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18일 오전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 ITER 국제기구 토카막 빌딩 건설 현장
■ 자원 없는 무한 에너지…ITER 프로젝트
핵융합 에너지는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융합해 두 수소의 원자핵이 합쳐질 때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다. 핵융합 에너지의 주요 원료인 중수소는 바닷물에서 쉽게 추출할 수 있으며, 기후 변화의 원인이 되는 이산화탄소와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특히 바닷물 1리터에 포함된 0.03그램의 중수소만으로도 서울과 부산을 3번이나 왕복할 수 있으며, 이처럼 적은 양의 연료로 대용량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고효율 친환경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햇살이 유독 따가운 프랑스 남동부의 작은 마을 생폴레뒤랑스. 한적하고 여유롭기만 한 생폴레뒤랑스에는 사실 놀라운 첨단 과학기술이 숨어 있다. 이곳의 카다라슈라는 지역에 프랑스 원자력청(CEA)은 물론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와 이를 추진하는 ITER 국제기구(IO)가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ITER는 화석 연료 고갈 위험과 환경 문제를 대비해 핵융합에너지의 상용화 가능성을 최종 실증하려고 추진하는 초대형 국제협력 연구·개발(R&D) 프로젝트이다. 지난 1985년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핵융합 연구개발 추진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하며 1988년 사업이 공식 출범했다. 초기 멤버는 미국·러시아·유럽연합(EU)·일본 등 4개국이었으나 핵융합 연구 후발주자인 한국과 중국이 2003년, 인도가 2005년에 각각 합류해 총 7개국으로 IO가 구성됐다. 사업비는 총 71억1,000만 유로이며 EU가 45.46%를, 나머지 국가가 각각 9.09%씩을 분담한다.
열출력 500MW, 에너지 증폭율(Q) 10 이상의 ITER는 지난 2007년부터 이곳 카다라슈에 건설되기 시작해 오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원국별로 할당된 ITER 주요장치를 각국에서 제작·조달 후 현장에서 조립해 완성할 계획이다. 18일 IO본부에서 만난 로버트 아녹스 IO 홍보담당자는 "유럽이 더 많은 분담금을 내는 이유는 주관 국가인데다 ITER 건설로 인해 경제적 이익을 가장 크게 얻기 때문"이라며 "세계 에너지 소비가 지난 1973년부터 현재까지 50% 늘었고, 2030년까지 추가로 60%가 늘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ITER 프로젝트의 성공은 인류의 이익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신재생에너지·원자력발전에 기댈 수 없어…환경 오염 없는 핵융합이 대안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의 내로라하는 선진국들이 이렇게 합심해서 ITER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이유는 자원 고갈과 대체 에너지 개발이 어려운 현실에서 핵융합에너지만큼 효율적인 대안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핵융합 반응은 태양 내부와 같이 플라즈마 상태의 작은 수소 원자핵이 융합하는 과정으로 이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할 경우 별다른 화석 연료 없이도 엄청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핵분열을 기반으로 하는 원자력발전과는 다르다. 게다가 온실가스 배출과 연료 고갈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오작동시 곧바로 정지한다는 점에서 원자력 사고나 폐기물 걱정을 할 이유가 없으며 효율성도 좋아 최고의 미래 에너지 시스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 5월 18일 오전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 ITER 국제기구 토카막 빌딩 건설 현장
현재 ITER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7개국은 한국의 케이스타(KSTAR)를 비롯해 대부분 자체 핵융합연구로를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은 연구가 미진한 상태다. 이 때문에 ITER를 통해 기술선진국들의 노하우를 모아 핵융합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하루라도 앞당겨 실증하려는 게 프로젝트의 근본 목표이다. 미국계 스위스인인 마크 핸더슨 IO 가열장치부서장은 "신재생에너지는 화석 연료 에너지만큼 효율적이지 못하고 원자력발전 역시 화석 연료와 비슷한 문제를 유발할 것"이라며 "핵융합이야말로 가장 도전적이지만 가장 장기적인 해결방법"이라고 주장했다.
▲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에 있는 ITER 국제기구 본부 외관 건물
■ 에너지 고갈 해결 해줄 핵융합…한국은?
한국도 ITER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 가운데 하나다.
ITER 한국사업단에 따르면 현재 한국은 국가핵융합연구소에 있는 연구장치 케이스타(KSTAR)와 ITER를 통해 국제적으로 공유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2040년대에는 핵융합 에너지를 상용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는 이스트(EAST)를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를 감행해 2030년대까지 핵융합에너지를 상용화하려는 중국에 이어 가장 빠른 목표이다. 한국의 핵융합에너지 개발 계획은 다른 선진국들에게도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는 후문이다.
정기정 ITER 한국사업단장은 "ITER 사업에 한국이 뛰어든 이유는 첫째가 인류의 이익을 위해서고 두번째가 우리의 자원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현재 핵융합 에너지 개발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나라가 중국인데 그 다음 적극적인 나라가 한국이라고 봐도 된다"고 자부했다.
한국이 ITER 프로젝트에 뛰어든 것은 지난 2003년 6월로 현재 총 33명이 ITER 국제기구(IO)에 근무하고 있다. 한국은 초전도 도체·진공용기 본체 및 포트·블랑켓 차폐블록·열차폐체 등 10개의 조달 품목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뿐만 아니라 올 4월까지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IO를 통한 연구·개발(R&D)과 설계용역, 다른 회원국 조달품목 등에서 총 84건, 3,097억원 규모의 수주를 일구기도 했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각국의 자금 조달 문제와 원자력발전을 기준으로 묶인 각종 규제 등이 그것이다. 또 핵융합 장치 개발 기술이 제각각이다 보니 각국이 흩어져 제작하는 부품 개발 단계가 혼재돼 있는 점도 사업 진도를 늦추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현재 본격적인 공사가 5년 이상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공사 진행률은 10% 이하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김학재기자 (window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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