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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 일본식 주먹밥… 풍신수길 내전 승리 밑거름

구름위 2017. 1. 14.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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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 일본식 주먹밥… 풍신수길 내전 승리 밑거름

삼각 김밥


16세기 일본 무사 힘은 삼각 주먹밥과 된장에서 비롯

현미 아닌 쌀밥이어서 소화 잘되고 기동력 향상 도움적

재할 때 틈새 최소화로 수납 쉽고 대량 수송에 용이

 

 

 

 

기사사진과 설명
도요토미 히데요시 부대가 삼각 주먹밥을 먹으면서 50㎞ 거리를 다섯 시간에 주파해 승리한 시즈가다케 전투.

도요토미 히데요시 부대가 삼각 주먹밥을 먹으면서 50㎞ 거리를 다섯 시간에 주파해 승리한 시즈가다케 전투.


 

 

기사사진과 설명
일본의 삼각김밥.

일본의 삼각김밥.


 

 

 

 삼각 김밥은 왜 삼각형일까? 오지랖 넓은 궁금증 같지만, 삼각 김밥이 삼각형인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미처 몰랐던 전쟁사와 문화사, 과학사가 두루두루 복합적으로 녹아 있다.

 먼저 삼각 김밥에 관한 상식 몇 가지를 짚고 넘어가자면 삼각 김밥은 김밥이 아니라 주먹밥이다. 먹을 때 밥풀이 손에 붙지 않고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김으로 쌌을 뿐이다. 또 하나, 삼각 김밥은 우리 음식이 아니라 일본에서 발달한 주먹밥이다. 전통적인 우리 주먹밥은 공처럼 둥근 모양이다. 일본 사람들은 주먹밥을 왜 우리와 달리 삼각형으로 만들었을까?

 이는 일본 주먹밥의 기원과 관련이 있다. 한·일 양국의 고대 기록을 보면 우리 주먹밥은 처음부터 장거리 여행 때의 휴대용 식량, 전쟁 때 군인들이나 피란민들이 먹는 비상식량이었다.

 

 

궁궐·귀족이 제사상에 놓던 제물


 반면 일본 주먹밥은 궁궐이나 귀족 가문의 제사상에 놓던 제물에서 비롯됐다. 제사를 지낸 후 사람들에게 밥을 나눠줄 때 숫자가 너무 많아 미처 그릇에 담지 못하고 손으로 뭉쳐 지급한 것에서 비롯됐다는 설도 있다. 어쨌거나 주먹밥이 한국은 급하게 만들어 먹는 음식이었지만 일본은 정성을 기울인 음식이었다는 차이가 있다. 그렇다 보니 일본은 주먹밥도 신격화하는 경향이 있다.

 주먹밥인 삼각 김밥을 일본말로는 오니기리(おにぎり) 혹은 오무스비(おむすび)라고 한다. 무스비는 고대 일본 신화에 나오는 두 명의 창조의 신 이름이며, 오무스비라는 삼각 김밥에는 신령의 힘이 깃들어 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옛날 일본인들은 산도 신격화했다. 창조의 신을 비롯한 신들이 사는 곳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신의 기운이 깃들어 있는 주먹밥을 산과 같은 삼각형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주먹밥이 제사에 쓰는 제물에서 발달했기에 생겨난 신격화가 아닌가 싶다.

 신에게 제물로 바치던 일본 주먹밥이 일반인도 먹는 음식이자 휴대용 식량으로 널리 퍼진 시기는 임진왜란 직전 일본에서 약 100년 동안 지속됐던 전국(戰國)시대였다. 일본 전역의 봉건 영주들이 이합집산하며 싸울 때였으니 주먹밥이 유용한 전투식량으로 발달한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전투 중에 빠르게 먹기 위한 비상 전투식량만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주먹밥을 최대한 활용한 전투가 시즈가다케 전투다. 임진왜란의 주범인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내전에서 결정적 승리로 권력을 잡게 된 싸움이다. 이때 도요토미의 부대는 전광석화처럼 공격을 감행했다. 130리, 약 52㎞의 먼 거리를 수만 명에 이르는 대규모 부대가 불과 다섯 시간 만에 주파했을 정도로 기동력이 뛰어났다. 도요토미의 부대가 너무나 빠른 속도로 귀신처럼 나타나는 바람에 놀란 상대편이 미처 싸워 보지도 못하고 제풀에 무너졌을 정도다.

기사사진과 설명

주먹밥. 출처=위키피디아



 

 

16세기 당시에는 최고 에너지


 16세기에 50㎞를 다섯 시간 만에 돌파했다는 것은 조총과 칼로 중무장한 병사들이 모두 마라톤 선수처럼 뛰었다는 것인데 그 배경에 지금 삼각 김밥으로 발전한 일본 주먹밥이 있었다.

 도요토미의 보급부대는 진격로 중간마다 솥을 걸어놓고 밥을 지은 후 삼각형으로 주먹밥을 뭉쳐서 여기에 된장을 발라 구보로 뛰어가는 무사와 병사들에게 건네주었다. 이들은 주먹밥을 먹으면서 계속 달려 적군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점과 장소에 갑자기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하지만 단지 주먹밥으로 식사 시간을 단축해 만들어낸 기동력은 아니었다.

 16세기의 일본 주먹밥은 당시로서는 최고의 에너지 바였다. 이 무렵 조선이나 일본에서 일반인이 먹는 쌀밥은 지금과 같은 흰 쌀밥이 아니라 왕겨만 간신히 벗긴 현미밥이었다. 반면 도요토미의 부대는 50% 도정한 쌀로 밥을 지어 주먹밥을 만들고 여기에 일본 된장인 미소를 발라 보급했다. 5분도 도정 쌀은 단순히 밥맛에 차이만 나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소화가 잘돼 먹은 밥을 인체가 바로 에너지로 쓸 수 있다. 게다가 부식으로 먹는 된장은 콩이 원료이니 현대적으로 말하자면 아미노산이 탄수화물의 소화 흡수를 도와 바로 에너지로 전환시켜 준다. 먼 거리를 뛰어도 에너지가 충분히 공급돼 쉽게 피로를 느끼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수만 병력이 먹을 주먹밥은 어떻게 운반하고 보급했을까? 삼각형이었기 때문에 운반이 용이했다. 우리 주먹밥은 공처럼 둥근 형태다. 대량으로 만들어 운반하기에는 공간이 많이 생겨 수송 효율이 떨어진다. 반면 삼각 주먹밥은 적재할 때 틈새를 줄일 수 있어 수납이 쉽고 쌓아도 안정적이다. 대량으로 운반하는 데 적합하다. 일본에서 영주들이 서로 전쟁을 벌이던 전국시대에 삼각형 주먹밥이 자리 잡게 된 배경이라는 것이다.

 삼각 김밥의 삼각형은 전쟁 경험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별생각 없이 지나치지만 삼각 김밥 속에는 음식물을 최대한 신속하게 에너지로 전환하고, 보급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전쟁의 노하우가 녹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