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들의 인구 감소
원주민에 대한 묘사
콜럼버스가 바하마 군도에 도착했을 때 만났던 아라와크족에 대한 콜럼버스의 묘사다.
그들은 좋은 체격과 수려한 용모를 지닌 건장한 사람들이었다. 무기를 지니고 있지도 않았으며, 또 무기라는 것을 알지도 못했다. 왜냐하면 내가 그들에게 칼을 보여주었을 때, 그들은 칼날을 만지작거리다가 손을 베었기 때문이다.
결혼법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남자나 여자는 공히 자기가 좋아하는 상대를 선택하고 무례함이나 질투, 분노심도 없이 그 상대에게서 떠난다. 그들은 아이를 많이 낳는다. 임신한 여자는 해산 당일까지 일하다가 거의 고통 없이 순산한다. 다음 날 강에서 목욕하기 때문에 출산 전처럼 깨끗하고 건강해진다. 남편에게 싫증이 나면, 사산(死産)시키는 독한 풀을 먹고 나뭇잎이나 무명천으로 부끄러운 부위를 가리고서는 낙태시켜버린다. 원주민들은 벌거벗은 것을 우리가 머리나 손을 바라보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
스페인의 정복자들은 신대륙의 원주민에게 온갖 만행을 다 저질렀다. 다음은 바르톨로메 데 라스카사스 신부가 쓴 《서인도 제도의 역사》에서 발췌한 원주민들의 참상에 관한 글이다. 그는 한때 쿠바 정복에 참가했으며 원주민 노예를 고용해서 대농장을 경영하기도 했던 인물이다.
그들은 사람들 사이로 뚫고 들어가 어린이건 노인이건 임신부건 가리지 않고 몸을 찢었으며, 칼로 베어서 조각을 냈다. 울타리 안에 가둔 한 떼의 양을 습격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들은 끼리끼리 그들 가운데 누가 단칼에 한 사람을 두 동강 낼 수 있는지, 창으로 머리를 부술 수 있는지, 또는 내장을 몸에서 꺼낼 수 있는지 내기를 걸었다. 그들은 갓난아기의 발을 잡고 엄마의 젖가슴에서 떼어내 머리를 바위에다 패대기쳤다. 어떤 이들은 아기의 어깨를 잡고 끌고 다니면서 놀리고 웃다가 결국 물속에 던져 넣고, "이 작은 악질 놈아! 허우적거려보라!"고 말했다··· 그들은 또 구세주와 12사도를 기리기 위해 13개의 올가미를 만들어 원주민 13명을 매달고 그들의 발밑에 모닥불을 피워 산 채로 태워 죽였다.
나는 똑똑히 들었다. 산토도밍고에서 바하마 제도로 가는 배는 나침반 없이도 바다에 떠 있는 인디언의 시체를 따라 항해할 수 있다는 말을.
산들은 봉우리에서 기슭까지 온통 벌거숭이가 되어버린다. 흙을 파내고 바위를 쪼개고 돌을 옮긴다. 그리고 사금(砂金) 조각을 강물에 씻기 위해 등으로 져 나른다. 물속에서 등을 굽힌 채로 줄곧 황금을 씻는 동안, 그들의 몸은 부서진다. 무엇보다도 고통스러운 일은 광산에 물이 차게 되면 물을 한 줌씩 퍼내 광산을 건조시키는 것이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도착하기 이전에 이미 그곳에 살고 있던 원주민은 그 수가 약 8,000만 명으로 추정된다. 통계에 의하면, 1500년 당시 세계의 인구는 약 4억 명 정도였고, 그 중 신대륙 원주민의 인구가 8,000만 명이었는데, 1500년대 중반에는 1,000만 명으로 감소했다. 50년이 지난 1600년경에는 1500년 당시 인구의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 또 다른 연구는 1492년에서 1650년 사이 아메리카의 인구가 5,000만에서 500만으로 감소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유럽의 정복자들이 신대륙에 도착한 이래, 원주민의 수가 약 100년 사이에 급격히 감소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역적으로 살펴보면 1492년에 카리브 해 지역의 원주민은 20만 명이었는데, 20년 뒤에는 1만 4,000명으로, 다시 30년이 지나서는 그 수가 200명으로 감소했다. 멕시코 중앙고원에는 1500년대 초에 약 2,500만 정도였다고 추정되었는데, 이는 1500년 말에 가서는 135만으로 대폭 감소했다.
이러한 인구 감소가 비록 추정치이지만, 스페인 정복자들의 신대륙 도착 이전과 이후의 원주민의 인구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 카리브 해에 흑인노예가 도입되고 그들의 후손들이 쿠바, 푸에르토리코, 아이티 등에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도, 바로 16세기에 불어 닥친 원주민 인구의 급격한 감소 내지 절멸에 그 이유가 있다.
이렇게 전체 인구에 대한 희생자의 비율(90% 이상)이나 희생자의 절대 수(약 7,000만 명)의 측면에서 학자들은 이를 '인류 역사상 최대의 인종 학살' '대량 몰살' 또는 '스페인 사람 한 사람의 호흡이 원주민 1명을 죽이기에 충분하다'라는 말로 표현하기까지 했다.
'대량 몰살'의 원인
먼저 스페인 정복자들과의 전쟁으로 많은 원주민이 죽었고, 서구 문명과의 충돌 속에서 일부 원주민은 집단 자살의 길을 택하기도 했다. 그밖에 원주민이 가혹한 노동으로 인해 사망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큰 원인은 '세균 충격'이라고 불리는 유럽형 병원균의 전파로 인한 사망이었다. 오랫동안 고립되어 있었던 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은, 이미 천연두나 흑사병을 경험했던 유럽인을 맞이할 만큼 충분한 면역력이 없었다. 스페인의 정복자들이 전파했던 천연두, 홍역, 발진티푸스, 말라리아, 인플루엔자 등으로 인해서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그야말로 파리떼처럼 죽어나갔다. 비록 고의성이 없다 할지라도 전염병으로 인해서 가장 많은 수의 원주민이 죽었던 것이다. 스페인의 정복자들이 아메리카를 정복하는 속도보다 병균의 정복 속도가 훨씬 빨랐다. 정복전쟁을 하는 데 있어서 전염병은 수백 발의 대포알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했다.
이 전염병은 또한 원주민들에게 좌절감을 심어주었다. 전염병을 경험했던 원주민들은 악몽에 시달렸고 신들이 자신들을 버렸다고 생각했다. 스페인의 정복자들이 신이 아니라 자신들과 똑같은 인간임에도 이들이 전염병에 쓰러지지 않는 것을 알게 된 원주민들은, 이 '초인(超人)'에게 저항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이는 스페인의 정복자들이 전염병으로 인해 원주민과의 심리전에서 한 수 위에 있었음을 반증하는 사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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