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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류탄의 원래 의미는 ‘손으로 던지는 석류 폭탄’

구름위 2017. 1. 14.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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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류탄의 원래 의미는 ‘손으로 던지는 석류 폭탄’

석류와 수류탄


17세기 프랑스 군인이 이름 지어그리스 신화 석류는 死者의 과일

 

 


 

   수류탄을 처음 잡았을 때 장병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필자는 마치 달걀을 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파인애플을 닮았다고 생각한 사람도 있었다. 수류탄 표면이 파인애플 껍질처럼 생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쟁터에서 수류탄이 본격적으로 쓰인 때는 17세기 초반이다. 신형 무기를 적진에 던지며 싸웠던 프랑스 군인, 특히 척탄병은 돌팔매질하듯 손으로 던지는 새로운 폭탄을 보고 빨갛고 큼직한 과일인 석류 같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새로운 무기를 ‘석류’라고 불렀다.

 수류탄이라는 이름도 그래서 생겼다. 한자로 손 수(手), 석류 류(榴), 탄알 탄(彈) 자를 쓰니까 ‘손으로 던지는 석류 폭탄’이라는 뜻이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수류탄은 영어로 그리네이드(grenade)다. 터질 때 탄알 파편이 사방으로 퍼지는 폭탄인 유탄(榴彈)은 모두 그리네이드다. 어원이 역시 석류를 뜻하는 포미그래니트(pomegranate)에서 비롯됐다. 라틴어에 뿌리를 둔 옛날 프랑스어에서 나왔다. 특이하게도 동서양과 중동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수류탄을 지칭하는 데 ‘석류’라는 과일 이름을 사용한다.

 석류 폭탄, 즉 수류탄이라는 말이 만들어진 17세기 초까지만 해도 전투가 벌어지면 병사들은 한곳에 집중해 밀집대형으로 싸웠다. 화력도 모을 수 있고 돌격해 오는 적 기병대를 방어하기도 쉽기 때문이었다. 수류탄은 이 무렵 발전했다. 모여 있는 적군 가운데서 터지면 폭탄 속 탄알이 사방으로 퍼지면서 한번에 다수의 적을 살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프랑스 육군은 척탄병 중대를 운용했다. 루이 14세 때인 1667년 최초로 조직됐다. 이어 1678년 영국에서도 척탄병 부대를 창설했으니 당시 유럽에서 척탄병 중대가 새로운 전술 개념으로 도입된 것이다.

 척탄병(擲彈兵)은 수류탄을 전문적으로 투척하는 병사다. 프랑스에서는 보통 일개 연대를 8개의 중대로 편성했는데 그중 한 개 중대가 척탄병 중대였다. 폭탄을 멀리 투척할 수 있는, 어깨 힘이 좋고 체격이 크며 건장한 병사로 구성했는데 일종의 돌격대 역할을 맡았다.

 그런데 프랑스 척탄병들은 왜 하필 다량의 인마살상용 폭탄에다 탐스럽게 예쁘고 달콤하며 맛있는 과일인 석류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수류탄이 석류와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일 수도 있다. 석류는 공처럼 둥글고 두꺼운 과피 안에 수많은 씨앗이 들어 있다.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수류탄은 파인애플 혹은 달걀 모양이지만 초창기 수류탄은 달랐다. 석류 열매처럼 둥근 항아리에 폭약과 철 파편을 넣어 만들었으니 오히려 석류 모양에 가깝다. 그뿐만 아니라 빨갛게 익은 석류 씨앗에서 수류탄 파편에 묻은 피를 연상했을 수도 있다.

 석류 열매를 본떠 수류탄을 만들었을 수도 있고, 단순히 생김새가 비슷해 부른 별명이 폭탄 이름으로 굳어졌을 수도 있다. 혹은 더 깊은 뜻이 있을지도 모른다.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라는 광고처럼 석류는 예부터 동서양 모두에서 미녀들로부터 사랑받았다. 동양에서는 양귀비가 석류를 무척 좋아했다. 당 현종이 양귀비를 위해 궁궐에 석류나무를 심었다고 할 정도다. 안에 들어있는 수많은 씨앗이 자식을 상징한다고 해서 결혼하는 신혼부부에게 석류를 먹이기도 했다. 서양에서는 클레오파트라가 석류를 즐겨 먹은 것으로 유명하며 그 아름다움의 비결을 석류에서 찾기도 한다. 미녀는 석류를 좋아한다는 광고 문구의 근거다.

 석류의 치명적인 매력은 그리스 신화에도 나온다. 지하세계의 신 하데스는 땅의 여신이며 풍요의 여신인 데메테르의 딸 페르세포네를 유혹하는 데 이 과일을 썼다. 석류를 먹은 페르세포네는 결국 일 년의 3분의 1을 지하세계에 들어가 살아야 했다.

 하데스가 다스리는 지하세계는 죽은 자들의 세상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석류는 지하세계에서 자라는 나무로 미소년 아도니스가 흘린 피에서 꽃을 피웠다. 그 열매인 석류를 먹은 페르세포네는 지하세계로 끌려갔다. 그러니 신화에 투영된 서양인의 무의식 속에서 석류는 아름답고 맛있지만 죽음을 부르는 치명적인 열매였던 것이다. 석류 폭탄이라는 뜻의 ‘수류탄’, ’그리네이드(grenade)’라는 이름이 심상치 않게 들리는 이유다.

 참고로 수류탄에는 음식과 관련된 별명이 많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사용한 미군의 MK2 수류탄은 ‘파인애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잘 미끄러지지 않고 파편이 고루 분산되도록 하기 위해 파인애플처럼 만들어졌지만 별명의 유래는 생김새와는 관련이 없다. 실전용임을 경고하려고 노랗게 색칠을 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잘 익은 파인애플을 닮아서 생긴 별명이다.

영화에서 많이 본 제2차 세계대전 때의 독일군 방망이수류탄은 별명이 ‘감자 으깨기’다. 더 멀리 던질 수 있도록 손잡이를 달아 놓은 모습이 감자 으깨는 주방기구처럼 생긴 데서 비롯됐다. 죽음의 살상 병기에 삶의 에너지원인 음식과 관련된 이름을 붙인 것은 그저 우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