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전쟁이야기

미국 구축함, 감자로 일본군 잠수함 격침?

구름위 2017. 1. 13.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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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구축함, 감자로 일본군 잠수함 격침?

잠수함과 감자


 

    극한 상황에서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할 때가 종종 있다. 그 때문에 극한의 극치인 전쟁 중에는 때때로 비극이 희극으로 바뀌고, 생명이 오가는 와중에 웃기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그래서 ‘웃기는 비극’을 막기 위해 더더욱 훈련을 통한 대비가 필요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 태평양에서 폭뢰나 기뢰, 함포도 아닌 감자를 가지고 적 잠수함을 격침한 사례가 있다.

 미국 해군 구축함 오배넌(O’bannon)함은 제2차 세계대전 동안에 태평양 전선에서 일본 해군을 제압하는 데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과달카날 해전을 비롯해 모두 17차례의 대규모 작전에 참여했다.

 하지만 구축함 오배넌함이 유명해진 계기는 1943년에 벌어진 기묘하면서도 황당한 전투 때문이다. 4월 5일, 오배넌함이 남태평양 해역을 항해하다 우연히 일본 잠수함(RO-35)과 마주쳤다. 근접할 때까지 오배넌함도 바다 위에 부상해 있던 일본 잠수함을 탐지하지 못했고, 일본 잠수함 역시 미국 구축함을 보지 못한 채 두 함정이 서로 가까이 접근했다.

 오배넌함이 적 잠수함을 발견했을 때는 거리가 너무 가까워 포사격조차 할 수 없었기에 잠수함을 들이받아 격침하기로 했다. 하지만 충돌 직전 황급히 작전을 변경했다. 부비트랩처럼 잠수함에 기뢰가 설치돼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칫 충돌과 함께 구축함이 통째로 날아갈 수도 있었다.

   갑작스러운 작전 변경으로 오배넌함은 일본 잠수함과 평행으로 진행하게 됐다. 너무 근접했기에 육안으로 잠수함 갑판 위가 다 보였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갑판 위의 일본군은 졸고 있었는지 미국 구축함을 발견하지 못했다. 갑자기 나타난 적 구축함에 넋이 나간 일본 수병은 잠수함의 기관총으로 달려갈 채비를 했다.

 오배넌함의 수병들 역시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너무 근접했기에 함포는 당연히 쏠 수 없었고, 기관총조차도 수면에 떠있는 잠수함을 겨냥할 수 없을 정도였다. 개인화기도 없었기에 오배넌함 수병들은 할 수 없이 주변에서 손에 잡히는 것을 모조리 잠수함 갑판 위의 일본군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마침 갑판 위에 감자 상자가 쌓여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태평양의 미국 해군은 주로 분말계란, 가루우유를 비롯한 냉동건조 식품을 먹었는데 모처럼 신선한 감자를 보급받아 갑판에 놓아두었던 것이다. 이 감자를 꺼내 기관총을 향해 달려가는 일본군에게 돌팔매질하듯이 던졌던 것이다.

 재미있는 상황이 이때 벌어졌다. 갑자기 코앞에서 적 구축함을 발견한 일본 병사는 공포에 질리기도 했고, 또 너무 당황한 나머지 상황판단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적함에서 날아오는 감자를 보고 수류탄으로 착각한 나머지 갑판 위에 떨어지는 감자를 집어 바다에 버리거나 되던지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잠수함 갑판 위의 기관총을 사용할 겨를조차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감자로 석기시대의 투석전을 벌이는 동안 오배넌함과 잠수함의 거리가 기관포를 쏠 수 있을 만큼 멀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바닷속으로 잠수해 도주하려는 일본 잠수함을 격침했다.

 

기사사진과 설명

미국 메인 주 감자 농부들이 전달한 공로패.


 

 전쟁이 끝날 무렵 이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오배넌함에 감자를 공급했던 미국 메인주의 농부들이 공로패를 만들어 보냈다.

 “1943년 봄, 우리가 생산한 감자로 일본 잠수함을 격침한 기발한 작전을 기념해 오배넌함 장병들에게 공로패를 드립니다. 1945년 6월 14일 미국 메인 주 감자 영농인 일동.”

 현대전에서 식량은 전략적 무기로 활용된다. 하지만 음식이 전투용 무기로 직접 쓰이는 경우는 드문데 제2차 세계대전 중 감자 이외에 음식이 무기로 사용된 사례가 또 있다. 미국 CIA의 전신인 OSS(전략사무국)가 중국전선의 일본군 후방에서 게릴라 활동을 벌이고 있는 OSS 요원에게 폭발물을 전달해야겠는데 일본군의 검문을 뚫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궁리 끝에 개발한 것이 밀가루 폭탄이었다. 얼핏 보기에는 밀가루와 구분이 되지 않지만 사실은 폭약으로 실제로 이것으로 빵까지 만들 수 있었다. 뇌관을 사용하지 않으면 폭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밀가루 폭탄을 적 후방에 전달하는 작전명은 ‘제미마 아줌마(Aunt Jemima)’로 옛날 미국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던 팬케이크 재료의 상표 이름에서 따왔다.

 발각될 때를 대비해 실제 밀가루 폭약으로 빵을 만드는 연습도 했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홍콩에서 활약하던 OSS 요원이 함께 일하던 중국인 요리사에게 폭약 밀가루로 머핀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면서 밀가루에 독이 들었으니 먹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만들어 놓은 머핀이 정말 먹음직스럽게 보였던 모양이다. 중국 요리사는 미국인이 그까짓 머핀 하나를 놓고 혼자만 먹으려 한다고 오해하고 머핀을 먹어버렸다. 결국 이 요리사가 죽을 고비를 간신히 넘겼다는 에피소드가 OSS 보고서에 실려 있다. 이 밖에도 연료탱크에 설탕을 넣어 엔진을 망가뜨리는 방법, 설탕으로 폭탄 만드는 법 등 OSS 요원 훈련에는 음식을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음식도 전장(戰場)에서는 직접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