사진과 설명
19세기 프랑스 화가 에밀 시뇰이 그린 ‘십자군의 예루살렘 점령’. 십자군이 아시아 물소를 이탈리아에 전파했다는 설이 있다.

19세기 프랑스 화가 에밀 시뇰이 그린 ‘십자군의 예루살렘 점령’. 십자군이 아시아 물소를 이탈리아에 전파했다는 설이 있다.


 

 

 

 치즈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종류가 다양하지만,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치즈는 역시 전통 이탈리아 치즈인 모차렐라다.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가장 소비량이 많다. 이름은 익숙해도 어떤 치즈인지 분명하지 않다면 피자나 스파게티 혹은 치즈 스틱을 먹을 때 하얗고 말랑말랑하면서 뜨거울 때는 쭉쭉 늘어나는 치즈가 바로 그것이다. 발효시키지 않은 생치즈이기에 특유의 고약한 냄새가 없어 먹는 데 부담도 없다.

 모차렐라(mozzarella)란 이름은 이탈리아어로 ‘자르다’란 뜻인 ‘mozzare’에서 비롯됐다. 응고된 우유를 자른 후 반죽해 치즈를 만든 데서 연유한 것이다. 현재는 대부분 젖소 우유로 만들지만, 원래 모차렐라 치즈는 물소 우유로 만들었다. 지금도 나폴리를 중심으로 한 남부 이탈리아 캄파냐 지방에서는 물소 우유로 모차렐라 치즈를 만드는데 프랑스의 샴페인처럼 유럽연합에서 원산지 보호를 받는다.

 물소 모차렐라 치즈는 보통의 모차렐라보다 비싸게 팔린다. 생산량이 적은 데다 오리지널이기 때문이다. 뒤집어 말하자면 대량으로 생산돼 세계로 퍼진 것은 물소가 아닌 젖소 우유로 만든 모차렐라 치즈라는 이야기다.

 


기사사진과 설명
전통 모차렐라 치즈는 물소 우유로 제조한다.

전통 모차렐라 치즈는 물소 우유로 제조한다.



 

 지금까지 모차렐라 치즈와 관련한 상식을 소개했는데 한 가지 특이한 부분이 있다.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지만 생각해 보면 이상하다.

 이탈리아에 왜 물소가 있을까? 그리고 이탈리아 사람들은 언제부터 물소 젖으로 치즈를 만들었을까?

 물소는 동남아시아와 인도가 원산지로 습지대에서 사는 동물이다. 그 때문에 동남아처럼 물이 많은 논에서 일하도록 길들여졌다. 이런 물소가 왜 아열대 지방도 아닌 이탈리아에 있으며 그것도 모차렐라 치즈를 만들 만큼 대량으로 사육됐느냐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옛날 우리나라에 물소가 잔뜩 있었다고 하는 것만큼이나 이상한 일이다.

 다른 서유럽 국가와는 달리 이탈리아에서 물소를 사육한 배경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 먼저 로마제국이 멸망할 무렵 물소가 전해졌다는 주장이다. 로마는 410년 알라리크 왕이 이끄는 게르만의 고트족이 로마를 점령하면서 멸망한다. 고트족이 로마로 들어올 때 아랍과 그리스를 통해 전해진 물소를 몰고 왔다는 것이다.

 또 다른 주장은 9세기 이후 이탈리아에 전해졌다는 것인데 전파의 주역은 아랍인들이다. 아랍인들은 9세기 이탈리아 남부의 시칠리아 섬을 통치했다. 이때 아랍인들이 벼농사를 전했는데 농사를 짓는 데 필요한 가축인 물소도 함께 가져왔다는 것이다. 그러다 1130년 노르만족이 아랍인들을 몰아내고 시칠리아 왕국을 세웠다. 이 왕국은 시칠리아는 물론 이탈리아 남부까지 통치했는데 이때 물소가 시칠리아 섬에서 이탈리아 반도로 전해졌다고 한다.

 물소가 들어온 것이 십자군 전쟁으로 인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11세기 말부터 13세기까지 약 200년에 걸쳐 유럽의 기독교 기사들은 예루살렘을 탈환하기 위해 모두 여덟 차례에 걸쳐 이슬람 원정을 감행했다. 보통 종교 전쟁으로 알고 있지만, 십자군 전쟁은 사실 무역 전쟁이기도 했다. 설탕과 향신료를 비롯해 아랍의 화려한 음식문화가 이때 유럽에 전해진다. 유럽에는 없었던 물소 역시 이때 십자군이 원정에서 돌아오면서 끌고 왔다는 것이다.

 이렇게 들여온 물소에서 생산된 우유로 만든 것이 모차렐라 치즈다. 아시아의 가축인 물소가 이탈리아에 전해진 경로와 관련해 다양한 주장이 있지만 여기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전쟁이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전쟁 그 자체는 비극이었지만 동시에 문화와 문명 전파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물론 맹목적인 파괴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이탈리아를 점령한 독일군은 연합군에 밀려 퇴각하면서 애꿎은 물소를 대량으로 학살했다. 독일군이 어떤 이유로 얼마나 많은 물소를 죽였는지 정확하게는 모른다. 설마 이탈리아에 있는 물소의 씨를 말렸을까 싶기도 하지만 전쟁 경험을 기록한 문헌에는 모차렐라 치즈로 이름난 나폴리 지역에서는 이때 물소 대부분이 사라졌다고 나온다. 그 결과로 한때 이탈리아에서는 물소 우유로 만든 정통 모차렐라 치즈가 사라졌다. 지금은 캄파냐 지방에서 물소 우유 모차렐라 치즈가 생산되는데 전쟁이 끝난 후 인도에서 다시 물소를 수입해 만드는 치즈다.

 2차 대전 후 이탈리아에서 물소가 사라지면서 대신 등장한 것이 젖소 우유로 만든 모차렐라 치즈다. 이탈리아에서 젖소 모차렐라가 물소 모차렐라 치즈를 대체하게 된 배경이다.

 젖소 모차렐라 치즈가 널리 퍼진 또 다른 배경은 미국이다. 20세기를 전후해 수많은 이탈리아 사람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그들은 물소가 없는 미국에서 물소 우유 대신 젖소 우유로 모차렐라 치즈를 만들었고 미국산 피자와 스파게티가 세계로 퍼지면서 미국식 모차렐라 치즈가 오리지널 물소 치즈를 대신해 진짜 행세를 하게 됐다.

 피자에 얹어 먹는 치즈 하나에도 전쟁으로 인한 문명교류의 역사가, 그리고 파괴를 딛고 일어선 인류의 의지가 배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