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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콤달콤 파스타엔 이탈리아인들이 자부심 가득

구름위 2017. 1. 14.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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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콤달콤 파스타엔 이탈리아인들이 자부심 가득

파스타


하얀 국수, 빨간 토마토, 녹색 채소

이탈리아 국기인 삼색기 상징

국민 하나로 묶는 구심체 역할

 

제2차 세계대전 영웅 패튼 장군

˝스파게티와 군대는 이끌어야 당겨진다” 

솔선수범과 용맹 강조

 

이탈리아 통일 이끈 가리발디 장군

1년치 마카로니만 받고 은퇴

마카로니, 통일된 이탈리아 상징 돼

 

 


 

기사사진과 설명
조지 패턴(왼쪽) 장군

조지 패턴(왼쪽) 장군



 

기사사진과 설명
가리발디 장군

가리발디 장군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 전차부대를 이끈 조지 패튼(George S. Patton) 장군은 대담한 발상으로 무모할 정도로 거침없이 진격하며 신속한 기동전을 펼쳤던 것으로 유명하다. 저돌적인 성격 때문에 비판도 많이 받았지만, 전쟁터에서는 언제나 맨 앞에 나서서 전투를 지휘하고 부대를 이끌었다.

 병사라면 용감한 행동이고 훈장을 받아 마땅하지만 지휘관인 장군의 처신으로는 무모하고 무책임한 행동일 수도 있다. 그 때문에 일선 소대장도 아니고 기갑부대 전체를 지휘하는 사령관이 총알이 빗발치는 최전방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자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자 패튼 장군은 이렇게 대답했다.

 “스파게티와 군대는 앞장서서 이끌어야 제대로 당겨진다(A piece of spaghetti or a military unit can only be led from the front end).”

 잘 삶은 스파게티 국수 한 가닥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뒤에서 밀면 앞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구부러진다. 앞에서 잡고 끌어야 전체 국수 가락이 딸려온다. 지휘관이 뒤에 처져서 전진하라고 말만 하면 전열이 흐트러지지만 앞장서서 달려나가면 부하들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소리다. 물론 단순하게 장성급 지휘관이 육체적으로 가장 일선에 나서서 진두지휘를 해야 한다는 소리는 아니다. 다만 패튼 장군 스스로는 돌출적으로 선두에 나서는 모습을 자주 보였기에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또 다른 확신이 있었기에 그런 저돌적인 모습을 보였을 것이다. 그가 남긴 말에서 그 확고한 신념을 엿볼 수 있다.

 “전쟁의 목적은 조국을 위해 죽는 것이 아니다. 적군을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The object of war is not die for your country but to make the other bastard die for his).”

 스파게티를 인용한 패튼 장군의 격언은 솔선수범과 용맹을 강조한 것이지 본인과 장병의 생명을 가벼이 여기는 무모함이 아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스파게티는 이렇게 패튼 장군 휘하의 미군 장병들에게 용기와 사기를 북돋워 주는 상징으로 쓰였다.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스파게티를 포함한 파스타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이탈리아 통일의 상징이었고 단합의 아이콘이었으며 이탈리아 사람들의 자부심 그 자체였다.

 로마제국 이후 이탈리아는 모래알처럼 흩어진 채 하나의 나라가 아닌 각각의 도시국가로 발전했다. 이런 이탈리아를 통일전쟁을 통해 하나의 국가로 이끈 인물이 주세페 가리발디 장군이다. 가리발디 장군은 1860년, 나폴리 왕국을 무너트리면서 통일의 기반을 다졌다. 이때의 나폴리 점령을 이탈리아 통일의 또 다른 지도자였던 카보우르는 “마카로니가 잘 익어 마침내 먹을 수 있게 됐다”라고 표현했다. 마카로니는 나폴리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파스타로 좁게는 나폴리를 얻었다는 말이지만 넓게는 마침내 이탈리아를 통일하게 됐다는 의미다. 가리발디 장군은 통일 전쟁의 주역이었지만 이후 국왕이 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에게 모든 공적을 돌리며 은퇴했다. 자신의 공적에 대한 어떤 대가도 거부한 채 오직 일 년 동안 먹을 분량의 마카로니만을 받아 예전에 살았던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마카로니는 이후 통일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흔히 파스타 요리가 녹색·하양·빨강의 이탈리아 국기를 상징한다고 말한다. 흰색 국수와 빨간색 토마토, 녹색 채소가 국기인 삼색기와 같은 색깔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수 종류가 스파게티가 됐건 마카로니가 됐건 혹은 또 다른 국수이건 상관없다. 모든 이탈리아 사람들이 즐겨 먹는 파스타가 그만큼 국민을 하나로 묶는 구심체 역할을 하면서 단합의 아이콘이 된 것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파스타에 대해 얼마나 자부심을 가졌는지는 왕년의 인기 여배우 소피아 로렌의 어록에서도 알 수 있다. 이탈리아 출신의 할리우드 스타로 1950, 60년대 전 세계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육체파 여배우 소피아 로렌은 고향 음식인 스파게티를 광적으로 좋아했다. 그래서 “내 몸은 스파게티로 만들어졌다”라는 말까지 남겼을 정도다.

 마카로니와 스파게티로 대표되는 이탈리아 국수, 파스타가 이탈리아 통일의 상징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비록 지역적으로는 나폴리·피렌체·베네치아 등 각각의 도시국가로 발전해 왔지만 결국은 모두가 같은 음식, 파스타를 먹는 사람들이라는 동질 의식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보통의 미국인에게는 평범한 서양 국수에 지나지 않는 파스타지만 패튼 장군의 장병들에게는 용기와 솔선수범의 상징이 됐고, 이탈리아 국민들에게는 통일과 단합과 자부심의 상징이 됐다. 단순한 먹을거리가 아닌 문화로서 음식이 갖는 힘이다.

 남북이 오랜 세월 분단 상태에서 대립해 왔지만 그래도 결국 남북을 이어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끈은 같은 음식을 먹는 민족이라는 동질성일 것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파스타가 동질 의식을 부여했다면 우리에게는 김치가 그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