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칩 - 탄생 배경은 식당 주인의 분풀이 때문?
까다로운 손님 골탕 먹이려 얇게 튀긴 후 소금 뿌려
2차 대전 때 경쟁 제품 제치고 전쟁 필수 품목 지정
감자 칩 |
감자 칩 공장. 감자 칩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전쟁 필수 물자로 지정 되면서 다른 경쟁 과자를 물리치고 시장이 확대됐다. 필자 제공 |
전쟁터의 영연방 병사들 사이에 감자 칩 포장지 속에 공장 아가씨들의 연락처가 들었다는 소문이 돌면서 감자 칩이 큰 인기를 끌었다. 필자 제공 |
요즘 벌꿀을 가미한 감자 칩의 인기가 폭발적이다. 유행을 넘어 아예 품귀 현상까지 빚으며 신문 방송 뉴스에도 등장했다. 인기의 비결이
과연 무엇일까?
사회 현상까지 거론하며 여러 이유를 꼽지만 맛으로만 따지자면 특별할 것도 없다. 버터 맛이 가미된 달콤한 맛이니
과자로서는 특별한 게 아니다. 그런데 왜 화제가 되는 것일까?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감자 칩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 통념을 깬 맛을
비결 중의 하나로 꼽는다. 세계에서 팔리는 감자 칩은 대부분 짭짤하다. 감자는 소금과 찰떡궁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벌꿀을 가미한 달콤한 감자
칩이 이런 고정관념을 깨트렸다. 대박 원인을 한 가지 요인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맛에 대한 통념을 깼다는 측면도 분명히 없지
않다.
감자 칩의 역사는 사실 상식 파괴의 역사다. 처음 만들어진 경위도 그렇고 인기를 얻어 유행한 과정도 마찬가지다. 고정관념을
허문 것에서 창조의 역사가 만들어졌다.
미국에서 감자 칩이 처음 등장한 때는 1853년이다. 뉴욕 주 북부의 새러토가라는 도시에서
레스토랑을 경영하던 조지 크럼이 처음 만들었다. 식당 주인 겸 주방장이었던 그는 성질이 괴팍하기로 유명했다. 우리 욕쟁이할머니네 음식점과
비슷했던 모양이다. 손님이 음식 맛에 대해 불평하면 오히려 골탕을 먹였다. 어느 날 감자튀김 요리를 주문한 손님이 감자가 너무 두꺼운 데다
제대로 튀겨지지 않아 파삭한 맛이 없다고 불평했다. 그러고는 다시 만들라며 퇴짜를 놓았다. 다시 조리해 내놓은 요리마저 또
퇴짜였다.
조지 크럼은 화가 났다. 두 번 다시 감자가 두껍다는 소리를 못하도록 최대한 얇게 썰어 튀겼다. 먹으려고 포크로 찍으면
감자가 바로 부서져 버릴 정도였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골탕 좀 먹어보라는 심보로 튀긴 감자에 소금을 확 뿌려 놓았다.
그런데 예상과 정반대 현상이 벌어졌다. 더 맛이 없다며 손님이 화를 내고 나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새로 만든 감자 칩이 너무나
맛있다며 팁까지 두둑하게 놓고 갔다. 다른 손님들한테도 똑 같이 만들어 내놓았더니 역시 너도나도 맛있다며 호평이었다. 졸지에 얇게 썰어 튀긴 후
소금을 뿌린 감자 칩이 조지 크럼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대표 메뉴가 됐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뉴욕 주의 레스토랑에서는 앞다투어 감자 칩을
만들었다.
당시에는 감자 칩에 소금을 뿌리는 것이 요즘 벌꿀을 가미해 달콤하게 감자 칩을 만든 것만큼이나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조지 크럼은 떼돈을 벌었을까? 그렇지는 못했다. 감자 칩 제조법에 대해 특허를 받아놓지도 않았고, 레스토랑에서나
팔았을 뿐 공장을 차려 대량생산을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레스토랑에서 파는 음식이었던 감자 칩을 지금처럼 바삭한 과자로
대량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1910년대다. 그러나 감자 칩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게 된 것은 엉뚱하게도 제2차 세계대전의 영향이
컸다.
감자 칩은 사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사라질 수도 있는 위기를 겪었다. 미국이 감자 칩을 전쟁 수행에 필요한 필수
품목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전쟁에 필요한 물자에서 제외됐다는 것은 대부분의 물자가 배급되는 전시 상황에서 감자 칩을 만드는 데 필요한 원료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감자는 배급제한 품목에서 제외된다 해도 공장 가동에 필요한 기름과 포장지는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자 감자 칩 제조 업체들이 전면적인 로비에 나섰다. 제조에 필요한 감자와 소금은 배급제한 품목이 아니라는 점,
열량이 높아 전쟁터의 군인은 물론 후방의 어린이까지 간식으로 혹은 비상식량으로 먹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전쟁 수행 필수 물자로 지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결국 감자 칩이 필수 품목으로 선정된 반면 설탕을 원료로 쓰는 다른 종류의 달콤한 과자, 초콜릿, 껌 등은 모두 필수
품목에서 제외돼 원료 공급이 줄어들었다. 시장에서 경쟁 품목이 사라지는 동시에 군수품 시장이라는 거대한 새 시장이 열렸다. 생각지도 못했던
사건이 또 다른 반전의 대박을 만들어 낸 것이다.
감자 칩은 전쟁터의 군인들 특히 영연방 장병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영국은 감자 칩을 유럽과 아시아 전선의 모든 장병들에게 보급했는데 엉뚱한 소문이 퍼졌다. 감자 칩 공장에서 일하는 아가씨들이 포장지에 연락처를
넣었다는 소문이었다. 그 때문에 전선에서 감자 칩을 받은 병사들은 복권 당첨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감자 칩 포장지를 뜯었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전쟁 중 감자 칩이 인기를 끌었던 또 다른 이유였다. 그 덕분에 장병들 역시 잠시나마 긴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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