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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해수담수화 플랜트..바닷물을 가스 하이드레이트로

구름위 2015. 10. 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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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해수담수화 플랜트..바닷물을 가스 하이드레이트로

대덕=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
입력시간 : 2014-03-18 13:42:31 수정시간 : 2014-03-18 13:42:31

  

불타는 얼음_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외관상 드라이아이스와 유사하며, 대기 중에서 물과 가스로 손쉽게 분리된다. 1㏄의 가스 하이드레이트에는 약 172㏄의 가스가 함유돼 있다.

21세기의 물 산업이 20세기의 석유산업을 능가하는 ‘블루 골드(Blue Gold)’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연구기관이 세계 최초로 미래 에너지원인 가스 하이드레이트의 생성 원리에서 착안한 차세대 고효율·저에너지 해수담수화 기술 개발에 도전장을 던졌다. 원천기술 개발에 성공한다면 2020년 25조원대로 예상되는 전 세계 해수담수화 시장에서 대한민국의 선도적 입지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에 의한 수자원의 오염과 고갈이 심화되며 물 부족 현상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2011년 유럽연합(UN)이 내놓은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5년 전 세계 인구 중 30억명이 물 부족 사태에 직면할 전망이다. 미래학자들이 물 산업을 21세기의 ‘블루 골드’라고 칭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때문에 세계 각국은 수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 최일선에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자원의 하나인 바닷물을 식수와 생활용수로 바꿔주는 해수담수화 기술이 있다. 이미 관련시장이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태다.그러나 현재의 해수담수화 기술들은 분명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전체 해수담수화 플랜트의 95%를 점유하는 양대 해수담수화 기술인 증발법과 막 분리법 모두 마찬가지다. 실제로 바닷물을 끓여서 증발시킨 뒤 응축하여 담수를 얻는 증발법은 태생적으로 고온운전이 불가피해 막대한 에너지 투입이 요구된다. 그만큼 경제성이 떨어지며, 소규모 시설에는 부적합하다. 고온 운전에 따른 시설의 부식 우려도 크다.
여과필터를 이용해 염분 등을 걸러내는 막분리 방식의 경우 증발법에 비해 에너지 소모는 적지만 플랜트 한 곳에서만 수백~수천 개나 소요되는 고가의 필터를 주기적으로 교체해줘야 한다. 유지비 부담이 상당하다는 얘기다. 또한 바닷물의 염분 농도가 높거나 오염이 심하면 충분한 전처리 공정이 필요하며, 일부 선진국들이 관련기술을 독점하고 있다는 점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후발주자들에게 걸림돌로 작용하는 요인이다.

한계 타파_ 기존의 해수담수화 기술은 에너지 효율과 경제성 측면에서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국내 연구팀이 이런 기존 기술의 맹점을 일거에 날려버릴 차세대 해수담수화 기술개발에 뛰어들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해양플랜트 기자재 R&D 센터 이주동 박사팀이 그 주인공으로 가스 하이드레이트의 생성 원리를 응용한 신개념 해수담수화 기술 개발이 목표다.
연구팀은 특정 온도와 압력 조건 하에서 가스와 바닷물을 반응시켜 바닷물을 가스 하이드레이트 결정체로 만든 다음, 염분을 분리해 순수한 담수를 얻어내는 메커니즘을 표방하고 있다. 쉽게 말해 바닷물을 얼려서 순수한 물만 분리하는 식으로 담수를 생산하는 것이다.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천연가스가 영구동 토층 또는 심해저의 저온·고압 상태에서 물과 결합하면서 얼음과 유사한 형태로 변한 고체에너지원이다. 세계적으로 부존량이 많아 유망한 대체 에너지원으로 주목 받고 있다. 2009년 기준 전 세계 천연가스 매장량의 25배 이상인 약 10조톤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의 동해에도 약 8억~10억톤이 매장돼 있는데 이 정도면 30년간의 국내 천연가스 소비량에 맞먹는 양이다.
이 박사에 의하면 어떤 가스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상온에서도 이러한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순수한 물과 가스만 결합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바닷물에 녹아있는 염분과 각종 오염물질들은 자연스럽게 외부로 밀려나게 된다. 즉, 이 원리를 적용하면 바닷물을 얼음과 유사한 순수한 물의 결정체로 만들어 분리해낼 수 있는 것이다.
이 박사는 이 방식이 증발법과 막 분리법의 한계를 모두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이라 설명한다. “기존의 증발법이나 막분리 법과 비교해 담수 생산비용이 30~50% 저렴하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경제성과 효율성에서 탁월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겁니다. 특히 이 분야의 기술개발은 선진국에서도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원천기술을 확보한다면 향후 세계시장을 선도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연구팀 또한 지난 2009년경 6개월에 걸쳐 국토해양부의 해양과학기술 연구개발사업을 통해 기초기획연구를 수행한 바 있는데 기존 공정 대비 담수 생산비용을 30% 가량 줄일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염분 제거효율 역시 미국(60%) 등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80%로 나타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산화탄소(CO2)나 육불화황(SF6) 같은 온실가스를 가스 하이드레이트화 공정의 매개가스로 활용하면 기후변화 산업분야에서 추가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으며, 공정 과정에서 바닷물에 풍부하게 함유돼 있는 리튬 등의 희소금속 분리가 가능하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메리트다. 국토해양부가 2011년 원천기술 개발을 위해 생기원에 5년간 110억원을 지원, 이번 연구과제를 수탁한 것도 이런 잠재력에 주목한 결과였다.

