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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 신무기<75>팔코네트<Falconet>

구름위 2017. 1. 10.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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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 신무기<75>팔코네트<Falconet>

표준규격에 따라 생산된 야전운용 경포
2008. 07. 14   00:00 입력 | 2013. 01. 05   03:57 수정


사전적 의미로 표준화(標準化 : standardization)란 사물의 정도·성격 따위를 알기 위한 근거나 기준을 마련하는 행위 또는 일정한 기준에 따라 종류·품질·모양·크기 따위를 통일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표준화 및 표준규격의 정립(定立)은 대량생산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준비단계로 기계 산업과 제조기술 발전에 큰 기여를 하며 보통은 산업화의 첫 단계로 본다.

그런데 산업혁명이 시작되기도 전인 16세기 프랑스에서 대포의 표준화와 함께 표준생산 규격이 정해져 그 기준에 따라 대포 생산과 야전 운용에 적용된 사례가 있다.작은 매라는 뜻을 지닌 팔코네트(Falconet·그림)가 바로 그 주인공으로 표준화를 통해 새로 만들어진 이 경포(輕砲)는 16세기에서 18세기까지 중세 유럽에서 사용하던 소형 대포의 표준이 됐다.

프랑스는 샤를 8세의 이탈리아 침공을 통해 유럽 최고의 야포 운용 능력을 과시한 전례가 있었지만 다종다양한 대포로 인해 실제 전장에서는 보급 등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랑스 국왕 앙리 2세(재위 1547∼1559)는 그간 일정한 기준 없이 마구잡이로 생산되던 대포의 종류를 6가지로 정하고 이 기준에 따라 생산할 것을 명령했다.

새로운 기준에 의해 만들어진 팔코네트는 구경 5∼7㎝, 포신 길이 100∼150㎝, 무게 80∼200㎏에 약 0.37㎏의 포탄을 150m에서 400m까지 발사할 수 있었다. 기존 컬버린(culverin) 포(砲)를 축소시켜 만들었기 때문에 최초의 대포는 물론 당시 전장에서 운용되던 대포에 비해 매우 작았고 일부에서는 그 성능에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화력을 희생한 대신 바퀴가 달린 근대적인 형상으로 우수한 기동성을 확보할 수 있었고 금속 파편이 사방으로 날아가는 포탄을 사용해 부족한 화력을 보완했다. 특히 화약의 양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보다 다양한 포탄을 발사할 수 있었고 청동으로 만들어진 포신은 최대 1.3㎏의 포탄까지 발사할 수 있을 정도로 우수한 내구력을 갖추고 있었다.

프랑스가 만든 팔코네트는 곧 주변 서유럽 국가에 전파됐고, 송골매라는 뜻의 ‘세이커’(saker)라는 이름으로 군함에도 일부 사용됐다. 해군용으로 개량된 팔코네트는 대항해시대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17세기 소형 범선에 해적과 사략선의 공격을 차단하기 위한 용도로 장착되기도 했다.

캐랙이나 갈레온 같은 대형 범선에도 2∼6문이 장착됐는데 그 용도는 해전에 사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신대륙 탐험 시 탐험대의 안전보장과 원주민 위협용이었다. 실제로 당시 서유럽 대포 중 가장 화력이 약하다고 할 수 있는 팔코네트조차도 화약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남미대륙 원주민들에게는 충분히 위력적이고 효과적인 무기였다.

팔코네트의 등장으로 이제 대포는 성벽을 파괴하기 위한 공성포와 전장에서 적의 인마를 살상하기 위한 야전포로 확실하게 분류되기 시작했다. 특히 팔코네트는 17세기께 기동성과 높은 명중률, 빠른 발사속도의 3박자를 고루 갖춘 근대적 야포 개발에 촉매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역사속 신무기<76>부메랑<boomerang>

전투·사냥 등에 사용하는 투척무기
2008. 07. 21   00:00 입력 | 2013. 01. 05   03:58 수정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일반 시사·상식 용어 중 부메랑 효과(boomerang effect)라는 말이 있다. ‘뿌린 만큼 거둬들인다’는 우리말과 같은 뜻이지만 부정적 의미가 더 강하다.

원래는 경제이론에서 탄생한 말이지만 최근에는 그 의미가 더욱 확장돼 어떠한 계획과 행동이 결국 미래에 부정적 결과 또는 반대의 결과를 초래한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왜 이런 표현이 등장하게 됐을까.원래 부메랑이란 오스트레일리아 투루왈(turuwal) 원주민들이 다른 부족과의 전투 혹은 새나 들짐승 사냥 등에 사용한 나무로 된 투척무기를 부르는 이름이다.

그 이름의 기원에 대해서도 이견이 분분하지만 원주민들의 투창 우메라(woomera)와 이름을 혼돈해 우메랑(woomerang)이라고 부른 것이 결국 부메랑이 됐다는 학설이 가장 큰 설득력을 얻고 있다.여느 투척무기와 달리 표적에 명중하지 않아도 커다란 타원을 그리며 회전하다 처음 부메랑을 투척한 자리 근처로 되돌아오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의 상식과는 달리 되돌아오는 부메랑을 손으로 잡을 수는 없으며 자칫 잘못하면 크게 다칠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부메랑은 양날의 검과 같이 정확히 사용하면 매우 유용한 무기지만 자칫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자신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이중성을 가진 무기로 취급된다.

물론 모든 부메랑이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것은 아니며 사냥용이 아닌 전투용 부메랑은 거의 대부분 빠른 속도로 날아가다 땅에 박히는 것이 특징이다. 전투용의 경우 길이 60㎝ 내외, 무게 0.2∼0.8㎏의 것으로 투박하지만 평평하고 가늘고 긴 막대기 모양에 한쪽 끝이 구부러진 형태를 취하고 있다.

무겁고 투박한 대신 100m 이내에서 명중할 경우 그 위력은 현대 중기관총에 버금갈 정도로 치명적이고 명중하지 않고 살짝 스쳐도 회전에 의한 타격력 때문에 큰 상처를 입힐 수 있었다.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이 사용한 부메랑은 인간이 원시시대에 만든 투척무기 중 가장 완벽한 투척무기로 분류할 수 있다.

막대기를 손에 들고 때리거나 멀리 던지는 방법은 구석기시대 이전부터 존재해 왔고 일부는 그 끝에 돌이나 칼날을 매달아 도끼나 창과 같은 원시 무기를 만들어 사용해 왔다.그러나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은 막대기에 다른 것을 부착하는 대신 막대기 자체를 더 깎아내고 다듬어 더 먼 거리의 표적을 더 정확하게 명중시킬 수 있는 부메랑을 만들어 냈다.

부메랑을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만의 고유 무기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북동아프리카, 북미대륙 인디언 심지어 폴란드에서는 2만 년 이상 된 부메랑이 발견됐고, 고대 이집트에서는 파라오를 위한 새 사냥에 부메랑이 사용됐다는 기록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메랑을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의 고유 무기로 평가하는 이유는 최소 1000년 이상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며 사용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부메랑을 무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대부분의 사람은 재미있는 장난감 혹은 오스트레일리아 관광기념품 정도로 생각하는 현실은 역사의 아이러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