현재 연구팀은 크게 2가지 부문에 연구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첫째는 하이드레이트 반응을 일으키는 매개가스에 대한 연구다. 특정 물질을 하이드레이트화 할 수 있는 매개가스는 약 130종으로 알려져 있는데 반응 온도와 압력조건이 각기 다르다. 따라서 해수담수화에 가장 적합한 가스를 찾아내는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이며, 가급적 높은 온도와 낮은 압력에서 반응이 잘 일어나는 매개가스를 찾아야 한다.
두번째는 탈수기술이다. 매개가스와 바닷물이 반응해 만들어진 하이드레이트 결정을 농축 염분과 오염물질 속에서 효율적으로 분리해내는 기술을 말한다. 이와 관련 연구팀은 이미 4~5건의 국내외 특허 확보에 성공한 상태다.
연구팀은 또 바닷물과 가스를 반응시켜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형성시키고, 탈수를 거쳐 하이드레이트 펠릿이 배출되는 실험용 장치도 제작했다. 최적의 반응조건을 부여하기 위해 온도와 압력 조절이 용이하도록 설계됐으며, 탈수장치는 회전 탈수방식과 피스톤으로 압축해 짜내는 방식을 연구 중이다. 가스 하이드레이트의 분리가 완료되면 잔여 액체 속의 용존자원이 회수되며, 매개가스는 다시 반응기로 들어가 재활용된다. 덕분에 유지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실험 결과, 이 박사팀은 단 한 차례의 공정만으로 80% 이상의 염분이 제거되는 것을 확인했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각 공정을 최적화하고, 서로 매끄럽게 연결하는 한편 설비 규모를 키워서 파일럿 플랜트를 건설·운용하면 이번 연구과제는 성공의 결실을 맺게 된다. 이주동 박사는 “2016년까지 99% 이상의 염분 제거율과 하루 2톤의 담수를 생산하는 파일럿 플랜트를 구축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전했다.
참고로 이 박사는 가스 하이드레이트 형성원리를 이용한 SF6 분리 기술, 천연가스를 액화방식(-162℃)보다 온화한 조건(-15℃)에서 저장하는 기술 등 관련 분야 최고의 전문가다. 그동안 축적한 노하우를 십분 발휘한다면 전세계 해수담수화 시장을 주도할 세계 최초의 원천기술 개발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게 이 박사를 포함한 연구팀 전원의 판단이다. 이 박사는 “아프리카에서는 오염된 물로 인해 매 8초당 1명꼴로 어린이가 사망할 만큼 물부족 문제가 심각하다”며 “가스 하이드레이트화 해수담수화 기술을 반드시 상용화해 국부창출과 인류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오는 2016년까지 99% 이상의 염분 제거율과 하루 2톤의 담수를 생산하는 파일럿 플랜트를 구축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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